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잠시 바라본 후, 앞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실례지만, 어떻게 회원에 가입하는 거죠?”경호원은 그녀들을 힐끗 본 후 대답했다.“추천인이 없다면 회원을 가입할 수 없어요.”인나는 어이가 없었다.“아니, 우리에게 돈이 있다고요! 돈 있어도 못 들어가는 건가요?”경호원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돈 있는 사람은 아주 많으니, 당신들이 뭐라고. 그리고 이 안의 사람들도 무척 위험하니 괜히 들어가서 문제나 일으키지 마요.”“조언은 고맙지만, 이 규정은 너무 인정사정 없는 거 아니에요!”인나가 말했다.“우리도 명령에 따라 움직일 뿐이에요.”하영이 입을 열었다.“선생님, 우리도 꼭 우릴 들여보내라는 말이 아니에요. 그러나 어느 분을 찾아 추천하는 것이 비교적 편리한지를 조금 알려줄 수 있을까요?”“우리는 그 어떤 손님의 정보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 경호원은 거절했다.말이 떨어지자,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경호원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었다.하영 그녀들 앞에 있는 경호원들도 따라서 엄숙해졌다.“두 분 길을 막지 마세요!”경호원들은 그녀들을 한쪽으로 데려갔다.하영과 인나는 영문을 몰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멀리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들어왔다.롤스로이스의 뒤에는 여러 대의 차가 뒤따랐다.그들은 천천히 대문을 향해 들어갔다.별장에 들어서려는 순간, 차가 갑자기 멈추었다.옆에 있던 경호원은 바로 앞으로 달려가 상황을 물었다.조수석의 차창이 내려오더니, 안에 앉아 있던 사람은 경호원에게 무슨 말을 했고, 경호원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하영과 인나 앞으로 달려갔다.“여사님들, 저 따라오세요.”하영과 인나는 이미 들어온 롤스로이스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일까? 왜 우리를 도와준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경호원은 작은 차를 몰고 하영과 인나 두 사람을 데리고 고성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여직원을 찾아 회원 등록을 도와준 후에야 떠날 준비를 했다.하영은 얼른 경호원을 불
“그럼 선생님에게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물어봐요, 강 사장.”“최근 S국에는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고 들었어요. 이 세력은 심지어 경찰들을 도와 S국의 뿌리 깊은 조폭을 해결했죠. 이 세력 배후의 사람이 누구인지, 선생님은 알고 계시나요?”주진우는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강 사장은 정말 박력이 있군. 올라오자마자 남이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를 묻다니.”하영은 표정이 약간 엄숙해졌다.“선생님, 이 일은 저에게 있어 아주 중요해요.”“잠깐만, 하영아!” 인나가 갑자기 입을 열어 하영의 말을 끊었다.“선생님, 저희는 선생님을 뵌 적이 없는데, 왜 저희를 데리고 들어오신 거죠?”“우리 모두 같은 나라 사람이니까,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줘야지. 게다가, 너희들이 경호원조차 데리고 오지 않았으니, 틀림없이 무슨 중요한 일이 있을 것 같았어. 그렇지 않으면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었겠지.”주진우의 설명은 완벽했지만, 하영과 인나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그래요!” 인나가 말했다.“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저도 할말이 없네요. 그럼 제 친구가 방금 말한 그 세력을 아시는 거예요?”“이 일을 알아도 너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주진우가 말했다.“그래요!” 인나는 계속 말했다.“그럼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혹시 정유준이라는 사람을 아시나요?”주진우는 차를 마셨다.“난 나이가 많은 데다 그동안 만난 사람도 많아서 한동안 생각이 나지 않는군. 하지만 내가 대신 좀 알아봐 줄 순 있어. 괜찮다면 연락처를 나에게 알려줘.”이 말을 듣자, 하영과 인나는 멍하니 주진우를 바라보았다.‘나이가 많아??’인나는 떠보며 물었다.“선생님,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주진우는 웃으면서 그녀들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올해 쉰 살이야.”하영과 인나는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서른처럼 보이는데, 벌써 쉰이라니...’하영은 주진우와 서로 연락처를 교환했다.인나는 이
