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이 안 되는 것을 보고 하영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머니도 저녁을 만들었는데, 주강 오빠 괜찮다면 비서더러 먹을 것을 내 별장으로 보내라고 하는 건 어때요?”“그래요.” 주강이 일어서서 말했다.“아주머니의 요리 솜씨가 아주 좋으니 낭비하면 정말 아깝죠.”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강을 따라 일어서서 별장 입구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문을 열고 별장을 나왔을 때, 하영의 별장 앞에 차 한 대가 세워졌다.차 안의 남자는 내려오자마자 하영과 주강이 함께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그들 두 사람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남자는 눈빛이 자기도 모르게 굳어졌고, 손에 든 자루를 꽉 쥐었다.그러자 고개를 살짝 돌려 그들이 나온 별장을 바라보았다. 진석은 입술을 오므렸다. ‘염주강이 설마 여기서 집을 샀단 말인가?’그가 상황을 정리하기도 전에 뒤에서 갑자기 전조등이 비춰졌다.진석은 몸을 돌렸는데, 자동차 번호판을 똑똑히 본 후,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그는 이 번호판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유준의 차였다.차가 멈추자, 유준은 내리는 순간, 마찬가지로 별장 앞에 서 있는 진석을 보았다.진석의 얼굴에는 싸늘한 웃음이 떠올랐다.“정 회장님, 공교롭네요.”유준은 대답하려 했지만 진석 뒤에서 다른 별장에서 걸어 나온 하영과 주강을 보았다.그는 눈썹을 번쩍 치켜세우더니 즐겁게 이야기하는 두 사람과 별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주강은 먼저 전방을 바라보다가 진석과 유준이 모두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눈 밑에 놀라움이 스쳤다.‘이 두 사람은 어떻게 동시에 여기에 나타난 거지?’주강이 발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하영도 그의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두 사람을 보았을 때, 여자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주강은 하영의 정서를 감지하고 입을 열어 분위기를 완화시켰다.“그들 두 사람이 모두 있다니, 오히려 좀 놀랍네요.”하영은 주강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그녀는 주강과 함께 자신의 집 앞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하영이
심지어 유준은 말하는 것조차 냉정한 사고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말을 내뱉었다.“그들만 올 수 있고, 난 올 수 없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에요. 당신이 무슨...’“나와 하영 씨는 방금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 만약 개의치 않는다면 함께 식사하는 건 어떤가요?”주강의 말은 마치 남자 주인으로서 그들을 초대하는 것과 같았다.이 말을 들은 유준과 진석의 안색은 모두 좀 어두워졌다.유준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난 내 아이의 엄마의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이니 너무나도 정상이지.”말이 끝나자 유준은 먼저 다리를 들어 하영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하영은 유준의 말에서 은근히 질투를 느낀 것 같았다.곧이어 진석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염 대표님이 하영과 짧은 시간에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줄은 몰랐는데.”주강은 부드럽게 웃었다.“하영 씨가 개의치 않는다면, 난 하영 씨와 좀 더 가깝게 지내고 싶네요.”진석은 입술을 오므리고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 난 먹을 것을 들고 들어갈게.”하영이 거절하기도 전에 진석도 별장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하영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주강을 향해 말했다.“주강 오빠, 그렇게 말하면 남들이 오해하잖아요.”주강이 물었다,“정 회장이 오해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하영은 살짝 한숨을 쉬며 솔직하게 말했다.“맞아요, 난 그 남자가 또 무슨 듣기 싫은 말을 할까 봐 두렵네요. 결국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요.”그러나 주강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영 씨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죠. 내가 그렇게 말했어도 꼭 하영 씨가 그대로 한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정 회장은 화풀이를 하고 싶어도 하영 씨를 겨냥하지 않고 날 겨냥할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저었다.“주강 오빠, 당신은 유준 씨에 대해 잘 몰라요.”주강은 웃으며 말했다.“난 확실히 정 회장을 잘 모르지만, 그가 나와 똑같은 남자란 것을 잘 알고 있죠.”이 말에 하
