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 씨는 사람을 관심해 줄 줄 알잖아. 계속 하영 씨 곁에 있었는데 수진 씨를 관심해 준 적 없어? 아니면 다른 사람이 관심해 주는 게 싫어? 자기를 챙겨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저는 필요 없어요!”지영이 몇 마디 줄줄 읊었지만 임수진은 단 한마디만 내뱉었다.수진의 보기에 하영이 자신을 관심해 주는 건, 하영의 부하이자 또 하영을 위해 중요한 것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만약 능력이 없었다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겠지!’게다가 수진은 그런 가식적인 것들을 필요 없었다.그러자 지영이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필요한 거야. 수진 씨도 사람이고 게다가 좋은 사람이잖아. 좋은 사람은 늘 즐거워야지.”그 말에 임수진은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제가 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죠?”그러자 지영이 태블릿을 들었다.“나한테 이걸 줬잖아.”수진은 그것을 힐끗 쳐다보고 속으로 피식 웃었다.‘고작 태블릿을 전해줬다고 좋은 사람이야? 순진하네.’수진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그 뒤로 수진은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머리에는 자꾸만 지영의 말이 끊임없이 맴돌았다.점심시간 전.하영은 임수진을 사무실로 불렀고, 수진이 들어서자 하영이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임 비서, 아침에 어제 회의록 나한테 보내지 않았지?”그러자 수진이 눈을 내리깔고 조금은 쌀쌀맞은 어조로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제가 소홀했습니다.”하영은 수진을 잠시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괜찮아. 요즘 여기저기 업무가 많아서 피곤했을 거야.”수진은 침묵을 지켰는데, 머릿속에는 또다시 지영의 말이 맴돌았다.하영은 손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거의 점심시간이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갈까? 수진 씨한테 할 얘기도 있거든.”“네.”11시 30분.하영은 지영과 수진을 데리고 회사 맞은편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룸에 자리 잡은 후 하영은 계약서 하나를 꺼내 수진에게 건네주었다.“확
반나절 만에 TYC의 예약은 MK의 두 배를 넘어섰다.이 사실은 패션 업계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고, 모두가 MK가 패션업계의 선두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추측하기 시작했다.기자가 TYC로 달려와 하영과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어 했고, 인터뷰를 받아들인 하영은 또 다른 비서인 소정에게 기자와 인터뷰 시간을 조율하라고 한 뒤 응접실로 향했다.하영이 들어오는 것ㅇ르 보고 기자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하영에게 악수를 청했다.“강 대표님, 오늘 실례했습니다.”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으니까 앉으세요.”기자와 하영은 함께 자리에 앉았고, 기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따 녹화가 시작되면 생방송이라 중도에 끊을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미리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던 하영은 약간 미간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기자는 카메라맨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정식으로 인터뷰가 시작되자 기자가 질문하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TYC를 설립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매출이 MK를 훨씬 넘어섰는데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MK는 의류 사업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TYC와 MK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그리고 TYC가 오늘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건 모두 여러분의 지지와 관심 덕분이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정말 겸손하시네요. 강 대표님, 궁금한 점이 하나 있는데 왜 모든 가격이 55,000원으로 책정한 겁니까? 제가 알기로 옷감 가격이 비싸다고 알고 있거든요.”“저는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회사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모두가 제가 디자인한 의상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을 수 있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기자가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을 계속했다.“강 대표님에게 두 아이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미 가정도 있으면서 왜 MK대표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시는 겁니까?”하영은 고개를 들어 기자를 쳐다봤다.‘왜 이런 날카로운 질문을 먼저 상의하지 않은 거지? 정말 무례하기 그지없네.’하영은 화를 참으며 싸늘
