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윤아가 고개를 들어 앨리스를 바라봤다. 그녀는 지금 그 어떤 정보도 놓칠 수 없었다.“어쩐지 뭐?”“나...”앨리스는 아랫입술을 깨물더니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전에 한동안 네가 볼일이 있어서 내가 아이들 봐줬잖아.”“응. 그래서?”“인스타에 사진을 올렸는데 수현 씨가 본 것 같아. 나한테 연락이 왔었어.”윤아는 충격적인 소식에 숨이 턱 막혔다. 심장이 미치게 벌렁거리고 낯빛은 어느새 백지장이 되었다. 윤아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지탱하며 물었다.“그래서? 연락 와서 뭘 물었는데?”“윤이와 훈이에 관해 물었어. 난... 윤이 훈이 팬인 줄 알고 깊이 생각 안하고 다 알려줬어. 미안해 윤아야. 네 일도 전부 말해줬어... 난 정말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앨리스는 말하면서도 죄책감이 밀려와 몸 둘 바를 몰랐다. 왠지 윤아에게 엄청난 잘못을 해버린 느낌이 들어 괜히 애꿎은 손만 꼼지락댔다.한편, 여기까지 들은 윤아는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지금껏 기를 쓰고 숨기려 했는데 진수현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던 거다.고독현 밤과의 만남 장소에서 진수현을 마주친 것도, 진수현이 그녀를 끌고 갔는데 고독현 밤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전부 이제야 이해가 됐다.두 아이도 그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고독현 밤 아저씨가 참 잘해준다고. 먹다 남긴 햄버거 빵도 그 아저씨가 다 먹어준다고 말이다.그리고 수현이 무슨 이유인지 말을 삼키던 그 모든 순간까지... 모든 정황이 그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그런데도 그녀는 잘 숨기고 있다고 착각하고 자부했다.아무것도 모르고...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있는 윤아를 보며 앨리스는 그녀의 상태가 걱정되었다.“왜 그래? 윤아야...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윤아야, 윤아야?”앨리스가 연달아 몇 번이나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하지만 그 후에도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엄마, 왜 그래요?”그녀가 침묵한 시간이 너무 길 자 두 아이는 조금 이상함을 눈치챘다. 윤아는 고개를 돌린 후, 훈이와 윤이가 고개를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것을 발견했다.윤아는 입술을 꾹 다문 후 웃음을 지어 보였다.“아무것도 아니야. 일 생각하고 있었어.”윤이는 비교적 단순했기 때문에 이 말을 듣고 딱히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훈이는 계속 침묵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유지했다.“엄마, 지금 퇴근 시간이니까 일 생각 하지 마요.”윤이는 일어서서 윤아의 팔을 껴안으며 귀엽게 입을 열었다.“응, 알겠어. 그러면 엄마가 너희들에게 뭘 물어봐도 돼?”윤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점심에 고독현 아저씨가 학교에 가지 않았어?”두 아이는 이 말을 듣더니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윤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어제랑 그제도 갔는데 오늘 안 갔다고?”“네.”윤이는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민기가 오늘 아저씨가 바빠서 오지 못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른 아저씨를 보내 우리들에게 먹을 걸 갖다줬어요.”“다른 아저씨?”윤아는 눈을 내리깔았다. 오늘 점심, 수현은 그녀와 함께 있었다. 만약 ‘고독현 밤’이 정말 수현이라면 확실히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을 터였다.“네. 고독현 아저씨 비서라고 했어요. 엄마, 아저씨 정말 대단해요. 비서도 있고 말이에요. 딱 봐도 돈 엄청 많을 거 같아요. 그리고 윤이가 엄마 대신 물어봤는데요, 아저씨 싱글이래요.”심윤아:“...”이 녀석, 아직도 ‘고독현 밤’이 자기 아빠로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는구나.그런데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을까?전에 다른 사람이 아아들한테 잘해주었을 때 윤이는 한번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독현 밤’에겐...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윤이를 자신의 품에 끌어당겨 앉히고 아이의 머리를 정리해 주며 조용히 물었다.“윤이야, 너 솔직하게 엄마한테 말해. 고독현 아저씨가 너한테 아빠로 인정받으려고 유도하지 않았어?”유도라고 말할 때 윤아는
