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남긴 후, 주강은 식탁을 떠나 별장을 나섰다.유준의 마음속의 분노는 그의 말에 따라 점차 심해졌다.‘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지금 강하영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를 대하는 것보다 더 좋아서?’유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원래 떠날 생각을 했지만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2층에 도착하자마자 유준은 서재에서 나온 하영을 발견했다.눈빛이 마주치자, 하영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왜 올라온 거죠?”유준은 주위의 몇 개의 방을 살펴보았다.“네 방은 어느 거지?”하영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옆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여기요. 왜 그래요?”“들어와.”유준은 차가운 소리로 말을 마친 다음 곧장 앞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하영은 어리둥절하게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비록 유준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하영은 여전히 그의 몸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를 똑똑히 맡을 수 있었다.하영은 유준의 뒷모습을 응시했다.‘설마 술에 취했나?’유준은 소파에 앉았고, 하영은 생수 한 병을 들고 그에게 건네주었다.유준은 받지 않고 입을 열었다.“너와 부진석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하영은 눈동자를 드리우며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왜 이 일을 물어보는 거예요?”“만약 나 때문 네가 그 남자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나빠졌다면, 난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유준은 솔직하게 말했다.하영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당신을 향한 내 감정이 한 사람을 증오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만약 당신이 기억을 잃지 않고, 또 나의 입장에 서 있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태도를 선보였을 거예요.”하영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그러나 당신도 내가 부진석을 미워하는 일부 원인일 뿐이에요. 인정해요.”“또 다른 원인은 뭐지?”“당신한테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 데요?” 하영은 참지 못하고 유준을 반박했다
하영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유준이 힘을 너무 꽉 줘서 그녀는 전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그녀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유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정유준, 당신에게 있어 사람은 이성친구가 있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는 지금 아무런 관계가 없잖아요. 내가 누구 집에서 나오든 당신이 간섭할 차례가 못 돼요!”“넌 남자가 그렇게도 좋은 거야?!”유준은 하영의 변명에 유난히 화가 났다.“부진석! 염주강! 그들 외에 네 곁에 또 누가 있지?!”“엄청 많죠!”하영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다양한 남자들 다 있어요! 난 돈이 있으니 어떤 남자든 가질 수 있다고요! 내가 오늘 이 사람을 찾고 내일 저 사람을 찾아도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요! 알아들었어요... 웁?!”하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준은 한 손으로 하영의 턱을 잡으며 고개를 숙여 직접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고 그녀의 말을 막았다.마음속의 질투는 알코올의 작용으로 완전히 폭발하면서 유준은 심지어 그 자신도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하영은 마치 전기라도 맞은 것처럼 완전히 굳어버렸다.유준은 이 기회를 틈타 그녀의 이빨을 열고 뜨거운 키스를 했다.약탈하는 것 같기도, 침범하는 것 같기도, 마치 본래 그의 주권에 속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혀끝이 깨물리자, 하영은 아픔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녀는 손을 들어 유준의 가슴을 힘껏 밀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유준은 하영에게 밀어낼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녀의 두 손까지 잡았다.그리움 때문인지 하영은 유준의 강력한 키스에 몸이 점점 나른해졌다.여자의 반응을 알아차린 유준은 허리를 굽혀 하영을 껴안았다.그리고 침대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하영을 내려놓는 순간 다시 그녀와 키스했다.몸에서 전해지는 익숙함에 유준은 앞에 있는 이 여자를 놓고 싶지 않았다.마음속에는 심지어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미친 생각까지 나타났다.심란한 분위기 속에서 유준은 허리를 펴더니 거칠게 하영의 가슴 앞에 있는 단추를
