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희는 자신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몰랐다. 아직 죽지 않았으니 스스로를 연혼이라고 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그러나 이름을 직접 말하면, 염라대왕님은 내가 버릇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생각하면서 세희는 머리를 푹 숙이며 아예 무릎을 꿇은 채 말을 하지 않았다.염라대왕은 세희를 바라보더니, 노지철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직접 세희에게 물었다.“이렇게 내려오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아는 것이냐?”세희는 듣자마자 염라대왕이 자신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대답했다. “모릅니다.”염라대왕은 멈칫했는데, 세희가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질문에 대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염라대왕은 수염을 쓰다듬었다.“내가 너를 저승에 가둔다면, 넌 그 결과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냐?”“모르겠습니다.”‘또 몰라?’염라대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잠시 기다리던 세희가 호기심에 고개를 들었다.“염라대왕님, 다른 질문은 없으신 겁니까?”염라대왕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넌 내가 물어보는 말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으니, 내가 어떻게 더 물어봐야 하지?”“하지만, 염라대왕님의 질문에 저는 확실히 그 대답을 모릅니다. 제가 사실대로 말하는 것도 틀린 것입니까?” 세희는 이해할 수 없단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노지철까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세희를 쳐다보았다.“세희야, 버릇 없이 굴면 안 된다.”세희는 입을 오므리더니, 염라대왕을 바라본 다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염라대왕은 가볍게 웃었다.“괜찮다. 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와 따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말해 보거라, 날 만나려는 이유가 뭐지?”“염라대왕님은 아실 겁니다.” 세희는 그를 보며 말했다.“내가 알지는 또 어떻게 안 것이냐?”“만약 아무것도 모르셨다면, 저승사자님들은 저를 들여보내지 않으셨을 것이고, 또한 어제 이미 제가 오는 것을 대왕님께 알렸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하하하.” 염라대왕은
말이 끝나자, 염라대왕은 세희를 쳐다보았다.“난 네가 그 귀신을 곁에 데리고 다니는 것을 동의한다. 그러나 너도 명부의 규정을 무시할 수 없지.”세희는 이를 알아듣고 몸을 숙이며 말했다.“달갑게 벌을 받겠습니다. 염라대왕님께서는 저에게 어떤 죄를 내리시겠습니까?”“그럼 다음 생, 다다음 생, 앞으로 환생을 해도 줄곧 혼을 잡는 길을 걷거라.”노지철은 눈을 번쩍 떴다.‘환생을 해도 이 길에 들어서야 한다니? 이 대가는 너무 크잖아! 하지만 세희가 이번에 내려온 것은 확실히 명부의 규정을 어겼으니, 나도 할 말이 없지.’노지철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지만, 옆에 있던 세희가 갑자기 일어섰다.“이건 불공평하죠!”염라대왕은 눈썹을 찌푸렸다.“네가 제멋대로 내려왔으면서, 날 원망하는 것이냐?”“그럼요!” 세희가 말했다. “제가 내려온다는 걸 미리 알고 계셨으니, 이건 제가 명부의 규정을 어기는 것에 동의하신 거 아닙니까? 지금 제가 제기한 요구 때문에, 환생을 하더라도 계속 혼을 잡으러 가야 하다니, 그럼 대왕님께서 스스로 규정을 어기신 건요?”염라대왕은 아연실색하며 세희를 바라보았다.“대왕님은 저승을 책임지시는 관이시고, 저는 백성이라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겁니까?”세희는 참지 못하고 또 중얼거렸다.“모두들 대왕님이 친절하시고 정직하시다고 말하지만, 제가 지금 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그래, 대단해! 정말 대단하구나!”말하면서 염라대왕은 노지철을 쳐다보았다.“네가 가르친 제자가 정말 훌륭하구나! 감히 나와 맞서다니, 900년 살았지만 네가 처음이구나. 그래, 정말 훌륭하구나.”염라대왕이 점점 기뻐하자, 노지철은 의아하게 고개를 들었다.“그럼 나도 벌을 내리지 않겠다. 이 아이가 명부를 위해 일을 잘 하기만 하면, 이번 생만큼은 널 혼 잡는 자로 임명하겠다.”“좋아요!”노지철이 대답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세희가 즉시 대답했다.“마음이 너그러우신 염라대왕님께서 내린 작은 벌을 달갑게 받겠습니다!”“너 이 아이도 참
