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은 유준의 말을 듣고 마음속의 분노와 실망이 점차 사라졌다.그녀는 오히려 유준이 이렇게 진지하게 자신에게 어젯밤의 상황을 설명할 줄은 몰랐다.‘예전의 유준 씨는 아무 말도 더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는데.’‘심지어 설명하는 것조차 귀찮다고 여겼지.’‘지금은 어떻게...’하영은 의혹을 느끼며 유준을 바라보다 떠보았다.“나에게 설명한 이유가 뭐예요?”유준도 순간 멍해졌다.그는 분명히 하영에 대해 감정이 없는데, 왜 이렇게 급하게 와서 설명을 한 것일까?‘이 여자의 감정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잠시 침묵한 다음, 유준이 말했다.“난 단지 오해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야.”하영은 눈을 드리우더니 눈 밑에 다시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는 낮은 소리로 중얼중얼 말했다.“아, 당신은 단지 이걸 증명하기 위해서였군요, 날 관심해서가 아니라...”유준은 하영이 한 말을 잘 듣지 못했다.그는 아예 화제를 바꾸었다.“세희가 줄곧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 넌 선생님과 함께 나와 먼저 호텔로 가지.”하영은 담담하게 응답했다.“정리 좀 할 테니까 아래층에서 날 기다려요.”10분 후, 하영은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노지철을 찾아갔다.“선생님, 세희가 줄곧 우리를 걱정하고 있었으니 저희와 함께 세희를 만나러 가시죠.”하영이 권했지만 노지철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마을 사람들이 갈 데가 없어서 그래. 내가 집에 없다면 그들은 밖에서 지낼 수밖에 없을 거야.”하영은 집안에 가득 앉은 마을 사람들을 보며 말을 하려던 참에 유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제가 사람 찾아 마을 사람들의 거처를 잘 안배할 게요.”유준이 말했다.“지금 마을이 이렇게 됐으니 구급품이 운송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죠. 이렇게 기다리느니 차라리 저와 함께 떠나는 게 더 낫지 않겠어요? 경호원들이 차로 데려다줄 거고요.”.하영은 유준의 생각이 뜻밖에도 자신과 같아서 깜짝 놀랐다.그녀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도 세희가 항상 이곳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신을 잘 보
호텔에 도착한 후, 하영과 노지철은 세희와 얘기하러 갔고, 유준은 먼저 샤워하러 갔다.그가 나오자, 노지철은 유준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었다.“정 선생, 이번에 우리 마을 사람들을 구조한 은혜는 정말 보답할 수가 없을 것 같군. 사실 정부에서도 우리를 원조하러 올 수 있었으니 굳이 이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어.”유준은 머리를 닦으며 노지철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사실 제가 이렇게 한 것도 단지 제 딸이 앞으로 여기에 남았을 때, 사람들이 더 잘 챙겨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도움을 내민 것뿐이에요.”노지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표시했다.“선생님의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신 이상, 저를 도와 계산 좀 해주실 수 있나요?”노지철은 유준이 뜻밖에도 자신을 찾아 계산을 한다는 것에 좀 놀랐다.“말해봐.” 노지철이 말했다.“선생님은 부진석이라는 사람을 아시나요?”노지철은 눈을 들어 유준을 바라보았다.“알면 어떻고, 모르면 또 어떻지?”유준이 설명했다.“이 사람은 제 원수인데, 저는 선생님께서 그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계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그 사람의 결과는 바로 네 손에 있지 않은가?”유준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노지철의 말을 되새겼다.“네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나도 잘 알고 있다. 넌 지금 기억이 없는 단계에 처해 있으니 무슨 일을 해도 착실하지 못하다고 느끼겠지.”노지철은 바로 유준의 초조함을 간파했다.“네.”유준이 말했다.“그래서 이 질문을 하는 거예요.”“네 능력은 헤아릴 수 없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어느 지경까지 해야 하는지는 완전히 네 생각에 달렸다.”말을 마치자 노지철은 물을 마시고 이어서 말했다.“네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떤 사람은 악을 저질렀으니 자연히 그 악보가 있을 거야. 계속 원수를 갚으려 한다면 또 언제 끝이 날까. 복수라는 두 글자는 내 눈에 있어 마음의 균형점을 찾는 것에 불과하지.”“이런 사람은 사실 제가 직접 손을 써서 복수할 필요는 없어요. 저도 단지 그 사람이 예전에 저지
