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은 대답하지 않고, 두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간 후에야 입을 열었다.“강하영과 염주강이 잘 어울려?”유준은 오는 길 내내 참다가 결국 이 말을 물었다.현욱은 멍해졌다.“왜 갑자기 이 얘기를 묻는 거야?”“너는 대답만 해!”유준이 짜증을 냈다.현욱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잘 어울리. 둘이 같이 서 있으면 누가 오해하지 않겠어? 그동안 기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니깐.”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두 사람 모두 얼굴이 괜찮아서 잘 어울리는 거야?”유준의 말에 담긴 질투가 담긴 것을 들은 현욱은 그를 야유했다.“너 설마 질투하는 거 아니지?”“내가?” 유준인 콧방귀를 뛰었다.“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니?”현욱은 미친 듯이 웃음을 참았다.‘그럴 리가 없다고? 이 얼굴 썩은 것 좀 봐.’“저기, 이 일은 일단 제쳐두지 그래?” 현욱이 말했다.“우리 이제 본론부터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닌가?”유준은 소파에 앉았다.“부진석에 대해 말하고 싶은 거지?”“맞아.” 현욱은 생수 한 병을 유준에게 던졌다.“이 사람을 줄곧 회사에 놔두다니, 넌 짜증 나지도 않나 봐?”유준은 담담하게 말했다.“3일 안으로 난 그 남자를 회사에서 쫓아낼 거야.”현욱은 흥분해하며 의자를 당겨 유준의 맞은편에 앉았다.“너한테 방법이 있는 거야? 난 네가 이런 일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동안 아무런 기척이 없었잖아.”유준은 현욱을 흘겨보았다.“굳이 겉치레를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거야?”“어떤 방법으로 부진석을 해결할 건데? 나에게 말해 봐?”“두고 봐.”저녁, 한강 호텔에서.유준이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진연월이 찾아왔다.그녀는 자료 한 부를 꺼내 유준에게 건네주었다.“도련님, 자료를 드렸으니 이제 제 보너스도 주셔야죠. 1억 없으면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요.”유준은 서류를 받고 몇 번 본 후 말했다.“2억 줄게.”진연월의 눈동자가 밝아졌다.“도련님, 이번에 왜 이렇게 마음이 너그러우신 거죠?”“네가 부진속이 기밀을
‘그럼 허시원의 할머니가 다른 곳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아!’진석은 저 멀리 마을에 있는 경호원의 번호를 뒤져 전화를 걸었는데 이미 꺼진 상태였다.그는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럼 난 오히려 당당하게 나오겠어.’월요일, 회사에 가지 않은 진석은 직접 공고를 내며 MK 회장직을 사임했다.이 공고가 나오자 김제 네티즌들의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켰다.많은 네티즌들은 유준의 귀환을 외치며 진석의 사직에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현욱은 실시간 검색어를 본 다음 가장 먼저 유준을 찾아갔다.그는 심지어 문을 두드리는 것도 잊은 채 바람 같이 달려들어갔다.“유준아!”현욱은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는 유준을 보며 감격에 겨워 앞으로 달려갔다.“3일! 정말 3일이었어!”유준은 바보를 보는 것처럼 현욱을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그럼 흥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이 짐승이 MK의 실적을 얼마나 끌어내렸는지 아냐고! 그런데 부진석은 대체 왜 그만둔 거지? 이제 말해도 돼?”“궁금해?” 유준은 눈 밑에 웃음을 숨기고 현욱을 바라보았다.“그럼!”“난 사법부 사람들더러 부진석에게 전하라고 했어. 사직하지 않으면 그들도 그 남자를 감쌀 수 없다고.설령 여전히 부진석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명성을 고려해 봐야 하지. 도대체 일시로 참을 것인지 아니면 지금 완전히 명성을 망치든지.”“사법부?!” 현욱은 멍해졌다.“부진석은 사법부의 사람들과도 관계가 있다는 거야?”유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게 뭐가 어때서? 사법부의 부장도 한강 호텔을 자주 드나들었으니 그들의 도움을 청하고 싶다면 입만 열면 되니까.”“결국 부진석이 네 코앞에서 수작을 부렸을 뿐이네?”현욱이 물었다.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그의 관계는 정말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적어도 내가 없을 때, 부진석은 확실히 김제를 뒤흔들어 놓을 수 있었거든.”현욱은 어리둥절해졌다.“네 손에 증거가 있는 이상