하영은 얼른 오미숙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이때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으니까.오미숙이 나서야만 남자들은 이 화제를 넘어갈 수 있었다.오미숙은 바로 하영의 시선을 알아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염 대표님, 대표님께서 직접 하지 마시고 제가 아가씨에게 까드릴게요.”주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어 해삼을 집어주었다.“하영 씨, 이것 먹어요.”유준은 코웃음을 치며 젓가락을 들어 하영의 그릇에 전복 하나를 집어 주었다.“많이 먹어!”‘이 상황에 내가 밥이 넘어가는 게 더 이상하잖아!’‘만약 이럴 줄 알았다면, 난 차라리 회사에서 야근을 할지언정 집에 돌아와서 이 세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그리고 정유준!’하영은 곁눈질로 유준을 힐끗 바라보았다. ‘오늘 또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모르겠네.’‘분명히 마음속에 내 자리가 없는데도 남들과 다투면서 질투심이 폭발하다니.’하영은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술장에 가서 술 두 병을 꺼냈다.세 남자의 시선이 그녀에게 떨어지자, 하영은 술을 딴 후 탁자 위에 놓고 말했다.“다들 이렇게 모였으니 오늘 저녁에 우리 술이나 마셔요!”하영은 이미 그들의 입을 막을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술만 마시면 하영은 도망갈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말을 마치자 하영은 다시 앉아 자신에게도 술 한 잔을 따랐다.차가운 술이 목을 타고 들어가자, 하영의 마음속의 초조함을 조금 가라앉혔다.하영이 먼저 마셨으니 세 남자도 오히려 거절하지 않았다.그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을 보고, 하영은 마시는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한 시간이 지나도 세 사람은 먼저 떠날 의사가 없었다.하영은 화장실에 가겠다는 핑계를 대고 그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오미숙과 잠깐 얘기를 했다.“아주머니, 그들 세 사람은 이제 아주머니에게 맡길게요. 만약 다투기 시작하면 위층으로 올라와서 나 찾아요.”오미숙은 하영의 생각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는 안심하시고 얼른 가서 쉬세요. 세 분의 경호원들
이 말을 남긴 후, 주강은 식탁을 떠나 별장을 나섰다.유준의 마음속의 분노는 그의 말에 따라 점차 심해졌다.‘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지금 강하영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를 대하는 것보다 더 좋아서?’유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원래 떠날 생각을 했지만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2층에 도착하자마자 유준은 서재에서 나온 하영을 발견했다.눈빛이 마주치자, 하영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왜 올라온 거죠?”유준은 주위의 몇 개의 방을 살펴보았다.“네 방은 어느 거지?”하영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옆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여기요. 왜 그래요?”“들어와.”유준은 차가운 소리로 말을 마친 다음 곧장 앞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하영은 어리둥절하게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비록 유준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하영은 여전히 그의 몸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를 똑똑히 맡을 수 있었다.하영은 유준의 뒷모습을 응시했다.‘설마 술에 취했나?’유준은 소파에 앉았고, 하영은 생수 한 병을 들고 그에게 건네주었다.유준은 받지 않고 입을 열었다.“너와 부진석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하영은 눈동자를 드리우며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왜 이 일을 물어보는 거예요?”“만약 나 때문 네가 그 남자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나빠졌다면, 난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유준은 솔직하게 말했다.하영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당신을 향한 내 감정이 한 사람을 증오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만약 당신이 기억을 잃지 않고, 또 나의 입장에 서 있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태도를 선보였을 거예요.”하영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그러나 당신도 내가 부진석을 미워하는 일부 원인일 뿐이에요. 인정해요.”“또 다른 원인은 뭐지?”“당신한테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 데요?” 하영은 참지 못하고 유준을 반박했다
