소희원은 사무실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모자 아래로 희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는데, 강하영이 아무리 이모의 딸을 닮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여자라면 절대 좋아할 수 없었다.‘유준 오빠는 왜 하필 저런 여자를 좋아하게 된 거야?’희원은 사진첩을 열어 방금 찍어둔 사진을 확인했다.강하영과 정주원, 그리고 부진석이라고 부르는 의사와 있는 사진까지.희원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이 모든 사진을 유준의 메일로 보냈다.점심, 난원.유준은 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희민이가 소파에 작은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유준은 희민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흔들어 깨우자, 희민은 금방 눈을 떴다.눈앞에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하자, 희민이는 힘없이 입을 열었다.“아빠, 다녀오셨어요?”희민은 일어나 앉으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잠들기 전에 많은 양의 코피를 쏟은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러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소파에 쓰러지듯 잠들어 버린 것인데, 지금 일어날 수 없는 것도 아마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 것 같았다.희민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고, 유준은 그런 희민의 얼굴을 응시하며 미간을 좁혔다.“희민아,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유준의 눈빛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했다.희민은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없어요.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래요.”유준이 손을 뻗어 희민의 이마를 짚어보려 했지만, 희민이 그의 손을 피해버렸다.“저 정말 괜찮아요.”희민이 다시 한번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고, 유준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 멈춰버리고 말았다.반쯤 누그러져 있는 희민의 두 눈을 보자 유준의 마음이 이상하게 쓰려오기 시작했다.‘혹시 지금도 내가 강제로 데려왔다고 화난 건가? 그 정도로 강하영 곁에 있는 게 좋아?’유준은 약간 쌀쌀맞은 말투로 물으며 손을 거두었다.“혹시 지금도 아빠를 탓하는 거야?”“아빠가 저
유준은 방금 희민의 말투에서 자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강하영이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희민이 네가 이런 식으로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생각에 잠겨 있을 때 유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확인해 보니 익명으로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메일을 클릭하자 정주원과 강하영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환히 웃고 있는 두 사람은 사이가 꽤 좋아 보였다.그 사진을 보는 순간 유준은 온몸의 기운이 폭발할 것만 같았고, 검은 눈동자엔 더욱 짙은 분노가 감돌았다.‘강하영이 왜 정주원과 함께 있는 거지? 인터넷 기사도 안 봐? 아니면 정주원이 또 이상한 얘기를 한 거 아냐? 어떻게 이런 비열한 인간한테 접근할 생각을 다 하지?’유준의 머릿속에 갑자기 정주원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그가 강하영을 건드릴 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괴롭혔던 것처럼 똑같이 괴롭히면서, 자기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자기 노예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했었다.유준은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차면서 나머지 사진은 보지도 않고 바로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고 하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준이 먼저 화난 어조로 물었다.“왜 정주원이랑 같이 있어?”그 말에 하영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금 갑자기 전화해서 밑도 끝도 없이 이게 무슨 밀이야?’하영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유준 씨, 내가 누구랑 있던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유준이 크게 분노하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정주원이 어떤 인간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주제넘다는 생각 안 해요?”하영이 되물었다.“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알아서 판단하니까, 유준 씨가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그렇게도 남자가 부족해?”유준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맞아요! 남자도 부족하고, 남자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아요. 이제 원하는 대답 들어서 속이 시원해요?”“다른 남자는 만나도 상관없지만 정주원은 절대 안 돼!”“제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하영은 피식 웃었다.“제가 누
현욱은 차에서 먹을것을 잔뜩 들고 내려와 인나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사과하러 왔어요.”인나는 주머니를 힐끗 쳐다봤다.“내가 어떻게 감히 받을 수 있겠어? 괜히 받았다가 누가 이용할지 어떻게 알아요?”현욱은 손을 축 늘어뜨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인나 씨, 그동안 귀찮게 하지도 않았잖아요. 너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 내가 다 설명할게요.”“설명?”인나는 피식 웃었다.“아직도 설명할 게 남았어요? 배현욱 씨, 이제 좀 솔직해지는 게 어때요?”“뭘요?”인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현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정유준을 도우려고 나한테 접근했잖아요!”그때 현욱의 눈빛에 미안함이 스쳤다.“처음엔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짜악- 현욱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인나는 그의 뺨을 때렸다.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이, 이모도 참 대단한 걸!”세희가 혀를 내둘렀다.“…….”세준은 나중에 절대 이런 여자친구를 찾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현욱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인나를 쳐다봤다.“왜 나를 때리고 그래요?”인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배현욱 이 나쁜 자식! 처음부터 나한테서 뭔가 알아내려고 접근했다가, 나중에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나 이용했잖아요! 나를 좋아한 적도 없으면서 왜 나한테 접근한 거죠? 당신을 사랑해서 함께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불순한 의도를 갖고 나한테 접근했다는 거예요!”인나의 우는 모습에 현욱은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인나 씨, 내 얘기 좀 들어봐.”현욱은 마음이 다급해졌다.“인나 씨를 책임지려던 것도 사실이고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려고 한 것도 사실이에요. 유준이 그간 얼마나 힘들게 보냈는지 알잖아요. 인나 씨도 친구를 도와주고, 나도 내 친구를 도와주려한 게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지금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인나는 거칠게 눈물을 닦아냈다.