“나도 아크로빌에 집을 사서 강하영 이웃에 살라고?” 유준은 코웃음을 치며 피식 소리를 냈다.“네가 말하지 않았으면 나 정말 깜박할 뻔했네!” 현욱은 진지하게 말했다.“너 전에 하영 씨 옆에 별장을 하나 샀잖아?”유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내가?”“그래!” 현욱은 고개를 끄덕였다.“기억을 잃기 전에 너.”유준은 잠시 침묵했다.“강하영은 이 일을 알고 있는 거야?”“당연히 하지. 그때 네가 인테리어 잔금도 다 결제하지 못했는데, 그것도 하영 씨가 대신 냈어.”유준은 가슴이 떨렸다.“나 대신 그 디자이너 좀 찾아줄 수 있어?”“디자이너는 왜?”“그때 강하영이 얼마를 지불했는지 물어봐. 난 여자에게 돈 빚지는 거 좋아하지 않거든.”현욱은 눈을 깜박였는데.‘이 일은 직접 하영 씨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빠르지 않나?’‘설마 유준은 스스로 물어보기가 쑥스러운가?’현욱이 말했다.“그래, 이 일은 나한테 맡겨!”저녁, 현욱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나가 소파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드라마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슬리퍼로 갈아 신으며 앞으로 다가갔다.“인나 씨, 나 돌아왔어요.”“응.” 인나는 라면을 먹고 있었기에 어물어물하게 대답했다.“나 오늘 밥하지 않았으니까 이따 배달을 시켜요.”현욱은 인나의 곁에 앉아 과자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인나 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뭔데요?” 인나는 현욱을 바라보았다.현욱은 헤헤 웃었다.“하영 씨한테 가서 전에 유준이 산 그 별장의 인테리어 비용이 얼마인지 물어봐 줄래요?”인나는 동작을 멈추더니 의미심장하게 현욱을 바라보았다.“정유준이 물어보라고 시킨 거예요 아니면 당신이 궁금해서 물어보러 온 거예요?”“내가 이런 걸 왜 궁금하겠어요?” 현욱은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유준이 알고 싶어서 그러죠. 내가 알아봐 준다고 했을 뿐이에요.”인나는 입술을 살짝 구부렸다.“여전히 참을 수가 없었구나.”“뭐가요?”인나는 손에 든 감자칩을 내려놓았다.“내
거절이 안 되는 것을 보고 하영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아주머니도 저녁을 만들었는데, 주강 오빠 괜찮다면 비서더러 먹을 것을 내 별장으로 보내라고 하는 건 어때요?”“그래요.” 주강이 일어서서 말했다.“아주머니의 요리 솜씨가 아주 좋으니 낭비하면 정말 아깝죠.”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주강을 따라 일어서서 별장 입구로 걸어갔다.두 사람이 문을 열고 별장을 나왔을 때, 하영의 별장 앞에 차 한 대가 세워졌다.차 안의 남자는 내려오자마자 하영과 주강이 함께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그들 두 사람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며 남자는 눈빛이 자기도 모르게 굳어졌고, 손에 든 자루를 꽉 쥐었다.그러자 고개를 살짝 돌려 그들이 나온 별장을 바라보았다. 진석은 입술을 오므렸다. ‘염주강이 설마 여기서 집을 샀단 말인가?’그가 상황을 정리하기도 전에 뒤에서 갑자기 전조등이 비춰졌다.진석은 몸을 돌렸는데, 자동차 번호판을 똑똑히 본 후,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그는 이 번호판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유준의 차였다.차가 멈추자, 유준은 내리는 순간, 마찬가지로 별장 앞에 서 있는 진석을 보았다.진석의 얼굴에는 싸늘한 웃음이 떠올랐다.“정 회장님, 공교롭네요.”유준은 대답하려 했지만 진석 뒤에서 다른 별장에서 걸어 나온 하영과 주강을 보았다.그는 눈썹을 번쩍 치켜세우더니 즐겁게 이야기하는 두 사람과 별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주강은 먼저 전방을 바라보다가 진석과 유준이 모두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눈 밑에 놀라움이 스쳤다.‘이 두 사람은 어떻게 동시에 여기에 나타난 거지?’주강이 발걸음을 멈추는 것을 보고 하영도 그의 시선을 따라 앞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두 사람을 보았을 때, 여자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주강은 하영의 정서를 감지하고 입을 열어 분위기를 완화시켰다.“그들 두 사람이 모두 있다니, 오히려 좀 놀랍네요.”하영은 주강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그녀는 주강과 함께 자신의 집 앞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하영이
