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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무사하기를 바라다

오랜만에 느끼는 따스함에 권하윤은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코트에서 나는 깊은 우드 향을 맡았다.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고 얇은 코트가 마치 태산처럼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공태준은 하윤의 초췌한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봤다.

“괜찮아요?”

하윤은 태준의 부축을 치하며 그를 빤히 쳐다봤다.

“지금 나 꺼내 주는 게 설마 칩 때문이야?”

태준은 하윤의 등에 손을 얹으며 문을 열었다.

“저는 그저 윤이 씨가 무사하기를 바랄 뿐이에요.”

쨍쨍 내리 쬐는 햇볕 아래, 신선한 공기가 얼굴을 스치자 달짝지근한 내음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끼는 햇살 때문에 눈시울이 시큰거리며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 앞을 막고 있는 문을 나서면 자유이자 모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태준은 하윤을 재촉하지도 강요하지도 않고 대신 문을 받친 채 하윤의 선택을 기다려 주었다.

태준의 이런 신사적인 모습에 하윤은 뜬금없이 웃음이 났다.

‘나한테 선택의 기회가 있기는 할까?’

사건에 새로운 진전이 있다면 언젠가 풀려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오늘은 태준이 왔다지만 내일은 또 민재혁이 올 수도 있었다.

……

구치소를 떠나는 차 안에서 하윤은 길가에 우뚝 솟은 건물들과 사람들을 관찰했다. 참으로 낯서면서도 익숙했다.

하윤을 감싸고 있던 껍데기가 점점 벌어지면서 가장 연하고 부드러운 상처를 드러낸 채 시련을 이겨내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하윤의 옆에서 하윤의 옆모습을 바라보는 태준도 수많은 감정이 스쳐지나는 듯했다.

그러다가 차가 어느 한 곳을 지날 때, 하윤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차 세워요.”

운전석에 앉아 있는 이남기는 백미러로 태준을 힐끗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을 본 후에야 차를 길가에 세웠다.

하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해변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이것은 작은 해변가다. 갈라진 물줄기가 먼 곳으로 이어지는 바다.

바다의 비린내가 섞인 바람이 자꾸만 하윤의 얼굴을 때렸다.

“그날 시험 훈련을 하던 곳 여기 아니에요.”

하윤도 알고 있다. 그저 도준과 조금이나마 가까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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