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 대단하지?”“염라대왕은 어떻게 생겼어요?” 인우는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다.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대답했다.“나중에 인생을 마감할 때, 볼 수 있을 거야. 지금 왜 이런 걸 물어보는 거지?”인우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궁금하잖아요.”“이런 거 그만 물어봐.” 세희는 숨을 돌렸다. “요 며칠 귀신 같은 거 오지 않았어?”“있긴 있었는데...”인우는 수지를 바라보았다.수지는 얼른 설명했다.“모두 들어오지 않았고, 기껏해야 밖에서 구경을 했어. 오히려 인우가 아주 무섭게 생긴 귀신들 때문에 놀라서 몇 번 기절했고.”세희는 어이가 없었고, 어색해서 볼이 벌겋게 달아오른 인우를 바라보았다.“너는 어떻게 네 수지 누나보다도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거야? 겁도 많아.”인우는 뻘쭘해서 머리를 긁적였다.“수지 누나는 확실히 겁이 없어요. 심지어 그 귀신들과 이야기까지 나누기도 했거든요.”“일 다 끝냈으니 우리도 이제 돌아가자. 수지야, 이번에 인우와 함께 줄곧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렇지 않으면 일이 이렇게 순조롭지 않았을 거야.”“그게 무슨 말이야, 난 네가 돌아와서 너무 기뻐.”새벽에 세 사람이 집에 돌아왔다.이때 다른 식구들은 아직 자지 않았는데, 마치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별장에 등불이 환했다.인우는 첫 번째로 뛰어들어 가더니, 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며 웃으며 소리쳤다.“누나 돌아왔어요!”모두들 듣자마자 얼른 일어섰다.“어때? 세희야, 괜찮은 거야?” 하영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직접 확인하세요.”말하면서 인우는 옆으로 비켰고, 세희와 수지는 마침 신발을 갈아신고 들어왔다.일시에 모든 사람들은 세희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서야, 세희는 위층으로 올라가 쉴 수 있었다.세희는 씻으러 갔고, 수지는 침실에서 나와 하영이 세희를 위해 만든 야식을 가지러 갔다. 그러나 문을 닫자마자, 맞은편 침실 문이 열렸다.세준이 고개를 든
세희는 궁금해서 안달이 났다.“무슨 좋은 일인데? 빨리 알려줘.”수지는 세준이 한 말을 세희에게 알렸다.“진짜?”세희는 흥분해서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세준 진짜 밥 사준다고? 둘이서 먹는 거야?”수지는 혀가 꼬일 정도로 쑥스러워했다.“아, 아직 모르겠어.”“세준이도 사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야.” 세희가 말했다.“너한테 밥 사준다고 한 이상,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안심해. 내일은 두 사람의 첫 데이트라고.”“데이트...”수지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난 이게 데이트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세희는 양꼬치를 먹으며 말했다.“너 지금 말이야, 빨리 가서 내일 무슨 옷 입을 건지부터 찾아봐. 그리고 욕실에 가서 씻은 다음, 얼른 자. 일찍 자고 일어나야, 내일 최상의 컨디션으로 세준이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가지.”“너도 같이 가자, 세희야.” 수지는 그녀를 바라보며 애원했다.세희는 얼른 손을 흔들며, 입에 있는 음식을 삼켰다.“너희들 데이트하는데, 내가 왜 가? 난 안 가, 절대로 안 가. 내가 간다면, 세준이는 눈빛으로 날 죽여버릴 수가 있어.”수지는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난 세준을 마주할 때마다 두려워서. 내 앞에 있기만 하면 난 긴장이 되거든.”“이건 긴장이 아니야. 너 완전히 사랑에 빠졌어.”수지는 놀림을 받자, 더 이상 앉을 수가 없었다.“나, 나 옷 찾으러 갈게!”그리고 황급히 도망쳤다.세희는 한바탕 크게 웃고 나서, 하영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계속 먹었다.다음날, 토요일.세준은 평상복을 입고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수지도 아주 심플하게 입었는데, 청바지에 깔끔한 셔츠를 입으니 청순하고 대범했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가자, 세준이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는 모습을 보았고,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조절하고서야 앞으로 나아갔다.“오래 기다렸지?” 수지는 세준 옆의 1인용 소파에 앉았다.세준은 머리도 들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수지와 세준이 떠난 후, 희민의 웃음도 점차 사라졌다. 