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3층, 4층, 5층.이 여정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아무런 번거로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대부분의 사람들은 건드릴 자격이 없다.건드릴 능력이 있다 해도, 감히 대 세력인 극락산의 대오를 건드려서 괜히 적을 만들려 하지는 않았다.때때로 대응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도 입을 열어 타격을 주기만 하면 끝이다.길에서 함부로 덤벼드는 광석의 정령을 만나면 아무나 한 사람이 손을 쓰면 해결이 되었다.6층 입구에 이르러서 사람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지금은 광산이 폭발한 지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았다.“모두들 쉴 필요가 있어?” 극상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사람들은 잇달아 고개를 저었다.극상은 주로 서현우를 바라보았다.미소를 지은 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호의에 감사한다는 뜻을 나타냈다.기운도 이미 갈무리가 되어서 더 이상 허무하거나 문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지금은 전투력은 단연 역대 최고봉에 이르렀다.만약 영혼의 수정석을 좀 더 찾아서 번산이 전력을 좀 더 회복하게 한다면, 신급 초기의 신급 강자를 상대하더라도 헛되이 당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물론 이는 서현우의 생각일 뿐 정확한 수치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결국 자신이 지금까지 진정한 신급 강자와 충돌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접촉한 신급 강자도 천림곡 내의 그 신급의 흉수들뿐이었다. 게다가 예외 없이 낭패를 보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천림곡 안의 신급 흉수밖 모르기에, 수라계의 신급 강자들에 비해서 강한지 약한지 알 수가 없었다.“그럼 들어가자. 내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일깨워 줄게. 6층부터는 아주 강한 광석의 정령을 만날 수도 있어. 그것들은 심지어 아주 기괴한 수단을 가지고 있으니, 반드시 절대 조심해야 해.“또한, 공간이 매우 넓기 때문에, 분산된 후에, 우리 서로의 거리가 아주 멀어질 가능성이 높어. 만약 상대할 수 없는 물건을 만난다면, 반드시 생명을 지키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해. 그리고 소식을 전달되면, 가까운 곳에 있는 동료들이 가장 먼저 달려가 지원해야 해.
펑!서현우는 발을 구르며 몸을 포탄처럼 만들어서 가장 굵은 촉수를 향해 돌진했다.그 후 거대한 손바닥으로 변한 혈악의 힘이 촉수를 잡고 맹렬하게 뒤로 뒤집었다.우르릉...지면이 떨렸다.공포의 힘에 이끌려 흙이 뒤집히면서 거대한 흑갈색 문어 한 마리가 끌려 나왔고.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면서 땅바닥에 떨어졌다.이 장면을 보고 있던 홍세령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서현우의 실력에 놀란 것이 아니라, 이런 직관적인 힘이 구현되면서 아주 충격적인 느낌을 주었다.지금 공중에 있는 서현우는 웅장한 남성미를 가지고 있었다.이런 기운은 이성에게 아주 매력적이다.“음매...”공포심에 휩싸여 소처럼 울부짖는 거대한 문어는 촉수를 휘두르면서 도망가려고 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성홍색의 칼날이 스쳐 지나갔다.문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칼날에 잘린 곳에서 몸이 와르르 부서지면서 아무 형체도 없게 변했다.땅에는 녹색의 농구공만 한 돌이 떨어진 채 미약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명수원석!”돌을 집어든 홍세령이 서현우에게 던지면서 말했다.“당신은 운이 정말 좋군요. 이렇게 큰 명수원석은 2천만 개의 혈석에 팔 수 있을 거예요.”“이게 어디에요.”서현우는 웃으며 돌을 저장반지에 넣었다.“가요, 우리 계속 찾아봅시다. 다음은 당신 거예요.”서현우가 영기 나침반을 꺼냈다.그 말을 들은 홍세령은 미소를 지었다.본래는 자신이 영기 나침반을 꺼내려고 했지만, 서현우가 이미 꺼낸 것을 보고 그만두었다.서현우는 기운을 불어넣고, 찾기 등급을 레벨 8급으로 설정했다.영기 나침반의 바늘이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한 덩어리의 흰 안개가 용솟음쳐 나오더니 점차 화살표 부호로 변했다.일반적인 영기 나침반의 에너지에 대한 반응은 기껏해야 6급으로 생사경과 같다.그러나 서현우가 꺼낸 것은 노란색 반딧불로 만든 영기 나침반이다. 초급 영기 나침반에 비해서 8급 이상의 에너지, 즉 주재경을 감지할 수 있다.여전히 충분하지 않았지만, 최고의 영기 나침반을 홍세령 앞에서
