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서현우의 눈에는 고통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말투가 평온해졌다.“돌아오지 않고 적군의 보급을 목숨으로 파괴했다는 말이야?”군사는 두 손을 맞대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서현우는 오랫동안 침묵하더니 손을 흔들었다.“가게 놔둬.”부상을 입은 몸으로 무기 장비도 부족한 채로 12만 명의 병사가 30만 명이나 되는적군 보급 캠프를 쳐들어갔다.이는 달걀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주저 없이 달려갔다.서현우는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그래서 그들이 가도록 내버려 두라고 한 것이다.최악은 전군이 전멸할 뿐 적군의 보급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주전장에 있는 적군들도 결국은 먹어야 한다.일단 보급이 늦어지면 그들에게도 골치 아픈 일이다.그럼, 남강에게는 좋은 일이다.전쟁에서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서현우는 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전군의 대권을 장악하고 자연히 자비하고 맘이 약한 사람도 아니다.12만 명으로 적군의 진공을 잠시 미루는 것은 가치가 있다.눈을 감고 다시 눈을 뜨니 서현우의 눈빛은 더없이 싸늘해졌다.“내 명을 전하거라...... .”전선 지휘부로부터 군령이 끊임없이 전달되고 있다.200리 방어선에서 병력을 이동하여 적군의 거듭되는 공격을 막아냈다고 한다.이 수라지옥 같은 전쟁터에서는 시간은 빨리 감기라도 한 듯이 흐르고 있다.눈 깜짝할 사이에 날이 또 어두워졌다.적군은 10리 후퇴하여 군대를 정돈하였다.남강 방어선은 모처럼 조용해졌다.밤바람이 휙휙 소리를 내는 가운데 솟아오르는 불길이 모든 것을 삼키려는 것 같다.“적군의 23차례 공격을 격퇴했습니다.”“언제쯤이면 끝날까?”“우리 돌아갈 수 있을까?”“돌아갈 수 없으면 돌아가지 않으면 그만이야! 남강이 안전해야 다른 곳도 안전하고 우리 가족들도 편안하게 있을 수 있어.”“헤헤, 하긴 네 말도 맞아. 담뱃 불이나 좀 지펴 줘. 손가락 네 개가 날아가니 정말
서현우는 서서히 눈을 떴다.눈앞에는 홍빈 밖에 없다.포화 소리는 여전히 세상을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우르릉-방 정체가 떠나갈 정도로 울리고 있다.홍빈은 즉시 앞으로 나가 몸을 굽혀 손을 뻗어 서현우 몸 위를 가렸다.다행히도 이 집은 견고하여 지붕이 갈라졌지만 함몰되지 않았다.씽씽-서현우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그것은 대공 미사일 소리였다.매우 확실할 수 있다.어디까지나 남강 총사령관이니 이는 기본이다.“나 얼마나 기절한 거야?”서현우는 허약한 소리로 물었다.이 소리는 포화 소리보다 천만 배나 약하다!홍빈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입 모양을 보고 알아차렸다.“하루입니다! 지금은 밤 11시 33분 54초입니다.”서현우도 홍빈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입 모양을 보고 알았다.손을 들어 보려고 힘을 썼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발을 들고 싶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그래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싶었다.하지만 고개도 움직이지 않았다.“나 움직일 수 없어.”“남강은 무너졌어?”“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고 있습니다.”“나 좀 일으켜 줘. 나가서 봐야겠어.”“총사령관님...... .”“시간이 없어, 얼른!”“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고 싶어.”홍빈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홍빈은 이를 악물고 서현우를 부축하여 휠체어에 앉혀 두꺼운 외투를 덮어주었다.서현우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어 앞만 보고 있다.몸이 몹시 허약해지고 있는 것을 뼛속까지 느꼈다.그 무서운 혈살의 힘이 몸 여기저기를 쏘다녔다.생명이 흘러가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밖으로 좀 가자.”“네.”홍빈은 눈물을 흘리며 서현우를 밀고 나갔다.쿵쾅-하늘에서 무수한 불꽃이 터지고 있다.불꽃마다 전투기 한 대의 파멸을 대표한다.양쪽 전투기 무리가 모두 고공을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하여 서현우의 눈앞에는 불꽃이 끊이지 않고 있다.살성이 진동하며 총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온 세상을 뒤덮었다.적들은 필사