유준이 부인할 수 없는 한 가지 일은 바로 하영이 확실히 예쁘게 생겼다는 것이다.그러나 이렇게 생긴 여자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미래의 아내?’유준은 입술을 구부리고 차갑게 웃더니 마음속으로 비방했다. ‘이 여자를 향한 느낌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사흘 후, 공항은 이미 항공편을 재개했고, 마을도 정부의 구조로 재건되기 시작했다.노지철의 집은 무사했기에 하영도 안심하고 세희를 노지철에게 맡겼고 유준과 함께 김제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랐다.5시간의 비행 끝에 그들은 마침내 김제에 도착했다.하영은 유준과 공항을 나서자마자, 공항 입구에 익숙한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그 사람을 본 하영은 멍하니 있다가 즉시 입을 열었다.“주강 오빠?”하영의 말을 듣고 유준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주강을 보았다.주강은 몸을 돌려 하영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마침내 돌아왔군요.”이 말에 옆에 서 있던 유준은 저절로 눈살을 찌푸렸다‘이 남자 일부러 공항에 마중하러 나오려고 달려온 거야??’하영은 주강 앞으로 걸어갔다.“주강 오빠, 왜 여기에 있어요?”주강의 시선은 무심코 유준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의 이 시선은 유준에게 있어 마치 도발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것 같았다.“나도 방금 김제에 도착했어요. 같이 밥 먹으려고 했는데 하영 씨 핸드폰이 꺼진 상태였고요. 그래서 우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고, 하영 씨가 정오에 김제에 도착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내가 인사도 없이 나타나서 불편한 건 아니죠?”하영은 얼른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주강 오빠가 이렇게 왔는데 왜 나한테 밥을 사줘요? 당연히 내가 사줘야죠. 마침 우리 모두 아직 먹지 않았으니 함께 레스토랑에 가서 밥 먹어요.”말하면서 하영은 유준을 보며 그의 의견을 구했다.유준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 거절하려고 했다. 그는 주강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께 밥을 먹을 필요가 없었으니까.더군다나 요 며칠 김제에 있지 않았으니 회사의 일도 가득 쌓였다.그러나 하영
하영은 어색하게 말했다.“고마워요. 이렇게 자세히 관찰할 줄은 몰랐어요.”“하영 씨는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 내가 많이 챙겨주는 것도 당연하죠.”주강이 설명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유준은 마음속으로 이따금 코웃음을 쳤다.그는 자신이 함께 와서 식사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으면 이 두 사람의 대화가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몰랐다.하영과 주강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유준의 마음은 마치 개미에게 갉아먹힌 것 같았다.간지럽고 아픈데 또 제지할 수가 없었다.유준의 몸에서 나는 한기를 감지한 하영은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주강 오빠, 오늘 김제에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 거예요? 만약 내고 도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절대로 사양하지 마요.”“확실히 하영 씨가 도와줘야 할 일이 두 가지 있어요.” 주강이 말했다.“말해 봐요.”“지금 하영 씨의 오빠가 이미 소진 그룹으로 돌아갔다는 말을 들었어요. 소진 그룹의 산하에는 석유와 관련된 몇 개의 산업이 있는데, 난 하영 씨가 나를 도와 소 대표님에게 날 추천해 줬으면 좋겠어요.”하영은 깜짝 놀랐다. 주강을 찾아 합작하려는 사람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을 텐데, 왜 굳이 예준을 선택한 것일까?게다가 소진 그룹은 석유가 필요하더라도 대량으로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이 합작은 좀 터무니없는 것 같았다.유준은 오히려 주강의 수작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난 오히려 한 여자에게 구애할 때, 그 여자의 집안에 관심을 던진 사람을 처음으로 보는데. 이게 뭐죠?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으니 가족들을 이용해서 그 목적을 달성하려고요?”주강은 웃으며 설명했다.“정 회장님이 만약 굳이 내 뜻을 곡해하려 한다면, 나도 할 말이 없네요.”“이 행동을 설명할 다른 적합한 핑계라도 있는 거예요?”유준이 되물었다.“나는 정 회장님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이렇게 생각한 이상, 나도 부인하지 않을 수 있죠.”‘이 두 사람은 도대체