두 사람이 다 말한 다음 윤아는 대략 그날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손을 뻗어 윤이의 코를 가볍게 터치했다.“바보야, 다른 사람이 너한테 조금이라도 잘해준 것 가지고 네 아빠로 되어 달라면 어떡해? 엄마가 전에 가르치지 않았어?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고 했잖아.”“음.”윤이는 자신의 코를 감싸며 애교를 부렸다.“그런데 엄마, 윤이는 아저씨가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어요. 전 아저씨가 진짜 좋아요!”여기까지 듣자, 윤아는 놀라서 멈칫했다.“좋다고?”“네.”윤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독현 아저씨에겐 아빠의 느낌이 나요. 엄마, 그냥 고독현 아저씨가 윤이랑 오빠 아빠 해주면 안 돼요? 네? 오빠도 아저씨 좋아해요.”이 말에 윤아는 고개를 돌려 훈이를 보았다.그녀와 시선을 마주치자 훈이는 당황해하며 순간 눈을 피했다.“훈아?”“아, 아니에요. 엄마, 훈이는 아저씨 안, 안 좋아해요.”직접 낳고 키운 아이였으니 어떤 성격인지 윤아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훈이에게서 저렇게 황급히 시선을 피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윤이 뿐만 아니라 훈이도 이 ‘고독현 밤’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안타깝게도 말이다.만약 ‘고독현 밤’이 그저 있는 그대로의 신분이었다면 어쩌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람은...윤아는 더는 말하지 않았고 차 안에도 침묵이 맴돌았다. 윤이는 결국 윤아의 품에 안겨 잠들었다.집에 도착한 후, 윤아는 아이를 안고 방에 데려갔다. 나올 때 마침 방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훈이와 마주쳤다.“엄마.”훈이는 조금 긴장한 듯 얼굴을 들고 윤아를 보았다.“엄마는 우리가 고독현 아저씨랑 함께 있는 게 싫어요?”일시에 이 물음에 어떻게 답할지 몰라 윤아는 훈이 앞에 몸을 쭈그리고 앉아 아이의 머리를 만졌다.“시간이 늦었으니 먼저 방에 돌아가서 자. 응?”훈이는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결국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아이가 모두 방에 돌아간 후, 윤아도 자신의 방에
이튿날.심윤아는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는 회사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한 후, 그녀는 앨리스의 문자를 받았다.[윤아야, 어젯밤 정말 괜찮았어?]비록 어제 서로 안부를 전했지만 앨리스는 어제 그녀의 표정이 떠올라 한번 다시 물어보기로 결정했다."괜찮지 그럼, 걱정하지 마.”"정말? 하지만 어제…”윤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정말 괜찮아. 다만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그래.”"그래? 그럼 네가 다 처리할 때까지 기다릴게. 다 처리하면 먼저 나한테 말해, 현아한테 먼저 말하지 말고.”그녀의 말에 윤아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알았어, 내가 둘한테 제일 먼저 알려줄게. 그때 단체방에서 통화하자, 알았지?”"응응.”앨리스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후 윤아는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는데 점심까지 아직 몇 시간 남았었다.지금 서둘러도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제대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일하는 동안 사적인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지금 완전히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오전 시간을 간신히 넘기고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윤아는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들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문 앞에 이르렀을 때 그녀는 또 걸음을 멈추었다.아니, 그녀는 지금 갈 수 없었다.비록 그녀는 이미 퇴근했지만 두 아이는 아직 식사 시간이 아닐지도 모르니 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시간을 잘 체크해서 그 자리에서 단번에 박살 낼 계획을 세웠다.일찍 가 있다면 상대방에게 들킬 위험이 있고 그렇다면 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그녀의 이성이 윤아를 다시 냉정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컴퓨터 책상에 돌아가 앉아 시간을 지켜보다가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사무실을 나섰다.사무실을 나설 때 그녀는 마침 그녀를 찾으러 온 오민우를 만났다."계속 내려오지 않으셔서요. 점심 같이 드실래요?”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아는 황급히 그의 어깨를 스치며 뛰어나갔다."안 먹어요. 