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의 눈빛은 깊고 어두워 마치 윤아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의 몸이 윤아에게 한 발짝 다가갈수록 더 크게 들려오는 서로의 숨소리에 수현은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5년, 그 긴 시간 동안 미치게 바라왔던 그녀의 입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마침내 두 입술이 맞닿으려던 그 순간, 윤아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경멸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윤아의 비릿한 웃음에 수현은 동작을 멈추었다.“그래서?”윤아는 여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수현을 바라보며 냉소를 터뜨렸다. 이윽고 그녀의 하얀 손끝이 수현의 가슴팍을 꾹 누르더니 가볍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가 후회한다면 내가 널 받아줘야 해? 진수현,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지?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조종하려 들어? 대체 뭘 믿고?”“그런 적 없어.”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건망증이 심하네. 자기가 먼저 이혼하자고 하던 일은 까맣게 잊었나 봐.”그 말에 수현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그래. 그땐 내가 잘못했어. 그럼 넌? 그때 넌 내가 이혼 얘기를 꺼내든 말든 상관이 있었어? 내가 이혼하자고 한 건 네 뜻을 따른 것뿐이었어.”그러자 윤아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수현은 입술을 깨문 채 여전히 그늘진 눈빛으로 윤아를 보며 말했다.“그날, 잠에서 깼을 때 네가 그랬잖아. 그냥 정상적인 생리적 욕구일 뿐이라고.”수현은 말을 하면서 떠오르는 기억에 다시금 분노가 차오르는지 이를 꽉 물었다.“그리고 나한테 20억을 요구했지.”윤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반박했다.“내 기억이 맞다면 그 돈은 이미 돌려줬을 텐데?”윤아는 그를 떠날 때 정말 다시는 엮이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었다.“그 문제가 아니잖아.”“그럼 뭔데? 진수현. 난 이제 너한테 빚진 거 없어.”“그래, 없지. 그러니까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홀가분하게 갔겠지. 이젠 내 얼굴 한 번 보려고 하지도 않잖아.”수현은 윤아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신경 쓰는 건 그저 생리적 욕구
둘의 입술은 어느새 거의 붙다시피 가까워졌다. 이제 윤아가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 것 같았다.이 거리... 아주 위험하다.윤아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뻗는 동시에 머리를 뒤로 젖혀 수현에게서 멀어지려 애썼다.그러나 몸을 움직이는 순간 수현이 곧바로 입을 맞춰올 줄은 몰랐다.“읍.”입술이 부딪힌 순간, 수현은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자극에 정신이 몽롱해졌다.말캉한 촉감에 그는 저도 모르게 윤아의 허리를 더 꽉 잡아당겼다. 긴 시간 동안 억눌렸던 욕망을 펼치듯 그의 숨은 거칠게 윤아를 파고들었다.윤아는 손으로 수현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말했다.“놔, 이거 놔.”매일 밤 갈망하던 걸 이제 겨우 얻었는데 놓아 줄 리가 있나. 수현은 손을 놓기는커녕 그녀를 삼켜버릴 듯 더 매섭게 밀어붙였다.그러다 윤아가 온 힘을 다해 그를 깨무는 바람에 외마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났다.윤아는 뒤엉킨 입술 사이로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동시에 입술을 뗐고 물러난 수현의 입가에도 피가 묻어있는걸 볼 수 있었다.“짝!”수현이 물러나자 윤아는 곧바로 그의 뺨을 세게 쳤다.수현도 피하지 않고 그녀의 분노를 온전히 받아냈다.“짐승같은 자식.”윤아는 욕 한마디 날린 후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그러자 뒤에서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말 전부 진심이야.”그 말에 윤아는 냉소를 터뜨렸다.“진심? 그럼 뭐? 네 말은 무조건 믿어야 해?”곧이어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수현은 그곳에 가만히 서있다가 한참 뒤에 손을 올려 상처 난 입술을 가볍게 만졌다.아프고 달콤했다.고통과 쾌락의 전율 속에서 수현은 한참 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그는 눈을 질끈 감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_사무실에 돌아온 윤아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가 얼굴을 씻었다.찬물로 얼굴을 세 번이나 씻고 나서야 비로소 차분해진 윤아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며 간신히 붙잡고 있는 이성으로 한 번, 또 한 번 되뇌었다.절대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수현은 그녀가 좋아했던 사람이