하영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유준이 힘을 너무 꽉 줘서 그녀는 전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그녀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유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정유준, 당신에게 있어 사람은 이성친구가 있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는 지금 아무런 관계가 없잖아요. 내가 누구 집에서 나오든 당신이 간섭할 차례가 못 돼요!”“넌 남자가 그렇게도 좋은 거야?!”유준은 하영의 변명에 유난히 화가 났다.“부진석! 염주강! 그들 외에 네 곁에 또 누가 있지?!”“엄청 많죠!”하영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다양한 남자들 다 있어요! 난 돈이 있으니 어떤 남자든 가질 수 있다고요! 내가 오늘 이 사람을 찾고 내일 저 사람을 찾아도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요! 알아들었어요... 웁?!”하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준은 한 손으로 하영의 턱을 잡으며 고개를 숙여 직접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고 그녀의 말을 막았다.마음속의 질투는 알코올의 작용으로 완전히 폭발하면서 유준은 심지어 그 자신도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하영은 마치 전기라도 맞은 것처럼 완전히 굳어버렸다.유준은 이 기회를 틈타 그녀의 이빨을 열고 뜨거운 키스를 했다.약탈하는 것 같기도, 침범하는 것 같기도, 마치 본래 그의 주권에 속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혀끝이 깨물리자, 하영은 아픔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녀는 손을 들어 유준의 가슴을 힘껏 밀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유준은 하영에게 밀어낼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녀의 두 손까지 잡았다.그리움 때문인지 하영은 유준의 강력한 키스에 몸이 점점 나른해졌다.여자의 반응을 알아차린 유준은 허리를 굽혀 하영을 껴안았다.그리고 침대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하영을 내려놓는 순간 다시 그녀와 키스했다.몸에서 전해지는 익숙함에 유준은 앞에 있는 이 여자를 놓고 싶지 않았다.마음속에는 심지어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미친 생각까지 나타났다.심란한 분위기 속에서 유준은 허리를 펴더니 거칠게 하영의 가슴 앞에 있는 단추를
유준이 말했다.“이 일은 현욱이 나에게 알려준 거야.”하영은 멈칫했다.“현욱 씨가요?”“응.”유준은 말투가 약간 누그러졌다.“넌 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이 일은 나로 인해 일어났으니 숨길 것도 없지.”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아이들의 일을 언급해도 될 것 같아.’“아이들 말이에요, 계속 나에게서 빼앗아갈 거예요?”유준은 일어서서 말했다.“너 때문에 결혼하지 않은 게 아닌 이상, 양육권을 따질 필요도 없겠지.”‘그러니까 줄곧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양육권을 따지려 했던 거야?’유준은 하영을 등진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미안, 난 아직 우리에 관한 일들이 생각나지 않아. 그러니 약혼도 받아들일 수 없어.”그 말을 듣고 하영의 눈 밑에 실망이 떠올랐다.그러나 그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라도 아마 유준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모든 것은 시간에 맡기면 됐다.‘평생 기억 못 해도 좋아. 유준 씨 잘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하니까.’하영은 일어나서 문 앞으로 향했다.“시간도 늦었으니 내가 아래층으로 데려다줄게요.”“염주강은 너와 어울리지 않아.”유준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영은 걸음을 멈추며 옅은 미소를 한 채 몸을 돌렸다.“당신이 날 버린 것이지, 내가 당신을 버리려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당신은 내 삶과 내 결정에 간섭할 자격이 없어요.”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계속 그 남자와 만날 거야?”하영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이제 가봐요.”일주일 후, 하영과 유준 두 사람은 만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하영이 서글프게 탁자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인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영이, 꼬박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네 얼굴에는 왜 웃음이 하나도 없는 거야? 무슨 일 생겼니?”하영은 넋을 잃은 채로 인나를 바라보았다.“아, 아니야.”“너 지금 멀쩡한 사람 같지가 않아서 그래.” 인나는 일어나서 하영에게 커피를 타주며 은근히 그녀를 자극
