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좀 울어!” 배정일은 차갑게 호통쳤다. “내가 그 자식의 모든 카드를 동결하면, 틀림없이 다시 우리를 찾아올 거야! 사랑이고 뭐고, 돈 앞에서는 쥐뿔도 아니지!”이때, 차 안에서, 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현욱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나서야 현욱은 고개를 돌리며 인나를 바라보았다.“내 얼굴에 뭐라도 있어요?”“아니요, 다 나 때문이에요. 그래서 당신 부모님이 현욱 씨에게 이런 말을 한 거예요.”현욱은 머리를 긁적였다.“이건 상관없어요. 어차피 나에게 이런 말을 한 건 처음이 아니거든요. 기껏해야 내 카드를 동결하겠죠.”말이 끝나자, 현욱은 손목시계를 보더니 눈빛이 반짝였다.“인나 씨! 시간이 아직 이르니 우리 큰일 하나 하러 갈까요?”인나는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큰일이요?”“우리 결혼해요! 혼인 신고하자고요!” 현욱은 주민등록증을 흔들며 눈빛이 확고했다.“나랑 결혼해요!”인나는 어이가 없었다.“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는데, 이대로 결혼하자고요???”현욱은 멈칫하더니 머쓱해하며 말했다.“미처 그 생각을 못 했네요...”인나는 턱을 들어 흥얼거리며 말했다.“다이아몬드 반지, 꽃, 청혼, 하나도 빠지면 안 돼요!”두 사람이 뒷좌석에 앉아 떠들고 있는 것을 들으며 하영은 마음속으로 기뻐했다.그녀는 눈을 들어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만약 유준 씨가 아직 있다면 틀림없이 그들 두 사람을 위해 기뻐할 텐데.’금요일, 기범은 현욱과 함께 Tyc에 와서 하영과 인나를 찾았다.네 사람이 사무실 소파에 앉자, 기범은 엄숙한 표정으로 하영에게 말했다.“하영 씨, 우리 아버지가 알아봤는데, 부진석은 김제의 경찰청 청장과 사이가 보통이 아니에요. 앞서 주민을 풀어준 것도 부진석이 청장을 찾았기 때문이죠. 그러니 직접 경찰에 신고하면 아무 소용도 없을 거예요.”하영은 안색이 담담했는데, 진작에 이런 결과를 예상한 것이었다.기범은 이어서 말했다.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는데, 우리더러 시장을 찾아가 보래요.
“맞아요!”기범이 말했다.“어제 우리 아버지와 아버지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는데, 아무도 그 백화점의 사장이 누군지 모른다고 했어요.”“그 구역은 입찰에 참여했었는데.” 현욱임 말했다.“누가 그 구역을 따냈는지 보면 되잖아?”기범이 대답했다.“기록은 있긴 한데, 아무도 밝히지 않았단 말이야. 물론 해커를 초빙해서 조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 없었어. 그쪽은 지금 방화벽의 안전계수가 너무 높아서 돌파할 수 없다나.”이 말을 듣자, 인나는 어리둥절해졌다.그리고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아, 이건 어디서 본 것 같은데!”하영은 천천히 눈살을 찌푸렸다.“S국은 김제와 아무 상관이 없지 않나?”“만약에 관계가 있다면?!” 인나는 흥분을 금치 못했다.“아무런 정보도 찾을 수 없는 데다 방화벽 계수가 높다니.”“유준을 본 다음 세준과 희민에게 정보를 찾아보라고 한 그 일을 말하는 거예요?” 기범이 물었다.인나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S국의 그 사람이 유준이라고 의심하는 거예요? 유준의 사망증명서를 받지 못하기 전에 나도 그렇게 믿었을 거예요. 그러나 이 백화점은 불가능해요. 그 사람은 이 구역을 따낸 지 벌써 1년이 넘었거든요. 유준은 이제 사고가 난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됐잖아요? 그리고 유준은 당시 이 구역의 입찰에 참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준일 리가 없어요.”기범의 분석에 인나는 아쉬워하며 한숨을 쉬었다.인나는 갑자기 전에 희민에게 DNA 조사를 부탁한 일을 떠올렸다.그녀는 묵묵히 휴대전화를 꺼내 희민에게 문자를 보냈다.[희민아, 지난번에 A국 병원에 대해 조사하라고 한 거 말이야, 결과 나왔어?]얼마 지나지 않아 희민이 답장했다.[미안해요, 이모. 난 지금까지 그 병원의 방화벽을 돌파하지 못했어요.][그들의 방화벽은 정부 쪽의 방화벽과 마찬가지로 높은 안전계수라고 할 수 있죠.]이를 본 후, 인나는 멍해졌다.‘이런 일이 있었다고?!’‘그럼 그 사람, 정유준이 틀림없어!!’‘그