그는 쓸쓸하게 입술을 오므리며 다시 위층으로 걸어갔다.이때의 세희는 이미 깨어났고, 심지어 계단에 서서 이 모든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리며 계단을 올라오는 희민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이 복잡했다.“희민 오빠.”세희의 목소리를 듣고, 희민은 얼른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평소의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벌써 깼어?”“오빠, 내 방으로 좀 와. 잠깐 할 얘기가 좀 있어.”“그래.”두 사람은 침실로 돌아갔다.세희는 소파에 앉아 있는 희민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오빠, 수지를 좋아하고 있는 거야?” 세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희민은 자신도 모르게 멍해지더니, 막 입을 열려고 할 때, 세희는 계속 말했다.“나 속일 생각하지 마, 솔직하게 말해.”희민은 눈동자를 드리웠다.“넌 어떻게 안 거야?”“방금 계단에 서서 다 봤거든. 그 쓸쓸한 표정이 너무 티가 나잖아.”“수지는 세준을 좋아하니, 나도 방해하고 싶지 않아.” 희민은 쓴웃음을 지었다.세희는 한숨을 내쉬었다.“언제부터 수지를 좋아하기 시작했는데?”희민은 망설임없이 대답했다.“수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주 조용한 소녀였지.”“정말 막장이네...”“뭐?” 희민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수지도 세준 오빠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세준 오빠를 좋아하게 됐어. 하지만 세준 오빠는 수지를 좋아하지 않고, 희민 오빠가 오히려 수지를 좋아하게 되었다니.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삼각관계잖아?”“막장이긴 하지만, 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을 거야. 수지에게 그 어떤 부담도 주고 싶지 않거든.”“짝사랑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야, 오빠.” 세희가 말했다.“한 번 노력을 해보든가, 아니면 줄곧 이렇게 묵묵히 수지와 함께 하며, 수지를 지켜보든가.”“난 이걸로 충분해.” 희민은 확고하게 말했다.“오빠든 세준 오빠든 다 내 가족이잖아. 그래서 난 누구도 도와줄 수 없어. 그래서 난 수지의
“하지만.” 세준은 수지를 응시했다.“나는 널 좋아하지 않아.”그 말을 듣고, 수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니, 은근히 아프기 시작했다.“나도 알아,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 수지는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난 너를 좋아하지만, 네가 날 좋아하기를 바란 적이 없어.”“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희민도 좋은 사람이잖아. 성격도 나보다 훨씬 좋고. 두 사람이 사귄다면, 엄청 잘 어울릴 텐데.”“너는 내 감정을 통제할 수 없어.” 수지는 고개를 들어 단호하게 대답했다.“넌 네 생각을 가질 수 있고, 나도 내 생각을 할 수 있어. 네가 희민을 생각해서, 나더러 희민을 억지로 좋아하게 하는 것은 불공평해.”세준은 입술을 구부리며 차갑게 웃었다.“이렇게 흥분할 필요가 없어. 나는 단지 조언을 해주고 있을 뿐이니까.”“이런 조언 필요 없어.”수지가 말했다.“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나에 대해 환상을 가질 생각하지 마. 난 평생 결혼하지 않을 테니까.”“결혼을 하지 않다니?” 수지는 그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응. 난 평생 세희만 지킬 거야.”이 말을 듣고, 수지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떨리더니 좋지 않은 예감을 들었다.“세준아, 너...”세준은 눈을 돌려 수지를 바라보았다.“지금 내가 나 자신의 여동생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수지는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세준 역시 솔직하게 말했다.“난 내 여동생을 좋아한해. 이건 잘못이 아니잖아.”“남녀 사이의 그런 감정이야?” 수지는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렇게 생각해도 돼.”“이건 말이 안 되지!!”수지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소리쳤다.“강세준, 너 미쳤니?!”세희의 친구로서든, 하영네 손님으로서든, 그녀는 이런 일은 상식에 어긋나며, 절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세준은 비아냥거리며 웃었다.“너 정말 멍청하구나.”“무슨 뜻이야?”“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세준은 차갑게 비꼬았다. “내가 내 여동생을 사랑한