유준이 말했다.“이 일은 현욱이 나에게 알려준 거야.”하영은 멈칫했다.“현욱 씨가요?”“응.”유준은 말투가 약간 누그러졌다.“넌 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이 일은 나로 인해 일어났으니 숨길 것도 없지.”하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아이들의 일을 언급해도 될 것 같아.’“아이들 말이에요, 계속 나에게서 빼앗아갈 거예요?”유준은 일어서서 말했다.“너 때문에 결혼하지 않은 게 아닌 이상, 양육권을 따질 필요도 없겠지.”‘그러니까 줄곧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양육권을 따지려 했던 거야?’유준은 하영을 등진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미안, 난 아직 우리에 관한 일들이 생각나지 않아. 그러니 약혼도 받아들일 수 없어.”그 말을 듣고 하영의 눈 밑에 실망이 떠올랐다.그러나 그녀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라도 아마 유준과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모든 것은 시간에 맡기면 됐다.‘평생 기억 못 해도 좋아. 유준 씨 잘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하니까.’하영은 일어나서 문 앞으로 향했다.“시간도 늦었으니 내가 아래층으로 데려다줄게요.”“염주강은 너와 어울리지 않아.”유준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하영은 걸음을 멈추며 옅은 미소를 한 채 몸을 돌렸다.“당신이 날 버린 것이지, 내가 당신을 버리려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 당신은 내 삶과 내 결정에 간섭할 자격이 없어요.”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계속 그 남자와 만날 거야?”하영은 웃으며 문을 열었다.“이제 가봐요.”일주일 후, 하영과 유준 두 사람은 만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하영이 서글프게 탁자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인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하영이, 꼬박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네 얼굴에는 왜 웃음이 하나도 없는 거야? 무슨 일 생겼니?”하영은 넋을 잃은 채로 인나를 바라보았다.“아, 아니야.”“너 지금 멀쩡한 사람 같지가 않아서 그래.” 인나는 일어나서 하영에게 커피를 타주며 은근히 그녀를 자극
하영은 반신반의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인나는 우려낸 커피를 하영 앞에 놓았다.“하영아, 네가 말한 거 보니까 정유준 아직 너에게 감정 있는 것 같아! 무의식적인 반응은 절대 틀리지 않을 거라고!”하영은 시선을 거두며 커피를 들었고 목소리는 쓸쓸함이 묻어났다.“나 지금 유준 씨에 대해 그 어떤 판단도 내릴 수가 없어.”‘내가 다른 남자와 접촉하는 것을 원치 않는 동시에 또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니.’‘이걸 누가 참을 수 있겠어? 또 누가 또 감히 유준 씨의 생각을 판단하겠냐고?’인나는 하영의 어깨를 두드렸다.“하영, 나만 믿어. 언젠가는 정유준이 다시 네 뒤를 쫓아다니면서 돌아와 달라고 애원할 거야! 그러나 지금은 반드시 참아야 해. 그 남자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가장 좋기는 네가 막 귀국했을 때처럼 그렇게 냉담하게 대하는 거야!”하영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MK에서.현욱은 유준 사무실의 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유준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회장 사무실이 불편한 거야? 굳이 내 사무실에 와서 누우려는 이유가 뭐지?”“거긴 춥고 외로워서, 가고 싶지 않아.” 현욱은 원하지 않았다.“유준아, 저녁에 같이 한 번 모이지 않을래?”“누구랑?”“당연히 기범이지!” 현욱은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그 녀석이 계속 귀찮게 굴잖아. 네가 보고 싶다면서 데리고 나오라고.”유준은 머릿속으로 잠시 생각을 한 후에야 기범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랐다.“내가 그 사람과 친한 거야?” 유준이 물었다.현욱은 멈칫하더니 피식하고 웃었다.“기범이 그 자식 만약 이 말을 들었으면 틀림없이 울고 불며 난리를 부렸을 거야!”“그건 나랑 상관없어. 난 안 갈 거야.”“왜?!”현욱은 흥분해하며 말했다.“우리 세 사람 정말 오랫동안 같이 모이지 못했단 말이야!”유준은 현욱에게서 시선을 돌려 자료에 집중하려 했다.그러나 이 빽빽한 글자들은 하나도 그의 눈에 들어갈 수 없었다.억지로 집중을 하려 한다면 유준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하
