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 씨가 멀쩡해...’‘다시 한번 죽음의 고비에서 살아났어...’긴장이 풀린 순간, 하영은 위가 쥐어짜면서 아프기 시작했다.강한 메스꺼움도 따라서 가슴으로 치솟았고, 시큰시큰한 기운이 목을 찌르고 있어 참기 무척 어려웠다.진석의 눈빛은 점차 차가워졌다.“당신이 이렇게 운이 좋을 줄이야.”유준은 차갑게 웃었고, 눈빛 속의 음침한 기운이 끊임없이 용솟음쳤다.“확실히 운이 좋았지. 말하자면, 난 오히려 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군.”진석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무슨 뜻이죠?”유준은 진석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만약 이런 시시한 게임으로 날 강요하지 않았다면, 난 정말 예전의 일들이 생각나지 않았을 거야.”진석은 멈칫했다.“전부 다 기억난 거예요?”유준은 총을 들어 진석의 턱을 받쳤다.“똑똑히 기억해. 지금부터 너야말로 진정한 고통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테니까. 내 여자를 감히 넘보다니. 넌 네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진석은 이를 악물었다.“정유준, 당신은 앞으로도 줄곧 이렇게 운이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적어도 너 같은 것보단 운이 좋겠지.”유준은 코웃음을 쳤다.“이제 네 차례야. 내가 대신 당겨줘 아니면 네가 직접 쏠 거야?”진석은 눈을 드리우며 눈 앞에 있는 이 총을 바라보았다.지금 그는 살아남을 확률이 겨우 20%밖에 없었다.‘내가 살든 죽든 정유준은 하영을 데리고 떠날 거야.’진석은 눈을 들어 소파에 앉아 냉담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하영을 보았고, 순간 실망을 느꼈다.‘죽어도 난 내가 복수하려는 사람의 손에 죽지 않을 거야.’진석은 유준에게서 총을 받아 자신의 이마에 놓았는데, 유준은 오히려 몸을 돌려 하영을 향해 걸어갔다.경호원은 즉시 진석을 바라보았다.진석이 제자리에 서서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자 그들은 하영을 놓아주었다.유준은 그녀 앞에 다가가더니 허리를 굽혀 하영을 안았다.하영은 얼른 손으로 남자의 목을 안
상대방이 연결되자, 유준은 차에 시동을 걸고 차머리를 돌리며 말했다.“10분 안으로 유람선 안의 사람들 모두 깨끗이 처리해.”방금 유준이 참았던 이유는 바로 하영이 아직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지금까지 감히 그의 앞에서 이렇게 날뛰게 구는 사람은 없었다.‘내 인내심에 도전하다니. 너희들 전부 무사히 떠나지 못하게 해주지.’유준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하영의 심장은 매섭게 뛰기 시작했다.‘안에 있는 경호원들과 부진석까지 더하면 적어도 20여 명은 될 텐데!’‘유준 씨 지금 이 유람선을 피로 물들이려는 건가?!’유준이 아직 전화를 끊지 않은 것을 보고 하영은 얼른 입을 열었다.“유준 씨, 경호원들은 아무 잘못이 없잖아요!”하영이 입을 열자마자 유준은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는 하영을 바라보았다.“그 사람들은 모두 부진석의 명령을 따르고 있어. 만약 그 남자가 무슨 지시라도 내린다면, 오늘 밤 죽을 사람은 우리 두 사람이겠지. 아직도 그들이 무고하다고 생각해?”하영은 말문이 막혔다. 유준의 말에 일리가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그 경호원들도 다 사람인데...’하영은 미련할 정도로 마음이 착한 게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룻밤 사이에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다니, 그녀는 당사자로서 받아들이기가 좀 어려웠다.하영이 대답하지 않자, 유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안전벨트 잘 매. 돌아가는 길은 절대로 평온하지 않을 테니까.”하영은 멍해졌다.“그게 무슨 뜻이죠?”“부진석이 이렇게 쉽게 우리를 돌려보낼 것 같아?”유준은 차 속도를 점차 높였다.“만약 부진석이 그런 사람이었다면 우리는 오늘과 같은 일을 직면할 리가 없잖아?”“빵!”유준의 말이 막 떨어지자 차가 총에 맞은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은 놀라서 몸을 휘청거리더니 얼른 고개를 돌려 차 뒤를 바라보았다.그들의 차 뒤에는 여러 대의 차가 빠르게 따라오고 있었다.하영은 두려움에 눈을 크게 떴다.‘유준 씨가 한 말이 사실이었어. 부진석은 확실히 이렇게 쉽게 우리를
