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59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한참 동안 수현을 바라보더니 윤아는 끝내 운전석에 몸을 실었다.

오르자마자 윤아는 차 문을 확 닫아버리고 안전벨트를 멨는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일련의 동작이었다.

그러고 나서 윤아는 차 키를 꽂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수현을 바라보았다.

“내 차에 앉을 거야? 확실해?”

이에 수현은 입꼬리를 당기며 되물었다.

“왜? 앉으면 죽기라도 해?”

윤아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시동을 걸고 나서 브레이크를 꽉 밟은 상태에서 핸들을 꺾었다.

그리고 차창을 내렸는데, 판매원이 걱정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두 사람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손님.”

이에 윤아는 그를 향해 천천히 미소를 살짝 지으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저 운전 경력 있어요.”

하지만 판매원은 윤아의 말을 믿지 않는 듯한 얼굴을 드러냈다.

하여 윤아는 운전 면허증까지 그에게 건네주었는데, 판매원은 운전 면허증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

“네, 감사합니다.”

“느낌만 살짝 보고 다시 돌아올게요.”

수현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핸들을 꺾고 있는 윤아를 바라보고 있다.

사실 윤아는 5년 전부터 이미 운전을 시작했고 출퇴근도 스스로 운전하며 다녔었다.

운전 기술이 그다지 좋은 건 아니지만, 막힘없는 길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일단 차량이 많아지면, 윤아는 곧 넋이 나가게 되었었는데, 그리 큰 문제도 없었다.

그리고 이 5년 동안 윤아의 운전 기술이 늘었는지 아닌지 아직 확인할 길도 없다.

‘그동안 실력은 늘었을까?’

수현이 미처 자세한 생각을 거치기도 전에 차는 이미 달리기 시작했다.

차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방향을 바꾸는 것과 같은 여러 방면에서 윤아의 기술은 예전보다 한껏 매끄러워졌다.

그 모습은 마치 베터랑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 윤아의 모습에 수현은 멈칫거렸다.

매끄러운 정도는 예전과 전혀 다르고 윤아에게 있어서 운전은 식은 죽 먹기와 같은 일이 된듯싶었다.

본래 윤아를 위해 함께 기뻐해 주어야 하는 일임에도 수현은 얇은 입술을 꽉 오므린 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60화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윤아는 화장실에서 몇 분 동안 기다렸는데, 아무런 답장도 오지 않았다.그렇게 한참을 더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는 답이 없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다시 바깥으로 나가보니 수현이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다만 전과 달리 그는 순간 더없이 차가워진 것이 한겨울에 칼바람이 매몰차게 불어오는 것만 같았다.출중한 외모를 지니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는 하지만 지금 그의 몸에서 풍기고 있는 차가운 기운에 저도 모르게 뒤로 몇 발짝 물러서게 할 지경이다.윤아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야 그 차가운 기운은 조금이나마 줄어들었다.수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본 채 입은 여전히 꾹 다물고 아직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모든 수속을 다 마친 윤아는 그와 인사를 나누지도 않고 자기 가방을 챙겨 떠나려고 했으나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수현이 다시 뒤를 쫓아왔다.“가자, 바래다줄게.”“됐어. 혼자 갈 수 있어.”윤아는 여전히 그를 거절했고 그 말에 수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럼, 네 회사 앞으로 가서 죽칠까?”그 말에 윤아는 걸음을 멈칫거리더니 어이가 없다는 듯이 수현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수현은 그런 그녀의 시선을 피한 채 바로 차 문을 열었다.“타? 안 타?”윤아는 제자리에 서서 지그시 그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떠나버렸다.수현이 차에 타지 않는다고 하여 그가 매일 회사 앞으로 찾아와 죽치리라 믿어지지 않았다.그럼, 수현 또한 회사도 다니지 않고 회사 관리에서도 손을 떼고 돈도 그만 벌게 되는 격이니 말이다.만약 정말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윤아도 개의치 않았다.뒤돌아 떠나는 여리여리한 윤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수현의 얼굴은 가마솥처럼 까맣게 일그러졌지만, 그 뒤를 따라가지 않았다.아마도 조금 전에 목격한 윤아의 달라진 모습으로 하여 마음이 답답한 모양이다.하여 윤아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은 다시 자기 차 안으로 돌아왔다.운전기사는 그의 눈치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61화

