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부장, 왜 대답이 없어요?”“완공되려면 적어도 한 달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캐리는 미간을 찌푸렸다.“한 달이면 많은 건 아니네요. 저쪽 공장 측에서 시간을 일주일 줬는데, 이제 그 나머지 시간이 문제네요!”수진은 침묵을 지켰고, 캐리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무실에 들어간 뒤 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하영이 다급한 어조로 물었다.“캐리, 공장에 재고는 확인했어?”“물어봤는데 지금은 재고가 아예 없대! 회사 주문량이 지금 너무 많아!”하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꾹꾹 눌렀다.주문량이 너무 많이 골치가 아프긴 또 처음이었다.현재 공장 상황에 대해서 현욱한테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캐리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누웠다.“G, 언제쯤 돌아올 수 있어? 네가 없으니 불안해.”하영은 자기 몸에 난 상처들을 둘러봤다.“일주일은 걸릴 거야…….”“아직도 일주일이나 걸려? 공장 사장과는 연락해 봤어? 뭐라고 얘기해?”“아직 소식이 없어.”“젠장!”캐리는 저도모르게 욕설을 퍼부었다.“지금 우리랑 장난해?”“그런 건 아닐 거야.”하영은 나름 분석하기 시작했다.“계약서에 분명 위약금은 3배라고 적혀 있거든. 우리를 갖고 놀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팔 수는 없겠지.”“그렇다면 우리랑 해보자는 거네!”캐리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맞아. 공장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일주일만 시간을 줄 수 있다고 했지?”“그래! 그런데 일주일 안에 공장을 찾는 게 그리 쉬운 줄 알아? 지금 우리 원단은 완전히 자급자족 상태인데 공장을 찾으려면 반드시 방직 라인과 의류 생산 라인을 같이 찾아야 하잖아!”하영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그래.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알았어.”전화를 끊은 뒤 하영은 또다시 몸에 감겨있는 붕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휴대폰을 꺼내 다른 의류 공장 사장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보려 할 때,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세요.”“강하
비에파 회사의 의류 공장은 김제에서 세 번째로 큰 공장으로, 생산 속도도 빠른 동시에 방직 라인도 갖추고 있었다.그러니 오늘 밤 반드시 구만욱에게 도움을 요청해 이번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오후 4시.하영은 간병인에게 옷장 안에 옷을 전부 꺼내달라고 했고, 간병인은 하영이 옷을 갈아입는 걸 도와주며 물었다.“강하영 씨, 몸이 채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퇴원하시려고요?”“네, 잠시 일 때문에 나가봐야 하거든요. 만약 의사 선생님이 묻는다면 집에 뭐 좀 가지러 갔다고 전해 주세요.”“꼭 가야 해요?”간병인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상처가 벌어지게 되면 다시 꿰매야 할지도 몰라요.”그러자 하영이 가볍게 웃었다.“그냥 접대일 뿐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접대요? 강하영 씨,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돼요!”“네, 안심하세요. 저도 속에 숫자가 있어요.”간병인은 하영이 결심을 굳힌 것을 보고 더 얘기를 하지 않았고, 하영이 옷을 갈아입고 병실을 나선 뒤에야 소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소예준도 전화를 받지 않으니, 간병인도 더 신경쓰지 않았다.하영이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고, 문이 열리니 똑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던 중주원을 마주쳤다.주원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웃으며 물었다.“벌써 퇴원해도 괜찮아요?”하영은 엘리베이터에 들어서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네.”“보아하니 퇴원 수속도 밟지 않고 몰래 빠져나가는 모양이네요.”하영은 눈은 웃지 않고 입꼬리만 올린 채 주원을 바라보았다.“괜한 오지랖을 부리는 것 같네요.”그러자 주원이 미소를 지어보였다.“같이 입원해 있는 동료 환자지간의 관심이라고 해두죠.”“고맙지만 사양할게요. 그쪽 상처가 저보다 더 심해 보이거든요.”“지금 제 상처를 걱정해 주는 겁니까?”“아뇨. 그냥 얘기해 본 거예요.”“강하영 씨는 정말 직설적이네요.”“모르는 사람에게 관심을 나눠줄 정도로 여유롭지 못 해서요.”하영의 말이 끝나자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주원은 손을 들었다.“
