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준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놓았다.[세희 어때? 꽤 괜찮지?]시현은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응,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야. 활발하고 명랑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고!”세준은 입술을 구부렸다.[내 동생을 좋아하게 된 것 같은데.]“왜?” 시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전에 날 추천했으면서, 이제는 되려 세희와 선을 그으라는 건가?”[난 그렇게 말 안 했어.]세준이 말했다. [네가 세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건 네 능력이고. 하지만 진우빈도 세희를 좋아한다는 거 알아둬. 마찬가지로 세희도 그 사람을 좋아하고.]“너...”시현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지금 나더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라는 거야?!”[두 사람 아직 사귀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아니.”시현은 마음이 다급해졌다.“서로를 좋아하는 이상, 왜 나에게 네 동생을 소개해 준 거야? 네 목적이 도대체 뭐냐고?”세준은 눈빛이 차가워졌다.[난 단지 세희에게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진우빈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란 것을. 세희는 그 사람과 힘든 나날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챙겨주고 항상 곁에 있어줄 수 있는 더 좋은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해.]시현은 머리를 긁적였다.“우리 집은 비록 돈이 있지만, 난 남을 챙길 줄 아는 사람이 아니라서. 너도 알잖아, 경찰서에 일이 많다는 거. 세희가 나와 함께 있는다면, 앞으로 늘 혼자 지낼지도 몰라.”[일단 세희 마음이나 잡아.]세준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끊긴 전화를 보면서 시현은 어이가 없었다.‘이 자식 좀 봐, 이제 겨우 스무 살인 여동생을 이렇게 빨리 시집보내고 싶은 거야? 아니면 그냥 진우빈이란 사람이 마음에 안 들어서, 날 이용하려는 건가? 이렇게 생각하니, 뭔가 속은 느낌이 드는데?’그러나 시현은 곧 이 생각을 뒤로했다. 세희는 확실히 괜찮은 여자애였으니, 만약 정말 그녀와 사귈 수 있다면, 시현도 무척 기뻤다.다른 한편, 세희는 물건을 정리한 다음, 기사를 불러 우빈을 먼저 데
“응.” 우빈이 대답했다.“난 너의 모든 결정과 생각을 존중할 거야.”“넌 마음에 내가 아예 없잖아!!” 세희는 참지 못하고 우빈을 향해 소리쳤다.“만약 날 신경 쓴다면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야! 우리 아빠는 우리 엄마를 매우 사랑해서, 엄마가 다른 남자와 말하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단 말이야!”“그건 소유욕 때문이지, 사랑이 아니야.”“사랑하지 않으면 소유욕이 있을 리가 없잖아! 지금 핑계 댈 필요 없어!”우빈은 세희를 바라보며 은근히 고개를 저었다.“세희야, 사람마다 사랑하는 방식이 다른 법이야. 어떤 사람은 물러설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또 어떤 사람은 상대방을 자신의 곁에 가둘 수 있어. 너에 대한 나의 감정은 존중이야. 난 너의 모든 결정을 존중할 거라고.”“개뿔!” 세희는 거친 말을 내뱉었다.“내 결정을 존중한다면, 그때 내 고백에 동의했을 거 아니야!”“그건 내 원칙이야.” 우빈은 세희의 질문에 여전히 차분하게 대답했다.세희는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원칙은 무슨! 날 좋아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 넌 날 갖고 싶고, 나와 함께 있고 싶은 충동이 없어!”우빈은 감정이 격해진 세희에게 한동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원칙은 매우 간단했고, 서로에 대해 알기 전에 절대로 사귀지 않는 것이었다.그러나 세희의 생각은 그와 어긋났다. ‘어쩌면 우린 정말 안 어울릴지도. 의사소통까지 이렇게 힘드니, 나중에 다른 문제는 또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우빈은 시선을 돌렸다.“돌아가, 집에 가서 푹 쉬어.”말이 끝나자, 그는 차 문을 열며 한 발을 먼저 내밀었다.“진우빈!!” 세희는 화가 나서 눈물을 흘렸다.“넌 아무런 감정도 없니?!”우빈은 침묵을 지켰고, 잠시 후 다시 차 문을 닫았다.세희는 급하게 문을 열려고 했지만, 우빈은 그녀가 열지 못하게 막았다.화가 난 세희는 차창을 마구 두드리며 소리쳤다.“진우빈, 말 똑바로 해. 대체 왜 날 외면하는 건데?!”우빈은 그녀를
