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웃으며 시현에게 물었다.“그럼 귀신과 사람, 어느 게 더 무섭다고 생각해요?”시현은 잠시 생각했다.“사람이 더 무서운 것 같아. 귀신은 기껏해야 우리에게 겁을 줄 뿐이지.”“맞아요. 사람의 마음은 헤아릴 수 없는 법이잖아요. 심지어 사람을 해치는 것도 다 사람이고요. 귀신은 말이에요,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사실 그들도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악귀는 예외예요.”“그럼 넌 악귀를 본 적 있어?” 시현이 물었다.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나는 지철 할아버지의 보호를 받고 자라서, 아직 악귀를 본 적이 없어요. 마찬가지로 나도 악귀와 부딪치고 싶지 않고요.”“소 눈물을 바르면 귀신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정말이야?”“네.” 세희는 눈썹을 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귀신 보고 싶어요?”시현은 무척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럼! 난 과학을 믿는 사람이지만, 오늘 네 능력 덕분에 신기한 일을 많이 안 것 같아. 기회가 된다면, 나도 널 따라 귀신을 한 번 보고 싶어.”세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소풍 가는 것처럼 말하는 거예요?”세희가 시현의 말에 웃는 것을 보고, 우빈은 심장이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괴로웠다. 하지만 아파도 그는 내색할 수 없었다.‘난 두 사람이 얘기하지 못하게 막을 입장과 자격이 없으니까.’우빈은 레몬물을 한 잔 또 한 잔 마셨고, 혀끝에서 전해오는 신 맛에 가슴이 더욱 시큰거렸다.그는 세희와 시현에게서 시선을 강제로 거두며, 자신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눈을 드리웠다.‘내가 왜 이러지? 왜 이렇게 질투를 느끼는 거야?’세희는 다른 사람과 정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뿐이었지만, 우빈은 마음이 매우 답답했다.이런 감정을 풀기 위해 우빈은 휠체어를 밀며 인우에게 말했다.“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인우도 혼자 이곳에 남고 싶지 않아 얼른 일어섰다.“같이 가요, 우빈 형!”두 사람은 시현의 주의를 끌었다. 시현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미안. 내가 세희와 이야기를 나누느
“아니다.” 인우는 고개를 저었다.“비관적인 게 아니라, 너무 신중한 거예요! 이러면 너무 힘들 텐데! 게다가 형만 힘든 게 아니라, 형 곁에 있는 사람들도 이런 형 때문에 지칠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우리 누나는 점차 형을 내려놓을 것이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질지도 모르죠.”우빈은 인우가 말한 그런 결과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는 세희가 줄곧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고 기대한 적도 없었다.‘세희가 만약 다른 사람을 선택한다면, 난 세희의 모든 결정을 존중할 거야. 고통스럽더라도 난 스스로 묵묵히 감당할 거라고.’우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인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목이 타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나도 할 말을 다 했으니, 두 사람 마음 대로 하라고 해.’비록 이렇게 생각했지만, 인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편했다. 우빈에게 거절당한 세희가 안쓰러웠던 것이다.‘좋아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거절을 당하다니, 이건 갈등 때문에 헤어지는 것보다 더 괴롭잖아!’샤브샤브 가게에서, 시현은 종업원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달라고 한 다음, 세희에게 건네주었다.세희는 따뜻한 물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난 뜨거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시현은 안절부절못했다.“그, 그럼 내가 차가운 물로 바꿔줄까? 하지만 지금은 날씨가 쌀살해져서...”세희는 고개를 저었다.“됐어요, 귀찮게 그럴 필요 없어요. 그냥 따뜻한 거 마시면 돼요.”시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그래, 날씨가 많이 추우니 뜨거운 물 많이 마셔.”우빈과 인우가 화장실에 간 후, 세희는 시현과 이야기를 나눌 마음이 없었다.시현은 아주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현을 이용하여 우빈을 자극하고 싶었다. 비록 좀 지나치지만, 세희도 확실히 우빈이 질투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샤브샤브 육수가 끓자, 우빈과 인우도 마침 돌아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우빈은 시현이 세희의 그릇에 음식을 집어준 것을 보았다.인우도 이를 보고, 우빈의 뒤에서 안달이 났다.