    윤아는 지금 선우를 거절하고 있음이 확실하다.갑작스러운 말에 한참 동안 침묵만이 흐르더니 선우의 목소리가 여전히 부드럽게 들려왔다.“윤아야, 무슨 일 생긴 거야? 내가 필요 없다면, 진 비서라도 보낼까? 진 비서는 차에 대해 아는 게 많아. 차 고를 때 판매원 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게 옆에서 도와…”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아는 다소 짜증이 난 듯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내가 바보야? 판매원 말에 함부로 넘어가는 바보로 보여?”“아니, 그런 뜻이 아니잖아.”“그 뜻이 아니면, 왜 진 비서님을 보내겠다고 하는 건데? 내가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알아듣지 못하겠어?”그러자 선우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심한 말을 입 밖으로 뱉고 나니 윤아는 살짝 후회되기 시작했다.필경 수화기 너머에 있는 사람은 5년 동안 윤아한테 온갖 정성을 다해 준 사람이다.그러나 이대로 계속 거절하지 않고 약하게 군다면 선우에게도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판단이 그려졌다.하여 차라리 이와 같이 단호하게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자, 윤아는 자기가 한 말에 선우가 말 문이 막혔거나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그러다가 화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전화를 끊지 않는 선우의 반응이 이상하기만 하여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전화를 끊고 나서 윤아는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길게 숨을 내쉬었다.‘그래, 차리리 이게 더 나을지도 몰라.’가시가 가득 박힌 말이긴 했지만, 서로에게 가장 좋은 일인 것으로 생각되었다.지하철에 오른 윤아는 고독현 밤과의 채팅창을 다시 열어 보았는데, 여전히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윤아를 찾지도 않고 메시지에 그 어떤 답장도 하지 않았다.‘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봐. 그래서 소식이 없나 봐.’…오후에 별로 볼 일도 없고 하여 윤아는 미리 학교 앞으로 가서 두 아이가 하교할 때까지 기다렸다.30분이나 미리 온 바람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아이들은 아직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62화

