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준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흐느끼고 있는 세희를 품에 꼭 안고 세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강하영을 향해 물었다.“하영아, 그게 사실이야?”“그래…….”강하영이 눈을 내리깔며 대답했다.“이유가 뭐야?”하영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여전히 두서를 찾지 못했다.“나도 모르겠어.”“하영아. 급해한다고 될 일이 아니잖아. 정유준이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하고 있다면 분명 강하게 나가지 못할 거야.”“오빠, 나 소송 걸고 싶어.”“네가 희민의 양육권을 얻을 순 없을 거야. 처음부터 정유준과 함께 있었으니까. 게다가 김제에서 정유준의 영향력으로 네가 소송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어.”강하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 걸까?’하영은 희민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하던 모습을 떠올리면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쿵쾅쿵쾅-”그때 강세준이 갑자기 계단에서 뛰어 내려오며 강하영의 손을 잡아끌었다.“엄마, 얼른 올라와요.”강하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강세준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가 세준의 방에 들어가니, 노트북 화면에서 희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강하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희민을 불렀다.“내 아가!”“엄마!”어둡게 가라앉아 있던 희민의 눈동자는 강하영을 보는 순간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자, 하영의 코끝이 시큰거렸다.“희민아, 아빠가 속상하게 하지는 않았어?”“아니요. 엄마, 눈이 빨개요.”“괜찮아, 눈에 먼지가 들어갔나 봐.”“엄마는 네가 보고 싶어서 우신 거야.”강세준은 하영의 체면을 전혀 세워주지 않고 솔직히 얘기하자, 처음엔 멍한 표정을 짓던 희민이 이내 환하게 웃었다.“저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그 말에 강하영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고, 더는 참지 못하겠는지 고개를 돌려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희민이 오히려 엄마를 위로하기 시작했다.“엄마, 속상해하지 마세요. 서로 연락하고 지낼 수도 있고, 이제 아빠 기분이 조금 좋아지면
목요일 새벽, 소씨 집안.휴대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깬 양다인은 짜증을 내며 전화를 받았다.“누구야?”“XX년!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 아주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낮게 잠긴 쉰 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 오자 깜짝 놀라 정신이 번쩍 든 양다인은 고개를 숙여 액정에 찍힌 번호를 확인하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홍수혁? 할아버지가 처리한다고 했는데 왜 아직 살아있는 거야?’양다인은 일부러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되물었다.“홍수혁 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위선 떨지 마! 비록 나한테 증거는 없지만 네년 목소리만큼은 똑똑히 기억하니까! 너만 아니었으면 내가 그들을 찾아가 돈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쫓기는 신세가 되지도 않았을 거야!”양다인은 이불을 꽉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홍수혁 씨,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저도 억울해요. 저도 죄책감 때문에 홍수혁 씨한테 양다인을 찾으러 가라고 얘기해 준 것인데 대체 왜 우리 할아버지를 찾아온 거예요?”“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 아직도 변명을 늘어놓을 거야?”“변명한 적 없어요. 강하영 때문에 일어난 일은 사실이잖아요!”양다인은 홍수혁을 세뇌하기 시작했다.“홍수혁 씨, 잠깐 진정하고 제 얘기 좀 들어봐요. 강하영이 일부러 나를 귀찮게 해서 할아버지가 그 여자를 혼내줬을 뿐이에요. 따지고 보면 강하영 때문에 홍수혁 씨 어머니가 그렇게 되셨잖아요. 아닌가요?”전화기 너머로 침묵이 흐르자 양다인의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이런 인간이랑 절대 엮일 수 없어!’한동안 상대방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양다인이 계속 말을 이었다.“홍수혁 씨는 분명 이용당한 게 틀림없어요. 소씨 집안이 김제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몰라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협박당할 수가 없잖아요. 그 방법을 알려준 사람은 분명 홍수혁 씨가 할아버지한테 당할 걸 예상하고 일부러 그런 것 같네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홍수혁 씨를 해치려고 말이죠. 그러니 이 일을 꾸민 원흉을 찾아가야죠!”“어떻게 찾지? 어떻게 하면 그 강하영이란