유준은 이미 속도를 줄이고 있었지만 하영은 여전히 두려움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곁눈질로 하영의 창백해진 안색을 보자, 유준은 차를 길가에 천천히 세웠다.브레이크를 밟은 후, 유준은 하영을 바라보았고, 고운 미간에 안쓰러운 감정이 나타났다.“많이 놀랐어?”유준은 손을 들어 하영의 떨리는 손을 잡으려고 했다.그러나 하영이 그가 기억이 회복되었단 것을 아직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준은 감정을 억누르며 손을 거두었다.하영의 귀는 이따금 윙윙거렸고, 그녀는 뻣뻣하게 고개를 돌려 남자의 그윽한 눈빛을 마주했다.입을 열어 미처 말을 하기도 전에, 차 밖에서 갑자기 경호원 한 명이 재빠르게 걸어왔다.경호원이 차창을 두드리자, 유준은 시선을 거두고 차창을 내렸다.“대표님, 부진석이 도망갔습니다. 모두 30명의 경호원이 있었는데, 세 명은 도망갔고 나머지는 이미 다 해결됐습니다.”“알았어.”유준이 대답했다.“진연월더러 부진석의 종적을 찾으라고 해. 찾으면 산 채로 내 앞에 데려와.”“네, 대표님!”차창을 닫자, 유준은 다시 하영을 바라보았다.“남을 동정하는 건 꼭 좋은 일은 아니야.”하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유준의 말은 확실히 맞았다. 오늘 밤 그 사람들이 죽지 않았다면 죽어야 할 사람은 그들 두 사람이었을 것이다.하영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더니 좌석에 기대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석...’‘이번에야말로 우리 두 사람의 사이는 완전히 끝이 난 거겠지?’‘그 남자는 이미 나에게까지 손을 쓰기로 선택했으니 앞으로 아이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차가 다시 움직이자, 하영은 입술을 오므렸다.“유준 씨, 난 부진석이 아이들에게 손을 댈까 봐 두려워요.”“난 이미 사람을 배치했으니 걱정할 필요 없어.”유준은 마치 자신이 아이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하영은 의아함을 느끼며 유준을 쳐다보았다.“언제 안배했죠?”“아이들을 별장에 데려온 후부터. 부진석처럼 음모가 가득한 사람은 하지 않을
하영은 유준이 자신의 뜻을 이렇게 오해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힘없이 말했다.“그런 거 아니에요. 나 지금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을 뿐이라고요. 게다가 당신 집에는 내가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이 없잖아요. 너무 예민하게 굴지마요. 만약 내 안전이 걱정된다면 나 먼저 집에 돌아가서 갈아입을 옷 몇 벌 챙긴 다음 다시 마인하우스로 갈게요.”“그냥 경호원 시킬게!” 유준은 매우 불쾌했다. ‘고작 옷 몇 벌일 뿐, 누가 챙겨도 다 똑같잖아?’‘그런데 기어코 혼자 돌아가려 하다니. 염주강을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해.’자신의 여자가 마음속으로 다른 남자를 근심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 유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마인하우스에서.하영 그들이 돌아왔을 때, 시간은 이미 새벽이 되었다.위층에 있던 두 꼬마는 인기척을 듣고 얼른 방에서 뛰어나왔다.유람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은 전혀 몰랐는데 왜냐하면 유람선의 감시 카메라가 전혀 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렇게 너무 걱정된 나머지 두 아이는 모두 잠을 이루지 못했다.아래층으로 내려가자마자 하영과 유준이 함께 별장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모두 놀라서 멈칫했다.인기척을 듣고 하영은 고개를 들었는데, 계단에 서 있는 두 아이들을 발견했다.그녀는 잠시 놀라다 곧바로 물었다. “너희들 아직도 안 자고 뭐해?”“엄마?” 세준과 희민은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엄마가 여긴 어쩐 일이에요?”하영은 곁에 있는 유준을 힐끗 바라보았다.“너희 아빠가 오라고 했어. 부진석은 아직 찾지 못했으니 나 혼자 돌아가면 안 된다나.”세준은 눈썹을 들었다.“나도 찬성이에요. 엄마, 부진석 아저씨는 지금 엄마를 납치할 수 있었으니 혼자 지내는 건 확실히 안전하지 않죠.”희민도 따라서 말했다.“엄마, 아빠가 엄마를 데려온 이상 안심하고 여기서 지내요.”두 아이가 맞장구를 치는 것을 보고 하영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그래, 너희들 말대로 할게.”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이 여자는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해도