피바다가 된 전쟁터에서는 햇빛조차도 먼지가 자욱해 보인다.서현우는 숨이 점점 가빠지고 있다.신체적인 이유가 아니라 이 공기 중에 피비린내가 너무 짙다.모두가 선혈에 잠긴 듯 숨이 막힐 지경이다.씽씽씽...... .포탄이 끊임없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다.포탄이 폭발하고 나면 검은 기름이 천지를 뒤덮고 쏟아지는데 마치 비가 내리는 것과 같았다.쾅-불빛이 솟아오르는 순간이 마치 혀를 내두르며 미친 듯이 달리는 악견과 같았다.폭발점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휙휙-칼 같은 바람이 불길을 더욱 키우고 있다.남강 방어선 밖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시체가 소각되어 악취가 진동하며 풍겼다.그러나 며칠간의 잔혹한 전쟁을 거쳐 전사들은 이미 여러 가지 냄새에 익숙해졌다.맹렬한 불은 아주 멀리까지 휩쓸었다.남강 내에는 지장이 없고, 남강 밖의 적군이 주둔하는 캠프도 지장이 없다.200리에 걸쳐 이어진 불길은 예나 지금이나 보여주기 어려운 극단적인 화면을 조성하고 있다.큰불은 한참을 태우고도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얼마나 많은 시체가 있는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불길에 물든 강인한 얼굴에 슬픔이 떠올랐다.전쟁 중에 사람의 목숨은 값어치가 없다.너무 많은 사람이 여기에서 죽었다.그리고 누군가는 계속 죽을 것이다.‘내가 다음 차례인가?’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이 물음을 떠올리고 있다.그러나 그들은 죽는 이가 자신이라도 단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현우의 숨결은 이 뜨거운 불 속에서 점점 가라앉았다.자신에게 시간이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다.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못 버틸지도 모른다.‘용국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이 문제는 아마도 저세상에서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생전에 이미 최선을 다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안타깝게도 청현이가 살아 돌아왔는지 알지 못했다.청현은 전체를 내다보는 능력이 훌륭하고 군사와 함께 협력한다면 좋을 것 같다.두 사람이 부디...... .서현우는
“홍빈...... 홍빈...... .”서현우는 홍빈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고 있다.하지만 홍빈는 대답하지 않고 서현우의 발밑에 쓰러졌다.그리고 홍빈이 입고 있는 군복에서는 성홍색의 꽃으로 번졌다.“홍빈...... .”서현우의 부릅뜬 눈에 핏발이 서서히 떠올랐다.‘죽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라고!’홍빈이 몸으로 막지만 않았다면...... .깊은 원한이 눈에서 미친 듯이 뛰고 있다.목에 난 상처에서도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그 눈부신 피들은 목을 타고 흘러내려 서현우의 목에 걸린 옥에 스며들었다.이 옥은 모양이 잎사귀처럼 순백하고 흠이 없으며 중간에 틈이 하나 있긴한데, 겉보기에는 꽤 이상하다.이 옥은 서현우 어머니의 유품인데, 서태훈한테서 건네받은 후부터 줄곧 목에 걸고 다녔다.지금 순백의 옥에 서현우의 선혈이 묻어버렸다.사고가 정지된 서현우는 이 옥이 피에 물든 후 갑자기 미약한 핏빛을 발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그 선혈은 마치 주동적으로 옥에 흡수되는 것 빠른 속도로 스며들어 갔다.성홍색이 옥에 만연하여 순백함을 대체하였다.핏빛으로 변해버린 붉은 옥의 중간 틈은 서서히 확장되어 눈처럼 보였다.흑흑흑...... .잠시 응고된 전장은 공격의 나팔 소리에 깨졌다.포효하는 소리가 순식간에 사방을 휩쓸었다.적들은 진격의 나팔 소리에 쓰나미처럼 몰려들었다.“덤벼! 죽여!”“무너진 곳을 사수하거라!”우르릉...... .전쟁터라는 제육기 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총알이 빗발치고 포화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하지만 서현우는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서현우의 눈은 점점 붉어졌다.지금 누군가 서현우를 주목하면 서현우의 눈동자에서 성홍색의 피망울이 보일 것이다.목에 걸고 있던 옥도 소리 없이 녹듯이 서현우의 몸에 스며들었다.두근두근-콩닥콩닥-서현우의 심장은 짧은 경련 후에 유달리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귓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채 천둥 치는 듯한 심장 박동 소리만 남았다.심장이 뛸 때마다