세준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았다.[세희 어때? 꽤 괜찮지?]시현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응,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야. 활발하고 명랑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세준은 입술을 구부렸다.[내 동생을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왜?” 시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전에 날 추천했으면서, 이제는 되려 세희와 선을 그으라는 건가?”[난 그렇게 말 안 했어.]세준이 말했다. [네가 세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건 네 능력이고. 하지만 진우빈도 세희를 좋아한다는 거 알아둬. 마찬가지로 세희도 그 사람을 좋아하고.]“너...”시현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지금 나더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라는 거야?!”[두 사람 아직 사귀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아니.”시현은 마음이 다급해졌다.“서로를 좋아하는 이상, 왜 나에게 네 동생을 소개해 준 거야? 네 목적이 도대체 뭐냐고?”세준은 눈빛이 차가워졌다.[난 단지 세희에게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진우빈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란 것을. 세희는 그 사람과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챙겨주고 항상 곁에 있어줄 수 있는 더 좋은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해.]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우리 집은 비록 돈이 있지만, 난 남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너도 알잖아, 경찰서에 일이 많다는 거. 세희가 나와 함께 있는다면, 앞으로 늘 혼자 지낼지도 몰라.”[일단 세희 마음이나 잡아.]세준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끊긴 전화를 보면서 시현은 어이가 없었다.‘이 자식 좀 봐, 이제 겨우 스무 살인 여동생을 이렇게 빨리 시집보내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냥 진우빈이란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날 이용하려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속은 느낌이 드는데?’그러나 시현은 곧 이 생각을 뒤로했다. 세희는 확실히 괜찮은 여자애였으니, 만약 정말 그녀와 사귈 수 있다면, 시현도 무척 기뻤다.다른 한편, 세희는 물건을 정리한 다음, 기사를 불러 우빈을 먼저 데
“응.” 우빈이 대답했다.“난 너의 모든 결정과 생각을 존중할 거야.”“넌 마음에 내가 아예 없잖아!!” 세희는 참지 못하고 우빈을 향해 소리쳤다.“만약 날 신경 쓴다면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우리 아빠는 우리 엄마를 매우 사랑해서, 엄마가 다른 남자와 말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단 말이야!”“그건 소유욕 때문이지, 사랑이 아니야.”“사랑하지 않으면 소유욕이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 핑계 댈 필요 없어!”우빈은 세희를 바라보며 은근히 고개를 저었다.“세희야,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법이야. 어떤 사람은 물러설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또 어떤 사람은 상대방을 자신의 곁에 가둘 수 있어.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은 존중이야. 난 너의 모든 결정을 존중할 거라고.”“개뿔!” 세희는 거친 말을 내뱉었다.“내 결정을 존중한다면, 그때 내 고백에 동의했을 거 아니야!”“그건 내 원칙이야.” 우빈은 세희의 질문에 여전히 차분하게 대답했다.세희는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원칙은 무슨! 날 좋아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 넌 날 갖고 싶고, 나와 함께 있고 싶은 충동이 없어!”우빈은 감정이 격해진 세희에게 한동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원칙은 매우 간단했고, 서로에 대해 알기 전에 절대로 사귀지 않는 것이었다.그러나 세희의 생각은 그와 어긋났다. ‘어쩌면 우린 정말 안 어울릴지도. 의사소통까지 이렇게 힘드니, 나중에 다른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우빈은 시선을 돌렸다.“돌아가, 집에 가서 푹 쉬어.”말이 끝나자, 그는 차 문을 열며 한 발을 먼저 내밀었다.“진우빈!!” 세희는 화가 나서 눈물을 흘렸다.“넌 아무런 감정도 없니?!”우빈은 침묵을 지켰고, 잠시 후 다시 차 문을 닫았다.세희는 급하게 문을 열려고 했지만, 우빈은 그녀가 열지 못하게 막았다.화가 난 세희는 차창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쳤다.“진우빈, 말 똑바로 해. 대체 왜 날 외면하는 건데?!”우빈은 그녀를
