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인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누군 잡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나 하나만 더 도와줘.”양다인의 말에 희원은 미간을 찌푸렸다.“또 도와달라고?”그러자 양다인이 슬며시 입꼬리를 올렸다.“아직 한 주가 지나지 않았다는 거 잊지 마. 네 아빠 아직은 집에서 기다리고 계시잖아.”소희원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그 일로 자꾸 협박할 생각하지 마!”예전에 정주원을 도와준 것도 유준한테 미안해 죽을 것 같은데, 양다인이 만약 이번에도 유준한테 불리한 일을 시킨다면 절대로 들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내 동생을 협박할 리 없잖아.”양다인은 희원의 어깨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나는 그냥 어떻게 하면 정주원을 내 남자로 만들 수 있는지 몰라서, 대신 좋은 방법 좀 생각해 달라고 부탁하려던 거였어.”희원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유준 오빠를 상대하려는 게 아니고?”“지난번에도 유준 씨한테 불리한 일은 안 했잖아. 나는 그저 주원 씨를 돕고 싶을 뿐이야.”양다인의 말에 희원이는 그제야 적개심을 내려놓았다.“정주원한테 뭘 하려고?”“너 어차피 지금 출근하는 것도 아니니까 나 좀 도와서 정주원과 강하영의 관계를 알아봐 줘.”“강하영?”희원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강하영은 이미 죽었잖아?”희원은 분명 사촌오빠한테서 하영이 죽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안 죽었어. 죽은 척한 거지!”희원은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희원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 양다인이 또 말을 이었다.“정주원과 강하영이 지금 엄청 가깝게 지내는 것 같은데, 네가 나 좀 도와서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지켜봐 줘.”양다인이 직접 나서는 건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게다가 정주원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면 그녀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니, 지금 가장 적합한 사람은 소희원밖에 없었다.희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유명한 여성 기업
희원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하영을 언급하자니 조금 민망했다.예전에 철이없을 때 강하영을 욕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네.”희원의 자신 없는 목소리에 서주희도 뭔가 눈치챈 듯싶었다.“희원아, 사람이란 성장하기 마련이야. 너도 이젠 예전보다 많이 성숙해진 것 같으니까 엄마가 하나만 부탁할게. 괜찮지?”“말씀하세요.”“엄마 대신 강하영을 좀 지켜봐 줘. 그리고 지금 네 오빠랑 어떤 사이인지도 알아보고.”“알았어요. 마침 양다인도 강하영을 지켜봐 달라고 했거든요.”“왜 너한테 그런 일을 시켜?”서주희가 미간일 찌푸리며 물었다.희원은 양다인이 아빠의 회살일로 자신을 협박했던 사실부터 시작해서 강하영과 정주원 사이에 있었던 일까지 빠짐없이 서주희에게 얘기했다.그러자 서주희는 그저 가볍게 웃었다.“마음이 무겁고, 질투심에 오만하기까지 한 사람은 절대 소주영의 딸일 리가 없어. 다만 증거를 찾기 전까진 좋은 사이를 유지하도록 해.”“엄마, 저는 그 여자가 싫어요. 그냥 이유도 없이 싫다니까요!”“싫은 것도 일종의 동기부여가 될 수 있잖아.”서주희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을 이었다.“양다인의 약점을 잡기 전까지 참는 것도 중요해.”희원은 꽤 많은 것을 깨달았다.“알았어요, 엄마.”오전 9시.희원은 마스크와 모자를 꾹 눌러쓰고 병원에 나타났다.그리고 양다인이 알려준 대로 하영과 정주원의 병실 앞에서 한 바퀴 돌아보고 양다인에게 문자를 보냈다.“두 사람 아직 만나지 않았어. 마주치면 얘기할게.”그리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은 뒤 적당한 곳에 앉아 기다려보기로 했다.하영의 병실.존슨은 밤새 디자인을 완성한 뒤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드디어 끝났어!”그때 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던 하영이 존슨의 디자인을 보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스승님, 정말 이걸 제출할 생각이에요?”“왜? 내 디자인에 의견 있어? 나는 이대로 내보낼 생각이야!”“…….”디자인이 조금 거칠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매우 독특하고 세부적인
