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진아름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사색이 되었다.조용한 차 안에서 용소희의 목소리는 더욱 크게 울렸다. 하여 구씨는 모든 내용을 다듣게 되었는데 사색이 된 진아름의 얼굴을 보고 그는 걱정이 되어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실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진아름은 마치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본 것 처럼 구씨를 바라보았다.그러자 구씨는 웃으며 진아름을 위로했다.“소희공주는 권력을 믿고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는데 국주님의 허락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국주님이 허락한다 하더라도 먼저 사모님의 의견도 물어야 하는거죠. 그러지 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이 하락하지 않는한 먼저 국혼을 거행할 수 없어요.”“허나......이러면 공주마마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어요...... .”진아름은 걱정하며 말했다.“국혼은 결코 아이들의 소꿉장난이 아니에요. 사모님이랑 서현우씨가 먼저 모습을 드러내야 하고 온 나라가 기대하며 지켜보고 있는데 이는 용국의 위엄과 다름이 없습니다. 용국과 적이 되려하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감히 반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그러니 지금이든 앞으로든 소희공주는 감히 어쩌지 못 할겁니다.”진아름은 이 말을 듣고서야 한숨을 돌리고 감격했다.“왕 아주머니, 이렇게 말해주셔서 고마워요.”구씨는 진아름과 접촉한 시간이 길지 않았지만 진아름을 진심으로 소중히 여기고 있다.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예쁜 이 아가씨는 자신이 곧 국혼을 거행할 것이라고 해서 오만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하나같이 상냥하고 부드럽게 예절을 지켰다.착한 사람은 응당 그에 알맞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그만 생각하시고 오늘에만 집중하세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인데 솔이와 함께예쁜 마음으로 예쁜 미래를 반겨야죠.”“네! 그럴게요.”진아름은 한 폭의 그림처럼 예쁜 경치를 내다보며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수줍음과 기대가 가득 그려져있었다.10월 5일, 정오, 12시 6분.차량 행렬이 중영 중심 광장에 도착했다.오늘 전국의 초점이 이곳으로 모였다.이때 진국 군
그들이 뭐라고 수근거리든 얼마나 놀라워하든 주목을 받고 제일 높은 곳에 서있는진아름은 이미 모든 것을 뒤로 했다.그녀의 눈앞에는 빨간 카펫이 깔린 도로가 있다.도로 끝에는 중영에서 솜씨가 뛰어난 장인들이 열흘의 시간을 들여 높이 쌓은 예대가 놓여져있다.그곳에서 그녀는 서현우와 일생을 약속하게 한다!눈부시게 예쁜 얼굴에는 어느새 중생을 매료시키는 웃음이 걸려졌다.진아름은 두 손을 몸 앞으로 가지런히 놓고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침착하고 우아하게 발걸음을 천천히 내디뎠다. 그녀가 내딛는 발걸음에 따라 모든 시끄러움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왜 소희공주가 아니라 진아름이 나타났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순간 모든 사람들은 진아름이 보여준 매력에 깊이 매료되었다.사람들의 눈에 비친 진아름은 국혼 현장과 거의 하나가 되었다.그들로 하여금 마음속으로 우러나와 인정할 정도로 모든것이 진아름을 위해 준비한 것임이 보여졌다.진아름은 이번 경국지례의 여주인공이 될 운명이 분명하다!군중들속에서 진개산네 가족들도 진개군의 가족들도 동공이 확장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진아름이 국혼을 거행하다니!’진요기와 진백소는 질투가 나서 눈에서 피가 날 지경이었다.이것은 온 천하가 꿈에 그리던 경국지례인데 진아름에게 이런 행운이 떨어졌다는 사실에 배가 아팠다.진개산은 오히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우리 조카 예쁘네! 제가 저 신부 큰아빠예요! 진개산이라고 합니다!”“너무 예쁘죠! 전 큰숙모예요!”“전 셋째 삼촌! 진개군이라고 합니다!”“저는 셋째 숙모인데! 우리 조카 너무 예쁘죠? 딱한 우리 조카 인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네......제가 다 기쁘네요!”주위 사람들은 아연실색했다.그들의 끊임없는 외침소리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이곳으로 집중되었다.외치고 나니 일부 중영의 권세가들은 부하직원을 보내 이내 아부하면서 명함을 건네주었다.진개산과 진개군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으며 모든 명함을 모조리 받으며 앞으로 그 힘을 빌어
