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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완공 시간

배현욱이 별장을 뛰쳐나간 뒤 유준의 얼굴에 차가운 조소가 떠올랐다.

유준이 증거를 찾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증거는 일이 터지기 전날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다음날.

밤새 증거를 찾은 현욱은 금방 침대에 누웠을 때 인나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현욱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잠시 생각해 보고 전화를 받으려고 했는데 그만 손가락이 미끄러지며 통화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배현욱 씨! 어떻게 됐어요? 어제 밤새 소식이 없더니, 해명 하나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전화기에서 인나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고,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나 앉은 현욱의 미간엔 피곤이 가득 쌓여있었다.

“일단 침착하고 내 얘기부터 들어봐요.”

현욱의 잠긴 목소리에 인나의 화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 봐요.”

현욱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입을 열었다.

“인나 씨, 우선 사과할게요. 사실 그건 내 공장이 아니에요.”

“뭐라고요?”

인나가 새된 소리를 질렀다.

“현욱 씨 공장이 아니라니, 처음에 분명 현욱 씨 거라고 했잖아요!”

현욱은 더 숨기고 싶지 않았다. 이번 일은 그 기자만 찾으면 해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 기자는 진작에 도망쳤는지 종적을 감췄다.

휴대폰 번호도 바꾸고 가족들마저 전부 데리고 떠난 모양이었다.

마치 배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이 일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약간의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건 유준의 공장이에요. 처음부터 정유준이 나한테 그 공장을 하영 씨한테 임대하라고 부탁했거든요.”

그러자 인나는 피식 웃었다.

“만약 정유준이 환불해 준다고 하지 않았으면, 나한테 이 사실을 평생 숨길 생각이었어요?”

“유준의 어머니한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정유준이 왜 강제로 공장을 비워달라고 하겠어요?”

“그게 하영이와 무슨 상관이죠? 이미 충분히 자책하고 있는 애한테 대체 어떻게 할 생각인데요?”

“나도 아무 상관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그래서 밤새 단서를 찾아봤어요.”

“그래요? 그래서 알아낸 거라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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