    정직하고 도도하며 외모가 준수하기 그지없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닌 남자로 말수가 적고 눈꺼풀이 얇은 편이다.이는 현아 상사에 대한 윤아의 첫인상인데, 현아의 묘사에 따라 “일벌레”라는 것을 새로 알게 되었었다.그리고 지금 현아가 하고 있는 반듯한 말이 그 상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충분히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대로 옮겨 써먹는 거야?]이에 현아는 웃으며 답장했다.[당연하지.][인제 네 상사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아니, 그건 아니야. 근데 나한테 해 준 말로 널 위로해 줄 수는 있잖아. 그리고 그 말들이 엄청나게 이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그래. 도리가 있는 말들이긴 해.]윤아는 살짝 웃었다. 비록 현아는 평소에 자기 상사가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고 넋두리를 두었지만, 지금 상사의 말을 그대로 사용하여 자기를 위로하고 있는 것을 보아 윤아는 문득 뭔가를 좀 깨달았다.적어도 어떤 면에서는 현아는 자기 상사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그대로 옮겨 쓴 것으로 볼 수 있다.관건이 되는 부분은 윤아 또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한다는 것이다.질질 끌지 않고 단호하게 일 처리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대함에 있어서 가장 정확한 태도가 분명하다.두 아이의 하교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윤아는 휴대폰을 도로 넣고 현아도 톡을 주고받지 않았다.두 아이가 달려 나와서 윤아의 품에 안겼는데, 그 첫 마디는 바로 이거였다.“엄마, 왜 안으로 들어왔어요?”윤아는 두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대답했다.“오늘 좀 일찍 퇴근했어. 그래서 들어와서 기다리고 있었어.”“그렇군요.”하윤은 주위를 살피더니 말랑말랑한 소리로 물었다.“아저씨처럼 들어와서 우리하고 얘기라도 나누는 줄 알았어요.”그 말에 윤아는 심장이 덜컹거렸다. 몇 초 지나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듯이 하윤의 볼을 살짝 잡고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윤아,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이에 하윤은 초롱초롱한 큰 눈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63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 깊은 인연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만약 요즘에 있었던 일이 모두 공교로운 상황이었다면, 외국 공항에서 심지어 비행기 안에서까지 마주쳤다는 건 말도 안 되는 듯싶었다.‘만나자고 했던 이유가 이거였어?’‘근데… 왜 나타나지 않은 거지?’“엄마, 왜 그러세요?”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윤아의 모습을 보고 하윤은 직접 손을 내밀어 끌어안았다.“엄마, 혹시 아저씨가 나쁜 사람이라고 걱정하는 거예요?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에요.”귀여운 하윤의 말에 윤아는 다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었다.“나쁜 사람은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고 이마에 적고 다니지 않아. 그리고 너한테 ‘난 나쁜 사람이다’ 라고 알려주지도 않아.”“네…”하윤은 망연한 표정을 드러내며 알아들은 듯 알아듣지 못한 듯했다.어리둥절한 하윤의 모습이 마냥 귀여워 윤아는 손을 내밀어 그녀의 코끝을 콕하고 찔렀다.“바보. 그때 비행기에서 마주쳤을 때, 아저씨가 하윤이한테 뭐라고 그랬어?”“까먹었는데요.”“…”‘그래, 믿은 내가 바보지.’윤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서훈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훈이는? 기억나?”서훈은 하윤 보다 조금밖에 크지 않지만, 오빠로서 각오가 대단하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조리정연하게 하고 논리성도 엄청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서훈으로부터 그 날의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윤아는 요즘 일어난 일에 대해 대략 알게 되었다.고독현 밤이 아침에 찾아와서 두 아이와 인사만 하고 떠난 것을 알게 되고 나서 그때 자기한테 현찰을 요구했던 일과 연결해 보니 다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그전까지만 해도 두 아이와 여유롭게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누었는데, 오늘은 더없이 황급하게 자리를 떠났으니 말이다.‘그럼, 정말로 그 현찰이 필요했다는 걸까?’“엄마?”하윤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엄마는 아저씨 만난 적 있어요?”그 말에 윤아는 정신을 차리고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나지막이 말했다.“아니. 만난 적 없어.”“그만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64화

    “알았어요. 고마워요, 아저씨.”윤아는 서훈의 손을 잡고 서서히 다가갔는데, 서훈은 윤아의 얼굴을 살피더니 나지막하게 소리를 내었다.“아저씨, 안녕하세요.”선우는 다른 박스도 꺼내 서훈에게 건네주었다.“자, 이건 우리 훈이 선물이야.”하지만 서훈은 무슨 생각에 잠긴 듯 입을 삐죽 내밀고 건네받으려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그가 손을 내밀지 않자, 선우는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훈아?”서훈은 이때 윤아를 바라보았는데, 윤아는 웃으며 말했다.“아저씨한테 고맙다고 해야지.”듣기 거북할 정도로 난감한 말들은 아이가 있는 앞에서 다시 할 수 없는 노릇이다.윤아의 말을 듣고 나서야 서훈은 손을 내밀어 선우의 선물을 받을 수 있었고 고맙다고 인사까지 확실하게 했다.윤아는 그런 서훈을 한 번 바라보았다.너무 지나치게 민감한 서훈은 자기의 사소한 감정까지 눈치챌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그리고 석훈이 선물을 받자, 선우의 얼굴에는 다시 웃음이 피어나기 시작했다.그는 손을 내밀어 서훈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나서 입을 열었다.“가자, 아저씨가 바래다줄게.”이미 찾아온 이상 윤아는 뭐라고 할 길도 없어 두 아이를 데리고 선우의 차에 올랐다.다만 차에 오르고 나서 윤아는 지나칠 정도로 내내 침묵만 지켰고 휴대폰만 바라보며 대화에 스며들지 않았다.하윤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한 채 가는 내내 즐거워 마지 못하며 선우와 재잘재잘했다.그리고 서훈은 윤아가 신경 쓰여서인지 그다지 말하지 않았고 작은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을 읽으려고 했다.하지만 아직 한 줄도 채 보지 못했는데, 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훈아, 차를 타고 있을 때는 책을 읽지 않는 게 좋아.”책을 꽉 잡고 있던 서훈의 작은 손은 그 말에 멈칫거렸고 그는 고개를 들어 윤아를 바라보았다.그러자 윤아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책을 도려 거두기 시작했다.본래 일은 이대로 끝날 줄 알았는데, 선우는 말머리를 서훈에게로 돌렸다.“훈아, 오늘 훈이가 아저씨를 자꾸 피하는 것 같은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65화