한 어르신은 더없이 위풍당당한 아우라를 뽐내면서 왼손으로 산하를 새긴 도장를 들고 장엄하고 엄숙하게 말했다.“다들 무릎을 꿇으시오!”“무릎 꿇습니다!”손량은 크게 소리치고 먼저 오른쪽 다리를 구부리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와 동시에 용국 그 어느곳에 있든 그 어떠한 신분이든 권세와 재력을 막론하고 모두 하나가 되어 일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모두 사람은 숙연히 일어나서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외곽에서 국혼을 지켜보던 수십만 명의 백성들도 모든 소란을 뒤로 한 채 무릎을 꿇었다.높은 무대에 서있는 진아름은 우아하게 겹친 두 손을 이마로 들어 올렸다.그리고 두 무릎을 구부리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 동시에 허리를 굽혀 손바닥이 먼저 땅에 닿고 머리가 손등에 닿게 예를 갖추었다.선풍도골의 천계사 사주도 무릎을 꿇고 낭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성천자가 즉위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서치에게 명하고, 조민에게 협조하고...... .”예를 갖춘 절차에 알맞는 선언이 10여분간 세상을 뒤덮었다.알아듣는 사람도 있고 못 알아듣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모든 사람은 특별한 운율의 목소리에 경건함을 품고 감동하기 그지없었다.천계사 사주가 입을 다물자 곧 어디선가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렸다.“재남진열, 주작 들어라!”북목 군신도 이어 소리쳤다.“재남진북, 무현 들어라!”다음은 동요 군신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재남진동, 청용 들어라!”그리고 마지막으로 무거운 목소리도 들려왔다.“재남진서, 백호 들어라!”“사방전구는 각 지역에서 용국을 지키거라! 그 누두도 침업하지 못하게 목숨을 다하거라!”쿵쾅쿵쾅...... .사방에서 불꽃이 하늘로 치솟았다.모든 불꽃이 만발한 후 청용, 백호, 주작, 무현 4대 전설은 영수로 변하여 아우라를 뽐냈다!“용국이여 영원하라!”“용국이여 영원하라!”“용국이여 영원하라!”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금치못했다.격동된 감정은 오랫동안 가라앉을 수 없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일어나시죠!”손량은 큰 소리로 외쳤다
“서현우...... .”오매불망으로 그리던 그가 눈앞에 나타나자 진아름은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며 온 서현우의 품으로 달려가 안겼다.“돌아올 줄 알았어! 이럴 줄 알았어!”이번 생의 끝사랑인 그녀를 품에 꼭 안으니 서현우는 그제야 마음이 녹으며 호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그가 오른손을 들자 북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경국혼례, 천하헌례!”“짠-”금용의장대 병사들은 군도를 일제히 뽑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한망이 반짝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번쩍였다.칼을 던지고 칼을 세우며 칼을 받치고 칼을 드는 동작이 10초 안에 연속으로 완성되었다.950명이 하나가 된것 처럼 동작이 획일적이어서 프레임 수가 가장 높은 카메라조차도 각도와 속도의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마냥 놀라울 따름이다.“금룡의장대 인사 올리겠습니다! 신혼 축하드립니다!”귀청이 터질 듯한 소리가 울리고 의장대 대장은 이어 소리쳤다.“끝!”이 순간, 모든 의장대 성원들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곁눈질도 하지 않으며 단지 느낌만으로 길이 1미터, 무게 1.65킬로그램의 군도를 3밀리미터 너비의 칼집에 정확하게 넣었다!또 다시 뜨거운 피가 들끓는 칼소리가 세상을 뒤흔들었다.뭇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의장대가 칼을 거두는 순간 고공 위에서 굉음이 크게 울렸다.하여 그들은 즉시 다시 고개를 일제히 들었다.천 미터 고공에 36대의 전투기가 기러기 모양의 대열을 유지하고 먼 곳에서 날아오고 있었다.지나간 곳에는 알록달록하고 응축되어 흩어지지 않는 칠색 운연이 남아 있었다.곧 36대의 전투기는 CG처리라도 된 것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며 어려운 동작을 연달아 연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두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30여초가 지난후 전투기가 하늘을 찌르고 더는 흔적이 없을 때 구름 한 점 없는 고공에는 칠색운연으로 쓰인 “신혼 축하”라는 네글자가 남았다.짧디짧은 네글자는 그토록 눈부시게 아름답고 황홀했다!뚜벅뚜벅...... .온 세상이 고요에 잠겨 정신을 차리지 못할 때