현욱은 사진을 다시 서류 봉투에 넣은 뒤 천천히 손을 내렸다.“미안. 이 일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게.”현욱은 유준의 입장에서 고려해 봐야 했다.만약 이 일이 현욱한테 일어났다면, 어쩌면 그도 인나를 의심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기 어머니의 참혹한 모습을 지켜봤을 유준의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자신의 친어머니가 눈앞에서 피투성이 된 채 죽어있다면, 누구라도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유준은 서랍을 잠근 뒤 자리에서 일어나 시계를 확인했다.“또 할 얘기 있어?”“너랑 점심 같이 먹으려고 했지. 어디 나가려고?”“접대가 있으니 그만 돌아가 봐.”“그래, 알았다.”5시 30분.하영은 블랑제리 레스토랑 아래에 도착했다.올라가기 전 하영은 인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라도 접대가 늦어져 애들과 전화통화하기로 약속한 시간에 맞출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인나가 우울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하영아.”하영은 인나의 목소리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채고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목소리가 왜 그래?”인나는 약간 자책하는 하는 것 같았다.“하영아, 무슨 얼굴로 너를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공장에 대한 사실 나도 들었어. 그게 MK의 의류 공장이래.”혹시 인나에게 무슨 일 생긴 건 아닐까 걱정했던 하영은 그제야 안도하며 위로를 건넸다.“걱정할 필요 없어. 위약금 받아내서 다른 공장을 찾으면 한 달은 충분히 버틸 수 있어.”“진짜야?”“그럼. 걱정할 필요 없다니까. 애들은? 곁에 있어?”다급히 묻는 인나의 말에 하영이 웃으며 답해줬다.“금방 유치원에서 돌아왔어. 잠깐 바꿔줄까?”그러자 하영은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응, 몇 마디만 할게.”인나는 계단 입구에서 위층을 향해 소리쳤다.“세희야, 세준아. 엄마한테서 전화왔어!”곧 전화기 너머로 애들이 급하게 계단을 뛰어내려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엄마!”울먹이는 세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보고 싶어요.”세준도 곁에서 한 마디 보탰다.“엄마
하영이 모르고 있었던 사실은 그 모습을 마침 유준과 허시원이 보게 됐다는 것이다.허시원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방금 저 분 강하영 씨 같은데요.”“그래.”유준은 약간 어두운 눈빛으로 대답했다.“강하영 씨 지금 입원 중인 거 아니었어요? 왜 여기로 온 거죠? 지금 몸상태로 술을 드시면 안 될텐데.”허시원이 질문을 늘어놓자 유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눈으로 시원을 쳐다봤다.“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가서 물어보지 그래?”시원은 그제야 괜한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시선을 거두었다.“죄송합니다, 대표님.”유준은 그대로 하영의 건너편 방으로 들어갔다.같은 시각, 303호 룸.하영은 구만욱과 악수를 한 뒤 자리에 앉았다.“구 사장님, 제가 사장님이 좋아할만한 술을 가져왔어요.”하영은 술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웨이터에게 술을 열어달라고 하자, 구만욱은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역시 강 대표는 시원시원하다니까. 이 술은 내가 평소에 아까워서 마시지 못 하던 술이었는데.”그러자 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구 사장님은 농담도 잘 하신다니까요. 사모님한테 들었는데 캐비닛에 좋은 술이 참 많다고 하던데요.”‘사모님’이란 단어에 구만욱의 웃는 얼굴이 조금 부자연스러워졌다.“그냥 전업주부가 뭘 알겠어요?”웨이터가 술 두껑을 따주자 하영은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구만욱에게 술을 따랐다.“구 사장님, 간만에 뵙는데 제가 방금 말실수를 한 것 같네요. 부디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하영은 일부러 그런 말을 했던 것이다. 구만욱은 김제에서도 변태로 명성이 자자했으니까.당신 아내의 연락처도 갖고 있으니 너무 지나치게 굴지 말라고 경고하는 셈이었다.구만욱은 하영이 직접 술까지 따라주며 좋은 태도를 보이자 웃으며 답했다“이런 사소한 일로 내가 강 대표한테 화 낼 것 같습니까?”말을 하며 구만욱은 자기 손을 술잔을 건네던 하영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안 그래요?”그러자 하영의 몸이 살짝 굳더니 교묘하게