주강과 이웃이 될 수 있다면 하영은 무척 기뻐했다.이렇게 되면 앞으로 수지가 놀러 오는 것도 편리했다.“이 일은 내가 부동산에게 물어볼게요.” 하영은 주강의 부탁을 들어주었다.“수지는 김제로 전학오지 않을까요?”하영이 꽃처럼 웃는 모습을 보고 유준은 참지 못했다.“이 남자의 마음이 지금 모두 얼굴에 쓰여져 있는데, 넌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한 거야?”“정 회장님.” 인나가 먼저 말을 하더니 일부러 흥분해하며 물었다.“정 회장님도 염 대표님이 우리 하영을 좋아하고 또 하영에게 구애하려는 것을 알아차렸겠죠?”유준은 고운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장님인 줄 알아?”“그럼 잘 됐네요!”인나는 두 손으로 하영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주강의 방향으로 밀었다.“하영과 염 대표님이 꽤 닮은 거 같지 않나요? 안 그래요, 정 회장님?!”유준의 안색은 더욱 차가워졌고 몸에 한기가 슬슬 뿜어져 나왔다.인나는 계속 그를 자극했다.“정 회장님, 염 대표님의 구애를 알아볼 수 있는 이상, 틀림없이 염 대표님의 인품을 잘 알 수 있겠죠? 염 대표님은 멋있고, 돈도 있고, 성질도 좋고, 관건은 특별히 사람을 잘 돌본다는 거예요! 하영이 나중에 시집가면 너무 행복하잖아요! 안 그래요? 정 회장님! 내 생각엔, 정 회장님은 그냥 세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요. 나중에 하영이 다시 염 대표님과 몇 명 낳으면 되니까!”말을 마치자 인나는 흥분을 금치 못하며 하영의 손을 잡고 두 눈을 반짝이며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하영아, 너와 염 대표님의 아이라면 얼마나 예쁘게 생겼을까? 정말 너무 궁금하네!”하영은 한 글자도 말하지 못했고 인나의 말을 끊지도 못했다.인나의 작은 입이 완전히 멈춘 후에야 하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소리를 낮추었다.“인나야, 헛소리 하지 마!”말하면서 하영은 얼굴이 완전히 차갑게 변한 유준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설명하려 했지만 인나는 죽어라 그녀의 손을 잡았다.다음 순간, 유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두 사람이 천생연분처럼 보이는 이상, 앞
유준은 대답하지 않고, 두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간 후에야 입을 열었다.“강하영과 염주강이 잘 어울려?”유준은 오는 길 내내 참다가 결국 이 말을 물었다.현욱은 멍해졌다.“왜 갑자기 이 얘기를 묻는 거야?”“너는 대답만 해!”유준이 짜증을 냈다.현욱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잘 어울리. 둘이 같이 서 있으면 누가 오해하지 않겠어? 그동안 기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니깐.”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두 사람 모두 얼굴이 괜찮아서 잘 어울리는 거야?”유준의 말에 담긴 질투가 담긴 것을 들은 현욱은 그를 야유했다.“너 설마 질투하는 거 아니지?”“내가?” 유준인 콧방귀를 뛰었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현욱은 미친 듯이 웃음을 참았다.‘그럴 리가 없다고? 이 얼굴 썩은 것 좀 봐.’“저기, 이 일은 일단 제쳐두지 그래?” 현욱이 말했다.“우리 이제 본론부터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유준은 소파에 앉았다.“부진석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지?”“맞아.” 현욱은 생수 한 병을 유준에게 던졌다.“이 사람을 줄곧 회사에 놔두다니, 넌 짜증 나지도 않나 봐?”유준은 담담하게 말했다.“3일 안으로 난 그 남자를 회사에서 쫓아낼 거야.”현욱은 흥분해하며 의자를 당겨 유준의 맞은편에 앉았다.“너한테 방법이 있는 거야? 난 네가 이런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동안 아무런 기척이 없었잖아.”유준은 현욱을 흘겨보았다.“굳이 겉치레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거야?”“어떤 방법으로 부진석을 해결할 건데? 나에게 말해 봐?”“두고 봐.”저녁, 한강 호텔에서.유준이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진연월이 찾아왔다.그녀는 자료 한 부를 꺼내 유준에게 건네주었다.“도련님, 자료를 드렸으니 이제 제 보너스도 주셔야죠. 1억 없으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유준은 서류를 받고 몇 번 본 후 말했다.“2억 줄게.”진연월의 눈동자가 밝아졌다.“도련님, 이번에 왜 이렇게 마음이 너그러우신 거죠?”“네가 부진속이 기밀을