임지나는 속이 답답했다.“난 두 사람이 어울리냐고 묻고 있잖아. 넌 왜 화제를 돌리는 거야?”“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우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넌 자신의 일이나 잘 신경 써. 자꾸 내 일에 관심 갖지 말고.”임지나는 화를 꾹 참았다.“강세희와 알게 된 이후로, 넌 점점 남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 같아, 안 그래?!”“너도 단지 내가 세희를 내려놓았으면 하는 거잖아? 하지만 14년 동안 줄곧 존재해 온 감정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가 있겠어?”“내려놓을 수 없는 이상, 왜 강세희와 사귀지 않는 거야?”“세희는 아직 나에 대해 잘 모르니까.”“이건 핑계야!”임지나가 소리를 질렀다.“너 지금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거잖아! 강세희는 몰라도, 난 아니야!”눈을 들어 임지나의 시선과 마주치자, 우빈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임지나는 이미 눈시울을 붉혔다.“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넌 강세희와 사귀지 않을 거야. 너는 두 사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으니까. 강세희는 재벌 집 아가씨지만, 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 우빈아, 너희들 안 어울려, 정말 안 어울린다고!”“그건 우리 두 사람의 일이야.” 우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말도 틀리지 않지만, 넌 끼어들 자격이 없어.”임지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빈아, 넌 네 곁에 있어주는 사람 좀 바라볼 순 없는 거야? 왜 꼭 강세희를 선택해야 하는 건데? 그 여자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 거냐고?”“내가 너에게 그런 것까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말이 끝나자, 우빈은 휠체어를 밀고 방으로 들어갔고, 침실 문을 닫았다.임지나가 우는 소리는 귀에 간간이 들려왔지만, 그는 아무런 위로도 해주지 않았다.‘세희가 왜 그렇게 좋냐고? 14년 전, 세희를 향한 내 감정은 이미 씨앗처럼 내 마음속에 심어졌어. 나보다 키가 훨씬 작은 아이가 뜻밖에도 날 위해 나섰고, 또 키가 큰 남자아이들과 싸우려 하다니. 심지어 내가 떠난다는 일에 슬퍼서 밥조차 넘어
“넌 오늘 하루 종일 네 누나와 함께 있었는데, 왜 같이 돌아오지 않은 거야?” 유준이 물었다.인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눈치 없이 끼고 싶지 않아서 저 혼자 먼저 떠났어요.”“그래서 네 누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거야?” 하영도 덩달아 다급해졌다.인우는 자세히 생각해 보았다.“제가 떠났을 때, 누나에게 별일 없었는데. 우빈 형을 데려다준 다음, 두 사람에게 무슨 갈등이 생겼나 봐요!”유준과 하영은 서로를 바라보았다.감정적인 일이라면 그들도 세희에게 무슨 말을 하기 어려웠다. 이런 일에 있어, 세희도 스스로 체득해야 했기에, 남이 설득하는 것보다, 그녀가 혼자 터득하는 게 더 나았다.위층, 침실 안, 세희는 이불속에 엎드려 있었을 뿐, 울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방금 우빈과 헤어졌을 때의 장면이 끊임없이 떠올랐다.두 사람은 14년이란 시간을 거쳐 다시 만났고, 우빈의 성격은 그리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오히려 세희에게 낯선 느낌과 거리감을 주었다.생각하며 세희는 몸을 뒤척였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지금 우빈은 완전히 미스테리인 것 같아. 답을 알 수 없는 미스테리.’이 미스테리를 풀려면, 반드시 차분해야 했지만, 세희는 어느 방면에서 손을 써야 할지 잘 몰랐다.곤혹스러워하던 참에 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수지의 전화인 것을 보고 그녀는 바로 받았다.“수지야...”세희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수지는 멈칫하다 얼른 물었다.[세희야, 너 왜 그래?]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저녁에 일어난 일을 전부 수지에게 알렸다.[세희야, 진우빈은 지금 질투하고 있을 거야. 틀림없어. 하지만...]“뭔데?” 세희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아무것도 아니야. 참, 진우빈은 책임감이 엄청 있는 사람이야?]“아마도.” 세희가 말했다.“전에 가게를 봐달라고 했는데, 오늘 내가 찾지 않아도 혼자 달려왔어. 이렇게 보면,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맞아.]수지가 말했다. [그럼 진우빈이
