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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수현의 눈빛은 깊고 어두워 마치 윤아를 집어삼킬 듯했다. 그의 몸이 윤아에게 한 발짝 다가갈수록 더 크게 들려오는 서로의 숨소리에 수현은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5년, 그 긴 시간 동안 미치게 바라왔던 그녀의 입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침내 두 입술이 맞닿으려던 그 순간, 윤아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경멸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

윤아의 비릿한 웃음에 수현은 동작을 멈추었다.

“그래서?”

윤아는 여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수현을 바라보며 냉소를 터뜨렸다. 이윽고 그녀의 하얀 손끝이 수현의 가슴팍을 꾹 누르더니 가볍고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후회한다면 내가 널 받아줘야 해? 진수현, 넌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지?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날 조종하려 들어? 대체 뭘 믿고?”

“그런 적 없어.”

수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건망증이 심하네. 자기가 먼저 이혼하자고 하던 일은 까맣게 잊었나 봐.”

그 말에 수현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그래. 그땐 내가 잘못했어. 그럼 넌? 그때 넌 내가 이혼 얘기를 꺼내든 말든 상관이 있었어? 내가 이혼하자고 한 건 네 뜻을 따른 것뿐이었어.”

그러자 윤아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야?”

수현은 입술을 깨문 채 여전히 그늘진 눈빛으로 윤아를 보며 말했다.

“그날, 잠에서 깼을 때 네가 그랬잖아. 그냥 정상적인 생리적 욕구일 뿐이라고.”

수현은 말을 하면서 떠오르는 기억에 다시금 분노가 차오르는지 이를 꽉 물었다.

“그리고 나한테 20억을 요구했지.”

윤아는 잠시 침묵하더니 반박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 돈은 이미 돌려줬을 텐데?”

윤아는 그를 떠날 때 정말 다시는 엮이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었다.

“그 문제가 아니잖아.”

“그럼 뭔데? 진수현. 난 이제 너한테 빚진 거 없어.”

“그래, 없지. 그러니까 그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홀가분하게 갔겠지. 이젠 내 얼굴 한 번 보려고 하지도 않잖아.”

수현은 윤아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신경 쓰는 건 그저 생리적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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