점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윤아는 보안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마침 오늘 시간이 나서 아이 보러 왔는데 지금 들어가도 되나요?”보안은 문을 열면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들어오세요.”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례한 뒤 안으로 들어가며 무심한 듯 물었다."오늘 다른 학부모도 오셨어요?”"없는 것 같은데요?”“없다고요?” 윤아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설마 그녀의 판단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아니면 그가 이미 자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경비원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뭐가 생각난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니, 아니. 제가 깜빡했어요. 오늘 한 분이 오셨어요. 애들 밥 갖다 주러 왔다는데 요즘 자주 와요.”자주 온다고? 그것도 도시락을 가져다줘?여기까지 듣고 나니 윤아는 드디어 자신감이 생겼다.이 도시락을 갖고 오는 사람이 바로 그녀가 지금 찾고 있는 사람이다!"참, 아이들이 자주 그 사람들과 노는 것도 봤어요.”"고맙습니다. 제가 들어가 볼게요.”"자, 어서 들어가세요. 점심 같이 드실 수 있을지도 몰라요.”점심을 같이 먹는다?윤아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고 속으로는 냉소를 지었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오늘 수현이 가져온 것은 모두 특별히 요리사를 초대해 만든 것이었다. 디저트도 파티시에가 만든 것으로 색깔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맛도 일품이었다.하윤은 작은 볼에 불룩하게 넣고 맛있게 먹었고 수현은 손수건을 손에 들고 수시로 아이의 입가를 닦아주었다.몇 번 후, 소녀는 약간 쑥스러워졌는지 수현의 손을 밀치며 부드럽게 말했다."아저씨도 드세요. 윤이 혼자서도 잘 먹어요.”"괜찮아, 아저씨는 배 안 고파.”"그런데 아저씨는 아직 점심을 안 드셨잖아요.”"응, 아저씨는 나중에 먹을게. 윤이 어서 먹어.”하윤은 눈망울을 굴리며 생각하다가 혼자 음식을 먹지 않고 수현의 숟가락을 들어서는 닭고기 한 조각을 떠냈다."아저씨, 윤이가 먹여줄게요.”이 동작은 수현을 매
두 아이를 몇 년 동안 얼마나 힘들게 키웠는데 이렇게 아이들을 뺏긴다고? 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서서히 주먹을 쥐고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수현은 아직도 두 꼬마가 밥 먹는 것을 보는 즐거움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윤아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엄마?”닭발을 갉아먹고 있다가 갑자기 수현의 뒤에 사람 그림자가 드리운 것을 본 하윤은 고개를 들어 보니 윤아인 것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소리쳤다.자리에 앉아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던 수현은 윤아를 부르는 하윤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입가에 웃음이 사라졌다.한편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서훈도 식사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수현의 뒤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당황함이 가득했다.수현은 입술을 약간 오므렸다. 막 일어서려고 하는 찰나 윤아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진수현씨?”그의 동작은 잠시 멈칫했고 그리고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다시 평온하게 바로잡고는 천천히 일어나 윤아의 시선과 마주했다."엄마, 왜 왔어?"하윤은 얼른 숟가락을 내려놓고 티슈를 가져다가 자신의 입가를 깨끗하게 닦은 뒤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껴안으며 물었다.윤아는 하이힐을 신고 있었는데 하윤이 이렇게 안기자 걸음걸이가 약간 비틀거렸지만 그녀는 곧 똑바로 섰고 특유의 카리스마를 풍겼다."심윤아 씨.”그녀가 똑바로 서자마자 수현이 젠틀하게 그녀에게 손을 내미는 것을 보았다.윤아는 그의 큰 손을 보며 속으로는 냉소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가볍게 잡았다."안녕하세요.”하지만 그녀는 두 손이 닿자마자 떼여냈기에 수현은 그녀와 악수를 하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다.한편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서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엄마는 진 아저씨를 정말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왜 그럴까?서로 모른 척하고 인사를 마친 윤아는 눈길을 밥상 위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윤이랑 훈이, 엄마가 전에 너희들에게 어떻게 말했는지 벌써 까먹었어?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을 자꾸 먹으면 안 돼.”낯선 사람