“아니면 9층으로 가죠.”홍세령이 제안했다.서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9층과 10층의 자원은 상대적으로 충분하지만 경쟁도 커.’‘지금 광산이 폭발한 지 겨우 이틀밖에 되지 않았어.’‘아직 13일이나 남았어.’‘다른 무자를 만나서 노골적으로 싸워도, 수익이 큰 편은 아니야.’싸우지 않으면, 모두 경쟁자 관계에 속하는 상대방이 내 수익을 취하게 될 것이다.“그런데 이 8층은 별로 좋은 수익이 없잖아요.” 홍세령이 어깨를 으쓱거렸다.“나는 다른 각도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서현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에 8층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예요. 이는 우리 경쟁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수익이 없잖아요?”“정말 수익이 없을까요?”서현우가 분석해서 말했다.”6, 7층과 9, 10층, 이 네 개의 층에서 쏟아져 나온 광석의 정령들도 아주 많아요. 8층만 척박할 리가 없지요. 8층이 척박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핏빛 숲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잠시 생각하던 홍세령이 말했다.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나는 늘 이 드넓은 삼림에 어떤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은 우리가 따로 행동하다가, 만약 이상을 발견하면 상대방을 소환하도록 합시다.”“그래도 되지만...”홍세령이 고개를 끄덕였다.사람마다 비밀이 있다.홍세령이 그 자리에 있어서, 서현우는 최고의 영기 나침반을 사용하기가 어려웠다.서현우가 그 자리에 있으면, 홍세령도 자신만의 우세한 수단을 쓰기를 꺼릴 것이다.두 사람은 합류 장소를 약속한 뒤 각자 갈라섰다.서현우가 삼림 속을 누비는 속도는 아주 빨라서 조금도 머물지 않았다.지금 광석의 정령을 찾으러 갈 생각은 없었다.사실 처음부터 줄곧 어떤 생물이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일거수일투족이 상대방의 감시하에 있어.’‘지금도 이런 느낌이 남아 있어.’상대방이 수가 많아서 자신과 홍세령을 각각 감시하는지, 아니면 상대방이 두 사
쾅!서현우가 단칼에 베어내자, 수십 미터 길이의 검망이 숲을 거대한 구멍으로 베어냈다.핏빛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난무했다.몇 초 후, 숲은 고요해졌다.아무런 변고도 일어나지 않았다.서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감시를 당하는 느낌은 여전했다.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돌려 이 핏빛 돌들을 바라보았다.홍색 반딧불은 돌 위에 엎드린 채 흐르는 액체를 꾸역꾸역 흡수했다.서현우는 다른 돌 옆으로 가서 손을 뻗어 돌을 눌렀다.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점점 힘을 내자 돌이 아래로 가라앉았다.찍!핏빛 액체가 갑자기 튀었다.마치 돌 아래에서 뭔가 눌려서 깨진 것 같았다.서현우는 다섯 손가락으로 힘껏 돌을 잡고 뽑았다.눈에 들어온 돌 구덩이 속에는 뜻밖에도 깨진 혈관이 하나 있었다!쿵쿵쿵-갑자기 지면이 심하게 떨렸다.하늘을 찌를 듯한 큰 나무들이 우르릉거리면서 이리저리 비틀거렸다.핏빛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구름이 휘몰아치면서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손바닥이 하늘에서 내려왔다.굵은 손금은 마치 도로처럼 넓어서 두 대의 마차가 나란히 달릴 수 있을 정도였다.놀란 서현우의 마음속에서 생사의 위기라는 의식이 용솟음쳤다. 한손으로는 당황해서 날아오른 홍색 반딧불을 잡고 한줄기 핏빛으로 변해서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천지를 무너뜨릴 것처럼 누르는 손바닥의 속도는 오히려 더 빨랐다.손의 그림자가 전방 수십 킬로미터의 지역을 뒤덮고 있었다. 손바닥이 떨어지기 전에 손바닥이 덮인 범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바로 이 생사의 순간, 서현우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섰다.온몸의 혈악의 힘이 노여움의 바다처럼 광폭하게 치솟으면서 무한한 힘을 주었다.서현우의 눈빛은 차갑고 이성이 가득했다.생물로서 가져야 할 모든 감정을 버린 것 같았다.머리를 빠르게 굴리며 계산했다.팍!손바닥이 숲 속에 겹겹이 떨어졌다.한순간 정지가 된 것 같았다.곧 요란한 굉음이 들리면서 연기와 먼지가 하늘을