“위층에 가서 씻어.”유준은 이 말을 남기고 몸을 돌리더니 먼저 위층으로 올라갔다.진연월은 몰래 웃으며 하영의 어깨를 두드렸다.“강 사장님, 두 분 미혼 부부니까 너무 쑥스러워하지 마세요. 두 분 소리가 너무 크면 전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할 수 있거든요. 참, 도련님의 방은 2층의 첫 번째 방이에요.”세준과 희민도 진연월의 말에 귀가 빨개졌다. 그래서 두 아이는 하영과 인사를 한 다음 곧장 방으로 뛰어갔다.하영은 아래층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제야 긴장을 억누르고 유준의 방으로 걸어갔다.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문을 밀고 들어가자, 그녀는 침실을 한 바퀴 돌았지만 유준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심지어 욕실 문까지 불이 꺼진 상태였다.하영은 의혹을 품고 방으로 들어섰다.‘유준 씨는 어디로 간 거지?’그러나 유준이 없으니 하영도 안심하고 먼저 씻으러 갈 수 있었다.10분 후, 하영은 욕실에서 나왔고, 유준은 여전히 침실로 돌아오지 않았다.그녀는 문을 힐끗 바라보았는데, 유준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 ‘부진석 때문에 바쁜 건가?’하영은 잠시 생각하더니 옷방으로 걸어갔다.한 바퀴 찾다 이불 한 채를 꺼낸 후에야 침대로 돌아가서 깔고 누웠다.밤새 들볶았으니 하영은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잠이 들었다.그리고 하영이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방 문이 살며시 열렸다.유준은 침실에 들어온 후, 하영을 깨울까 봐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그리고 침대 앞으로 걸어가서 하영의 옆에 천천히 앉았다.하영이 여전히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면서, 먹물처럼 새까만 눈 밑에는 안쓰러움이 스쳤다.유준은 손을 들어 하영의 볼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쓸어 올렸다.“그동안 많이 고생했어.” 유준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모든 일 끝나면 우리 결혼하자.”하영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자, 유준은 눈빛이 부드러워지더니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에야 남자는 일어나서 씻으러 갔다.다음날,
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너는 요즘 간섭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진연월은 테이블 옆에 앉았다.“네, 강 사장님과의 일은 간섭하지 않을게요. 도련님,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죠?”“각 언론에 연락해.”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리고 부진석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모든 증거를 전부 폭로하고. 난 이 일이 반나절 만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길 원해.”이 말을 듣고 진연월의 표정도 따라서 엄숙해졌다.“도련님, 좀 이상하신데요.”유준은 그녀를 흘겨보았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진연월은 마음속에 줄곧 의심을 품고 있었는데, 확신할 수 없었기에 그녀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고 계속 떠보았다.“어젯밤 유람선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죠? 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유람선을 폭파하신 거죠?”진연월은 계속 물었다.“이 일은 제가 어젯밤에 가장 빨리 억눌러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위의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도 몰라요.”유준은 어두운 눈빛으로 되물었다.“내가 지금 무엇을 하려면 오히려 너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가?”“도련님, 제가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잖아요.” 진연월이 말했다.“만약 극도의 분노를 느끼신 게 아니라면, 이렇게 하지 않으셨겠죠.”유준은 차갑게 웃었다.“그 사람은 내 목숨을 원했으니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이것뿐만이 아니잖아요, 도련님.” 진연월이 말했다.“분명히 또 다른 일이 도련님의 마음속에 쌓여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어제 마침 폭발했고요.”유준은 앞에 있는 커피를 들었다.“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직접 말해.”“기억이 회복되셨군요.” 진연월은 아주 확신했다.유준은 가볍게 입을 오므렸다.“이렇게 판단할 자신은 있고?”“도련님의 말투가 첫째 이유예요.”진연월이 말했다.“어젯밤부터 전 줄곧 의혹이 들었거든요. 어떻게 강 사장님을 데리고 돌아올 생각을 하신 거지. 도련님은 원래 의심이 많은 사람이시기에, 강 사장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철저히 파악하기 전에, 도련님은 절대로 이렇
