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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두 사람은 제각기 하고 싶은 말만 했다.

유시아는 도청기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 했고 임재욱은 화제를 돌리느라 바빴다.

“참 잘 그렸어. 분위가 아주 그냥...”

유시아는 덤덤해 보이는 임재욱을 바라보면서 순간 놀림을 당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내밀어 그 그림을 빼앗아 왔다.

이윽고 갈기갈기 찢어버려 공중에 확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임재욱 씨!”

임재욱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고 화난 나머지 빨갛게 달아오른 유시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또 왜 이러는 거야?”

유시아는 온몸을 살짝 떨며 또박또박 물었다.

“도청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잖아요. 못 들었어요?”

“들었어.”

임재욱은 덤덤하게 대답했다.

귀로도 마음으로도 유시아의 말을 똑똑히 들었는데.

임재욱은 잠시 침묵하더니 운을 떼기 시작했다.

“잡다한 일로 이러고 싶지 않아. 그럴 가치도 없는 일이고. 그러니 좀 그 일에 대해서 그만 얘기하면 안 돼?”

“딱하고 싶은데요.”

유시아는 다소 달갑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

“그럼, 바른대로 알려줄게. 내 사무실에 감시 카메라는 없지만 도청기 제어하는 시스템이 있어.”

대우 그룹의 모든 기밀이 임재욱 사무실에 있고 많은 프로젝트에 관한 사항들도 모두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다.

그런 중요한 곳에 유시아와 같은 아마추어를 쉽게 들여서 도청기까지 붙이게 할 수 없단 말이다.

하여 유시아가 사무실로 찾아온 그날부터 임재욱은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말하지 않는 건, 전에 이와 비슷한 일로 널 감옥에 들어가게 했었기 때문이야. 네가 한 짓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이라고 생각하면서 너랑은 상관없다고 여기면서 평생 말하지 않으려고 했어. 이걸로 손해를 보지 않은 건 내가 운이 좋아서 그렇고 만약 이대로 손해를 본다면 자업자득이라고 하면서.”

임재욱은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았다.

“시아야, 내가 너한테 빚진 건 앞으로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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