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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어디가 못한데?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권하윤은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밖에 그녀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 도처에 깔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으니까.

때문에 하윤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상권을 지날 때 기사더러 차를 멈추게 했다.

화창한 날씨 때문에 사람들은 저마다 선글라스나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유독 하윤만 태양 아래에 꼿꼿이 서 있었다. 마치 이러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지는 것처럼.

하지만 그런 안도감도 잠시뿐이었다. 곧바로 주위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웠고 자기를 감시하는 것 같았다.

공태준의 개인 저택에서 나오는 순간 추형탁이든 민재혁이든 절대 하윤을 놓아주지 않을 텐데 어떻게 자기를 보호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난 절대 죽어서는 안 돼. 잡혀서도 안 되고.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

그렇게 주위를 경계하고 있을 때 어깨가 갑자기 무거워져 하윤은 고개를 홱 돌렸다.

“누구야?”

이남기는 하윤이 이렇게 큰 반응을 할 줄 몰랐는지 잠시 멍해 있다가 뒤로 물러났다.

“윤이 씨.”

“남기 씨가 여긴 어떻게.”

“가주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앞으로 한동안 저택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 싫은 사람 마주칠 일 없을 거라면서요.”

이남기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았지만 마음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 가주이면서 하윤 앞에서는 항상 고개 숙이고 작아지고, 심지어 가주 자리까지 포기하는 태준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하윤은 그런 가주님을 한 번도 제대로 봐주지도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윤이 시를 안 건 가주님이 먼저였는데. 가주님이 민도준보다 못한 게 뭔데?’

눈은 감정의 창구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눈만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하윤도 당연히 이남기의 불만을 눈치 채고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대신 고맙다고 전해줘요. 그리고 저 따라오지 마세요.”

이남기는 하윤이 거절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경고했다.

“만약 지금 돌아가지 않으면 추 부장 손에 잡힌 뒤에는 가주님도 손 쓸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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