심지어 유준은 말하는 것조차 냉정한 사고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말을 내뱉었다.“그들만 올 수 있고, 난 올 수 없는 거야?”“그런 뜻이 아니에요. 당신이 무슨...’“나와 하영 씨는 방금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 만약 개의치 않는다면 함께 식사하는 건 어떤가요?”주강의 말은 마치 남자 주인으로서 그들을 초대하는 것과 같았다.이 말을 들은 유준과 진석의 안색은 모두 좀 어두워졌다.유준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난 내 아이의 엄마의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이니 너무나도 정상이지.”말이 끝나자 유준은 먼저 다리를 들어 하영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하영은 유준의 말에서 은근히 질투를 느낀 것 같았다.곧이어 진석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염 대표님이 하영과 짧은 시간에 이렇게 빠르게 발전할 줄은 몰랐는데.”주강은 부드럽게 웃었다.“하영 씨가 개의치 않는다면, 난 하영 씨와 좀 더 가깝게 지내고 싶네요.”진석은 입술을 오므리고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 난 먹을 것을 들고 들어갈게.”하영이 거절하기도 전에 진석도 별장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하영은 어쩔 수 없단 듯이 주강을 향해 말했다.“주강 오빠, 그렇게 말하면 남들이 오해하잖아요.”주강이 물었다,“정 회장이 오해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하영은 살짝 한숨을 쉬며 솔직하게 말했다.“맞아요, 난 그 남자가 또 무슨 듣기 싫은 말을 할까 봐 두렵네요. 결국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요.”그러나 주강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하영 씨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가 없죠. 내가 그렇게 말했어도 꼭 하영 씨가 그대로 한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정 회장은 화풀이를 하고 싶어도 하영 씨를 겨냥하지 않고 날 겨냥할 거예요.”하영은 고개를 저었다.“주강 오빠, 당신은 유준 씨에 대해 잘 몰라요.”주강은 웃으며 말했다.“난 확실히 정 회장을 잘 모르지만, 그가 나와 똑같은 남자란 것을 잘 알고 있죠.”이 말에 하
하영은 얼른 오미숙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이때 그녀가 무슨 말을 해도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으니까.오미숙이 나서야만 남자들은 이 화제를 넘어갈 수 있었다.오미숙은 바로 하영의 시선을 알아차리며 앞으로 나아갔다.“염 대표님, 대표님께서 직접 하지 마시고 제가 아가씨에게 까드릴게요.”주강은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어 해삼을 집어주었다.“하영 씨, 이것 먹어요.”유준은 코웃음을 치며 젓가락을 들어 하영의 그릇에 전복 하나를 집어 주었다.“많이 먹어!”‘이 상황에 내가 밥이 넘어가는 게 더 이상하잖아!’‘만약 이럴 줄 알았다면, 난 차라리 회사에서 야근을 할지언정 집에 돌아와서 이 세 남자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그리고 정유준!’하영은 곁눈질로 유준을 힐끗 바라보았다. ‘오늘 또 무슨 약을 잘못 먹었는지 모르겠네.’‘분명히 마음속에 내 자리가 없는데도 남들과 다투면서 질투심이 폭발하다니.’하영은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술장에 가서 술 두 병을 꺼냈다.세 남자의 시선이 그녀에게 떨어지자, 하영은 술을 딴 후 탁자 위에 놓고 말했다.“다들 이렇게 모였으니 오늘 저녁에 우리 술이나 마셔요!”하영은 이미 그들의 입을 막을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술만 마시면 하영은 도망갈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말을 마치자 하영은 다시 앉아 자신에게도 술 한 잔을 따랐다.차가운 술이 목을 타고 들어가자, 하영의 마음속의 초조함을 조금 가라앉혔다.하영이 먼저 마셨으니 세 남자도 오히려 거절하지 않았다.그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을 보고, 하영은 마시는 속도를 천천히 늦추었다.한 시간이 지나도 세 사람은 먼저 떠날 의사가 없었다.하영은 화장실에 가겠다는 핑계를 대고 그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오미숙과 잠깐 얘기를 했다.“아주머니, 그들 세 사람은 이제 아주머니에게 맡길게요. 만약 다투기 시작하면 위층으로 올라와서 나 찾아요.”오미숙은 하영의 생각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아가씨는 안심하시고 얼른 가서 쉬세요. 세 분의 경호원들