진연월이 대답했다.“안심하세요, 도련님. 보스께서 이미 도련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고 명령을 내리셨거든요. 제가 지금 바로 가서 언론에 통지할 준비를 할게요.”진연월이 나간 후, 유준은 핸드폰을 들었다.그리고 주진우의 연락처를 찾아냈다.‘이 사람, 난 아직도 이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겠어.’기억이 회복되어도 유준은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몰랐다.주진우의 실력은 아주 강했고, 심지어 유준이 종래로 접촉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모두 장악하고 있었다.A국, S국, 나아가서 B국, 여러 나라의 세력들도 모두 주진우의 체면을 봐줘야 했다.그의 이런 실력에 유준은 이 사람의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진연월에게 자신이 기억을 회복했다고 말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주진우가 도대체 어느 쪽 사람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만약 자신의 편이 아니라면, 그는 유준은 모든 일을 똑똑히 관찰하며 제때에 대응조치를 취해야 했다.생각하면서 유준은 주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진우가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나에게 전화할 생각을 했지니?”유준은 컴퓨터의 날짜를 보더니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요 며칠 돌아온다니, 외국의 일을 다 잘 처리한 거예요?”“응, 거의 다 끝났어.” 주진우가 대답했다.“조금만 더 있다 널 데리고 다시 돌아오면 완전히 끝낼 수 있을 거야.”“내가 가서 뭘 하면 되죠?”유준이 물었다.“넌 아직 알 때가 안 됐어. 좀 더 지나면 알려줄게.”“구체적인 시간을 알려줘요.”“그런 거 없어.” 주진우가 말했다.“그런데 정말 시간을 말하려면 너한테 달렸지.”유준은 의심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날 데리고 함께 출국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뭐지?’‘심지어 시간이 나한테 달렸다니?’유준은 주진우가 외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그게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그럼 돌아와서 다시 이야기해요.”“부진석 쪽의 흔적은 아직 찾을 수 없으니 너도 긴장 좀 풀어.”주진
하영은 가장 먼저 유준을 떠올렸다.진석이 지금처럼 된 것도 모두 그 자신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었다. 설령 그들이 전에 친구였다 하더라도 이런 일을 겪은 후, 진석은 사람들의 동정조차 받을 자격이 없었다.하영은 인나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지금 이렇게 된 것도 다 부진석이 스스로 자초한 거지.”인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네가 말에 찬성해. 부진석은 처음에 그런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정유준이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겠지.”어젯밤의 일이 아직도 눈에 선했기에 하영은 부진석을 전혀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그가 지금 죽어도 하영은 절대로 동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기껏해야 아쉬움을 느낄 뿐이었다. 진석이 왜 그들의 손에 죽지 않았는지를. 단지 그것뿐이었다.하영은 인나에게 메뉴를 건넸다.“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주문해.”인나는 메뉴를 받았다.“하영아, 어젯밤 항구가 폭발한 거 알아?”하영은 물컵을 들며 잠시 멈칫했다.“기사가 뜬 거야?”“응, 그런데 구체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큰 폭발이 생겼는지를 말하지 않아서 너한테 물어본 거야. 네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나 알아.” 하영은 레몬물을 한 모금 마셨다. “유람선이 폭발한 거야. 그것도 유준 씨가 시켰어.”인나는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정유준이?! 너희들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니?”하영은 사방을 한 바퀴 둘러보다가 옆에 손님이 별로 없는 것을 보고 어젯밤의 일을 인나에게 대충 설명했다.인나는 온몸을 벌벌 떨었다.“세상에, 부진석이 감히 그런 짓을 했다고?! 자신이 죽을까 봐 두렵지도 않나 봐?”“그냥 내기하는 거지.” 하영이 말했다.“부진석처럼 악랄한 사람은 자기한테 이렇게 독한 것도 정상 아니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참을 수 있었겠어?”인나는 걱정을 금치 못했다.“하영아, 나 지금 자세히 생각해 보니까 소름이 다 돋네.”하영이 물었다.“왜?”인나는 눈 앞에 있는 두 아이를 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