“남강전구 인사올리겠습니다! 신혼 축하드립니다!”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남강전구에 메아리쳤다.순간 그들은 일제히 가장 표준적인 자세로 총을 받치고 총을 들며 방아쇠를 당겼다.다다다다...... .서현우는 눈물을 금치 못하고 눈시울을 적셨다.그곳은 그가 오매불망 그리던 곳이다!화면이 빠르게 돌리면서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온 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순백한 곳이었다.그곳은 북경이다!용국의 가장 북쪽인 그곳은 일년 내내 눈보라가 끊이지 않는 국경이다!용국의 기후와 환경이 가장 열악한 곳으로 불리며 새 한 마리도 없는 곳이다!하지만 그 또한 용국의 강토다.북경의 장병들은 목숨을 걸고 용토의 강토를 지키고 있다!두꺼운 옷을 입고 군모를 쓴 북경의 장병들은 얼음과 눈 속에 서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성벽이 높이 쌓여 있는 것과 같았다.“북경전구 인사올리겠습니다! 신혼 축하드립니다!”낭랑한 소리에 하늘거리던 눈보라 마저 멈추는 듯했다!그리고 화면은 또 다시 돌려졌는데 이번엔 드넓은 고원이 시선에 들어왔다.드넓은 고원을 보노라니 마음 마저 넓어지는 듯했다.서원의 병사들은 대부분 피부가 거무스름하고 거친 얼굴에 수줍은 홍조를 띠고있다.그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다.“서원전구 인사올리겠습니다! 신혼 축하드립니다!”그리고 총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다!마지막으로 모든 사람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푸른 바다였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정도로 펼쳐져 있었다.강철 전함 한 척이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치며 용왕매진하고 있다.그리고 함선 위에는 동해전구의 병사들이 표창처럼 서서 경례했다.“동해전구 인사올리겠습니다! 신혼 축하드립니다!”쿵쾅쿵쾅...... .전함에서 미사일이 하늘로 치솟아 고공에서 폭발하여 한 송이의 현란하고 다채로운 구름으로 변했다.이것은 사방전구의 헌례로서 사람들의 뜨거운 피가 솟구쳐 오래도록 멈추지 않을 정도로 여운이 가득했다.“대박! 내가 용국에서 태어났다는게 자랑스러울 정도야! 다음생에도 용국의 국민으로태어날거야!
이로써 도시 중심 광장에서 열린 국혼식은 일단락됐다.서현우는 천천히 진아름의 허리를 감싸 안고 무대에서 뛰어내렸다.붉은 망토가 바람에 흩날리자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내 세상 모든 여자들이 부러워 할 정도였다.서현우는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진아름을 안고 꽃으로 도배된 금용 승용차앞으로 왔다. 진국 군신은 옆으로 몸을 돌려 흰색장갑을 낀 손을 내밀어 차문을 열어주었다.서현우는 진국 군신을 보지도 않고 진아름을 조심스럽게 차에 내려주고 자기도 차에 올랐다.차량 행렬은 다시 출발하여 서씨 저택으로 향했다.서씨 저택은 이미 떠들썩하지 못해 집이 떠나갈 정도였다.한때는 볼 수도 만날 자격도 없었던 사람들이 얼굴에 가식적인 미소를 띠며 서태훈에게 축하를 보내고 있다.서태훈은 그들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얼굴에 쥐고 날 정도로 웃어야 했다.가문의 망신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잘난게 하나 없어 밉기만 했던 아들이, 그런 아들이 가문의 영광으로 자리를 잡았으니 믿겨지지 않았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국혼의 주인공이 자기 아들이라니 서태훈은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천박했고 얼마나 눈치가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서씨네 조상들이 공들인 모든 노력을 합쳐도 6년만에 휘황한 성과를 창조한 서현우에게 미치지 못한다.혈연관계가 물보다도 옅은 먼 친척들도 가족을 거느리고 이곳으로 왔다.그 외에 입석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일반인이 우러러봐야 할 정도로 큰 인물들이다!신농의곡 육신의, 운몽적 묘신의......상림 신의들, 서남 제일부자 임원희, 도륜 협회......전국적으로 유명한 상업 거물들 그리고 천책 연맹의 수령인 책천은 구양의 장로들도 데리고 왔다.그뿐만 아니라 금용의 재벌인 유신주가 있는 하씨 가문은 선물을 한다름 안고 왔다.이 경국지례에 참여하려고 모두가 애를 쓴 것이 한 눈에 보일정도였다.손꼽아 기다리는 가운데 차량 행렬이 다가왔다.여전히 진국 군신이 차문을 열고 서현우와 진아름이 나란히 차에서 내렸다.서원에서 운반해 온 하얀 말은 머리