이 말을 남긴 후, 주강은 식탁을 떠나 별장을 나섰다.유준의 마음속의 분노는 그의 말에 따라 점차 심해졌다.‘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지금 강하영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를 대하는 것보다 더 좋아서?’유준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원래 떠날 생각을 했지만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2층에 도착하자마자 유준은 서재에서 나온 하영을 발견했다.눈빛이 마주치자, 하영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당신이 왜 올라온 거죠?”유준은 주위의 몇 개의 방을 살펴보았다.“네 방은 어느 거지?”하영은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옆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여기요. 왜 그래요?”“들어와.”유준은 차가운 소리로 말을 마친 다음 곧장 앞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하영은 어리둥절하게 그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비록 유준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하영은 여전히 그의 몸에서 나는 알코올 냄새를 똑똑히 맡을 수 있었다.하영은 유준의 뒷모습을 응시했다.‘설마 술에 취했나?’유준은 소파에 앉았고, 하영은 생수 한 병을 들고 그에게 건네주었다.유준은 받지 않고 입을 열었다.“너와 부진석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하영은 눈동자를 드리우며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왜 이 일을 물어보는 거예요?”“만약 나 때문 네가 그 남자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나빠졌다면, 난 그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유준은 솔직하게 말했다.하영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당신을 향한 내 감정이 한 사람을 증오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만약 당신이 기억을 잃지 않고, 또 나의 입장에 서 있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태도를 선보였을 거예요.”하영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그러나 당신도 내가 부진석을 미워하는 일부 원인일 뿐이에요. 인정해요.”“또 다른 원인은 뭐지?”“당신한테 말하면 뭐가 달라지는 데요?” 하영은 참지 못하고 유준을 반박했다
하영은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유준이 힘을 너무 꽉 줘서 그녀는 전혀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그녀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유준을 노려보며 말했다.“정유준, 당신에게 있어 사람은 이성친구가 있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는 지금 아무런 관계가 없잖아요. 내가 누구 집에서 나오든 당신이 간섭할 차례가 못 돼요!”“넌 남자가 그렇게도 좋은 거야?!”유준은 하영의 변명에 유난히 화가 났다.“부진석! 염주강! 그들 외에 네 곁에 또 누가 있지?!”“엄청 많죠!”하영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다양한 남자들 다 있어요! 난 돈이 있으니 어떤 남자든 가질 수 있다고요! 내가 오늘 이 사람을 찾고 내일 저 사람을 찾아도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요! 알아들었어요... 웁?!”하영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준은 한 손으로 하영의 턱을 잡으며 고개를 숙여 직접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고 그녀의 말을 막았다.마음속의 질투는 알코올의 작용으로 완전히 폭발하면서 유준은 심지어 그 자신도 미처 반응을 하지 못했다.하영은 마치 전기라도 맞은 것처럼 완전히 굳어버렸다.유준은 이 기회를 틈타 그녀의 이빨을 열고 뜨거운 키스를 했다.약탈하는 것 같기도, 침범하는 것 같기도, 마치 본래 그의 주권에 속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혀끝이 깨물리자, 하영은 아픔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녀는 손을 들어 유준의 가슴을 힘껏 밀어내려고 했다.그러나 유준은 하영에게 밀어낼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녀의 두 손까지 잡았다.그리움 때문인지 하영은 유준의 강력한 키스에 몸이 점점 나른해졌다.여자의 반응을 알아차린 유준은 허리를 굽혀 하영을 껴안았다.그리고 침대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하영을 내려놓는 순간 다시 그녀와 키스했다.몸에서 전해지는 익숙함에 유준은 앞에 있는 이 여자를 놓고 싶지 않았다.마음속에는 심지어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미친 생각까지 나타났다.심란한 분위기 속에서 유준은 허리를 펴더니 거칠게 하영의 가슴 앞에 있는 단추를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