하영은 반신반의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인나는 우려낸 커피를 하영 앞에 놓았다.“하영아, 네가 말한 거 보니까 정유준 아직 너에게 감정 있는 것 같아! 무의식적인 반응은 절대 틀리지 않을 거라고!”하영은 시선을 거두며 커피를 들었고 목소리는 쓸쓸함이 묻어났다.“나 지금 유준 씨에 대해 그 어떤 판단도 내릴 수가 없어.”‘내가 다른 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원치 않는 동시에 또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니.’‘이걸 누가 참을 수 있겠어? 또 누가 또 감히 유준 씨의 생각을 판단하겠냐고?’인나는 하영의 어깨를 두드렸다.“하영, 나만 믿어. 언젠가는 정유준이 다시 네 뒤를 쫓아다니면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할 거야! 그러나 지금은 반드시 참아야 해. 그 남자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가장 좋기는 네가 막 귀국했을 때처럼 그렇게 냉담하게 대하는 거야!”하영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MK에서.현욱은 유준 사무실의 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유준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회장 사무실이 불편한 거야? 굳이 내 사무실에 와서 누우려는 이유가 뭐지?”“거긴 춥고 외로워서, 가고 싶지 않아.” 현욱은 원하지 않았다.“유준아, 저녁에 같이 한 번 모이지 않을래?”“누구랑?”“당연히 기범이지!” 현욱은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그 녀석이 계속 귀찮게 굴잖아. 네가 보고 싶다면서 데리고 나오라고.”유준은 머릿속으로 잠시 생각을 한 후에야 기범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내가 그 사람과 친한 거야?” 유준이 물었다.현욱은 멈칫하더니 피식하고 웃었다.“기범이 그 자식 만약 이 말을 들었으면 틀림없이 울고 불며 난리를 부렸을 거야!”“그건 나랑 상관없어. 난 안 갈 거야.”“왜?!”현욱은 흥분해하며 말했다.“우리 세 사람 정말 오랫동안 같이 모이지 못했단 말이야!”유준은 현욱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료에 집중하려 했다.그러나 이 빽빽한 글자들은 하나도 그의 눈에 들어갈 수 없었다.억지로 집중을 하려 한다면 유준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하
“됐어, 그만해!” 현욱은 앞으로 다가가서 기범을 잡아당겼다.“사람 징그럽게 하지 말라고!”기범은 현욱에게 끌려가 소파에 앉았고 유준도 그들 옆에 앉았다.기범은 자신을 향한 유준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테이블 위의 양주를 열었다.“잔말은 더 이상 하지 않을게!” 기범은 그들에게 술을 따라준 다음 또 일일이 그들에게 가져다주었다.“우리 감정은 모두 이 술 속에 있으니까 이제 한 번 마셔보자고!”기범은 명실상부한 수다쟁이로 분위기를 이끄는 일인자였다. 그래서 한 시간 후, 유준도 천천히 그를 받아들였다.유준이 약간 취한 것을 보고 현욱은 기범에게 눈짓을 하며 술을 좀 더 권하라고 표시했다.이렇게 하면 현욱도 유준의 비밀을 쉽게 캐물어낼 수 있었다.기범은 현욱의 시선을 알아차리며 또 다른 구실을 찾아 유준더러 몇 잔 더 마시라고 했다.이번에 두 사람은 모두 유준이 티가 날 정도로 취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현욱은 이 틈을 타서 입을 열었다.“유준아, 우리 가장 친한 친구 맞지?”유준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응.”“그럼 이 친구한테 말해봐, 너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거야?”기범은 쯧쯧 소리를 내며 현욱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너 어떻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가 있어?!”현욱은 고개를 돌려 기범을 노려보았다.“그럼 어떻게 물어보라고?”“내가 하는 거 잘 봐!” 기범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유준아, 너 혹시 하영 씨 때문에 그러는 거야?”현욱은 의혹을 느끼는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이건 나보다 더 직접적이잖아?!’현욱은 유준이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가 억지로 ‘응’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현욱과 기범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러자 현욱은 계속 추궁했다.“너 하영 씨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니면 하영 씨가 너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일을 한 거야?”유준이 대답했다.“저번에 아크로빌에 갔을 때, 그 여자는 뜻밖에도 염주강의 별장에서 나왔어. 난 그들 두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