역시 그러했다.하지만 이를 모르는 하윤은 윤아의 말을 듣고 반박에 나섰다."엄마, 하지만 우리 생방송 때 이미 현 아저씨한테서 돈을 많이 받았잖아요. 그리고 현 아저씨가 만약 윤이 아빠가 된다면 낯선 사람이 아니잖아요.”"……”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수현은 하윤의 말에 기분이 풀렸고 입가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하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윤이 말이 맞아.”윤아는 이들의 말에 저도 모르게 미간이 조여졌다. 아이들 앞이라 무엇이라 대꾸하기도 꺼려졌다. 왜냐하면 그녀는 어른들 사이의 일에 아이들까지 연루되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현님, 자리를 옮겨서 얘기할까요?”수현은 눈썹을 치켜들며 흔쾌히 대답했다."그러죠.”"윤이, 훈이."두 아이의 이름을 부른 후 윤아는 옆에 앉아 있는 조민기를 향해 눈길을 돌렸다. 그의 모습과 성을 보니 그도 수현의 친척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어쨌든, 어린아이이니 윤아도 아이한테까지 불똥이 튀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조민기를 향해 웃어 보였다. "그럼 너희들은 얌전히 여기서 밥을 먹고 있어. 엄마와 현 아저씨는 먼저 얘기를 나누고 곧 올게.”세 아이는 그녀의 말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들을 잘 안치해 놓고 윤아는 수현쪽으로 고개를 돌려 그한테 나가자는 사인을 했다.수현은 한참 동안 말없이 조용해 있더니 드디어 천천히 일어나 그녀를 따라 나갔다.두 사람은 교내에서 얘기를 나누지 않고 밖으로 나갔고 윤아는 나갈 때 출입구 보안관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오자마자 가려고요?”윤아는 웃으며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인사를 하고 나니 보안관은 그녀 뒤를 따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눈여겨보니 평소에 늘 도시락을 가지고 오던 그 양반이었다.보안관은 얼굴빛이 예전보다 어두워진 윤아를 보고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인사말을 삼키고 두 사람이 앞뒤로 교문을 나서는 것을 지켜보았다.두 사람은 교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걸어가다 차 옆에 멈춰 섰다.보안요원은 두 사람을 몰래 쳐다보다가
"얼굴?”이 말에 윤아는 순간 냉소를 지었다."얘들 모습이 왜? 어떻게 네 아이일 수가 있어? 김칫국 좀 적게 마실래?”수현은 그녀가 지금 화를 내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쨌든 그녀가 5년 동안 홀로 키워온 아이이기 때문에 그녀는 충분히 자신에게 화를 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말투는 차분했고 한층 부드러웠다."내가 김칫국을 마신다고? 좋아, 그럼 말해봐, 내가 그들의 아버지가 아니라면 그들의 아버지는 과연 누군지.”"네 알 바 아니잖아.”"내 알 바 아닌 거야 아니면 말하지 못 하는 거야? 또 아니면 내 얼굴을 보면서 아이가 내 아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는 거야?”윤아는 수현의 말에 화가 단단히 났다."절대 네 아이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그래? 인정 안 해도 상관없어.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돼.”그 두 아이가 윤아의 아이라는 것을 안 후, 수현은 거의 동시에 두 아이가 자신의 혈육임을 알아챘다. 그래서 그는 애초에 친자 확인을 할 생각을 한 적이 없다.전혀 필요 없으니까 말이다.그는 이 두 아이에게 다가가자마자 느낌이 다르다고 느꼈다, 매우 친근하고 저도 모르게 이 아이들한테는 마음이 갔다. 생김새는 더욱 말 할 것이 없었다.하지만 윤아가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도 친자 확인을 하는 것을 개의치 않을 것이다.유전자 검사를 하겠다는 소리에 마침내 평정심을 되찾은 윤아는 수현을 바라보며 얘기했다."우리는 이미 이혼한 지 5년이 지났어. 즉 지금 우리는 아무 관계도 아니란 소리야. 내 아이도 너와 아무 관계도 없고. 그러니 너는 유전자 검사를 할 자격이 없다는 얘기야.”"이혼할 때 넌 아이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잖아? 그렇다고 해서 지금 아이들이 나와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아?”듣고 보니 윤아도 멍해졌다.이혼할 때 수현은 확실히 아이가 있는 줄 몰랐다. 왜냐하면 그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윤아는 어쩔 수 없이 임신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