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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유시아는 빨간색으로 된 초대장을 만지며 그 위에 찍힌 남운대 배지를 바라보았는데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꽃다운 시절을 보냈던 남운대, 한때 스승이었던 선생님이 아직도 수업을 가르치고 있을 수도 있고 엄격했던 기숙사 선생님도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임재욱을 쫓아다녔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몇 년간 시간이 흐리긴 했지만 뭐가 달라졌을까?

문득 지금의 남운대가 궁금해졌지만 그와 함께 두려움도 밀려왔다.

임재욱은 남운대의 저명한 교우로서 지금은 대우 그룹의 총책임자일 뿐만 아니라 남운대에 다닐 때도 걸출한 인물로 명성이 자자했던 사람이다.

장학금을 싹쓸이하고 농구도 식은 죽 먹기로 잘했으며 모든 학과에서 ‘A’를 받았던 엄친아 중의 엄친아이다.

마치 전설 속의 인물과 같다고 할까?

그런 임재욱과 달리 유시아는 지금 내놓을 만한 게 없다.

남운대에 다녔을 때는 나름대로 우수한 편이었지만 중도에 퇴학하면서 학업을 그만두게 되었다.

감옥에서 나온 뒤, 남운대에 복학 신청을 제출한 적이 있지만 매몰차게 거절을 당했었다.

좋았던 기억보다는 아팠던 기억이 많은 곳이라 유시아는 망설이게 되었다.

“그냥 재욱 씨 혼자 가요...”

유시아는 초대장을 다시 임재욱에게 밀어 넣었다.

“화실에 수업도 있고 그럴 시간이 없어요.”

눈치가 빠른 임재욱은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망설이는 이유는 알게 되었다.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럴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기한테 수없이 거절을 당했던 곳일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명성이 자자했던 남운대의 임재욱은 지금도 여전히 대우 그룹의 총책임자로 카리스마가 넘친다.

“시아야...”

임재욱은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나랑 같이 가자. 꼭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 과거를 잊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 과거를 직면해 보는 건 어때?”

유시아에게 많은 걸 빚진 임재욱은 시발점인 그곳에서 빚을 천천히 갚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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