전화를 끊은 세희는 곰곰이 생각했다.‘우빈은 아직 휠체어를 타야 하니까, 학교에 못 나갈 텐데. 그럼 어떻게 해야만 내가 학교 무도회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을까?’한참을 생각하다, 세희에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핸드폰으로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학교 무도회가 너무 기대돼!]세희가 글을 올리자마자, 우빈은 바로 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그 한 마디 말을 쳐다보았지만, 좋아요를 눌러야 할지 아니면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몰랐다.‘세희가 무도회에 참가한다면, 틀림없이 다른 남자와 함께 춤을 출 텐데.’이렇게 생각하니, 우빈의 머릿속은 온통 세희를 노리는 남자들의 모습이었다.‘전에 김해인은 세희를 해치려 했었지. 만약 이번에 또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우빈은 자신의 다리에 천천히 시선을 떨어뜨렸다.‘무도회라, 아무리 불편해도 난 세희를 지키러 가야 해.’이와 동시, 시현도 이 게시물을 보았다. 그는 좋아요를 누른 다음, 또 톡으로 세희에게 문자를 보냈다.[세희야, 너 혹시 김제대학교 다녀?]세희는 기분이 좋아서 시현의 문자에도 반감을 느끼지 않았다.[맞아요, 왜요?][이런 우연이! 나 너 선배야!]세희는 놀란 이모티콘을 보냈다.[시현 오빠도 김제대학교 학생이었어요?!][그래, 네가 내 후배일 줄은 정말 몰랐어. 인연이란 게 참 신기하네.][그런데 내가 김제대학교에 다닌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지금 무도회를 개최하는 대학교가 김제대학교밖에 없거든. 이 소식을 알게 된 것도 학교측에서 우리 경찰서를 찾아와서 그래. 그때 학교에 가서 질서 좀 수호해 달라고 부탁했거든.][그럼 무도회 당일에 오는 거 맞죠?]시현은 세희가 자신을 만나고 싶은 줄 알았다. 그래서 흥분해하며 답장을 보냈다.[내가 보고 싶은 거야? 그래, 나도 갈게!]시현의 답장에 세희는 입가가 실룩거렸다.‘누가 보고 싶다는 거야?! 나도 그저 예의상으로 물었을 뿐인데, 왜 갑자기 착각을 하고 그래!!’그러나 이는 확실히 시현 다웠다.
“하지만 이 가게의 이름은 TC잖아?” 임지나는 깜짝 놀랐고, 세희를 보며 물었다.“그래! 우리 엄마는 다른 종류의 브랜드 이름을 다 다르게 지으셨어. 예복은 TC, 평소에 입는 옷은 Tyc.”임지나는 입술을 오므렸는데,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그녀는 세희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점원은 세희와 수지에게 예복 두 벌을 가져왔다. 두 사람이 일어서려 할 때, 임지나가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야 우빈에게서 떨어질 수 있는 거야?”세희는 임지나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었다.“그리고 너에게 우빈을 접근할 기회를 주라고?”“난 우빈과 사귈 생각이 없어.”세희는 피식 웃으며 옆에 있는 수지를 바라보았다.“수지야, 너 먼저 가서 바꿔. 난 이 사람과 할 얘기가 있어서.”수지는 세희가 임지나에게 당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세희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는데, 일단 화가 난다면, 아무도 세희를 막을 수 없었다.수지는 안심하고 떠났고, 세희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임지나에게 물었다.“우빈과 사귈 생각이 없다고? 그럼 나에게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너 그거 알아? 우빈이 너 때문에 이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이 변했다고!”“변해?” 세희는 영문을 몰랐다.“어떻게 변했는데?”“남의 충고를 전혀 듣지 않잖아. 네가 대체 얼마나 매력이 있길래, 우빈이 널 이토록 좋아하는 것일까?”세희는 웃으며 말했다.“왜? 내가 너무 매력적인 것도 잘못이야?”“넌 잘못이 없겠지.” 임지나는 세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네 신분과 배경이 우빈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줬는지 알아?”세희의 웃음이 점차 굳어졌다.임지나는 계속해서 말했다.“넌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공주잖아. 원하는 게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고. 돈은 너 같은 사람에게 있어 종이와 같아서, 얼마 갖고 싶으면 전부 가질 수 있지. 하지만 우빈을 생각해본 적 있어? 지금 우빈은 평지에 서 있는 상태라서, 고개를 들어야 높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