“당신의 생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 거예요.” 남자가 말했다. “나에게 말하지 않은 일이 있는 거 같은데.”주진우가 말했다.“언젠가 네가 직면해야 할 일이 있어. S국에 계속 있으면, 네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남자는 깊은 생각에 잠겼고, 잠시 후, 남자가 물었다.“당신은 S국에 남을 건가요?”“아니.” 주진우가 말했다.“나도 귀국할 거야. 하지만 그전에 난 먼저 다른 곳에 가봐야 해.”주진우가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남자는 묻지 않았다.잠시 앉아 있다가 남자는 바로 떠났다.며칠 후, 하영과 인나는 아무것도 조사해 내지 못한 채 김제로 돌아왔다.요 며칠 동안 주진우는 매일 밤 하영에게 문자를 보내 그날의 조사 결과를 알려주었다.아무런 단서도 없었지만 하영은 오히려 마음이 많이 놓였다.집에 돌아온 후, 하영은 두 아이를 데리고 밥을 먹으러 나갔다.레스토랑에 도착하자마자 세 사람은 세희에게서 온 영상 전화를 받았다.희민이 가장 먼저 받았는데, 세희의 주눅이 든 작은 얼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희민 오빠.” 세희가 힘없이 소리쳤다.이런 세희를 보고 희민은 잔뜩 긴장했다.“세희야, 너 왜 그래?”세희는 머리를 흔들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요 며칠 자꾸 꿈을 꿨거든.”“꿈?” 옆에 있던 세준이 머리를 내밀고 물었다.“무슨 꿈인데 이렇게 힘든 거야?”세희는 입술을 내밀고 생각했다.“잘 안 보여. 사람 그림자가 아주 멀리 서 있는 것 같아...”세희의 말을 듣자, 하영이 물었다.“세희야, 너 또 할아버지를 따라 일 보러 나간 거야?”“요즘 할아버지는 일이 많으셔서 난 매일 따라 나가야 해요. 하지만 꿈에 본 것은 귀신 같은 데 아니에요. 그 뒷모습을 보면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나에게 아무런 위험도 없어요.”하영은 마음이 아팠다.“이제 아무도 널 괴롭히지 않겠지?”“그들은 이제 그럴 엄두도 없어요!”세희는 득의양양했다.“지금 모두 내 뒤를 따르면서 희 누나라고 부르고 있다고요!”
세준은 영상 속 세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엄마, 세희가 걱정되니까 우리 전화 끊지 마요.”말을 마치자마자, 하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휴대전화에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노지철이 들어왔다. 그는 세희 곁으로 걸어가더니 영상 통화 중인 것을 보고 하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선생님.” 하영이 입을 열었다. “세희가 왜 이러는 거죠?”“괜찮다, 내가 향을 피웠는데, 어떤 사부님이 꿈에서 세희를 찾고 있는 것이다.”세준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세희의 몸에 영향을 주는 거 아니에요?”“영향은 좀 있겠지만, 이미 발을 디딘 이상,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야.”“별일 없으면 돼요.”하영이 말했다.“선생님, 세희를 침대에 눕혀주세요.”“그래.”노지철은 영상 통화를 끊고 세희를 침대 위에 눕혔다.눕히자마자, 세희의 작은 손은 노지철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그리고 세희는 작은 눈썹을 세게 찌푸리며작은 소리로 조급하게 중얼거렸다.“빨리... 정아야... 좀 더 빨리!”노지철은 세희의 작은 손을 가볍게 잡았다.“세희야, 조급해하지 마. 급할수록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달래면서 세희의 정서는 점차 안정되었다.그녀는 꿈속에서 노지철의 일깨움을 들을 수 있었다.세희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지자, 앞의 몽롱한 장면도 약간 선명해졌다.이곳은 카페인 것 같았다.그리고 세희는 카페 문앞에 서 있었다.세희는 희미한 그 뒷모습을 쳐다보며 카페를 돌아다녔다.그 사람이 잘 보이는 곳에 이르러서야 세희는 발걸음을 멈추고 창문에 엎드려 자세히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몽롱함이 점점 사라지는 순간, 세희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삼, 삼촌?!”세희는 다른 남자와 함께 앉아 있는 예준을 바라보다가 마음이 다급해지더니 얼른 카페 문 앞으로 달려갔다.이 상황을 보고, 옆에 있던 하얀 여우 정아가 얼른 소리쳤다.“세희야! 조급해할수록 더 가까이 갈 수 없어!”세희는 정아의 말을 아예 듣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카페 문에 닿는 순간, 화