“투자 회사?”강하영은 설계도를 손에서 내려놓으며 물었다.“네, 아마 TYC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협력하려는 것 같아요.”그 말에 강하영은 웃으며 임수진을 바라보았다.“수진 씨는 어떻게 생각해?”“만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판매 수익으로 볼 때 충분히 다음 제작과 매장 확장까지 가능하거든요. 충분히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데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는 없잖아요.”“그렇다면 김제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돈이 중요한 것 같아, 아니면 인맥이 중요한 것 같아?”강하영의 반문에 임수진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뗐다.“김제에 돈이 부족한 사람은 없어요.”“그러니까 인맥이 충분해야 멀리 갈 수 있는 거야. 수진 씨는 나를 도와서 그 회사의 자세한 상황과 대표의 경력을 좀 조사해 줘. 만나는 건 급한 것 없으니까.”“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MK, 주차장배현욱이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배현욱의 차를 박아버렸다.배현욱이 고개를 돌리니 빨간색 벤츠 안에서 황급히 내려오는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는데, 상대방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어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다.배현욱이 어이가 없는 듯 차에서 내려 뭐라고 몇 마디 하려 할 때, 여자가 선글라스를 벗으며 배현욱 쪽으로 다가왔다.배현욱은 고개를 들었고, 상대방과 서로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그쪽이었어요?”“배현욱 씨?”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외쳤고, 우인나는 질색이라는 표정으로 배현욱을 노려보았다.“쓰레기 같은 인간! 어떻게 책임질 건지 얘기해 봐요!”우인나의 말에 배현욱의 한쪽 입꼬리가 실룩거렸다.“내가 왜 쓰레기예요? 그날 나랑 잠을 자고 그냥 가버린 건 우인나 씨잖아요.”“그냥 가버렸다고요? 아니면 내가 거기 남아서 애정 표현이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요?”우인나가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하자, 배현욱은 그런 우인나를 훑어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뭐 안 될 것도 없죠…….”“변태
“말을 꼭 그렇게 해야겠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요. 유준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유준이처럼 감정에 충실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요. 양다인한테 속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있었겠어요?”“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겠어요? 남자들은 늘 핑계만 댄다니까요.”“…….”우인나의 조롱에 배현욱은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까지 설명을 해도 못 알아들어?’배현욱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우인나 씨, 내가 바람둥이인 건 인정하지만, 나한테도 선이란 게 있어요. 아무튼, 흠흠, 괜찮다면 나한테 시간을 좀 줘요. 내가 책임질 테니까.”“그럼 내가 고맙다고 해야겠네요?”우인나는 눈을 흘겼다.‘책임지는 것도 시간이 필요해? 그딴 식으로 성의도 없으면 나도 필요없어!’‘정말 얘기도 안 통하고 피곤한 여자네.’접촉 사고 문제를 해결하고 배현욱은 위층으로 올라가 정유준을 찾아가려 했는데, 사무실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정유준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런 쓰레기를 지금 보라고 내민 거야? 못하겠으면 당장 꺼져!”“죄송합니다, 정 대표님. 지금 바로 시정하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기획팀 직원이 겁에 질린 얼굴로 뛰쳐나오더니 배현욱에게 인사를 하고 가버렸고, 배현욱은 엉망진창이 된 사무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또 어느 멍청한 놈이 우리 대표님을 화나게 했을까?”정유준은 배현욱을 힐끗 보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네가 여긴 웬일이야?”“왜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야?”정유준은 의자에 앉으며 더욱 딱딱해진 말투로 말했다.“한가해 보이네.”배현욱은 바닥에 떨어진 자료를 주워 정유준 책상에 올려놓았다.“그러게. 그런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정유준은 책상 위에 있는 담배를 집어 들어 불을 붙이고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인 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혹시 어머님 일 때문이야?”“질문이 참 많네.”넌지시 떠보려는 배현욱을 향해 정유준은 체면도 봐주지 않고 쏘아붙였다.“네가 걱정되니까 그러지. 무슨 일인지 얘기해