    두 아이는 윤아의 말에 따라 얌전히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러고 나서 윤아는 다시 문을 굳게 닫았는데, 몸 뒤에서 숨죽인 듯한 침묵이 느껴졌다.한참 지나서 윤아는 겨우 고개를 돌리며 선우를 향해 활짝 웃었다.“아직 저녁 안 먹었지? 이 부근에 맛집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갈래?”윤아가 했던 말에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윤아의 말을 듣고 나서 선우는 덤덤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덖였다.“가자.”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내려갔다.그리고 방안에 두 아이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죽이 척척 맞게 문 앞에 기대어 밖에서 나누고 있는 대화를 들으려고 했다.하지만 방음이 너무 잘 된 바람에 그 어떠한 자세로 들어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한참 지나서 하윤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심각한 얼굴로 서훈에게 물었다.“오빠, 엄마하고 아저씨 싸운 거 아니야?”“싸운 거 아닌가”하는 말에 서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몰라. 함부로 생각하지 말자.”“오빠, 만약 엄마하고 아저씨가 정말로 싸운 거라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해? 아저씨 계속 만나도 돼?”이에 서훈은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대답했다.“그래도 될 거 같아. 아저씨랑 싸운 사람은 엄마이지 우리가 아니잖아.”그러자 하윤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덖였다.…식당 안에서 선우는 메뉴판을 들고 진지하게 주문하고 있다.한 가지 요리를 주문할 때마다 윤아의 의견을 물어보았다.처음에는 그나마 인내심을 안고 대답했으나, 세 번째 요리까지 물어보자, 윤아는 다소 언짢은 듯한 모습을 드러내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만 주문 해. 그냥 이대로 먹자. 어차피 나 얼마 먹지도 못해.”메뉴판을 들고 있던 선우의 손은 그 말에 순간 멈칫거렸고 표정이 한껏 어색해진 식당 직원에게 메뉴판을 건네주었다.“이대로 올려 주세요.”“네, 손님.”식당 직원이 가고 나서 윤아는 자기 앞에 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둘러대지 않고 본론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그러나 이때 선우가 자기 주머니에서 또다시 정교하기 그지없는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66화