현욱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으며 휴대폰을 들고 뛰어 들어왔다.“유준아! 이거 봐봐. 강하영 씨가 지금 인터뷰 중인데 웃겨 죽겠다니까. 글쎄 네가 질척…….”현욱의 미소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현욱은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음울한 표정을 하고 있는 유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의 싸늘한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는데 당장이라도 자신을 베어버릴 것 같았다.현욱의 시선이 유준의 손에 있는 태블릿으로 향했다.‘젠장, 폭탄을 밟았네!’유준은 화난 얼굴로 현욱을 쏘아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이게 웃기단 말이지?”그러자 현욱은 바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전혀 웃기지 않아! 하나도 안 웃겨! 강하영 씨 정말 너무하네! 유준이 네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아무리 회사 이미지 때문이라고 해도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지!”현욱은 유준의 곁으로 다가가며 계속 말을 이었다.“유준아, 잘 생각해봐야 돼! 하영 씨는 너한테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차라리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하영 씨를 약 올리는 거야!”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현욱이 얘기한, “회사 이미지”를 곱씹어보기 시작했다.‘어쩌면 기자 질문이 지나쳐서 일부러 그렇게 대답했을지도 몰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다른 말로 넘어갈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질척댄다는 단어를 쓴 거지?’유준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현욱에게 물었다.“여긴 왜 온 거야?”“당연히 병문안 온 거지 왜 왔겠어?”그러자 유준이 피식 웃었다.“죽을 정도 아니니까 그만 꺼져줘!”현욱은 얼른 침대 곁에 앉았다.“싫어. 혼자서 많이 외로울 텐데 친구로서 당연히 곁에 있어 줘야지. 참, MK와 관련된 의류 사업은 어떻게 할 거야? 강하영 씨 쪽에 기세가 너무 대단한데? 그런데 이상한 게 어떻게 부정적인 기사가 하나도 없을 수 있지?”현욱의 말에 허시원이 속으로 묵묵히 대답했다.‘그건 대표님께서 강하영 씨한테 걸리적거리는 사람들을 전부 치워드린 덕분이죠.’유준은 태블릿을
하영이 막 입을 떼려고 할 때 유준이 또 물었다.“강하영, 나한테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맹세할 수 있어?”분노가 가득 찬 말투에서 비굴함마저 느껴지자 하영은 가슴이 아팠지만, 두 사람의 악연을 언젠가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결과는 서로가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 것이다!하영은 욱신거리는 가슴의 통증을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병원에 찾아갔던 거예요. 정유준 씨, 제 맹세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중요한 건 제가 우리 감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예요, 이제 알겠어요?”“그딴 건 몰라!”유준이 크게 화를 냈다.“왜 너만 이 감정에서 멋대로 발을 빼려는 건데? 나를 대체 어떻게 생각했던 거야!”하영은 힘없이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그걸 지금 저한테 물었어요? 그럼 유준 씨는 대체 저를 뭐로 여겼는지 본인한테 물어본 적 있어요? 5년 전에 저를 당신의 정부로 여겼다가 나중에야 유준 씨를 구한 사람이 저라는 걸 알고 미친 듯이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그런데 여전히 그 사실을 몰랐다면 어땠을까요? 지금도 양다인이랑 사이좋게 지내지 않았을까요? 사실 유준 씨는 저를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모르겠어요? 유준 씨가 사랑한 건 당신을 구해준 그 여자고, 그 여자가 마침 저일 뿐이죠. 그게 다예요!”