정주원도 유준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기 곁에 서 있을 때,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통에 일그러진 얼굴과 슬픔에 허우적대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주원은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셋째는 정말이지 흥분을 주체할 수 없게 하는 존재라니까!’하영은 주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상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머리에 소름이 쫙 끼치는 동시에 바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사이코…….’‘맞아, 바로 이 단어야.’비록 남자의 얼굴에서 약간의 감정 변화도 느낄 수 없었지만, 그 느낌만은 확실히 전해졌다.하영은 역겨움을 겨우 참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렇게 하죠.”두 사람의 대화는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희원이 전부 듣고 있었다.‘지금 유준 오빠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정주원한테는 이유가 있다지만, 강하영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지?’‘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에?’희원은 생각을 하며 이 일을 양다인에게 알렸다.소식을 접하게 된 양다인은 미간을 찌푸렸다.‘정주원 씨 혹시 강하영을 이용해 유준 씨를 상대하려는 건가?’양다인은 입술을 깨물었다.‘15년간 해외에서 지내면서 정유준을 원망하게 된 건가?’‘아니! 혹시 정주원이 김형욱일 가능성은?’김형욱은 강하영에게 손을 쓰려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유준을 노린 행동이었다.게다가 정주원도 지금 유준에 대한 진짜 태도를 보여줬으니…….사소한 일들이 떠오를수록 양다인은 점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안 돼, 당장 알아봐야겠어!’양다인은 누군가를 떠올리고 바로 휴대폰을 들어 연락처를 찾기 시작했다.다름 아닌 예전에 양다인을 도와줬던 MK의 기술팀 직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사람 한 명 알아봐 줘! 알아내면 삼천오백만 원 줄게!]지금 양다인에게 돈은 중요하지 않았다.중요한 건 정주원이 바로 김형욱이 옳은지 아닌지에 대한 사실이었다.만약 사실이라면 반드시 빠르게 정주원을 자기 남자로 만들어야 했다.그래야만 상대방 손에 있는 본인의 약점이 새어
겁에 질린 듯 뒤로 한 걸음 물러서던 양다인의 두 눈은 전혀 믿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었다.곧이어 양다인은 휴대폰을 꼭 쥐고 싸늘한 눈빛으로 병실 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정주원 씨와 강하영이 함께 있게 해서는 안 돼!’정주원이 강하영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된다면 위험한 건 본인밖에 없었다.그때 하영과 간병인이 과일을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고 순간 발길을 멈추고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하다가, 상대방이 고개를 돌리자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하영은 상대방을 향해 걸어가며 입을 열었다.“진석 씨.”부진석은 발길을 멈칫하더니 고개를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미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하영은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돌아와서 이제 나한테 얘기도 없어?”그러자 진석의 부드러운 미간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화내지 마. 너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들켜버렸네.”그 말에 하영은 그제야 감정을 눌렀다.“다음엔 미리 얘기해줘. 그래야 데리러…….”하영은 곧 본인의 상처가 아직 채 낫지 않은 것을 깨낳고 말끝을 흐렸다.부진석도 하영이 환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왜 병원에 있는 거야?”하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얘기하자면 길어. 진석 씨가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거든.”진석의 눈가에 걱정으로 한가득 뒤덮이더니 프런트에 있는 간호사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하영을 데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사무실.부진석은 문을 닫은 뒤 하영을 자리에 앉히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봐.”하영은 최대한 간단하게 지영 이모와 정창만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진석에게 얘기해줬다.진석의 눈동자는 충격에 뒤덮였고,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더니 얼른 하영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그리고 붕대로 칭칭 감긴 팔을 보고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소희원은 사무실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똑똑히 들었다.