“됐어, 그만해!” 현욱은 앞으로 다가가서 기범을 잡아당겼다.“사람 징그럽게 하지 말라고!”기범은 현욱에게 끌려가 소파에 앉았고 유준도 그들 옆에 앉았다.기범은 자신을 향한 유준의 태도에 신경 쓰지 않고 바로 테이블 위의 양주를 열었다.“잔말은 더 이상 하지 않을게!” 기범은 그들에게 술을 따라준 다음 또 일일이 그들에게 가져다주었다.“우리 감정은 모두 이 술 속에 있으니까 이제 한 번 마셔보자고!”기범은 명실상부한 수다쟁이로 분위기를 이끄는 일인자였다. 그래서 한 시간 후, 유준도 천천히 그를 받아들였다.유준이 약간 취한 것을 보고 현욱은 기범에게 눈짓을 하며 술을 좀 더 권하라고 표시했다.이렇게 하면 현욱도 유준의 비밀을 쉽게 캐물어낼 수 있었다.기범은 현욱의 시선을 알아차리며 또 다른 구실을 찾아 유준더러 몇 잔 더 마시라고 했다.이번에 두 사람은 모두 유준이 티가 날 정도로 취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현욱은 이 틈을 타서 입을 열었다.“유준아, 우리 가장 친한 친구 맞지?”유준은 술을 한 모금 마셨다.“응.”“그럼 이 친구한테 말해봐, 너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거야?”기범은 쯧쯧 소리를 내며 현욱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너 어떻게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가 있어?!”현욱은 고개를 돌려 기범을 노려보았다.“그럼 어떻게 물어보라고?”“내가 하는 거 잘 봐!” 기범은 가볍게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유준아, 너 혹시 하영 씨 때문에 그러는 거야?”현욱은 의혹을 느끼는 동시에 어이가 없었다.‘이건 나보다 더 직접적이잖아?!’현욱은 유준이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가 억지로 ‘응’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현욱과 기범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러자 현욱은 계속 추궁했다.“너 하영 씨에게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니면 하영 씨가 너 기분 나쁘게 만드는 일을 한 거야?”유준이 대답했다.“저번에 아크로빌에 갔을 때, 그 여자는 뜻밖에도 염주강의 별장에서 나왔어. 난 그들 두 사람이
“듣기엔 거북해도 틀린 말은 아니야!”현욱이 중얼거렸다.“누가 너더러 하영 씨를 거절하래?”“야, 배현욱, 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기범은 참지 못하고 또 현욱과 다투기 시작했다.“우리는 유준의 친구잖아! 넌 왜 자꾸 강하영의 친구처럼 행동하는 거지?”현욱이 되물었다.“넌 또 뭘 잘못 먹은 건데? 자꾸 유준에게 하영 씨가 나쁜 여자라고 세뇌하다니!”“난 단지 유준에게 조언을 하고 있을 뿐이야. 전에 강하영을 그렇게 사랑했는데, 지금은 왜 또 남에게 양보하려는 거냐고! 나중에 기억이 돌아왔을 때, 오히려 강하영이 다른 남자와 결혼한 것을 보면 또 밤낮으로 술을 마시려 하지 않겠어?”“너 그렇게 대단하면 직접 하영 씨를 불러오면 되잖아!”현욱이 소리쳤다.“넌 옆에서 구경이나 하는 주제에 아는 척하긴!”“그래!” 기범은 휴대전화를 꺼냈다.“내가 부르면 되지! 강하영의 연락처가 없는 것도 아니고.”“네가 어떻게 그 여자의 번호가 있는 거지?”이때 유준이 갑자기 불쾌함을 느끼며 기범에게 물었다.기범은 눈을 깜박이며 말을 더듬었다.“나 전, 전에 네가 없을 때 강하영의 번호를 저장했거든.”“대단하네!” 현욱은 이 기회를 잡으며 기범을 비꼬았다.“너 유준의 여자를 넘보고 있었구나!”기범은 조급해했다.“그런 거 아니야! 너 딱 기다려, 나 지금 바로 강하영을 부를 거야. 내가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할 거라고!”아크로빌에서.하영은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침대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들었다.그녀는 핸드폰을 확인했는데, 기범의 전화인 것을 보고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벌써 10시가 되었는데, 기범 씨는 왜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하는 거지?’의혹을 품고 하영은 연결 버튼을 눌렀다.그러나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기범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강하영 씨, 지금 당장 몬스터 VIP룸 111로 와요, 빨리!”하영은 어이가 없었다.“나...”“나예요, 하영 씨.”하영은 자신이 왜 가야 하냐고