인나는 바로 눈물을 닦고 울적한 말투로 물었다.“다 봤어?”세희가 앞으로 나서며 인나의 손을 꼭 잡아줬다.“이모, 울지 마세요.”“울게 놔둬.”세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준이 입을 열었다.“며칠이나 참았을 거야.”인나는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역시 네 놈은 나를 많이 아끼고 있었구나.’막 입을 떼려 할 때 세준이 입꼬리를 올렸다.“마침 나도 울면 못생겨지는 사람을 더 구경하고 싶거든.”그 말에 인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나를 얘기하는 거야?”세준이 무시하는 눈빛으로 인나를 쳐다봤다.“울던 기억마저 사라졌나 보죠?”인나는 이를 악물었다.“너 이자식이 진짜!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이모,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요!”세준은 일부러 겁에 질린 척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세준이 약 올리자 인나는 어느새 배현욱은 까맣게 잊어버렸다.세희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렸다.‘오빠는 지금 이모를 위로하는 거야, 아니면 놀리는 거야?’몇 초간 생각해 보던 세희는 작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됐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그리서 세희도 인나랑 함께 세준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저녁.잠에서 깬 존슨은 대충 세수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하영은 노트북을 열어 사이트에 접속했다.사이트에 올라온 한 작품은 스승님 작품이고, 다른 디자인은 본 적이 없었고 아래 서명도 없었다.다만 디자인 스타일이 어딘지 아주 익숙해 보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익숙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투표가 이미 시작되었고 현재 스승님의 과장된 디자인은 몇십 표밖에 얻지 못햇지만 다른 의상은 반 시간 만에 3천 표가 넘었다.
현욱은 말로 유준을 이길 수 없었다.“그래. 네 말이 다 맞아.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면 며칠 더 지켜보면 되잖아.”“지켜봐도 결과는 똑같아. 지금 내말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거든.”현욱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유준아, 내려놓지 못하겠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어때?”현욱은 당장이라도 유준을 끌고 하영의 앞에 던져놓고 대신 화해하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을 지경이었다.‘이렇게 서로를 괴롭히는 게 피곤하지도 않나?’유준은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고, 현욱의 물음에는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월요일.부진석은 아침일찍 아침밥을 들고 하영의 병실에 찾아왔다.병실 문을 열자마자 마침 하영이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고, 진석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안으로 들어섰다.“일어났으면 아침 먹어. 이따가 내가 퇴원 수속 밟아줄게.”“나 이제 퇴원해도 돼?”하영은 진석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물었다.“애들이 눈치채지 않을까?”진석은 두유를 꺼내 빨대를 꽂아 줬다.“아니, 상처도 아주 빠르게 회복됐으니까 지금은 그저 밴드만 갈면 돼.”하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두유를 받았다.“나랑 같이 돌아가서 애들 얼굴 볼 거야?”그러자 진석은 어이없다는 듯 웃어보였다.“내가 너 혼자 보내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하영은 얼굴을 붉혔다.“사실 경호원…….”말이 채 끝나기 전에 주머니에 있던 하영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확인해 보니 희민이가 보낸 문자였다.하영은 고개를 들어 진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잠시만, 답장 좀 할게.”“그래, 일단 깁스부터 풀어줄게.”[엄마, 출장은 잘 다녀왔어요?]애들의 걱정에 하영의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오늘 집으로 돌아갈 거야. 엄마 많이 보고싶었어?]희민이가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내왔다.[네, 엄마. 새로 옮긴 유치원이 엄마 회사랑 엄청 가까워요.]그 말에 하영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보니 희민이가 어디로 옮겼는지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어느 유치원인데?][청담 국
“그럼 오후에 애들을 데리고 가봐야겠어.”“그래, 혹시 운전기사가 따라가는 것도 괜찮다면…….”“당연히 괜찮지. 오후에 같이 가자.”오전 10시, MK.유준은 투표 결과를 확인하고 존슨에게 전화를 걸었고, 존슨은 전화를 받자마자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제가 졌네요, 그렇죠?”유준은 입꼬리를 올렸다.“이제 약속을 지키셔야겠네요.”“제가 뭘 하면 되죠?”“이미 김제에 오셨다고 들었습니다.”유준이 낮게 깔린 어조로 물었다.“직접 뵙고 말씀드려도 될까요?”“저에 대해 꽤 많은 정볼르 알고 계시네요. 레스토랑 위치 보내드릴 테니까 그쪽으로 오세요.”존슨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유준의 핸드폰에 존슨이 보낸 레스토랑 위치가 도착했다.“15분 뒤에 봅시다.”유준은 겉옷을 들고 사무실을 나섰다.레스토랑.유준은 존슨이 얘기한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초록색 상의와 붉은 바지를 입고, 세련된 짧은 머리와 진한 화장을 한 존슨이 보였다.존슨도 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정유준 쪽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둘 다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정?”