유준은 멍한 표정으로 갑자기 반박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하영이 얘기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 그녀를 포기할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유준은 온 몸에 힘이 다 빠진 듯 무기력하게 물었다.“꼭 이렇게까지 매몰차게 대해야겠어?”“네!”하영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눈물을 꾹 참고 대답했다.유준은 피식 웃었다.“좋아. 너도 내 말 잘 들어, 내 아들한테도 엄마가 필요해!”말을 마친 유준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고 하영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마지막 말이 대체 무슨 뜻이지? 지금 감정적으로 안 되니까 우리 희민이로 협박하는 건가? 기어이 두 사람을 엮어야 속이 편한 거야?’저녁.현욱은 인나와
식사를 마치고 인나는 아크로빌로 향했다.하영이 마침 애들을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려 할 때 인나의 차가 정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이모가 왔네요!”세희가 인나의 차 옆으로 뛰어갔고 차에서 내린 인나를 향해 작은 손을 쳐들었다.“이모 안아주세요!”인나는 세희를 안아 들고 작은 코를 문질러줬다.“우리 세희, 어디 나가는 길이야?”세희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랑 산책하러 가요. 이모도 같이 갈래요?”“좋아!”인나는 세희를 안고 하영의 곁으로 다가왔다.“하영아, 나도 같이 가. 마침 너한테 부탁할 일이 있어.”하영은 인나가 부탁이 있다는 말에 약간 놀라고 말았다.“그래, 가자.”산책하는 길에 인나는 애들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눈 뒤에야 하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하영아, 존슨 언니한테 연락해 줄 수 있어?”“스승님은 왜? 혹시 디자인하고 싶은 옷이라도 있어?”“그래! 현욱 씨가 나한테 옷을 제작해 주고 싶다고 했거든.”그러자 하영의 눈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약혼식? 아니면 결혼식에 입을 옷?”하영의 말에 인나는 얼굴을 붉혔다.“에이, 나도 몰라. 그냥 그 마음이 기특한 거지.”“알았어!”하영이 흔쾌히 대답했다.“지금 바로 전화해 볼게.”하영은 휴대폰을 꺼내 먼저 문자를 보냈다.“스승님, 바빠요?”펴옷에 하영은 존슨을 귀찮게 하지 않았다. 존슨이 하영에게 급한 일 없으면 안부도 묻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미리 문자를 보내면 바쁘지 않은 상황에서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것이다.문자를 보내자마자 존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는데, 전화기 너머로 존슨이 웃으며 물었다.“G, 무슨 볼일인지 짧게 얘기해 줘. 나 지금 S국에서 미팅 중이거든.”“…….”‘또 남자랑 데이트하러 가신 모양이네.’하영이 간단하게 우인나가 부탁한 사실을 전하자 존슨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사소한 일은 부탁할 필요 없어. 그런데 지금 당장은 갈 수 없을 것 같아.”하영이 인나에게 말을 전하자, 인나가 직접 전화
일요일.하영은 오늘 놀이공원으로 놀러 가기로 지영과 세 아이한테 약속한 적이 있었다.티켓을 구매한 뒤 하영은 애들과 지영을 데리고 출발했고, 도착했을 땐 시계가 10시를 가리켰다.12월이 다가오는 날씨는 춥지도 덥지도 않아 매우 편안했고, 놀이 기구도 전부 돌아가고 있었다.지영은 스텔라월드에 들어서자마자 중심에 있는 높은 관람차를 뚫어지게 쳐다봤다.하영은 그런 지영의 마음을 눈치채고 물었다.“이모, 관람차 타고 싶어요?”“응.”지영은 관람차를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예전에 누구랑 탔던 것 같은데…….”“저 알 것 같아요!”그때 곁에 있던 세희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분명 할머니 남자 친구였겠죠!”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세희야, 함부로 얘기하면 못써.”그러자 세희는 혀를 홀랑 내밀었다.“엄마, 저 할머니랑 농담한 거예요.”“남자 친구?”지영이 멍한 표정으로 되묻자 하영이 얼른 말을 돌렸다.“이모, 세희가 그냥 해본 말이에요. 관람차 타고 싶으시면 이따가 다 같이 타러 가요.”그러자 지영의 눈이 휘어지며 활짝 웃었다.“좋아. 일단 애들이 놀고 싶은 것부터 놀자!”“할머니 만세!”세희는 환호하며 지영의 손을 끌고 범퍼카 쪽으로 향했고, 하영도 세준과 희민의 손을 잡고 뒤를 따랐다.소씨 집안.양다인은 잠에서 깨자마자 기자의 전화를 받았고, 나른한 말투로 물었다.“무슨 일이죠?”“양다인 씨, 저희 쪽에서 기사로 내보낼 내용을 전부 작성했는데, 지금 발표해도 괜찮을까요?”양다인은 시간을 확인하고 하품하며 대답했다.“꽤 빠르네요. 다 썼으면 내보내면 되지 왜 전화했어요?”기자는 웃으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발표할게요.”전화를 끊은 양다인은 휴대폰에서 정유준의 사진을 찾아 손끝으로 무해할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을 그으며 탄식했다.‘유준 씨, 나 원망하지 마. 당신이 나 밀어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을 거야. 탓하려면 강하영을 탓해.’10분도 채 안 된 시간에 기자가 발표한 기