“씁...... .”적국, 술변성.체어스는 스크린을 통해 거대하기 짝이 없는 검을 보고 들숨을 내쉬었다.마음속에는 참지 못하고 이따금 절망이 용솟음쳤다.‘저게 뭐야?’난공불락의 남강 방어선 성벽과 수천만 명의 병사들에게 무수한 중화력을 쏟아부어도 뚫을 수 없었는데, 이 검 아래서 두부처럼 으깨지고 말았다.성지...... .성국...... .그 신비한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신령이다!오직 신령만이 하늘과 땅을 파괴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체어스는 혈색이 전혀 없을 정도로 창백했다.마치 파괴된 것은 남강의 방어선이 아니라 적국의 것 같았다.체어스는 슬픈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토끼가 죽고 여우가 슬퍼하는 느낌이 마음속에 퍼졌다.“북도문의 장발 칼잡이도 이 정도야?”“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적국도 저렇게 될 수 있는 거잖아?”사람이 아무리 많더라고 그들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하찮은 개미, 단숨에 죽여 버릴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하하하하...... .”체어스는 정신을 놓은 듯이 크게 웃었다.웃음소리에는 슬픔이 가득하고 고통과 절망이 넘쳤다.‘신한테 저항하려고 했다니...... 내가 너무 어리석고 헛된 망상만 했어!’한참이 지나서야 미친 듯한 웃음소리가 멈추었다.그리고 눈물 한 방울이 탁자 위에 뚝 떨어졌다.체어스는 그것을 닦고 힘없이 손을 들어 버튼을 눌렀다.잠시 후 십여 명의 장군들이 몰려들어 일자로 늘어섰다.“총사령관님!”장군들은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체어스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내 명을 전하거라! 대군은 즉시 남강을 향해 진격한다!”“드디어 참전하는 겁니까?”“잘됐습니다! 반드시 멸망시키고 돌아오겠습니다! 안심하고 계시기 바랍니다!”명을 들은 장군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가 봐.”체어스는 담담하게 말했다.모두 한바탕 기뻐하며 몸을 돌려서고는 서로 눈만 마주쳤다.그리고 그때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근데, 아직 전략도 세우지 않으셨는데...... .”“중요하지
“죽여!”홍수가 하늘을 찌를 듯이 몰려오며 적군이 쳐들어왔다.“물러서! 수비! 수비!”영박문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영박문은 한쪽 팔이 부러졌고 선혈은 여전히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다.그러나 지금은 군령을 전달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모두가 눈이 돌아가서 편제를 이루기 어려워졌다.피식-총알이 날아와 남강 병사들이 줄줄이 쓰러졌다.그들은 사실 이미 쇠뇌의 끝이다.삼백만 명의 적군이 미친 듯이 몰려오자, 십여 분 동안 남강에는 거의 50만 명의 병력이 없어졌다.“지켜라! 사수하라!”군사는 지휘부에서 소리를 지르고 두 눈에 핏발이 서려 있었다.군사는 줄곧 쉬지 않았고 가장 졸릴 때도 30분만 눈을 붙였을 뿐이다.지금 적국의 대군이 전장에 가담한 것을 발견하고 즉시 무생군과 장정군에게 명령을 내렸다.지금. 이 순간 적국의 중심지 번화한 도성에 등불이 희미하다.도성을 호위하는 정예 대군은 사십만 명이 남았다.그들은 이 번화함에 휩싸여 죽음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휙-우르릉-포탄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밤하늘에서 터졌다.사람들은 멍하니 그 폭발 방향, 하늘을 찌를 듯한 불빛을 보고는 반응하지 못했다.곧.“죽여!”귀청이 터질 듯한 싸움 소리가 성 밖에서 천지를 뒤덮고 들려왔다.다닥다닥...... .우르릉적국 도성에 전쟁이 시작되었다.술변성 안에서 체어스는 혼자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있다.사무실은 어두컴컴하고 전기 기구의 표시등만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다.그의 모든 예기는 모조리 뽑힌 듯 의기소침하고 무기력했다.“은퇴할 때도 됐어.”체어스는 희미한 빛을 빌어 거울에 비친 자신의 검은 머랏속에 백발이 섞여 있는 것을 보고 중얼거렸다.‘그래, 인제 그만 물러설 때도 됐어. 허구한 날 싸움만 하고 재미없어.’‘목숨을 다해 아득바득 지켜온 모든 것을 그 신령들은 손만 흔들면 모든 걸 앗아갈 수 있는데, 뭐 하려고 버티고 있어.’‘무슨 의미가 있어? 차라리 은퇴하고 그때 그 더러운 집으로 돌아가 죽는 날만