하영은 진석이 무엇 때문에 폭음했는지 잘 몰랐기에 거절하면 어떤 쓸모 있는 소식을 놓칠지도 모른다.하영은 메시지를 삭제하고 다시 편집했다.[그래요, 지금 갈게요.]20분 후, 하영은 진석의 별장 앞에서 내렸다.하보연은 그녀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가 진석의 침실까지 걸어갔다.문을 열기도 전에 하영은 방에서 흘러나오는 알코올 냄새를 맡았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낮에 회사에 가지 않았어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가셨는데, 요 이틀은 계속 집에 계셨어요. 식사도 하지 않으셨고요.”하영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무슨 일 생긴 거예요? 최근에 누가 별장에 왔었나요?”“아니요.”하보연이 말했다.“선생님에게 무슨 일 생기시면 저한테 영향이 미칠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이런 일을 간섭하고 싶지 않네요.”“알았어요, 그럼 난 먼저 들어가서 상황 좀 볼게요.”하보연은 문을 열었다. 빛이 들어간 순간, 하영이 진석이 마침 소파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그리고 진석의 시선은 문 앞을 스친 순간, 그대로 멈추었다.그는 어두운 눈을 들었고, 하영을 보자, 눈빛이 번쩍였다.“하영아...”진석은 잠긴 목소리로 외쳤다.하영은 하보연에게 말했다.“먼저 가서 일 봐요.”하보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살짝 닫고는 떠났다.하영은 잠시 어둠에 적응하고서야 진석을 향해 걸어갔다.진석은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난장판을 바라보더니 탁자 위의 술병을 모두 카펫 위에 쓸어버렸다.그리고 창밖으로 비치는 달빛을 빌어 하영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았다.“하영아... 나... 여긴 많이 더러운데...”하영은 진석을 흘겨본 뒤, 소파에 앉았다.“하 씨 아주머니가 불러서 온 거예요. 당신이 이 별장에서 죽으면 그 책임을 져야 하니까.”진석의 눈빛에 나타난 희미한 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그는 눈을 드리우며 천천히 앉았다.“오느라 수고했어.”하영은 화를 참으며 물었다.“왜 술을 마신 거예요?”진석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너
진석이 말했다.“하영아, 넌 이 세상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고 있어. 증거만으로는 날 건드릴 수 없거든. 만약 내가 정말 밉다면, 직접 손을 써서 내 목숨을 가져가. 그럼 그들을 위해 복수를 할 수 있잖아.”말하면서 진석은 일어서더니 침대 머리맡의 서랍에서 총 한 자루를 꺼냈다.그리고 진석은 총을 하영 앞에 있는 탁자 위에 놓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총은 여기에 있어.”하영은 저도 모르게 총을 가지러 갔지만, 총에 손이 닿는 순간, 멈췄다.‘난 이미 증거를 수집했어. 지금 부진석을 죽인다면, 난 오히려 이 사람 때문에 나 자신의 인생을 망칠 거라고!’‘이 남자는 지금 날 끌고 함께 죽으려는 게 분명해! 그렇게 할 순 없어!’하영은 진석을 죽이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억눌렀다.“난 내 손에 당신과 같은 사람의 피를 묻히지 않을 거예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소파에서 일어나 떠날 준비를 했다.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하고, 진석은 앞으로 가서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하영아...”하영은 신경 반사처럼 바로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그녀는 혐오스럽게 진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달빛을 뒤로 한 진석은 얼굴이 너무 어두워서 하영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그러나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그의 모든 감정을 드러냈다.“하영아... 만약 내가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면, 넌 날 선택했을까?”“그렇게 답을 알고 싶은 거예요?” 하영은 쌀쌀하게 웃었다.“그래요, 그럼 내가 오늘 분명하게 말해주죠. 난 당신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그건 충동이 아니라 심사숙고한 후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그리고 난 당신을 매우 중시했고요. 그동안 날 보살펴 주고 또 날 위해 많은 것을 해줘서 난 양심의 가책을 느꼈거든요. 그러나 내가 당신에게 있어 고작 복수의 도구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당신도 이제 알아들었겠죠? 내가 다시 설명해 줘요?”하영의 말을 들은 진석은 하영의 얼굴에 떨어진 시선을 천천히 거두었