모자 아래로 희원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는데, 강하영이 아무리 이모의 딸을 닮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아무 남자나 만나고 다니는 여자라면 절대 좋아할 수 없었다.‘유준 오빠는 왜 하필 저런 여자를 좋아하게 된 거야?’희원은 사진첩을 열어 방금 찍어둔 사진을 확인했다.강하영과 정주원, 그리고 부진석이라고 부르는 의사와 있는 사진까지.희원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결국 이 모든 사진을 유준의 메일로 보냈다.점심, 난원.유준은 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희민이가 소파에 작은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유준은 희민의 곁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흔들어 깨우자, 희민은 금방 눈을 떴다.눈앞에 실루엣이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하자, 희민이는 힘없이 입을 열었다.“아빠, 다녀오셨어요?”희민은 일어나 앉으려고 했지만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잠들기 전에 많은 양의 코피를 쏟은 사실을 잊고 있었다.그러다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소파에 쓰러지듯 잠들어 버린 것인데, 지금 일어날 수 없는 것도 아마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 것 같았다.희민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고, 유준은 그런 희민의 얼굴을 응시하며 미간을 좁혔다.“희민아, 너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유준의 눈빛은 모든 걸 꿰뚫어 보는 듯했다.희민은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웠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없어요.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래요.”유준이 손을 뻗어 희민의 이마를 짚어보려 했지만, 희민이 그의 손을 피해버렸다.“저 정말 괜찮아요.”희민이 다시 한번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고, 유준의 손은 그대로 허공에 멈춰버리고 말았다.반쯤 누그러져 있는 희민의 두 눈을 보자 유준의 마음이 이상하게 쓰려오기 시작했다.‘혹시 지금도 내가 강제로 데려왔다고 화난 건가? 그 정도로 강하영 곁에 있는 게 좋아?’유준은 약간 쌀쌀맞은 말투로 물으며 손을 거두었다.“혹시 지금도 아빠를 탓하는 거야?”“아빠가 저
유준은 방금 희민의 말투에서 자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강하영이 대체 너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희민이 네가 이런 식으로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생각에 잠겨 있을 때 유준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확인해 보니 익명으로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메일을 클릭하자 정주원과 강하영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환히 웃고 있는 두 사람은 사이가 꽤 좋아 보였다.그 사진을 보는 순간 유준은 온몸의 기운이 폭발할 것만 같았고, 검은 눈동자엔 더욱 짙은 분노가 감돌았다.‘강하영이 왜 정주원과 함께 있는 거지? 인터넷 기사도 안 봐? 아니면 정주원이 또 이상한 얘기를 한 거 아냐? 어떻게 이런 비열한 인간한테 접근할 생각을 다 하지?’유준의 머릿속에 갑자기 정주원이 했던 얘기가 떠올랐다.그가 강하영을 건드릴 뿐만 아니라 어머니를 괴롭혔던 것처럼 똑같이 괴롭히면서, 자기 앞에 무릎을 꿇게 하고 자기 노예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했었다.유준은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차면서 나머지 사진은 보지도 않고 바로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고 하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준이 먼저 화난 어조로 물었다.“왜 정주원이랑 같이 있어?”그 말에 하영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지금 갑자기 전화해서 밑도 끝도 없이 이게 무슨 밀이야?’하영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정유준 씨, 내가 누구랑 있던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유준이 크게 분노하며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정주원이 어떤 인간인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주제넘다는 생각 안 해요?”하영이 되물었다.“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제가 알아서 판단하니까, 유준 씨가 얘기할 필요는 없어요.”“그렇게도 남자가 부족해?”유준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맞아요! 남자도 부족하고, 남자가 없으면 죽을 것 같아요. 이제 원하는 대답 들어서 속이 시원해요?”“다른 남자는 만나도 상관없지만 정주원은 절대 안 돼!”“제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하영은 피식 웃었다.“제가 누