그런데 구만욱의 손은 하영의 어깨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나는 말이죠 기분 좋게 술을 마신 뒤에 사업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그 뜻을 모를 리 없는 하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녀가 술에 취하면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되면 그 어떤 부탁도 다 들어주겠지.하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구 사장님도 저희 회사 사정을 잘 알고 계실 거예요. 지금 제 사정은 공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은 것입니다. 구 사장님도 겪어봐서 아실 테지만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해결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시잖아요. 이번만 함께 일하게 되면 앞으로 서로 돕고 발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기회 아닐까요?”구만욱은 하영의 어깨에 걸친 손을 조금씩 움직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강 대표님, 우리 회사는 지금 아주 순조롭게 잘 돌아가고 있어요. 문제에 부딪친 건 내가 아니라 강 대표잖아요.”구만욱이 하영의 곁으로 바짝 붙어 하영의 얼굴에 술냄새를 풍겼다.그는 손을 뻗어 하영의 들어올렸는데, 눈빛에 드리운 욕망의 빛이 서서히 강해지기 시작했다.“부탁을 하려면 그럴 듯하게 해야죠.”하영의 눈빛이 서늘하게 식어갔다.“구 사장님께서 함께 일할 의사가 없으시면…….”쾅!하영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누군가 방 문을 세게 걷어찼다.두 사람이 깜짝 놀라 고개를 쳐들자, 유준이 싸늘한 기운을 풍기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구만욱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손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정, 정 대표님? 대표님께서 왜 여기…….”구만욱의 말이 끝나기 전에 유준은 그의 멱살을 잡고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하영은 깜짝 놀라 토끼 눈이 되었고, 정유준이 대체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미처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유준은 또 발을 들어 구만욱의 배를 세게 걷어찼다.구만욱은 고통스러운지 연신 소리질렀다.“정 대표님! 할 말이 있으면 좋게 얘기로 하시죠. 제발 때리지 마세요!”유준은 곁눈질로 허시원을 향해 입을
유준의 마음이 어쩐지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내 어머니 일에 대해서, 아직 설명하지 않았잖아!”“설명이요?”하영은 피식 웃었다.“좋아요! 해드리죠!”하영은 유준을 향해 턱을 쳐들더니 그의 손바닥을 끌어다 자기 목에 올려놓았다.“설명은 여기 있으니까 원하면 가져가세요!”손끝으로 하영의 뜨거운 체온이 느껴지자 유준의 침울한 눈동자가 가늘어지기 시작했다.“강하영, 나 자극하지 마!”“자극?”하영의 목소리는 약간 떨리고 있었다.“그렇게 한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잖아요! 정유준 씨, 그렇게 제가 한 짓이라고 단정한다면 차라리 저를 죽여요! 내 목숨따위 필요없다는 얘기는 그만하고! 몇 번이고 당신한테 의심받을 바에야 차라리 당신 손으로 죽여서 어머니 옆에 보내지 그래요? 제가 당신 어머니를 해쳤다고 직접 인정하길 원하시잖아요. 잘 들어요. 제가 일부러 그랬어요. 됐어요? 제가 일부러 당신한테 복수하려고 당신 어머니를 해친 거라구요. 당신이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요. 이제 만족해요?”하영은 말끝마다 유준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유준이 몇 번이고 그의 어머니를 언급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하영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그의 어머니가 돌아간 뒤에도 전혀 나아진 적이 없었다. 그녀도 이제 지쳤으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닥쳐!”유준은 당장이라도 하영의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손을 거두어 들이려 했지만, 하영이 그런 그의 손을 꽉 잡았다.어쩌면 취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하영은 이때 거의 이성을 잃은 듯 했다.“정유준 씨, 차라리 절 죽여줘요!”화가 잔뜩 나 있는 유준의 눈은 점점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닥쳐! 닥치라고 했잖아!”“어차피 저한테 믿음이 없잖아요. 그럼 이렇게 괴롭히지 말고 통쾌하게 죽여주세요!”하영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유준을 향해 실망스럽다는 듯 소리질렀다.이어 유준의 손이 움츠러 들더니 빠르게 하영의 목을 잡아 당긴 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한차례