도중에 세준은 줄곧 감시 화면을 주시하고 있었다.거의 한 시간 후에야 세 사람은 카페에 도착했다.CCTV에 있던 예준도 이때 마침 일어섰다.세준은 재촉했다.“엄마, 빨리 내려가요! 나와 희민은 여기서 엄마와 삼촌을 기다릴게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차에서 내렸고, 카페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그러나 하영이 카페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문이 열렸다.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하영은 코끝이 갑자기 시큰거렸다.이와 동시, 갑자기 자신의 앞에 선 하영을 보고 예준의 눈동자에도 놀라움으로 가득했다.옆에 있던 외국 남자는 의아한 눈빛으로 예준과 하영을 바라보았다.한참 뒤, 남자가 입을 열었다. “소 선생님, 이 분은 선생님의 친구인가요?”예준은 정신을 차리더니 입술을 살짝 구부려 부드러운 목소리로 외국 남자에게 소개했다.“내 여동생이에요, 강하영이라고.”외국 남자는 충격을 받았다.“여동생?! 선생님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포스터, 그럼 먼저 가봐요. 그 일은 잘 부탁할게요.”포스터라는 남자가 말했다.“에이, 아니에요. 나도 최대한 도와줄게요.”포스터가 떠난 후, 예준은 그제야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눈시울이 붉어진 하영을 바라보았다.그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하영아... 들어와서 말하자.”하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고개를 끄덕였다.예준을 따라 룸에 들어서자, 하영은 앉기도 전에 화가 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이유가 뭐예요!”예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영을 위해 의자를 꺼내며 말했다.“하영아, 먼저 앉아.”하영은 입술을 오므리고 앞으로 가서 앉았다.예준은 하영에게 물 한 잔을 따랐고, 뒤이어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하영아, 나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 거 알아. 심지어 내가 연락하지 않았다고 원망을 하겠지. 그리고 지금 알려줄게, 그 이유가 바로 내가 아직 네 앞에 나타날 수가 없기 때문이야. 부진석의 사람들이 날 찾고 있거든.”“부진석의 증거, 나 거의 다 찾았어요.”하영은 울먹
그러나 그 사람의 의도가 도대체 좋은지 나쁜지는 그들도 모른다.하영은 화제를 돌렸다.“오빠, 그때 오빠의 차가 한강에 추락한 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데. 대체 어떻게 그들의 시선을 피한 거지?”예준은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내가 그들의 시선을 피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나를 구해줬기 때문이야.사실 난 지금까지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어. 그는 단지 수하에게 말을 전했는데, 나더러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 나의 모든 종적을 대신 숨겨줄 것이고 그에게 문자만 보내기만 하면 돈도 문제가 아니라고.”“이 사람을 조사해볼 생각은 안 해봤어요?”“찾을 수가 없어.”예준이 말했다.“내가 조사를 하고 싶을 때마다, 그 사람에게서 문자가 왔거든. 주의력을 중요한 곳에 두라고.”하영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지금 어디에서 지내는 건데요? 내가 찾아가도 돼요?”“아니.” 예준은 딱 잘라서 말했다.“하영아,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절대로 그 어떤 흔적도 남길 수 없어. 부진석이 눈치챌지도 몰라.”“그럼 난 어떻게 오빠가 무사한지를 알 수 있는 거죠?” 하영은 다급히 물었다.예준은 웃었다.“하영아, 전에 택배를 하나 받은 적이 있지 않니? 위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잖아?”하영은 멍해졌다.“그거 오빠가 보낸 거였어요?”“그래.” 예준이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 이름으로 된 알파벳이 있을 거야.”하영은 얼른 가방을 열어 그 열쇠를 찾아냈다.한참 동안 관찰한 후에야 그 위에 SYJ이라는 세 글자가 부각된 것을 발견했다.하영은 한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알고 보니 오빠는 이미 나에게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구나.’예준은 부드럽게 웃었고, 눈빛은 애정으로 가득 넘쳤다.“역시, 너 발견하지 못했구나... 하지만 하영아, 앞으로 난 수시로 너에게 택배를 부칠 거야. 어떤 물건이든 그 위에 틀림없이 내 이름으로 된 알파벳이 있을 거고. 그럼 내가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지.”하영은 응답했다. “응