현욱은 차에서 먹을것을 잔뜩 들고 내려와 인나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사과하러 왔어요.”인나는 주머니를 힐끗 쳐다봤다.“내가 어떻게 감히 받을 수 있겠어? 괜히 받았다가 누가 이용할지 어떻게 알아요?”현욱은 손을 축 늘어뜨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인나 씨, 그동안 귀찮게 하지도 않았잖아요. 너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말고 내가 다 설명할게요.”“설명?”인나는 피식 웃었다.“아직도 설명할 게 남았어요? 배현욱 씨, 이제 좀 솔직해지는 게 어때요?”“뭘요?”인나는 싸늘한 눈빛으로 현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정유준을 도우려고 나한테 접근했잖아요!”그때 현욱의 눈빛에 미안함이 스쳤다.“처음엔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짜악- 현욱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인나는 그의 뺨을 때렸다.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두 아이의 눈이 휘둥그레 졌다.“이, 이모도 참 대단한 걸!”세희가 혀를 내둘렀다.“…….”세준은 나중에 절대 이런 여자친구를 찾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현욱은 순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인나를 쳐다봤다.“왜 나를 때리고 그래요?”인나는 눈시울을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배현욱 이 나쁜 자식! 처음부터 나한테서 뭔가 알아내려고 접근했다가, 나중에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나 이용했잖아요! 나를 좋아한 적도 없으면서 왜 나한테 접근한 거죠? 당신을 사랑해서 함께 있을 수는 있어요. 그런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불순한 의도를 갖고 나한테 접근했다는 거예요!”인나의 우는 모습에 현욱은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인나 씨, 내 얘기 좀 들어봐.”현욱은 마음이 다급해졌다.“인나 씨를 책임지려던 것도 사실이고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하려고 한 것도 사실이에요. 유준이 그간 얼마나 힘들게 보냈는지 알잖아요. 인나 씨도 친구를 도와주고, 나도 내 친구를 도와주려한 게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지금도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인나는 거칠게 눈물을 닦아냈다.
인나는 바로 눈물을 닦고 울적한 말투로 물었다.“다 봤어?”세희가 앞으로 나서며 인나의 손을 꼭 잡아줬다.“이모, 울지 마세요.”“울게 놔둬.”세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준이 입을 열었다.“며칠이나 참았을 거야.”인나는 억울하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역시 네 놈은 나를 많이 아끼고 있었구나.’막 입을 떼려 할 때 세준이 입꼬리를 올렸다.“마침 나도 울면 못생겨지는 사람을 더 구경하고 싶거든.”그 말에 인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나를 얘기하는 거야?”세준이 무시하는 눈빛으로 인나를 쳐다봤다.“울던 기억마저 사라졌나 보죠?”인나는 이를 악물었다.“너 이자식이 진짜!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이모, 왜 사람을 때리고 그래요!”세준은 일부러 겁에 질린 척하며 도망가기 시작했다.세준이 약 올리자 인나는 어느새 배현욱은 까맣게 잊어버렸다.세희는 작은 머리를 갸웃거렸다.‘오빠는 지금 이모를 위로하는 거야, 아니면 놀리는 거야?’몇 초간 생각해 보던 세희는 작은 머리를 가로 저었다.‘됐어.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네.’그리서 세희도 인나랑 함께 세준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저녁.잠에서 깬 존슨은 대충 세수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하영은 노트북을 열어 사이트에 접속했다.사이트에 올라온 한 작품은 스승님 작품이고, 다른 디자인은 본 적이 없었고 아래 서명도 없었다.다만 디자인 스타일이 어딘지 아주 익숙해 보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면이 익숙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투표가 이미 시작되었고 현재 스승님의 과장된 디자인은 몇십 표밖에 얻지 못햇지만 다른 의상은 반 시간 만에 3천 표가 넘었다.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