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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스테이크가 올라오자, 주민은 웃으며 진석을 바라보았다.

“무슨 할 말 있어서 날 이렇게 불러낸 건가요?”

진석은 눈을 드리운 채 스테이크를 썰며 물었다.

“배씨 가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죠?”

배씨 가문을 언급하자, 나이프와 포크를 들던 주민의 손은 가볍게 떨렸다.

그녀는 실망을 금치 못했고, 말투도 따라서 냉담해졌다.

“우리 두 가문은 사이가 좋았으니 나름 잘 알고 있죠. 그런데 갑자기 배씨 가문은 왜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 오늘 배현욱 봤거든요.”

주민은 눈빛이 흔들렸다.

“두 사람 얘기 나눴어요?”

“음, 그 사람 하영과 함께 있었어요.”

말하면서 진석은 눈을 들었다.

“만약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유인나의 일로 만났을 거예요.”

스테이크를 썰던 주민은 갑자기 칼로 접시를 긋더니 귀를 찌르는 소리를 냈다.

진석은 주민의 뻣뻣한 동작을 힐끗 바라보았다.

“주민 씨, 당신은 오히려 좋아할 가치가 없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군요. 그동안 자신의 모든 감정을 바쳤지만 오히려 감옥에 들어갔다니.”

나이프와 포크를 잡고 있던 주민의 손가락은 뼈마디가 점점 하얘졌다.

“배씨 가문도 당신을 위해 해명조차 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그런 자신이 슬프지도 않은 거예요?”

주민은 이를 악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난 일을 꺼내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진석은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더니 커피를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

“그때의 일을 잊을 수 없는 이상, 참을 필요도 없겠죠.”

주민은 눈을 들어 진석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죠?”

진석은 일부러 담담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지금 내가 당신의 의지가 될 수 있다는 것만 알면 충분해요.”

이 말을 들은 주민은 눈빛이 번쩍였다.

‘지금 내가 복수할 수 있다고 암시하는 건가?’

‘어떤 결과에 직면하든 진석 씨는 내 편에 설 테니 난 아무런 걱정 할 필요가 없는 건가?’

주민은 묵묵히 탁자 위의 레몬물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자신이 20여 년이나 사랑한 사람이 직접 그녀를 감옥에 보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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