“솔직히 말씀드리겠지만, 그 사람은 제가 줄곧 잊을 수 없는 사람입니다.”주진우가 설명했다.“그 사람과는 참 아쉬움이 많은 사이였죠. 안정을 취하면 다시 찾아가려 했지만, 참사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노지철이 말했다.“인생은 원래 유감스러운 일로 가득한 법이지. 두 사람은 이미 다른 세상에 살고 있으니 집념을 버리는 것이 가장 좋을 거야.”“제가 내려놓을 수 있었다면 이렇게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생님을 찾으러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노지철은 한숨을 내쉬었다.“혼에게는 음기가 있다. 일단 음기에 닿으면 병이 나는 법이지. 그리고 그 혼이 널 보고 가지 않으려 한다면, 이 일은 번거로워질 거야.”주진우는 진지하게 대답했다.“그녀를 한 번만 보고 또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전 그 어떤 대가를 치르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이 일은 내가 마음대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난 향을 피워 이 혼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물어봐야 하거든. 그리고 만약 선가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도 너를 도울 수 없다.”주진우는 경건하게 대답했다.“선생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노지철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이건 어떤가, 일주일 후에 다시 나를 찾아와라. 요 며칠은 향을 피워 선가들에게 물어볼 좋은 날이 아니다.”“네.” 주진우는 응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그래, 내가 배웅해 주지.”주진우는 세희를 바라보았고, 몇 초 만에 몸을 돌려 거실을 떠났다.주진우가 떠나자 세희는 고개를 들어 노지철을 바라보았다.“할아버지, 이 사람 말이에요...”노지철은 세희의 머리를 만졌다.“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 건가?”“아마도요...”세희가 대답했다.“기억이 나지 않네요. 하지만 이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노지철은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손목에 차고 있는 그 염주는 아주 오래된 것 같구나. 불교에 아주 전념한 사람이야.”“그러면 할아버지, 그 사람을 도와주실 거예요?”“도와줬으면 좋겠
‘설마 내가 오빠 만나러 간 일을 안 거야?’여기까지 생각하자. 하영은 얼른 문을 열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에서 그녀는 진석 앞에 약 한 봉지와 서류 봉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하영은 다가가서 물었다. “뭐 하러 왔죠?”진석은 앞에 있는 서류를 열어서 하영 앞에 놓았다.“이 계약서에 사인해.”하영은 영문 모른 채 진석을 바라본 다음, 서류를 보았다.눈에 들어오는 것은 계약서의 이름이었다-- 주식 양도 계약서.하영은 그날 주강이 한 말을 떠올렸다. 진석이 자신에게 주식을 양도하겠다고.하영은 진석이 이렇게 빨리 그 일을 추진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하영은 경계에 찬 눈빛으로 진석을 바라보았다.“왜 나에게 주식을 양도하려는 거죠?”진석은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 정유준의 물건을 될수록 일일이 너에게 돌려줄 거야.”이 말을 듣고 하영은 서류를 꽉 잡았다.“일일이 돌려줘?” 하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당신은 유준 씨의 주식이나 돈을 나에게 돌려줄 수 있는 것 외에 또 무엇을 돌려줄 수 있죠?!”진석은 눈을 들어 평온하게 하영을 바라보았다.“네가 원하는 대로 줄게. 내 목숨까지 포함해서 말이야.”“난 지난번에 당신의 목숨을 원하지 않았으니 지금도 마찬가지예요!”하영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더러워!’‘악마의 피를 묻히는 건 정말 더럽다고!’진석은 시선을 거두고 펜을 하영 앞에 놓았다.“그럼 이 계약서에 사인해.”“MK에서 꺼질 수 있어요?” 하영은 진석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진석은 잠시 침묵했다.“내가 MK에서 물러나도 되지만, 지금은 아니야.”하영은 피식 웃었다.‘이런 사람과 말하는 것은 정말 시간 낭비야!’그러나 지금 하나라도 되찾을 수 있다면 하영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계속 부진석의 손에 있는 것보단 낫지!’하영은 계약서를 들고 자세히 읽어보았는데, 진석이 자신이 보유한 대부분의 주식을 양도한 것을 발견했다.그가 남긴 지분은 단지 대표님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잘 확인한 후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