30분이 지난 뒤 서현우가 눈을 떴다.혈석을 충분하게 투입해서 부상은 거의 회복되었다.“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 큰 손은...”홍세령은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렸다.그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수천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손바닥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조물주의 손처럼 천지를 파괴하는 것과 같은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솔직히 서현우가 손바닥 밑에서 살아 돌아온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서현우는 고개를 저었다.재난에서 살아 남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손은 자신을 겨냥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몇 개가 더 있더라도 여기서 죽었을 것이다.“환고광맥은 정말 놀라운 비밀을 가지고 있어요. 그 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지어 제 사부님 같은 사람들도 막아내기 어려울 거예요.”홍세령은 냉정하게 분석했다.“다른 11개의 층의 사람들이 뭘 느꼈는지 모르겠어요.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응?”“보세요, 갱도 안의 세계는 12개의 층으로 나눠져 있지만 전혀 갱도 같지 않아요. 각 층의 꼭대기는 모두 하늘이에요. 다만 일정한 높이에 도달하면 무형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요. 그 장벽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장벽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그 손은 어떻게 장벽을 뚫고 내려왔을까요? 아니면 이 손 자체가 8층에 존재하는 걸까요?”“그리고 또! 그 손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한 손이 이렇게 크다면 몸은 얼마나 클까요? 그렇게 방대한 몸은 어디에 있을까요? 신화처럼 바닥에 누워서 산맥이 된 걸까요?”홍세령의 의문은 아무도 대답할 수 없다.“그 비밀을 탐색하기 위해서는 8층에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계속 깊이 파고들면 상상하기 어려운 심각한 위험에 부딪힐 수도 있어요. 당신은 계속할 건가요?”서현우가 물었다.홍세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두 눈은 별처럼 반짝이며 말했다.“옛사람이 말하기를, 아침에 도
서현우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절'자였다.‘하지만 눈에 보이는 글자처럼 간단한 게 아니야!’‘매 획의 움직임이 마치 천지의 생성을 나타내는 것 같아.’잠시 보고 있던 서현우의 눈빛이 흐트러졌다.머릿속에서 피바다가 용솟음치더니 가부좌를 튼 허상이 나타났다.번산은 이 허상을 보는 번산의 눈빛에 찬탄하는 기색이 떠올랐다.“이 깨달음의 능력은 확실히 정말 보기 드물게 대단해.”아주 짧은 시간이 지난 것 같기도 하고, 또 한 세기가 지난 것처럼 길게 느껴지기도 했다.서현우가 정신을 차렸을 때, 머릿속에는 이미 속박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떠올랐다.무의식적으로 수인을 맺자 은밀한 혈악의 힘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작은 ‘절’자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가 또 빠르게 흩어졌다.“힘으로 진을 모아서 천기를 끊을 수 있어!”서현우는 미친 듯이 기뻐했다.‘이 가두는 방법은 능력이나 기운의 명맥을 가두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왜 큰 세력의 인재들이 바깥에서 유람할 때, 경호하는 사람 없이 강력한 무자를 만난다 하더라도 조금도 헛되지 않은 것일까?’‘그건 이들의 몸 안에 사문의 낙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야.’‘홍세령의 경우 만약 생사의 위기에 직면한다면, 미간에 각인된 홍련을 활성화할 수 있어. 사부인 천잔노인이 남겨 둔 생명을 지키는 힘을 폭발시키는 것이지.’‘이 힘은 홍세령이 짧은 시간 내에 신급 강자로부터 생명을 지키기에 충분해.’‘그리고 이 짧은 시간 동안 각인에 감응한 천잔노인이 빠르게 달려와 구조하는 거야.’‘그래서 거대한 후원자를 가진 영재들은, 밖을 돌아다니면서 적을 만나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날뛰기도 해.’‘배경이 없거나 배경이 강하지 못한 무자들은, 실력이 그들보다 높더라도 여전히 쉽게 그들의 노여움을 사지 못하는 거야.’그러나 서현우가 뜻밖에 얻은 금고의 방법은 순식간에 상대방의 체내에 찍힌 각인과의 관계를 차단할 수 있다. 상대방의 사문에서 만든 각인을 사용할 수 없게 해서 상대방의 사문에서 각인에 감응하고 달려와