솔이는 혼수상태에 빠져 혈선이 손바닥에서 떠올랐고 느리지만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팔을 향해 번져갔다.“강한송! 은침 가져와! 빨리! 은침!”서현우는 노호하며 말했다.사람들속에서 강한송은 재빨리 비집고 나와 몸에 지니고있는 침주머니를 열었다.서현우는 얼른 은침 하나를 들고 귀의문 구침 침술을 선보였다.곧 혈선이 퍼지는 것을 멈추게 되었고 서현우는 그제야 한 숨을 돌렸다.그러나 솔이를 위해 독을 제거하려 할 때 이 혈선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여 팔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서현우는 동공이 확장되었다.귀의문 구침 침술이 작용을 잃는 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사숙! 나와요! 거기 있는거 알아요! 당장 나와요!”서현우는 고개를 쳐들고 고함을 질렀다.주방장 차림을 한 중년 남자가 뛰어들어 솔이의 옆에 쪼그리고 앉아 주머니에서 도자기병을 꺼내 병뚜껑을 연 뒤 솔이의 코 밑에 놓았다.그러더니 상승하던 혈선이 다시 멈추기 시작했다.그러나 아직 기뻐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혈선은 다시 오르고 있었지만 속도는 매우 느렸다.“사숙...... .”서현우는 눈을 붉히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주방장으로 위장한 오재훈은 솔이의 몸을 몇 번 집고나서 맥을 짚었다.그리고 그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맹렬하 독이로구나......무슨 독인지 아직 알 수 없어. 제거는 커녕 컨트롤하기도 어려운 독인것 같아.”서현우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귀의문 구침 침술도 효과가 없다니! 아홉 바늘은 효과가 없다!환신삼연도 통하지 않다니! 귀의문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안 된다니!만 천하를 구 할수도 있었던 “양대산맥”은 이름 모를 독 앞에서 작용을 잃었다!혈선은 아직 올라가고 있다!이대로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서현우는 알고 있다. 일단 혈선이 솔이의 심장이나 머리로 만연되면 그 누구라도 솔이를 구해낼 수 없다.“다른 방법 있을거야! 꼭 있을 거야!”서현우는 거의 이성을 잃었다.“지금 가장 중요한건 이게 무슨 독인지
제호관정은 자신이 평생 공들여 쌓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하여 스스로에 대한 피해가 엄청 큰 편이다.가족이 이거나 목숨이 간당간당 한 지경에 이르지 않는 한 아무도 이렇게 하려 하지 않는다.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솔이의 몸은 점점 흰 빛을 띠게 되었는데 오재훈은 심하게 몸을 떨었다.그의 검은 머리카락은 거침없이 떨어지고 얼굴에는 주름이 빠른 속도로 생겼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그러나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는 이미 서른 살이나 더 늙은 모습이었다! 이 모든 과정은 불과 2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오재훈은 손을 거두고 솔이의 팔에 있는 혈선을 보았는데 속도가 이미 10배는나 느려졌다. 그는 그제야 한 숨은 내쉬었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똑바로 서지 못하고 땅에 주저앉아 버렸다.강한송과 좌권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오재훈을 부축했다.“난......난 이미 목숨을 걸었어...... .”오재훈은 허약함이 극에 달해 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어렵게 말했다.“10일이야! 그 안에 독을 풀 수 없다면 솔이는 죽게 될거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흑흑흑...... 이럴 수가!”“하느님도 무정하시지! 왜 우리 솔이를...... .”서태훈을 포함한 가족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목놓아 통곡했다.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이를 보고 안타까워했다.“중독이라니...... 어떻게 된 일이야?””예쁜 아이한테 이런 몹쓸 짓을 하다니...... .”“서현우 미치겠네...... .”사람들의 탄식이 끊이지 않다.갑자기 이런 일이 생겨서 국혼은 계속될 수 없을 것 같다.“당장 전국에 있는 의사들을 이곳으로 모집 시키겠습니다!”어느 내각 장로가 입을 열었다.“그래도 안 될겁니다.”오재훈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도대체 어떤 독인지 먼저 밝혀야 다음 계획을 세울 수 있어요.”천계사 사주는 한숨을 쉬었다.“그럼...... 저희는 먼저 물러나겠습니다.”“무슨 독인지 누가 독을 넣었는지 알아내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