적군은 이 기세에 놀랐다.남강 병사들이 보여준 에너지는 생사를 초월한다.그들은 분명히 남강 병사들이 숨만 붙어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러나 죽어야 할 남강 병사들은 여전히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다.“철수!”적군의 장군은 즉각 철수 명령을 내렸다.그들은 남강과 10년 동안 싸웠고 남강 병사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였을 때 얼마나 무서운 힘을 자아내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하지만 그들은 두렵지 않다.궁지에 몰린 짐승이 싸울 뿐이다.그들이 참전한 이후로 이 승부는 이미 결정되었다.가만히 숨죽이고 기다리면 그들은 도마 위에 놓인 고기가 될것이다.지금은 죽기 전, 마지막 광기에 불과하다.“총사령관님의 명령 이십니다. 전군은 남강 전장에서 철수합니다!”체어스의 명령이 전해왔다.명을 듣자마자 다들 아연실색했다.“남강이 곧 뚫릴 것 같은데?”“뭐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곧 남강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이럴 때 물러서면 어떡합니까? 4개국 X신들에게 공을 양보해야 합니까?”장군들은 분노하여 이를 갈았다.하지만 그들은 단지 말로만 할 뿐 체어스의 명령을 어길 용기는 없었다.장군들은 서로 바라보며 달갑지 않았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됐어, 철수해.”“전군은 명을 듣고 남강 전장에서 철수한다!”“철수...... .”체어스는 병사를 다스리는데 확실히 일가견이 있다.당장 승리의 열매를 딸 수 있음에도 적국 장병들은 군령이 전달되자 곧바로 철수하기 시작했다.이를 보고 있던 4개국 총사령관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나중에는 크게 기뻐했다.“하하하! 체어스 이놈 재미있네!”“좋아, 똑똑한 놈이야!”“잘 됐어! 자, 인제 우리가 승리의 열매를 딸 차례야!”“명을 듣거라! 전군은 마지막 돌격하여 남강을 멸망시키고 남방 4개 성을 죽이고 불태운다!”수백만 명의 피곤한 병사는 이 명령을 듣고 다시 한번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지르며 돌진했다.남강의 장병들은 하나같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살아 돌아간다고?’‘그런 일은 없을
둥둥...... 둥둥...... .전쟁터에서 한창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북소리가 울렸다.적과 아군 쌍방은 모두 싸움을 멈추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속에는 모두 같은 의문이 생겼다.‘웬 북소리?’그 후 살육이 약간 느려져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북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저게 뭐야?”“무슨 일이야?”연합군 후방에서 4개국 총사령관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크게 벌렸다.남강 방어선 중간 성벽에 한 줄기 빛이 솟아올랐다.그 빛은 매우 강하고 점차 만연하여 처음에는 아주 작은 지역을 밝게 비추었다가 뒤이어 전반 전장으로 만연되었다.어둠은 철저히 물러나고 핏빛이 모든 것을 덮었다.눈부신 강광에 모두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전쟁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멈추게 되었다.그것은 핏빛 광구이다.게다가 점점 커지고 있다.하늘에는 짙은 검은 피안개가 응집되어 강물처럼 핏빛 광구를 향해 구불구불 만연하고 있다.피바다가 끓어 넘치더니 점점 줄어들었다.증발이라도 한 듯이 말이다.천천히,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 광구 안에는 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있다.그건 분명 한 사람이다.남강 장병들은 멍하니 있다가 절망하기 시작했다.‘장난해?’‘어떻게 된 거야?’‘안에 사람이 있다니!’‘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한 존재인가?’천지를 뒤흔든 그 검이 다시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설마...... .남강은 지키지 못할 운명인가?용국은 멸망할 운명인가?이해의 범위를 벗어난 이런 강력한 존재 앞에서 그들이 모든 것을 걸고 저항하는 것이 아이러니했다.남강 병사들의 마음과 마찬가지로 4개국 동맹군은 환호했다.동맹군은 그것이 그들 편에 속하는 초강자라고 생각한다.신령 같은 존재!또 그들을 도우러 왔다!“저분은 어느 나으리 이신지 아십니까?”4개국 총사령관은 서로 바라보며 그 누구도 답이 없었다.그리고 서현우는 이 모든 것을 모르고 있다.서현우의 심장 박동 속도가 느려졌다.하지만 심장은 북소리처럼 울려 퍼졌다.온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