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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윤아는 앨리스의 반응에 입가의 웃음기가 살짝 옅어졌지만 그래도 내색 않고 부드럽게 물었다.

“그럴 수도 지. 그래도 내가 너무 궁금해서 그러는데 핸드폰 잠깐만 보여줄 수 있을까?”

앨리스는 눈을 깜빡이더니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윤아야. 정말 별거 없어. 프로필 사진이 겹친 걸 수도 있잖아?”

처음엔 별생각 없던 윤아도 지나치게 핸드폰을 사수하고 안 보여주려는 앨리스의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남의 핸드폰을 보여달라는 게 무례한 요구란 건 알지만, 앨리스와는 그동안 쌓아온 정도 있고 핸드폰 정도는 보여줄 수 있는 사이였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앨리스가 그녀와 선우를 한창 엮으려 하던 그때도 윤아의 핸드폰이 울리기만 하면 앨리스는 냉큼 집어가 자기가 먼저 확인하곤 했다.

“나도, 나도 볼래. 분명 선우 씨가 보낸 문자일걸? 어머, 어머머. 이것 봐! 진짜야. 내가 답장 해줄게.”

그러고는 선우에게 낯간지러운 말들을 잔뜩 보내버리곤 했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보니 그 후로는 선우도 그런 답장을 받으면 앨리스가 한 짓인 걸 알아차리곤 했었다. 덕분에 이런 일로 오해가 생기는 일은 없었다.

사이도 좋고 다 아는 사이라 윤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슷한 프로필을 본 것 같아 확인해 보고 싶다는 데 이렇게까지 거부할 일인가.

윤아는 꼿꼿이 선 채 앨리스를 바라보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해보았다.

“다른 의도 없어. 그냥 확인만 한 번 해볼게.”

앨리스는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윤아는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예전에도 윤아는 그녀가 싫다고 한 일은 다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한 번 거절한 일을 또 묻고 있다. 그 말은 지금 윤아가 이 일을 매우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친구라면, 선뜻 핸드폰을 내어주는 게 맞겠지만...

앨리스의 마음속에는 또 다른 목소리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안 돼.’

만약 윤아에게 보여주면 그녀가 수현과 나눈 대화를 전부 보게 된다.

수현의 앞에서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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