민우의 말에 윤아는 말문이 막혔다.민우는 유난히 붉은 윤아의 입술을 한 눈 보고는 슬그머니 웃었다.“그리고 제가 간다고 해도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두 분 대화 잘하고 계시나 구경이나 하라고요?”말을 마친 민우는 윤아의 싸늘한 눈빛을 느꼈다.“오 매니저님. 별다른 일 없으면 이만 가보세요.”“거 참. 이젠 절 보기도 싫으신 모양이네요. 갑니다. 가요. 저도 일이 바빠서.”민우가 떠난 후 윤아는 잔뜩 구겨진 미간을 짜증스레 누르다 결국 포기하고 몸을 뒤로 젖혔다. 윤아는 잠시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그 상태 그대로 가만히 누워있었다._윤아가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려는데 마침 앨리스가 저녁을 같이 먹자며 전화를 걸어왔다.윤아도 저녁에 별다른 일정이 없어 흔쾌히 승낙했다.“나 곧 학교에 도착해. 먼저 애들 데리고 쇼핑몰에 가 있을게. 오면 연락해.”“응.”쇼핑몰의 저녁은 항상 사람이 붐빈다. 윤아가 앨리스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이미 윤이와 훈이를 데리고 범퍼카를 타고 사진도 찍으며 놀고 있었다.윤아가 다가올 때 앨리스는 이미 몇 장의 사진을 찍은 후 인스타에 올리기 위해 보정을 하고 있었다.한창 몰두하던 그녀는 윤아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왔어? 오는 길에 차는 안 막혔어?”“괜찮았어. 막히진 않았는데 차는 많더라.”앨리스는 잠시 핸드폰을 멈추고 있다가 윤아의 말이 끝나고 나서 다시 인스타에 올릴 말을 다듬었다.앨리스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윤이와 훈이를 올리기 좋아하는 건 윤아도 이미 익숙해진 일이었다.그 때문에 윤아는 그 일에 대해서 딱히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앨리스가 인스타를 올리다 말고 윤아에게 물었다.“우리 같이 사진 찍은 지 꽤 된 것 같지 않아? 우리도 한 장 찍을까?”윤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앨리스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러나 앨리스는 포즈까지 다 취해 놓고 윤아의 예쁘장한 얼굴이 화면에 잡히자 문득 뭔가 떠오른 듯 표정이 부자연스럽게 굳었다.진수현 씨가 윤아와 뭔가 있어 보이던데 같이 찍
아무것도 모르는 앨리스는 기분 좋게 주문을 계속했다.“윤이 훈이는 아직 어리니까 안 매운 탕이 좋겠지? 근데 난 매운 탕으로 먹고 싶으니까 반반으로 하는 거 어때?”앨리스는 윤아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윤아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그녀의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뭔가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윤아야?”윤아는 앨리스가 손을 휘적이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무슨 생각 해? 밥 먹으러 와서 무슨 멍을 그렇게 때려. 설마 여기까지 와서 일 생각 하는 건 아니지?”윤아는 앨리스를 보며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묻고 싶은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는 듯 보였다.“미안해. 너...”“뭘 또 미안하대.”앨리스가 손을 뻗어 윤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우리 사이에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난 네가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힘들까 봐 걱정되는 거야. 밥 먹을 땐 일 생각 하지 말고 즐거운 생각만 해.”하긴, 밥 먹으러 와서까지 딴생각하는 건 아닌 것 같긴 하다. 윤아는 밥을 다 먹고 나서 방금 그 프로필 사진에 대해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게다가 방금은 그저 찰나여서 잘못 봤을 가능성도 다분했다.윤아는 그저 앨리스도 고독현 밤이라는 사람의 카톡이 있는 거라면 어떻게 추가하게 된 건지 궁금했다.“훈이, 윤이.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더 시켜.”그러자 두 아이도 쪼르르 앨리스의 곁으로 다가가 메뉴를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윤아는 딴생각에 잠기지 않기 위해 메뉴 선정에 더 집중했다.밥을 먹는 와중에도 앨리스는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들어 복스럽게 먹고 있는 아이들을 찍었다. 그리고 중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주기 위해 나갔다 오기까지 했다.저녁을 다 먹으니 어느새 밤 아홉 시가 다 되었다.두 아이는 배가 부른지 윤아의 양쪽 팔에 매달려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아이고. 이 귀요미들. 난 언제쯤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앨리스가 부러운 듯 말했다.윤아는 그런 앨리
