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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3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어둠이 내려앉은 때라 술집 안은 북적거렸다.

술집을 좋아하는 젊은 남녀들로, 근처에서 출근하는 회사 직원들로, 막히는 도로를 피하고자 잠시 이곳으로 숨은 사람들로....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시끌벅적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잠시 모든 정서를 내려놓은 채 스트레스도 좀 풀 생각으로 찾아온 이들도 많았다.

유시아는 가장 구석 자리로 다가가 앉아 와인 한 병이랑 피스타치오를 주문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자리를 떠나자마자 임재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시아야, 너 지금 어디야?”

유시아는 순간 멈칫거리다가 바로 대답했다.

“화실 근처에 있는 kt 술집에 있어요.”

임재욱과 숨바꼭질을 하기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다.

만약 이대로 가뭇없이 사라진다면, 임재욱은 백 천 가지 방법으로 그녀를 찾아내고 말 것이다.

유시아가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순순히 밖으로 돌아다니게 가만히 놔둔 것으로 봐도 임재욱은 그녀가 제 발로 도망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도망간다고 한들 스스로 돌아와야 하니 말이다.

필경 아직 숨이 붙어있는 이채련이 그의 손에 있다.

솔직히 말했어도 임재욱은 여전히 불쾌해했다.

“그런 복잡한 곳에는 왜 간 거야?”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요.”

유시아는 솔직하게 말했다.

“지하철역까지는 너무 멀고 힐을 신어서 걷고 싶지도 않아서요.”

임재욱은 계속 물었다.

“그럼, 나한테 전화하지 그랬어. 왜 안 했어?”

유시아는 입술을 사리 물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바쁠까 봐, 행여나 방해가 될까 봐.”

유시아는 알고 있다.

그에게는 짐이 많다는 것을, 해야 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그중에서 자기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라 소홀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고 싶지 않아 일찌감치 포기한 것이다.

임재욱은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말했다.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어. 화실 앞이라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치고 전화가 끊겼다.

임재욱은 차 문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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