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66화

선우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다시 입을 열었다.

“오후에 같이 차 보러 갈 필요 없다고 한 것도 이런 말들을 하고 싶어서였어?”

“아니, 그냥 갑자기 네가 없어도 될 것 같았어.”

여기까지 말이 나오자 윤아는 멈칫거리더니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네가 애들 학교 앞으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난 네 차에 오르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 너하고 여기에 앉아 이런 말을 하고 있지도 않았을 거야. 나… 귀찮아.”

“귀찮다고?”

“그래. 나 너 좋아하지 않아. 그 전부터 난 이미 내 마음을 똑똑히 너한테 말했었어. 근데 네가 자꾸 매달리고 있잖아. 난 매일 너를 상대하느라 엄청난 시간을 들이고 있어. 귀국하고 나서 난 더 이상 널 상대할 인내심조차 없어졌어. 그러니 내가 정말 부탁하는 데 나한테 그만 좀 시간 낭비하고 다른 사람 찾아가면 안 돼?”

윤아의 말에 선우의 눈빛은 더없이 차가워졌는데,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이때 머리 속에서 또 다른 소리가 울려 퍼졌는데, 윤아의 목소리와 겹치게 되었다.

“넌 네가 얼마나 귀찮은지 모르지? 네 세상에는 내가 전부야? 나 밖에 없어? 왜 맨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나만 붙잡고 늘어지는 거야? 네 아빠한테 가서 좀 귀찮게 굴어! X신! 너 나보고 뭐 한다고 그랬어? 너 같은 X신 때문에 네 아빠가 모질게 구는 거야!”

칠흑 같은 어둠에 방 안에 있음에도 한겨울의 칼바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어린아이는 딱딱한 마루에 무릎을 꿇은 채 차가운 물에 맞아 홀딱 젖어버렸다.

차디찬 온도에 어린아이는 거의 질식할 정도로 얼어붙게 되었다.

“엄, 엄마…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엄마”라고 불리는 그 사람은 매몰차게 물 바구니를 버린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수만은 어둠의 나날들이 밀물처럼 밀려 와 당장이라고 선우의 숨통을 조일 것만 같다.

그는 아랫입술을 꽉 물고 두 손도 주먹으로 움켜쥐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윤아는 이런 선우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차가운 말만 남기고 나서 눈을 내리깐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