임지나는 속이 답답했다.“난 두 사람이 어울리냐고 묻고 있잖아. 넌 왜 화제를 돌리는 거야?”“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너와 상관없는 일이야.” 우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넌 자신의 일이나 잘 신경 써. 자꾸 내 일에 관심 갖지 말고.”임지나는 화를 꾹 참았다.“강세희와 알게 된 이후로, 넌 점점 남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 같아, 안 그래?!”“너도 단지 내가 세희를 내려놓았으면 하는 거잖아? 하지만 14년 동안 줄곧 존재해 온 감정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가 있겠어?”“내려놓을 수 없는 이상, 왜 강세희와 사귀지 않는 거야?”“세희는 아직 나에 대해 잘 모르니까.”“이건 핑계야!”임지나가 소리를 질렀다.“너 지금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거잖아! 강세희는 몰라도, 난 아니야!”눈을 들어 임지나의 시선과 마주치자, 우빈의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가득했다.임지나는 이미 눈시울을 붉혔다.“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넌 강세희와 사귀지 않을 거야. 너는 두 사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으니까. 강세희는 재벌 집 아가씨지만, 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잖아. 우빈아, 너희들 안 어울려, 정말 안 어울린다고!”“그건 우리 두 사람의 일이야.” 우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말도 틀리지 않지만, 넌 끼어들 자격이 없어.”임지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빈아, 넌 네 곁에 있어주는 사람 좀 바라볼 순 없는 거야? 왜 꼭 강세희를 선택해야 하는 건데? 그 여자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 거냐고?”“내가 너에게 그런 것까지 말할 필요가 있을까?”말이 끝나자, 우빈은 휠체어를 밀고 방으로 들어갔고, 침실 문을 닫았다.임지나가 우는 소리는 귀에 간간이 들려왔지만, 그는 아무런 위로도 해주지 않았다.‘세희가 왜 그렇게 좋냐고? 14년 전, 세희를 향한 내 감정은 이미 씨앗처럼 내 마음속에 심어졌어. 나보다 키가 훨씬 작은 아이가 뜻밖에도 날 위해 나섰고, 또 키가 큰 남자아이들과 싸우려 하다니. 심지어 내가 떠난다는 일에 슬퍼서 밥조차 넘어
“넌 오늘 하루 종일 네 누나와 함께 있었는데, 왜 같이 돌아오지 않은 거야?” 유준이 물었다.인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눈치 없이 끼고 싶지 않아서 저 혼자 먼저 떠났어요.”“그래서 네 누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거야?” 하영도 덩달아 다급해졌다.인우는 자세히 생각해 보았다.“제가 떠났을 때, 누나에게 별일 없었는데. 우빈 형을 데려다준 다음, 두 사람에게 무슨 갈등이 생겼나 봐요!”유준과 하영은 서로를 바라보았다.감정적인 일이라면 그들도 세희에게 무슨 말을 하기 어려웠다. 이런 일에 있어, 세희도 스스로 체득해야 했기에, 남이 설득하는 것보다, 그녀가 혼자 터득하는 게 더 나았다.위층, 침실 안, 세희는 이불속에 엎드려 있었을 뿐, 울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방금 우빈과 헤어졌을 때의 장면이 끊임없이 떠올랐다.두 사람은 14년이란 시간을 거쳐 다시 만났고, 우빈의 성격은 그리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오히려 세희에게 낯선 느낌과 거리감을 주었다.생각하며 세희는 몸을 뒤척였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았다.‘지금 우빈은 완전히 미스테리인 것 같아. 답을 알 수 없는 미스테리.’이 미스테리를 풀려면, 반드시 차분해야 했지만, 세희는 어느 방면에서 손을 써야 할지 잘 몰랐다.곤혹스러워하던 참에 세희의 핸드폰이 울렸다. 수지의 전화인 것을 보고 그녀는 바로 받았다.“수지야...”세희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수지는 멈칫하다 얼른 물었다.[세희야, 너 왜 그래?]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저녁에 일어난 일을 전부 수지에게 알렸다.[세희야, 진우빈은 지금 질투하고 있을 거야. 틀림없어. 하지만...]“뭔데?” 세희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아무것도 아니야. 참, 진우빈은 책임감이 엄청 있는 사람이야?]“아마도.” 세희가 말했다.“전에 가게를 봐달라고 했는데, 오늘 내가 찾지 않아도 혼자 달려왔어. 이렇게 보면,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맞아.]수지가 말했다. [그럼 진우빈이