강하영의 지금 언행은 마치 자기 능력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과 낳은 아이를 보호하려는 것 같은데, 그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오후 4시.강하영은 회의를 마치자마자 우인나의 전화를 받았다.“인나야.”“하영아! 지금 당장 뉴스 봐봐!”우인나는 전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소리쳤다.“지금 뉴스에 나오고 있는 거 세준이와 세희가 다니는 스쿨버스인지 확인해 봐!”강하영은 멍한 표정으로 얼른 휴대폰을 내려놓고 뉴스를 켜자, 한 줄의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스쿨버스의 모습을 확인한 강하영은 다리가 풀려버리고 말았다.‘세준의 유치원 스쿨버스야! 애들은…….’임수진이 곁에서 지켜보다가 황급히 손을 뻗어 강하영을 부축해 줬다.“강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강하영은 수진의 말에 정신을 차리더니,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임수진을 남겨두고 쏜살같이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강하영이 전화를 끊자, 우인나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어 가방을 들고 사무실을 뛰쳐나와 엘리베이터에 도착하니, 정유준과 배현욱도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배현욱은 우인나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입을 열었다.“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우인나는 떨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가 정유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대표님, 유, 유치원 스쿨버스가 교, 교통사고가 났는데, 하영이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어요. 지금 제정신이 아닐 텐데 혹시라도 지금 운전하면 위험할까 봐 걱정돼요.”우인나의 말에 정유준의 안색도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뭐라고?”배현욱도 미간을 찌푸리며 얼른 휴대폰을 꺼내 뉴스를 확인한 뒤 정유준에게 건네주었다.스쿨버스의 앞부분이 거의 망가진 것을 본 정유준은 눈시울을 붉히며, 주위가 얼어붙을 것 같은 싸늘한 기운을 뿜었다.그때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자, 정유준은 쏜살같이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배현욱과 우인나도 뒤를 따랐다.10분 후,강하영이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
“하영아!”말이 끝나기 바쁘게 우인나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강하영이 떨리는 몸으로 우인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함께 달려온 배현욱과 정유준도 눈에 들어왔다.정유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정희민의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시름을 놓았다.그리고 강세희가 눈에 들어왔지만 유독 강세준은 보이지 않았다. 강하영은 시선을 선생님한테로 돌리고 입을 열었다.“주변에 CCTV는 없어요?”“확인하러 갔어요.”선생님이 황급히 대답했고, 강하영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흘렸다.‘왜 다른 애들은 다 있는데 우리 세준이만 보이지 않는 거야?’“세준이 어머님, 조급해하지 마세요. 어쩌면 다른 곳에 놀러 갔을 수도 있으니, 조금 있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우리 아들은 그럴 아이가 아니에요! 함부로 딴 곳으로 갈 애가 아니란 말이에요!”이성을 잃어 소리를 지르는 엄마의 모습에 강세희는 울면서 강하영을 안았다.“엄마…… 이러지 마세요, 저 무서워요…….”두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정희민의 얼굴에는 죄책감으로 가득했다. 세준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우인나도 상황을 파악하고 얼른 앞으로 나서 강하영을 잡고 입을 열었다.“하영아, 진정하고 일단 형사한테 얘기해 보자.”‘형사…….’우인나의 말에 정신을 차린 강하영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떨리는 몸을 돌려 정희민을 보더니 몸을 웅크리고 앉아 희민을 바라보며 물었다.“희민아, 너 혹시 세준이를 찾을 수 있어?”하영의 물음에 희민이는 안타까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바라보았다.“세준이가 오늘 그 어떤 전자제품도 몸에 지니고 오지 않았어요.”그리고 사람을 추적하는 기술은 지금 한창 세준이한테서 배우는 중이었다.희망이 부서진 강하영은 절망에 빠졌고, 우인나는 세희를 안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강하영을 바라보다가 또 한쪽에 서서 안색이 어두운 정유준을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도와주세요.”정유준은 마치 못 들었다는 듯 정희민을 안고 자리를 떠나려 했는데, 그