세희는 마음이 아팠고, 수지를 바라보며 위로했다.“한 번 더 노력해 볼래?”“아니, 그냥 포기할래.”수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이런 일에 마음이 없으니, 아무리 노력해도 쓸데없어.”세희도 세준이 연애할 생각이 없을 줄은 몰랐다. 심지어 이렇게 직접적으로 수지를 거절하다니. 그런데 그녀는 또 은근히 다행이라고 느꼈다. ‘이렇게 되면 희민 오빠는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을 거야.’세희는 잠시 생각해보았다.“수지야, 너 희민 오빠를 좀 고려해 보면 안 돼?”“장난치지 마.” 수지는 세희를 힐끗 바라보았다.“내가 희민을 좋은 친구로 여기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그, 그럼 좋은 친구도 커플로 될 수 있잖아?” 세희는 어색하게 웃었다.수지는 그녀를 진지하게 쳐다보더니, 한참 후에야 말했다.“봐, 너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 이렇게 억지로 웃다니.”세희는 할 말이 없었다.수지는 천천히 일어섰다.“세희야, 나 우리 아빠 찾아가려고.”“지금?!”세희는 다급하게 물었다.“왜 그렇게 빨리 가려는 건데?”“계속 여기 있는 게 너무 어색해서 그래.”수지가 말했다.“어린아이, 우리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잖아.”세희는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또 수지를 위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 수지야. 그럼 나도 다른 말 하지 않을게. 그런데 만약 돌아오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응, 그럼 나 먼저 올라가서 짐 정리할게.”“좋아.”얼마 지나지 않아, 수지의 기사가 와서 그녀를 데려갔다.수지를 보낸 뒤, 세희는 우빈을 찾으러 나가려 했고, 마침 세준이 돌아왔다.세희가 외출하려는 것을 보고, 세준은 차에서 내려와 그녀를 가로막았다.“또 진우빈을 만나러 가려고?”세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일부러 말했다.“수지를 울린 사람은 날 상관할 자격이 없어.”“세희야.” 세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너를 좋아한다면, 넌 받아들일 수 있겠어?”“아니.” 세희는 어색하게 대답을 했다.
“말도 안 돼, 아가씨처럼 이렇게 훌륭하시고, 이렇게 예쁘시고, 또 사심이 없으신 분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하시겠어.”“그럼 가서 좀 막아.”“에헴, 아직 출근 중이라서요.”뒤에서 경호원이 자신을 의논하는 줄도 모르고, 세희는 지금 우빈이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은은한 햇살이 그의 몸에 쏟아지자, 부드러운 이목구비는 이 순간, 한없이 부드러워졌다.특히 모양까지 완벽한 연분홍색의 입술은, 참지 못하고 키스를 할 정도였다. 세희는 침을 삼켰지만, 곧 자신이 좀 변태 같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급히 일어서더니, 자신의 감정을 진정시켰다.‘침착하자, 침착하자! 이렇게 쉽게 우빈에게 빠지면 안 돼!’세희가 끊임없이 자신의 얼굴을 두드리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은 깜짝 놀랐다.‘우리 아가씨가 미쳤나 봐요.’세희의 인기척에, 방 안에 있던 우빈은 펜을 멈추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문틈을 한 번 봤지만, 사람을 보지 못했기에, 휠체어를 돌려 문 쪽으로 향했다.그러나 우빈이 문 손잡이를 잡았을 때, 문이 갑자기 열렸다.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본 우빈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세희가 얼굴을 붉힌 채,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세희야?”세희도 우빈이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순간 말까지 더듬었다. “너, 너, 네가, 왜 여기 있어?!”우빈은 가볍게 웃었다.“여긴 우리 집인데...”“아니, 그게 아니라, 너 방금 책상 앞에 앉아 있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문 앞으로 온 거야?”“응?” 우빈은 웃음을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내가 방금 책상 앞에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날 훔쳐봤었어?”“아니!” 세희는 마음이 찔려서 목청을 높였다.“난 그런 이상한 짓 하는 사람이 아니야!”세희의 말에 경호원들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분명히 그런 분이신데...’우빈은 휠체어를 돌려 길을 비켜주었다.“오늘 어떻게 올 시간이 있었던 거야?”세희는 손가락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