전화를 끊은 세희는 곰곰이 생각했다.‘우빈은 아직 휠체어를 타야 하니까, 학교에 못 나갈 텐데. 그럼 어떻게 해야만 내가 학교 무도회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게 할 수 있을까?’한참을 생각하다, 세희에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핸드폰으로 SNS에 게시물을 올렸다.[학교 무도회가 너무 기대돼!]세희가 글을 올리자마자, 우빈은 바로 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그 한 마디 말을 쳐다보았지만, 좋아요를 눌러야 할지 아니면 댓글을 달아야 할지 몰랐다.‘세희가 무도회에 참가한다면, 틀림없이 다른 남자와 함께 춤을 출 텐데.’이렇게 생각하니, 우빈의 머릿속은 온통 세희를 노리는 남자들의 모습이었다.‘전에 김해인은 세희를 해치려 했었지. 만약 이번에 또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우빈은 자신의 다리에 천천히 시선을 떨어뜨렸다.‘무도회라, 아무리 불편해도 난 세희를 지키러 가야 해.’이와 동시, 시현도 이 게시물을 보았다. 그는 좋아요를 누른 다음, 또 톡으로 세희에게 문자를 보냈다.[세희야, 너 혹시 김제대학교 다녀?]세희는 기분이 좋아서 시현의 문자에도 반감을 느끼지 않았다.[맞아요, 왜요?][이런 우연이! 나 너 선배야!]세희는 놀란 이모티콘을 보냈다.[시현 오빠도 김제대학교 학생이었어요?!][그래, 네가 내 후배일 줄은 정말 몰랐어. 인연이란 게 참 신기하네.][그런데 내가 김제대학교에 다닌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지금 무도회를 개최하는 대학교가 김제대학교밖에 없거든. 이 소식을 알게 된 것도 학교측에서 우리 경찰서를 찾아와서 그래. 그때 학교에 가서 질서 좀 수호해 달라고 부탁했거든.][그럼 무도회 당일에 오는 거 맞죠?]시현은 세희가 자신을 만나고 싶은 줄 알았다. 그래서 흥분해하며 답장을 보냈다.[내가 보고 싶은 거야? 그래, 나도 갈게!]시현의 답장에 세희는 입가가 실룩거렸다.‘누가 보고 싶다는 거야?! 나도 그저 예의상으로 물었을 뿐인데, 왜 갑자기 착각을 하고 그래!!’그러나 이는 확실히 시현 다웠다.
“하지만 이 가게의 이름은 TC잖아?” 임지나는 깜짝 놀랐고, 세희를 보며 물었다.“그래! 우리 엄마는 다른 종류의 브랜드 이름을 다 다르게 지으셨어. 예복은 TC, 평소에 입는 옷은 Tyc.”임지나는 입술을 오므렸는데,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나 그녀는 세희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이때 점원은 세희와 수지에게 예복 두 벌을 가져왔다. 두 사람이 일어서려 할 때, 임지나가 입을 열었다.“어떻게 해야 우빈에게서 떨어질 수 있는 거야?”세희는 임지나를 바라보며 어이가 없었다.“그리고 너에게 우빈을 접근할 기회를 주라고?”“난 우빈과 사귈 생각이 없어.”세희는 피식 웃으며 옆에 있는 수지를 바라보았다.“수지야, 너 먼저 가서 바꿔. 난 이 사람과 할 얘기가 있어서.”수지는 세희가 임지나에게 당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는 세희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는데, 일단 화가 난다면, 아무도 세희를 막을 수 없었다.수지는 안심하고 떠났고, 세희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임지나에게 물었다.“우빈과 사귈 생각이 없다고? 그럼 나에게 이 말을 하는 이유가 뭐야?”“너 그거 알아? 우빈이 너 때문에 이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이 변했다고!”“변해?” 세희는 영문을 몰랐다.“어떻게 변했는데?”“남의 충고를 전혀 듣지 않잖아. 네가 대체 얼마나 매력이 있길래, 우빈이 널 이토록 좋아하는 것일까?”세희는 웃으며 말했다.“왜? 내가 너무 매력적인 것도 잘못이야?”“넌 잘못이 없겠지.” 임지나는 세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네 신분과 배경이 우빈에게 얼마나 큰 부담을 줬는지 알아?”세희의 웃음이 점차 굳어졌다.임지나는 계속해서 말했다.“넌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공주잖아. 원하는 게 무엇이든 쉽게 얻을 수 있고. 돈은 너 같은 사람에게 있어 종이와 같아서, 얼마 갖고 싶으면 전부 가질 수 있지. 하지만 우빈을 생각해본 적 있어? 지금 우빈은 평지에 서 있는 상태라서, 고개를 들어야 높은
