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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그런 임재욱과 반대로 신서현은 어디를 가나 밴과 매니저가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여 연애했었지만, 단 한 번도 대놓고 당당하게 한 적이 없다.

가장 용기를 낸 순간을 뽑으라면 아마 신서현 아버지에게 들킨 그 순간이었을 것이다.

포옹하고 뽀뽀했던 그 순간, 그것이 전부였다.

신서현은 호화로운 생활을 바라는 여자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함께 하기를 바랐는데, 그러한 부분에 대해 임재욱은 죄책감을 느꼈었다.

신서현에게 좋은 생활을 안겨다 주지 못한 것 같아서.

지금 두 사람 모두 마음속으로 신서현을 떠올리고 있다.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남아 넘실거렸던 달콤했던 분위기는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저녁을 먹고 나서 유시아는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하고 예전처럼 화실로 들어가 그림 그리기에 전념했다.

오늘 간단하게 스케치하고 싶어 조각상을 모델로 삼아 천천히 선을 긋기 시작해다.

아직 채 완성하지 못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조각상 앞을 가로막았다.

욕실에서 이제 막 나온 임재욱이다.

그는 회색 가운을 느슨하게 걸치고 의자를 유시아 앞으로 당겨와 앉았다.

“내가 오늘 한가해서 그러는데, 모델로 서 줄게.”

유시아는 웃었다.

“오늘 엄청 바쁘실 텐데, 이럴 시간 있어요?”

“왜?”

임재욱은 눈썹을 들썩였다.

“그려주기 싫어?”

유시아는 연필 끝을 물고 그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씩 하고 웃었다.

“누구나 모델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치골 라인 선명해요? 복근은 몇 개고요? 등 근육은 어때요? 역삼각형 몸매이긴 한가요?”

유시아는 턱을 살짝 올리고 애교를 떠는 듯한 목소리로 연달아 질문을 던졌다.

이런 평범한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도청기가 대우 그룹에서 나온 이상 회사 내부에서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이미 조사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자기한테까지 파급될 테니 마지막 남은 이 순간이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 아닌가 싶었다.

모든 게 밝혀지고 나면 어디로 가야 하는 지도 미지수이다.

임재욱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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