윤아는 앨리스의 반응에 입가의 웃음기가 살짝 옅어졌지만 그래도 내색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그럴 수도 지. 그래도 내가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핸드폰 잠깐만 보여줄 수 있을까?”앨리스는 눈을 깜빡이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윤아야. 정말 별거 없어. 프로필 사진이 겹친 걸 수도 있잖아?”처음엔 별생각 없던 윤아도 지나치게 핸드폰을 사수하고 안 보여주려는 앨리스의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남의 핸드폰을 보여달라는 게 무례한 요구란 건 알지만, 앨리스와는 그동안 쌓아온 정도 있고 핸드폰 정도는 보여줄 수 있는 사이였다.멀리 갈 필요 없이 앨리스가 그녀와 선우를 한창 엮으려 하던 그때도 윤아의 핸드폰이 울리기만 하면 앨리스는 냉큼 집어가 자기가 먼저 확인하곤 했다.“나도, 나도 볼래. 분명 선우 씨가 보낸 문자일걸? 어머, 어머머. 이것 봐! 진짜야. 내가 답장 해줄게.”그러고는 선우에게 낯간지러운 말들을 잔뜩 보내버리곤 했었다.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그 후로는 선우도 그런 답장을 받으면 앨리스가 한 짓인 걸 알아차리곤 했었다. 덕분에 이런 일로 오해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사이도 좋고 다 아는 사이라 윤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은...비슷한 프로필을 본 것 같아 확인해 보고 싶다는 데 이렇게까지 거부할 일인가.윤아는 꼿꼿이 선 채 앨리스를 바라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해보았다.“다른 의도 없어. 그냥 확인만 한 번 해볼게.”앨리스는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윤아는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예전에도 윤아는 그녀가 싫다고 한 일은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한 번 거절한 일을 또 묻고 있다. 그 말은 지금 윤아가 이 일을 매우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친구라면, 선뜻 핸드폰을 내어주는 게 맞겠지만...앨리스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목소리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안 돼.’만약 윤아에게 보여주면 그녀가 수현과 나눈 대화를 전부 보게 된다.수현의 앞에서 앨리스
앨리스는 다 포기한 사람처럼 핸드폰을 건넸다.“봐.”윤아는 잠시 멈칫했다.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때에 앨리스의 생각이 갑자기 바뀔 줄은 몰랐던 것이다.윤아는 조금 의외라는 눈빛으로 앨리스를 바라봤다.“사실... 네가 불편하다면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어.”“안 불편해.”앨리스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나도 예전에 네 핸드폰 자주 봤었잖아. 네가 내 핸드폰 볼 수도 있는 거지. 나만 네 핸드폰 보고 넌 못 보게 하면 내가 너무 막무가내잖아? 어서 봐.”말을 마친 앨리스는 아예 핸드폰을 윤아의 손에 쥐어주었다.핸드폰을 쥔 윤아는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고마워. 앨리스.”윤아는 핸드폰 잠금을 풀기 위해 앨리스에게 도움을 청했다.지문인식을 위해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앨리스의 마음은 귀신의 집에 들어가는 아이처럼 불안하기 그지 없었다.. 앨리스는 생각 끝에 어차피 보게 될 거 그냥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했다.“사실 최근에 그때 술집 남자를 추가했어. 네가 아는 그 사람 말이야. 내가 전에 얘기한 적 있잖아.”그 말에 윤아는 심장이 철렁했다.진수현만 추가했다는 건가?그럼 그 프로필 사진은...“다른 사람은 없어?”“없어.”앨리스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그 사람만 추가 했어. 윤아야, 너랑 그 사람 사이에 뭐가있었든 날 탓 하진 말아줘. 나도 그 사람 반년이나 기다렸다고. 고집 좀 부릴 만 하잖아.”윤아는 앨리스가 그녀에게 뭘 말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핸드폰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건가? 우리 사이에 흠이라도 생길까 봐?생각 끝에 윤아는 팔을 뻗어 앨리스를 꼭 안았다.“걱정 마. 우리 사이가 다른 사람 때문에 휘둘릴 일은 없을 거야.”“정, 정말이지? 거짓말 하면 사람 아니고 개다?”“응. 정말이야.”윤아의 확답을 듣고 나서야 앨리스는 핸드폰 잠금을 풀어주었다. 조금 전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건지 윤아가 봤던 그 카톡 화면이 그대로 나타났다.덕분에 윤아는 단번에