소예준은 3층에 도착하자마자 303호로 향하고 있는데, 다른 방에서 책상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하영을 발견하고 얼른 겉옷을 벋어 하영의 몸에 덮어주었다.하영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가 소예준을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하영은 퉁퉁 부은 눈을 숨기려 했지만 결국 예준의 눈에 띄고 말았다.“하영아, 왜 울었어?”예준이 몸을 숙이고 묻자 하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거짓말을 했다.“상처가 벌어져서 너무 아파서 울었어.”하영은 정유준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예준이 또 당장 유준을 찾아가 싸울지도 모른다.하영의 말에 예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자, 병원에 데려다 줄게. 다음부터 무슨 일이 있든 말도 없이 빠져 나오면 안 돼.”예준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엔 절대 거절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알았어.”하영이 몸을 일으키며 대답했다.소씨 집안.양다인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소백중을 끌고 함께 바둑을 두자고 했다.그러자 소백중은 껄껄 웃으며 물었다.“오늘따라 무슨 바람이 불어서 나랑 바둑을 두려는 게야?”양다인은 소백중에게 차를 따라주며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동안 제가 걱정 많이 끼쳐드렸죠? 차라리 할아버지께 폐를 끼쳐드리기 보다 국제 아파트로 돌아가 지내려고요.”소백중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얘가 지금 무슨 소리르 하는 거야? 집에 지낼 곳도 많고 돌봐줄 사람도 있는데 왜 굳이 나가서 살겠다는 거야?”양다인은 차를 따라 소백중 앞으로 내밀었다.“할아버지, 저는 그저 짐덩이잖아요.”“네가 왜 짐덩이라는 거야?”소백중은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설마 또 누가 너 괴롭혔어?”그러자 양다인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서요.”“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소백중이 굳은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놓자 양다인은 고개를 푹 숙였다.“할아버지, 삼촌네 식구들이 금방 돌아왔는데, 저를 반기지 않는 것 같아서요. 오빠가 지금 회사
소백중은 약간 의외라는 얼굴로 양다인을 힐끗 쳐다보며 흡족하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소진호도 양다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따로 고맙다는 인사를 더 전하지 않았다.이번 일은 이렇게 결정되고 부부는 소백중과 몇 마디 더 나눈 뒤 방으로 돌아갔고, 그때 소희원이 방문을 열며 물었다.“아빠, 방금 양다인이 불러서 무슨 얘기 했어요?”소진호는 복도를 한번 살핀 뒤 문을 닫고 대답했다.“양다인이 할아버지한테 나 회사로 복귀시켜달라고 하더구나.”그 말에 소희원은 깜짝 놀랐다.‘양다인의 몇 마디 말에 해결될 문제였다고?’서민희도 의자에 앉으며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여보, 당신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해요?”“글쎄, 난 여전히 그 애가 내 동생의 딸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아빠, 할아버지도 인정하셨고, 친자확인도 다 했는데 두 분이 아니라고 생각하셔도 소용없잖아요!”서민희는 바보 같은 딸을 보며 입을 열었다.“희원아, 너는 괜히 이번 일에 끼어들지 말고 어서 네 방으로 돌아가.”소희원은 입술을 달싹이며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그저 고개를 끄덕인 뒤 방으로 돌아갔다.문을 닫은 뒤 소진호가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여동생은 생전에 고지식한 성격이라 말을 빙빙 돌려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 게다가 어떤 일로 누구에게 비위를 맞춰주는 법도 없었는데, 양다인 저 아이의 성격은 내 여동생이랑은 완전히 달라!”서민희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네, 그래도 이번에 어렵게 회사로 복귀하게 됐으니 반드시 예준이를 도와 회사 일을 잘 처리해 줘요. 어쨌든 우리가 빚진 건 사실이니까요. 우리가 제때 아버님을 말렸으면 아가씨와 서방님도 그렇게 목숨을 잃지 않았을 거예요.”소진호는 서민희의 손등을 다독였다.“양다인이 저렇게까지 호의를 보이는데, 우리도 그럴듯하게 대응해 줘야겠지.”“알았어요. 당신은 안심하고 회사 일에 집중해요. 양다인은 집에서 내가 잘 지켜보고 있을게요. 만약 소씨 집안의 재산을 노릴 것 같으면 바로 당신한테 얘기할게요.”“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