    선우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다시 입을 열었다.“오후에 같이 차 보러 갈 필요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말들을 하고 싶어서였어?”“아니, 그냥 갑자기 네가 없어도 될 것 같았어.”여기까지 말이 나오자 윤아는 멈칫거리더니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네가 애들 학교 앞으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난 네 차에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 너하고 여기에 앉아 이런 말을 하고 있지도 않았을 거야. 나… 귀찮아.”“귀찮다고?”“그래. 나 너 좋아하지 않아. 그 전부터 난 이미 내 마음을 똑똑히 너한테 말했었어. 근데 네가 자꾸 매달리고 있잖아. 난 매일 너를 상대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들이고 있어. 귀국하고 나서 난 더 이상 널 상대할 인내심조차 없어졌어. 그러니 내가 정말 부탁하는 데 나한테 그만 좀 시간 낭비하고 다른 사람 찾아가면 안 돼?”윤아의 말에 선우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워졌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이때 머리 속에서 또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윤아의 목소리와 겹치게 되었다.“넌 네가 얼마나 귀찮은지 모르지? 네 세상에는 내가 전부야? 나 밖에 없어? 왜 맨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나만 붙잡고 늘어지는 거야? 네 아빠한테 가서 좀 귀찮게 굴어! X신! 너 나보고 뭐 한다고 그랬어? 너 같은 X신 때문에 네 아빠가 모질게 구는 거야!”칠흑 같은 어둠에 방 안에 있음에도 한겨울의 칼바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어린아이는 딱딱한 마루에 무릎을 꿇은 채 차가운 물에 맞아 홀딱 젖어버렸다.차디찬 온도에 어린아이는 거의 질식할 정도로 얼어붙게 되었다.“엄, 엄마…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하지만 “엄마”라고 불리는 그 사람은 매몰차게 물 바구니를 버린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수만은 어둠의 나날들이 밀물처럼 밀려 와 당장이라고 선우의 숨통을 조일 것만 같다.그는 아랫입술을 꽉 물고 두 손도 주먹으로 움켜쥐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윤아는 이런 선우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차가운 말만 남기고 나서 눈을 내리깐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567화

    선우의 도움으로 일어난 식당 직원은 걱정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두 눈을 마주하며 살짝 혼란스러웠다.눈앞에 다정다감한 사람이 조금 전의 난폭하기 그지없었던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인지 의심이 들었다.“저, 저 괜찮아요.”하지만 선우는 식당 직원을 놓아주지 않고 실례 좀 하겠다고 미리 인사를 하고 나서 옷소매를 거두고 살펴보았다.걷자마자 이미 벌겋게 부어오른 상처가 눈에 훤하게 들어왔다.선우는 안색이 살짝 변하면서 무거운 소리로 입을 열었다.“일단 차가운 물로 온도부터 좀 낮추세요.”“네…”그러고 나서 선우는 식당 직원과 함께 식당 뒤쪽으로 갔는데, 차가운 물로 적시고 있을 때, 선우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뜨거운 물에 데인 아픔이 차가운 물로 차차 식혀져 아픔이 사라졌다.하지만 겨울이라 차가운 물에 한참을 적시고 나니 손은 거의 감각을 잃은 듯했다.그렇게 한참을 적시고 나서 직원은 밖으로 나왔는데, 선우가 그녀의 앞길을 막았다.“정말 죄송해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아, 아니에요. 그냥 살짝 데인 거뿐이에요. 차가운 물로 식혔으니 인제 괜찮을 거예요.”“그러지 말고 그냥 병원으로 가요. 제 책임이에요.”준수하고 부드러운 선우의 얼굴을 마주하면서 여자 직원은 결국 거절하지 못했다.…집으로 돌아온 윤아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죄책감이 들었지만, 한껏 홀가분해졌다.전에는 선우가 자기한테 잘해주면 잘해 줄수록 거대한 산에 억눌린 듯이 숨이 막혔지만, 인제 제대로 나쁜 사람이 되어 나쁜 말들을 하고 나니 오히려 전보다 좋아졌다.적어도 가쇄에 갇혀 있는 기분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엄마, 오셨어요.”서훈은 현관에 서서 윤아를 불렀다.그 소리에 정신을 차린 윤아는 서훈을 보고 그를 향해 걸어갔다.“그래, 엄마 기다렸어?”서훈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하는 모습이 드러났다.“엄마, 선우 아저씨랑 싸우셨어요?”‘싸워?’윤아는 고개를 저었다.“싸운 건 아니야. 그냥 어떤 일들을 똑똑히 말해준 것 뿐이야.”이에 서훈은 뭔가 느낀 듯

최신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6화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