“하영 씨, 나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 있죠?”하영은 멈칫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하영 씨는 부진석에 관한 증거를 많이 찾았을 거예요. 다만 지금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죠.”하영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네, 맞아요. 증거를 제출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 없거든요.”“알아요, 부진석이 오늘까지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은 배후의 세력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죠. 나도 하영 씨가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바로 사람을 찾아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요. 그래서, 나는 줄곧 하영 씨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하영은 손에 든 컵을 내려놓았다.“유준 씨의 친구가 부진석의 세력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김제의 경찰청 청장이 부진석의 친구라는 거예요. 이 증거들을 시장에게 제출하고 싶었지만, 시장이 수리하지 않을까 걱정이에요.”“당연하죠.”주강이 말했다.“시장은 줄곧 GDP를 중시해왔는데, 부진석이 엄청난 효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시장도 자연히 이런 일들을 무시하겠죠.”하영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주강 오빠, 난 확실히 세력이 없으니 이 일은...”“내가 도와줄게요.”하영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강이 입을 열었다.하영은 손에 든 컵을 꽉 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주강의 시선을 마주했다.그녀는 조용히 물었다.“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주강은 찻주전자를 들고 하영의 컵에 차를 따랐다.“내가 왜 하영 씨를 도와주는 거냐고요?”“네.” 하영이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전에 MK를 인수할 때, 주강 오빠는 상인으로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이번에 도움을 주기로 선택한 것은 또 무엇을 위해서일까?’주강은 가볍게 찻주전자를 내려놓았다.“하영 씨, 난 확실히 목적을 가지고 하영 씨를 도와주고 있어요. 하지만 그 목적은, 내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거죠. 왜냐하면... 난 하영 씨가 수지의 어머니가 되어
주강이 말했다.“사실이면 어떻고, 사실이 아니면 또 어떻죠?”진석이 물었다.“하영이 당신과 함께 할 것 같아요?”주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난 내가 해야 할 일만 할 뿐이에요. 나머지는 하영 씨가 스스로 결정하면 되니까.”“염 회장은 그때 주식을 매입한 것도 전부 하영을 위해서였군요.”“사람이라면 다 자신의 목적이 있는 법이죠.”진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어쨌든 난 하영을 당신에게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주강은 소파 등에 천천히 기대었다.“그럼 두고 봐요.”진석이 떠난 후, 주강의 표정은 점차 엄숙해졌다.‘이 자리에 앉기 전에, 부진석은 안간힘을 쓰며 남의 목숨을 앗아갔지.’‘그러나 지금, 하영 씨를 위해 그동안 참으면서 얻은 심혈을 내려놓다니?’‘어쩌면 이것은 단지 부진석의 속임수일지도.’‘지금 부진석은 또 무슨 구덩이를 파서 남이 뛰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 놀라.’주강은 휴대전화를 꺼내 자신의 비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부진석을 주시해. 무근 상황 있으면 가장 먼저 나에게 보고하고. 그리고 시장을 연락해.]이와 동시, 주강도 진석의 생각을 하영에게 전했다.문자를 받은 후, 하영은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인나가 호기심으로 다가와서 묻고서야 하영은 반응을 했다.“부진석이 주강 오빠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MK 주식을 나에게 양도하겠다고 했대.”“뭐?!” 인나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거 무슨 함정 아니야?”“잘 모르겠어. 그러나 갑자기 이런 짓을 하니 우리도 방심할 수 없지.”“염 대표가 또 뭐래?” 인나가 물었다.“없어.”하영이 말했다.“부진석과 이야기한 내용을 나에게 말했을 뿐이야.”“아이고, 알아맞힐 수 없다면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지. 하영아, 너도 더 이상 이런 일 생각하지 마. 글피에 출장 가는 거 잊지 말고.”“출장?”하영은 영문 모른 채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어디로 출장을 가는 거지?”“내가 말 안 했나?” 인나는 얼떨떨해졌다. “아, 맞다, 너한