존슨이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유준도 눈을 가늘게 뜨더니 한참 뒤에야 이름 두 글자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레아?”그 이름이 언급되자 존슨은 눈에 띄게 긴장해 하는 게 보였다.존슨은 유준의 등 뒤로 보이는 문을 바라봤다.“일단 그 문부터 닫고 얘기해.”유준은 문을 닫은 뒤 테이블로 다가왔다.“여기서 누가 알아볼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존슨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그래도 그 이름은 다시는 언급하지 마.”유준은 존슨을 유심히 살펴봤다. 그는 존슨이 레아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 했다.레아는 그가 S국에서 만난 집주인이었다.그때 어머니가 S국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대학교 재학 중에 S국으로 떠났었다.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게 싫어서 학교 밖에 오피스텔을 하나 맡았는데, 집주인이 바로 레아였었다.레아도 꽤 고달픈 삶을 살고
존슨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더니 시선을 거두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정, 지금 내 제자의 회사를 누르려는 거야?”존슨의 담담한 어조에서 불쾌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그렇다고 할 수 있죠.”유준은 긴 다리를 꼬고 앉아 소파 등받이에 기댔다.“이유를 얘기해 봐.”“디자이너들이 명성을 쫓는 것처럼 우리 사업가들도 이익만 추구할 뿐입니다. 회사의 장래를 위한 일인데 안 될 게 뭐가 있습니까?”“다른 사람이라면 아무 말도 안 하겠지만, 내 제자를 상대하는 건 조금 지나쳤다는 생각이 안 들어?”“왜죠?”유준이 되물었다.“제자한테 그렇게 자신이 없습니까?”그러자 존슨이 웃었다.“정, 지금까지 너에 대한 기사라면 나도 많이 봤어. 교섭이라면 내가 너를 이길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회사 일을 도와달라면 충분히 도와줄 수 있어. 다만 제자를 상대하는 일이라면 나한테도 선이란 게 있거든.”유준은 천천히 테이블 위에 놓인 물컵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제자에 대한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때요?”“그럴 필요 없어. G의 실력이라면 다들 알고 있으니까.”“제자가 존슨을 뛰어넘을 실력이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지 않으세요?”존슨은 침묵을 지켰고, 유준도 더는 뭐라하지 않았다.이정도까지 얘기했는데도 만약 존슨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여기서 더 말을 많이 해도 의미가 없었다.한참 뒤에 존슨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기 시작하더니 테이블에 컵을 쾅하고 내려놓았다.“좋아, 알았어. 대신 조건이 있어!”유준이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얘기하세요.”“나한테 언제든 이 계약을 끝낼 권리가 있어!”“그리고 작업 공간도 내가 알아서 정해.”“적어도 1년은 채우셔야 합니다.”유준은 존슨의 요구를 전부 들어줄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애써 모셔온 의미가 없으니까.존슨은 한참 생각해보더니 대답했다.“좋아. 원고 재촉하지 마.”“최소한 2개월 내에 디자인 초안은 제출하셔야 합니다.”“문제없어.”오후.하영은 아크로빌로 돌아와 간단히
진석은 세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세희야, 나 보고싶지 않았어?”세희는 신나는지 두 다리를 흔들며 대답했다.“보고싶었어요! 엄청 보고싶었어요!”세준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웃었다.“그런데 왜 한 번도 진석 아빠 얘기를 하는 걸 못 봤지?”세희는 얼른 고개를 돌려 세준을 째려봤다.“오빠는 마음으로 보고싶어하는 게 어떤건지 모르지?”‘정말 얄밉다니까!’세희는 속으로만 중얼거렸다.진석은 두 녀석 덕분에 웃음을 터뜨렸다.“이따가 학교에 갈건데 긴장되지 않아?”세준은 의자에 편안히 기대 앉으며 입을 열었다.“저는 괜찮은데 세희는 긴장할 것 같네요.”그러자 세희가 코웃음을 쳤다.“나 그런 겁쟁이 아니야!”“글쎄?”세준의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두 귀염둥이를 바라보며 그간의 속상했던 일들이 전부 사라지는 것 같았다.하영은 시선을 거두고 고지훈 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다.[원장님, 혹시 지금 학교에 계신다면 애들을 데리고 잠깐 만나뵙고 싶어요.]문자를 보내자마자 원장한테서 답장이 날아왔다.[강 대표님, 언제쯤 도착하세요?]하영은 시간을 확인했다.[2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네 그럼 학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2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차는 청담 국제 학교 앞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세희의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우와, 엄마! 여기 학교 너무 예뻐요! 우리가 다니던 유치원보다 훨씬 커요!”하영도 웃으며 부지 면적이 엄청 큰 학교를 바라보았다. 전부 유럽 양식의 건축이라 싫어하는 애들이 없을 것이다.하영은 세희의 손을 잡고 물었다.“세희야, 마음에 들어?”“네!”세희가 흥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마음에 들어요!”그에 비하면 세준은 가만히 있었다.세준은 사영의 곁에 서서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금빛으로 된 교문을 살펴보았다.엄마가 희민이를 자주 만날 수 있게 하려면 반드시 이 학교에 입학해야 했다.곧 원장님이 하영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하영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