갱도 세계의 8층.너무나 광활해서 그 끝이 어딘지 모른다.서현우와 홍세령은 깊은 곳으로 나아가면서 꼬박 이틀 밤낮을 비행했다.삼림의 바깥 역시 삼림이다.그 끝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의 이런 실력이라면 이런 속도로 전력을 다한다면 드넓은 수라계도 한 구역을 날아갈 수 있을 것이다.‘설마 이 갱도 안의 세계가 수라계의 한 지역보다 더 큰 건가?’이 기간 동안 두 사람은 아무런 위험도 겪지 않았다.‘광석의 환영조차 몇 개밖에 보이지 않았어.’‘이것도 정상이 아니야.’갱도 세계의 8층은 가장 생기가 넘치지만 가장 척박한 세계여서, 서현우는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핏빛 숲을 이루는 수목과 식물이 이렇게 무성하니 생기가 넘친다고 할 수 있어.’그런데 광석의 환영이 왜 이렇게 적지?’‘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적어!’‘가뜩이나 많지 않은 생기를 흡수한 나무들 때문에 희귀한 광석이 탄생하지 못하는 것일까?’‘그러나 광석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생기와 혈악의 힘이 아니야.’“8층에는 절대적으로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그 큰 손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미 떠났을지도 몰라요.”잠시 쉬면서 서현우가 홍세령에게 말했다.“나는 지금 좀 걱정이 돼요. 갈수록 비정상적이고 더 위험한데, 실제로 비밀을 발견했을 때 우리의 실력이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홍세령이 눈썹을 찌푸렸다.“물러나고 싶으면 아직 기회는 있어요.”서현우가 웃으면서 말했다.어쨌든 자신은 이곳의 비밀을 추적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수라계를 바라보면, 지존 절정의 경지인 무자들은 부지기수야.’‘하지만 신급의 강자는 얼마나 돼?’‘수라계에서 천천히 허비할 시간이 없어.’‘갱도 세계 8층의 비밀이 나를 신의 경지로 이끌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어.’하지만 서현우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될지 안 될지는 여전히 끝날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어.’‘만약 정말로 안 된다면 그래도 인정할 거야. 적어도 후회는 없겠지.’자신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아서 허공을
똑... 똑... 똑...돌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에 서현우는 점점 정신을 차렸다.눈을 뜬 뒤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앉고 나서야 넓은 동굴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사방이 모두 절벽이고, 작은 강 하나가 옆으로 구불구불 흐르고 있었다.머리 위에는 파란 하늘이 있고 햇볕이 어렴풋이 내리쬐고 있었다.꽃은 분홍색에 나무는 녹색이고 개울물은 맑고 깨끗했다.모든 것이 정상적인 세상과 같았다.서현우는 천림곡으로 다시 돌아온 게 아닌가 착각할 뻔했다.‘수라계에서 이런 장면은 극히 보기 어려운데.’‘천림곡만이 정상적인 상태였어. 혈악의 힘에 침식되지 않았기 때문이야.’“여긴 어디야? 설마 여기도 수라계에 종속되어 존재하는 어느 작은 공간으로 혈악의 힘이 없는 곳이란 말이야...”서현우는 갑자기 화들짝 놀랐다.자신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자기가 홍세령과 계속 날고 있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그 뒤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식은땀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면서 얼른 마음속으로 크게 외쳤다.“번산! 번산!”한참 후에야 번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내가 왜 여기에 있게 된 거야? 홍세령은?” 서현우가 물었다.번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놀라서 대답했다.“모르겠어. 내가 어느 순간 잠든 것 같아. 네가 부르지 않았다면 깨어나지 않았을 거야.”“자고 있었어?”서현우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번산은 잠을 자지 않아.’‘여태까지 전혀 잠을 잔 적이 없어!’‘이상하네.’‘더없이 이상해!’서현우는 심호흡을 하고 혈악의 힘을 움직였다.핏기의 기운이 꾸역꾸역 뿜어져 나왔다.혈악의 힘은 막히지 않고 잘 돌아갔다.그런 다음 신념을 펼쳤다.한 지역을 뒤덮을 수 있었던 신념이 뜻밖에도 작은 곳만 볼 수 있었고, 심지어 멀리 보지도 못했다.“여기는 신념을 제한하는 어떤 수단이 있어. 그러나 지금까지는 아직 아무 위험도 없어.”서현우는 생각에 잠겼다.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