정유준이 배현욱을 노려보자, 배현욱은 어깨를 으쓱했다.“사실을 얘기했을 뿐이야.”정유준은 이를 악물었다. 방금 강하영의 상태를 못 본 것도 아니니,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정유준은 정희민을 안고 강하영의 뒤를 쫓아갔고, 배현욱도 그런 정유준의 뒤를 따랐다.20분 후.강하영이 항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홍수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죽고 싶어? 왜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온 거야?”“나 혼자 왔는데, 무슨 사람이 있다는 거야?”“입구에 또 검은 차 두 대가 도착했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강하영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그 말에 몸을 돌려 보니, 정유준과 배현욱의 차가 오고 있었다.‘저 두 사람은 왜 따라온 거야?’“형사가 아니라 아이 아빠야!”“그래 좋아! 괜히 거짓말했다가 지금 바로 밧줄을 끊어버릴 테니까!”홍수혁이 노골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했다.‘밧줄?’서둘러 고개를 돌려 허공을 바라보니, 항구에서 가장 높은 크레인 위에 작은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였고, 그 아래는 시멘트 도로가 있었는데 수십 미터 높이에 매달려 있었다.강하영은 두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온몸에서 식은땀을 흘렸다.“홍, 홍수혁! 내 아들 당장 내려줘! 제발 부탁이야!”강하영의 목소리는 주체할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강하영 뒤를 따라 차에서 내린 우인나가 강하영의 시선을 따라 위를 바라보고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세준아! 세준이가 위에 있어!”우인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도 그렇게 높은 곳에 올라가면 무섭기 마련인데 어린아이는 어떻겠는가?강세희는 세준이 높은 곳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고, 전화기 너머로 홍수혁의 사나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들을 구하고 싶으면 가져온 물건을 전부 이쪽으로 넘겨!”“줄게! 다 줄게! 차 어디 세웠어? 2억 어떻게 전해주면 돼?”“저기 크레인 밑에 있는 작은 집 보여? 차를 이쪽으로 몰고 와서 차 키는 집안에 둬!”“
강하영은 정유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내가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해요?”“그게 아니면 뭐야!”정유준의 반문에 강하영은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정유준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는 실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정유준을 향해 쏘아붙였다.“정유준 씨! 오늘 했던 말 꼭 기억하길 바랄게요! 언젠간 오늘 당신의 한 말과 행동에 후회하는 날이 올 테니까!”말을 마친 강하영은 곧장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작은 집으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우인나는 울음을 그치지 않는 세희를 안고 제자리에 서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의 상사를 혐오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정 대표님, 이번엔 제대로 하영이한테 상처를 주셨네요. 저도 마찬가지로 대표님의 세계관에 제대로 충격받았네요.”말을 마친 우인나는 몸을 돌려 강하영의 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배현욱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앞으로 다가왔다.“유준아, 방금 강하영 씨 모습 연기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정유준은 서늘한 표정으로 허공에 매달려 있는 작은 그림자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내가 직접 조사한 결과가 가짜라고 생각하지 않아.”낮은 집.강하영은 차 키를 집 안에 있는 탁자 위에 놓고 홍수혁의 카드에 2억을 입금한 뒤, 급히 홍수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입금 확인했으니까, 여기서 먼 곳에 떨어져 있어. 내가 먼저 떠날 테니까.”“그럼 내 아들은?”“내가 떠난 뒤에 구하면 되잖아.”강하영의 떨리는 목소리에 홍수혁이 불쾌한 말투로 대답하자, 강하영도 더 이상 말하지 못하고 홍수혁의 말대로 몸을 돌려 집에서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몇 분도 채 안 되어 강하영은 홍수혁이 집 안으로 들어가더니 다시 밖으로 나와 차에 오를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강하영은 홍수혁이 차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때 귀청을 찌르는 듯한 사이렌 소리에 강하영은 몸을 흠칫 떨었다.‘뭐야, 경찰이야? 그럼 홍수혁은…….’“X발, 이년들이 감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