“그쪽으로 가!”유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분부했다.스텔라월드.하영은 애들 손에 이끌려 이것저것 놀이기구를 타다가 이제야 관람차 밑에 와서 줄을 섰다.희민은 고개를 들어 수백 미터 상공에 있는 관람차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이런 놀이기구는 타지 못했다.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혀왔다.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세준이 희민이에게 물었다.“희민아, 어디 아파?”그러자 희민은 억지로 고개를 저었다.“나 괜찮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희민은 배를 부여잡고 바닥에 토하기 시작했다.그 소리에 고개를 돌린 하영과 지영은 희민이 토하는 것을 발견했고, 하영은 얼른 희민을 품에 껴안았다.“희민아. 대체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희민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힘없이 겨우 한 마디를 짜냈다.“높아요…….”“높아?”세희가 고개를 들어 지금 한창 돌고 있는 관람차를 쳐다보았다.“알 것 같아요! 엄마, 희민 오빠는 고소공포증이 있는 거예요!”하영은 희민을 돌아보며 물었다.“희민아, 정말 고소공포증 있는 거야?”“네…….”희민은 고개를 떨구고 대답했다.“그럼 왜 미리 얘기 안 했어?”하영은 가슴이 아픈지 희민의 등을 토닥여줬다.희민은 입술을 깨물더니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다들 신나하는데 분위기 망치고 싶지 않았어요.”하영은 안타까운 심정으로 희민을 껴안고 달래줬다.“괜찮아. 그냥 놀이기구일 뿐이잖인데 다른 놀이기구 놀면 되지.”그때 살짝 눈을 든 희민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그럼 엄마는 괜찮으세요?”“그럼. 세희랑 세준이 그리고 할머니 셋이서 타고 엄마는 우리 희민이랑 아래서 기다리면 돼.”“희민 오빠가 안 타면 나도 타지 않을래요, 엄마!”“저도 딱히 관심 없으니 희민이 곁에 있을게요.”세희의 말에 세준도 따라 입을 열자, 하영은 조금 난처해졌다.‘그렇다고 이모를 혼자 타게 할 수는 없는데.’지영이 손을 뻗어 하영의 옷자락을 끌었다.“하영 씨는 애들이랑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
하영은 얼른 몸을 일으켜 지영 쪽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스태프가 그런 그녀를 막아서며 경고했다.“고객님, 이러시면 위험해요!”그쪽으로 갈 수 없었던 하영은 그저 지영을 향해 외칠 수밖에 없었다.“이모, 절대 문 열면 안 돼요. 거기 얌전히 앉아서 아무것도 만지지 마세요!”지영은 다 안다는 뜻으로 하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하영은 지영이 앉은 관람차를 뚫어지게 응시하다가 스태프가 재촉해서야 아래로 내려왔다.“엄마.”희민은 엄마를 너무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얼른 입을 열었다.“할머니가 아이스크림 드시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우리 사러 가요.”지금으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었기에 하영은 애들을 데리고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는 길에도 하영은 시름이 놓이지 않는지 관람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몇 분 뒤, 지영이 앉은 관람차가 제일 꼭대기에 올라가자 하영의 마음도 따라 조마조마해 났다.관람차가 바람에 흔들리기라도 하면 하영은 손발에 힘이 쫙 빠졌다.‘이모가 안에서 겁먹진 않았겠지? 아무것도 만지지 말아야 할 텐데.’관람차 안.관람차가 지면에서 높아짐에 따라 한눈에 보이는 김제의 아름다운 절경에 지영의 마음도 차분해지기 시작했다.지영은 자기와 함께 관람차에 탔던 남자가 누군지 떠올랐다.그 남자의 이름은 주진우였다.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서인지 그의 모습은 지영의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았다.지영은 천천히 눈을 감고 주진우의 다정한 말투와 행동들을 떠올렸다.그녀는 주진우와 열애 중에 함께 관람차를 타러 온 적이 있었는데, 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갔을 때 진우는 지영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그러나 바람과는 달리 주진우와 결혼 한 달을 앞두고 있을 때 정호영의 눈에 들고 말았다.상대방은 지영을 억지로 정씨 집안으로 데려가 자기와 결혼할 것을 강요했고, 따르지 않는다면 주진우를 없애 버릴 것이라고 협박했다.그 사실을 알게 된 주진우는 미친 듯이 정씨 집안에 찾아가 지영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정호영을 화나게 한 결과는 뻔했다. 주진우는 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