‘그럼 허시원의 할머니가 다른 곳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아!’진석은 저 멀리 마을에 있는 경호원의 번호를 뒤져 전화를 걸었는데 이미 꺼진 상태였다.그는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난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겠어.’월요일, 회사에 가지 않은 진석은 직접 공고를 내며 MK 회장직을 사임했다.이 공고가 나오자 김제 네티즌들의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켰다.많은 네티즌들은 유준의 귀환을 외치며 진석의 사직에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현욱은 실시간 검색어를 본 다음 가장 먼저 유준을 찾아갔다.그는 심지어 문을 두드리는 것도 잊은 채 바람 같이 달려들어갔다.“유준아!”현욱은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유준을 보며 감격에 겨워 앞으로 달려갔다.“3일! 정말 3일이었어!”유준은 바보를 보는 것처럼 현욱을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그럼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이 짐승이 MK의 실적을 얼마나 끌어내렸는지 아냐고! 그런데 부진석은 대체 왜 그만둔 거지? 이제 말해도 돼?”“궁금해?” 유준은 눈 밑에 웃음을 숨기고 현욱을 바라보았다.“그럼!”“난 사법부 사람들더러 부진석에게 전하라고 했어. 사직하지 않으면 그들도 그 남자를 감쌀 수 없다고.설령 여전히 부진석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명성을 고려해 봐야 하지. 도대체 일시로 참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 완전히 명성을 망치든지.”“사법부?!” 현욱은 멍해졌다.“부진석은 사법부의 사람들과도 관계가 있다는 거야?”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뭐가 어때서? 사법부의 부장도 한강 호텔을 자주 드나들었으니 그들의 도움을 청하고 싶다면 입만 열면 되니까.”“결국 부진석이 네 코앞에서 수작을 부렸을 뿐이네?”현욱이 물었다.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의 관계는 정말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적어도 내가 없을 때, 부진석은 확실히 김제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었거든.”현욱은 어리둥절해졌다.“네 손에 증거가 있는 이상
“나도 아크로빌에 집을 사서 강하영 이웃에 살라고?” 유준은 코웃음을 치며 피식 소리를 냈다.“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나 정말 깜박할 뻔했네!” 현욱은 진지하게 말했다.“너 전에 하영 씨 옆에 별장을 하나 샀잖아?”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그래!” 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을 잃기 전에 너.”유준은 잠시 침묵했다.“강하영은 이 일을 알고 있는 거야?”“당연히 하지. 그때 네가 인테리어 잔금도 다 결제하지 못했는데, 그것도 하영 씨가 대신 냈어.”유준은 가슴이 떨렸다.“나 대신 그 디자이너 좀 찾아줄 수 있어?”“디자이너는 왜?”“그때 강하영이 얼마를 지불했는지 물어봐. 난 여자에게 돈 빚지는 거 좋아하지 않거든.”현욱은 눈을 깜박였는데.‘이 일은 직접 하영 씨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르지 않나?’‘설마 유준은 스스로 물어보기가 쑥스러운가?’현욱이 말했다.“그래, 이 일은 나한테 맡겨!”저녁, 현욱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나가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슬리퍼로 갈아 신으며 앞으로 다가갔다.“인나 씨, 나 돌아왔어요.”“응.” 인나는 라면을 먹고 있었기에 어물어물하게 대답했다.“나 오늘 밥하지 않았으니까 이따 배달을 시켜요.”현욱은 인나의 곁에 앉아 과자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인나 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뭔데요?” 인나는 현욱을 바라보았다.현욱은 헤헤 웃었다.“하영 씨한테 가서 전에 유준이 산 그 별장의 인테리어 비용이 얼마인지 물어봐 줄래요?”인나는 동작을 멈추더니 의미심장하게 현욱을 바라보았다.“정유준이 물어보라고 시킨 거예요 아니면 당신이 궁금해서 물어보러 온 거예요?”“내가 이런 걸 왜 궁금하겠어요?” 현욱은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유준이 알고 싶어서 그러죠. 내가 알아봐 준다고 했을 뿐이에요.”인나는 입술을 살짝 구부렸다.“여전히 참을 수가 없었구나.”“뭐가요?”인나는 손에 든 감자칩을 내려놓았다.“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