하영은 검색해 보려고 했는데, 인나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호텔로 들어갔다.방에 도착했을 때, 하영은 인나가 선택한 방이 마침 맞은편 회사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하영은 인나의 의도를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인나야, 넌 패션쇼에 참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빌어 미행하러 온 거지?”인나는 창문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이어 하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하영아, 앉아. 우리 얘기 좀 하자.”하영은 그녀 앞에 앉았다.“무슨 얘기?”“난 그 시체가 정유준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비록 몸매는 비슷하지만 이목구비가 전부 파괴됐으니까. 넌 그 사람이 바로 정유준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하영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그 사망증명서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거야?”“그래!”인나가 말했다.“하영아, 나 여전히 그 말이지만, 난 내가 본 것만 믿어. 얼굴조차 분간할 수 없는 시체를 믿는 건 말이 안 되잖아! 그리고 그때도 세준이가 네 DNA보고서를 조작해서 얼렁뚱땅 넘어갔다는 거 잊지 마. 네가 가능하다면 왜 정유준은 안 되는 건데?”“이것 만으로는 유준 씨의 시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어.” 하영은 씁쓸하게 말했다.인나는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그것 뿐만이 아니야! 정부와 병원 이 두 곳의 방화벽 계수가 모두 엄청 높거든! 세준과 희민조차 돌파할 수 없다고!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 같아?”“이쪽의 방화벽 계수가 이렇게 높을 수도 있잖아?”하영이 반문했다.인나는 어이가 없었다.“하영아, 정부의 방화벽 계수가 높다면, 난 정상이라고 생각해! 그러나 그 병원은 엄청 누추하잖아, 너도 다 봤고! 그게 가능해?!”하영은 침묵했고, 시선은 DART에 떨어졌다.잠시 생각에 잠긴 후, 하영이 물었다.“이 회사를 조사하려는 거야?”“솔직히 말해서, 난 확실히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인나가 말했다.“정유준이 이 회사에서 나왔으니, 틀림없이 이 회사와 관련이 있을 거야! 그리고 외국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했는데, 카지
“죄송합니다만, 10시에 예약이 없네요. 저희 대표님께 연락한 다음 다시 오세요.”인나는 프론트의 말을 듣고 즉시 유준을 본 그날의 시간을 물었다.“지난번에 이 시간에 떠나셨는데, 설마 회사에 자주 오지 않는 거예요?”“죄송합니다만, 저희 대표님은 확실히 회사에 거의 오지 않으십니다. 다른 것은 말씀드리기 불편해요. 그럼 먼저 돌아가시죠.”인나도 너무 귀찮게 굴지 않고 하영의 손을 잡고 회사를 나섰다.한참을 걸은 후, 인나는 바로 멈추었다.그녀가 몸을 돌려 하영과 이야기하려고 할 때, 하영의 두 눈에 눈물이 가득 맺힌 것을 보았다.인나는 표정이 심각해졌다.“하영아, 들었지? 내가 정 대표님이라고 말했는데, 그 사람은 뜻밖에도 날 반박하지 않았어. 이게 무엇을 설명하는가? 정유준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하영은 대답하지 않고 회사 대문을 바라보았다.‘유준 씨는 여기에 있을까?’‘왜 여기에 있는 거지?’‘아직 살아 있는 이상, 왜 나와 연락하지 않은 거지?’‘말 못할 사연이 있는 거야, 아니면...’하영은 더 이상 생각을 하지 못했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기대를 억눌렀다.“인나야, 이 세상에는 성이 정 씨인 사람 많아. 이름이 같은 사람도 적지 않고. 이 점만으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어.”“하영아!!” 인나는 초조하게 말했다.“왜 날 믿지 않는 거야? 이 세상에 이렇게 우연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니? 정유준이 이 회사에서 나왔는데, 마침 이 회사 대표님의 성이 정 씨야! 꼭 두 눈 직접 보고 나서야 내 말을 믿어주겠어??”“아니야, 인나야.” 하영은 눈물을 흘렸다.“더 이상 믿을 용기가 없어서 그래. 무턱대고 믿다가 오히려 실망을 느낄까 봐.”한참 후에야 인나는 한숨을 쉬었다.인나는 휴지를 꺼내 하영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됐어, 나라도 확실히 큰 기대를 하지 않았을 거야. 단서 좀 더 찾아보자, 울지 마...”말이 끝나자, 인나는 맞은편 호텔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없을 때, 뭔가 찍혔으면 좋겠는데.’하루가 지났고,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