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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하얀 종이 위에는 조금 전 임재욱의 모습이 아니라 그의 뒷모습이었다.

정장 차림에 손에 서류를 들고 고개를 약간 숙인 그의 모습, 떡 벌어진 어깨와 땅을 짚고 서 있는 긴 다리, 흑백을 뚫고 나오는 아우라에 저절로 눈이 부셨다.

“유시아....”

임재욱은 웃으면서 유시아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놀린 거 맞지? 온몸이 시큰할 정도로 그렇게 한 자세로 오랫동안 버티고 있었는지, 재밌었어?”

유시아는 그림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재욱 씨, 이 뒷모습도 재욱 씨잖아요.”

다른 바가 있다면 4년 전의 임재욱이었다.

그때 감옥에 들어가자마자 임재욱은 변호사를 데리고 이혼 합의서 초고를 들고 병원으로 찾아와 사인을 요구했었다.

그날 임재욱이 입은 정장은 바로 지금 그림 속에 있는 흑백 정장이었다.

그는 손에 이혼 합의서를 들고 단호하게 떠나는 뒷모습만 남겼었다.

그 뒷모습이 가슴속에 낙인되어 지금껏 아프게 하고 있다.

5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그 아픔은 처음 느꼈던 그때처럼 똑같았다.

살짝 바람이 불어와도 상처가 다시 돋아나고 지난 일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숨을 턱턱 막히게 했다.

유시아는 손으로 그림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여기 한 번 봐요. 재욱 씨가 들고 있는 저 서류는 내가 사인을 마친 이혼 합의서예요. 재욱 씨는 모르겠지만, 그때 전 재욱 씨 뒷모습을 끝까지 봤어요.”

얼굴에 번졌던 웃음은 서서히 사라지고 임재욱은 가슴 한쪽 곁이 미어지기 시작했다.

그날의 모든 순간을 임재욱 역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혼 합의서를 들고 감옥으로 찾아가 유시아에게 모욕을 주고 그녀의 신분을 박탈하면서 교도관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었다.

잘 부탁한다...

간단한 말 한마디는 유시아에게 악몽처럼 다가왔었다.

3년 동안 유시아는 그 짧고 긴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임재욱은 모른다.

하지만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가슴 속에 묻고 있던 한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부터 유시아의 기분이 신경 쓰였고 그녀의 눈물이 두려웠으며 매사에 조심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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