세희는 소파에 앉아 멍을 때렸고, 수지가 예복을 갈아입고 나왔지만, 그녀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수지는 이상함을 눈치채고 세희의 곁으로 가서 손을 흔들었다. 세희는 그제야 천천히 정신을 차리더니, 빛이 없는 눈을 들어 수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깜짝 놀랐다.“세희야? 너, 너 왜 그래?”세희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수지야...”수지는 얼른 세희의 옆에 앉았다.“응, 나 여기 있어.”세희는 수지의 품에 안겨 머리를 숙이고 소리 없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수지는 걱정을 금치 못했고, 손으로 계속 세희의 쓰다듬었다.“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말해 봐. 임지나가 듣기 거북한 말이라도 한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었고, 임지나의 말은 가시처럼 그녀의 목을 찌르고 있었다. 그래서 말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나도 아파서 세희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이런 세희를 보며, 수지도 지금은 물어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세희가 정말 말하고 싶다면, 내가 물어볼 필요도 없이 스스로 말하겠지.’결국 수지는 직원들에게 세희의 취향에 따라 예복의 스타일과 사이즈를 정했다.돌아가는 길에 세희는 말없이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마인하우스에 도착하자, 수지는 그제야 세희에게 말했다.“세희야, 집에 도착했어.”세희는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리고 묵묵히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는데, 마치 인형처럼 아무런 생기도 없었다.문을 닫으려 하는 순간, 세희는 갑자기 멈추더니 몸을 돌려 수지를 향해 말했다. “수지야, 나 이제 우빈이 내려놓을까?”수지는 어리둥절했다.“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세희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난 우빈이 평생 고통스럽게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수지는 세희의 말에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지만, 세희는 이미 문을 닫았다.세희가 쓸쓸하게 별장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고, 수지의 머릿속에 갑자기 임지나의 모습이 떠올랐다.‘틀림없이 임지나 때문이야. 세희에게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세희는 진우빈을 좋아하잖아.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고려하겠지.’수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우빈에게 전화를 걸었다.우빈도 꽤 빨리 전화를 받았는데, 모르는 번호인 것을 보고 의문을 느꼈다.[누구세요?]“나 염수지야, 세희의 친구.”[수지 씨였군. 무슨 일로 나에게 전화를 한 거지?]수지는 임지나가 세희에게 한 말을 우빈에게 전했다. 말할수록 수지는 마음이 아팠다.“진우빈 씨, 만약 이것이 정말 너의 생각이라면, 본인이 직접 세희에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우빈은 잠시 침묵했다.[이건 내 생각이 아니라, 임지나의 착각일 뿐이야.]“하지만 지금, 세희가 그렇게 믿고 있단 말이야! 제발 자신의 친구 좀 잘 단속해줘, 자꾸 세희에게 이런 험한 말을 하지 말라고.”[내가 분명히 말할게.]우빈은 나지막이 물었다.[세희는 지금 좀 어때?]“모든 감정을 마음속에 숨겨서,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진우빈 씨, 지금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사실대로 대답해 줄래?”[그래, 물어봐.]“정말 세희와 사귀고 싶은 거야?”[응, 하지만 지금은 안 돼.]“이유는?”[지금의 난 아직 세희를 잘 돌볼 수 없으니까. 난 지금 나 자신조차 먹여 살릴 수 없거든.]“이거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은 문제라고?”수지가 물었다.“그럼 넌 세희에게 물어본 적 있어? 네가 먹여 살릴 필요가 있는지?”[세희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게 바로 내가 꼭 해야 할 일이야.]“헌신이 오직 그 뿐이야? 경제적인 헌신과 감정적인 헌신이 있잖아. 난 세희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데, 세희는 감정적인 헌신만 원한다고.”수지는 우빈에게 설명했다.“세희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아. 너 말고는 전혀 다른 아쉬움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어. 진우빈 씨, 지금 너 자신의 생각을 세희에게 강요하려 하지 마. 그건 세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니까. 넌 책임감이 있는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고 있으니, 그게 틀린 일은 아니야. 하지만 정말 책임지고 싶다면,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