“그 뭐지!” 이때 현욱이 벌떡 일어섰다.“하영 씨, 유준에게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좀 해봐요! 인나 씨가 집에 가라고 재촉하고 있어서 난 먼저 가볼게요!”하영은 영문을 몰랐다,현욱은 말을 마치고 또 옆에 있던 기범을 잡아당겼다.“너도 나가. 여기서 걸리적거리지 말고!”기범은 영문을 몰랐다.“난 여자 친구가 없는데, 왜 나까지 끌고 나가려는 거야? 게다가 난 아직 결백을 증명하지 못했다고!”“이 두 사람 눈에 거슬리지 말라고!”현욱은 말을 하면서 기범을 끌고 룸에서 나왔다.문이 닫히자, 분위기는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이제 너도 그만 가봐.” 유준은 하영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당신도 이제 그만 마셔요. 내가 집으로 데려다줄 테니까.’“그럴 필요가 더 있을까?” 유준은 비아냥거렸다.“내가 내 관심이 필요할 것 같아?”하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정유준 씨, 지금 말 다 했어요?”유준의 잘생긴 얼굴이 어두워졌다.“난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지금 자신의 마음이 들통났다고 조급해하는 건가?”“당신은 그렇게도 내가 주강 오빠와 함께 하길 바라는 거예요?”“내가 뭘 바란다고?” 유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말했지, 넌 염주강과 전혀 어울리지 않다고.”“당신은 그걸 원하지 않는 이상, 왜 또 자꾸 주강 오빠를 언급하는 거죠?”하영이 되물었다.유준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네 언행과 행동거지는 모두 염주강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잖아!”“이 일에 계속 집착할 거예요?” 하영은 화가 나서 가슴이 심하게 기복했다.“그래요, 그럼 당신이 바라는 대로 내일 당장 주강 오빠의 마음을 받아들일게요. 이러면 됐죠!”말이 끝나자, 하영은 벌떡 일어서더니 떠나려고 했다.유준은 하영의 말에 자극을 받아 마음속에 분노가 솟아올랐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방금 한 말, 다시 한번 말해봐?” 유준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새까만 눈동자는 분노를 선명하게 드러냈다.하영도 화가
하영은 눈빛이 반짝였다. ‘이 남자는 지금 자신의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건가?’하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유준은 계속해서 말했다.“시간을 좀 줘.”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눈물이 차올랐다.“당신이 평생 기억을 되찾을 수 없다면요?”유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한동안 하영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하영은 갑자기 입술을 구부리며 씁쓸하게 웃었다.“기억이 나지 않으면 나와 함께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유준은 여전히 침묵에 잠겼다.그도 하영과 다시 함께 할 수 있을지 몰랐다. 기억이 없는 유준은 지금 마음이 무척 괴로웠다.유준은 하영의 일을 한쪽에 놓고 싶었지만, 기범의 말은 또 그를 자극하고 있었다.하영을 붙잡지 않으면 그녀는 정말 염주강과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하영을 붙잡고 싶어도 유준은 두 사람이 예전에 어떤 사이였는지조차 몰랐다!하영이 어떤 사람인지, 유준은 분명히 알아내야 했다.결국 그는 자신이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을 평생 곁에 둘 수가 없었다.하영은 연신 코웃음을 쳤다.“정유준, 당신은 자신의 생각조차 잘 모르죠? 잘 모르는 이상 날 건드리지 말았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난 당신이 날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도구라고 생각할 뿐이니까!”“그런 게 아니야.” 유준은 얼른 하영의 생각을 부인했다.“난 아무 여자나 찾아 자신의 생리적 수요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야.”하영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숨을 깊이 들이쉬며 말했다.“도대체 어쩌자는 거죠?”“나도 잘 모르겠어.” 유준은 초조함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3개월의 시간을 줘.”하영은 남자를 향해 의문의 시선을 던졌다.“그게 무슨 뜻이죠?”“3개월 뒤, 만약 내가 여전히 기억을 되찾지 못하고 또 너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더 이상 네 일에 간섭하지 않을게.”말을 마치자, 남자는 자신의 마음이 갑자기 텅 빈 것만 같았다.하영은 코끝이 찡해지더니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