그 말에 윤아가 고개를 들어 앨리스를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그 어떤 정보도 놓칠 수 없었다.“어쩐지 뭐?”“나...”앨리스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전에 한동안 네가 볼일이 있어서 내가 아이들 봐줬잖아.”“응. 그래서?”“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는데 수현 씨가 본 것 같아. 나한테 연락이 왔었어.”윤아는 충격적인 소식에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미치게 벌렁거리고 낯빛은 어느새 백지장이 되었다. 윤아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물었다.“그래서? 연락 와서 뭘 물었는데?”“윤이와 훈이에 관해 물었어. 난... 윤이 훈이 팬인 줄 알고 깊이 생각 안하고 다 알려줬어. 미안해 윤아야. 네 일도 전부 말해줬어... 난 정말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앨리스는 말하면서도 죄책감이 밀려와 몸 둘 바를 몰랐다. 왠지 윤아에게 엄청난 잘못을 해버린 느낌이 들어 괜히 애꿎은 손만 꼼지락댔다.한편, 여기까지 들은 윤아는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지금껏 기를 쓰고 숨기려 했는데 진수현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던 거다.고독현 밤과의 만남 장소에서 진수현을 마주친 것도, 진수현이 그녀를 끌고 갔는데 고독현 밤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전부 이제야 이해가 됐다.두 아이도 그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고독현 밤 아저씨가 참 잘해준다고. 먹다 남긴 햄버거 빵도 그 아저씨가 다 먹어준다고 말이다.그리고 수현이 무슨 이유인지 말을 삼키던 그 모든 순간까지... 모든 정황이 그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그런데도 그녀는 잘 숨기고 있다고 착각하고 자부했다.아무것도 모르고...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는 윤아를 보며 앨리스는 그녀의 상태가 걱정되었다.“왜 그래? 윤아야...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윤아야, 윤아야?”앨리스가 연달아 몇 번이나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하지만 그 후에도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엄마, 왜 그래요?”그녀가 침묵한 시간이 너무 길 자 두 아이는 조금 이상함을 눈치챘다. 윤아는 고개를 돌린 후, 훈이와 윤이가 고개를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발견했다.윤아는 입술을 꾹 다문 후 웃음을 지어 보였다.“아무것도 아니야. 일 생각하고 있었어.”윤이는 비교적 단순했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훈이는 계속 침묵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유지했다.“엄마, 지금 퇴근 시간이니까 일 생각 하지 마요.”윤이는 일어서서 윤아의 팔을 껴안으며 귀엽게 입을 열었다.“응, 알겠어. 그러면 엄마가 너희들에게 뭘 물어봐도 돼?”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점심에 고독현 아저씨가 학교에 가지 않았어?”두 아이는 이 말을 듣더니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윤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어제랑 그제도 갔는데 오늘 안 갔다고?”“네.”윤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민기가 오늘 아저씨가 바빠서 오지 못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른 아저씨를 보내 우리들에게 먹을 걸 갖다줬어요.”“다른 아저씨?”윤아는 눈을 내리깔았다. 오늘 점심, 수현은 그녀와 함께 있었다. 만약 ‘고독현 밤’이 정말 수현이라면 확실히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을 터였다.“네. 고독현 아저씨 비서라고 했어요. 엄마, 아저씨 정말 대단해요. 비서도 있고 말이에요. 딱 봐도 돈 엄청 많을 거 같아요. 그리고 윤이가 엄마 대신 물어봤는데요, 아저씨 싱글이래요.”심윤아:“...”이 녀석, 아직도 ‘고독현 밤’이 자기 아빠로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는구나.그런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을까?전에 다른 사람이 아아들한테 잘해주었을 때 윤이는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독현 밤’에겐...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윤이를 자신의 품에 끌어당겨 앉히고 아이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조용히 물었다.“윤이야, 너 솔직하게 엄마한테 말해. 고독현 아저씨가 너한테 아빠로 인정받으려고 유도하지 않았어?”유도라고 말할 때 윤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