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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억누를 수 없는 감정

“재판?”

권하윤은 깜짝 놀랐다.

조관성 정도의 지위면 용의자에 그치는 단계에서 공개적인 재판까지는 열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혹시 죄가 확정됐어?”

“아직은 아니에요. 그런데 재판에서 만약 조 국장한테 유리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이번 재판에서 판결이 날 거예요.”

‘조 국장이 만약 유죄로 판결이 나면 도준 씨가 살아 있다고 해도 빠져나올 수 없어.’

‘상황이 이미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잖아.’

식사 내내 하윤은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식사가 끝난 뒤, 방으로 돌아갈 때도 태준이 반 발짝 뒤에서 따라 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윤이 씨.”

마침 문 앞에 도착했을 때 태준이 하윤을 불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하윤은 태준을 발견하고는 어색한 듯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하늘에 걸린 달이 쏟아내는 달빛이 마침 태준의 어깨에 드리워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언제나 사람을 멀리하던 하윤의 경계심 가득한 얼굴에 부드러움을 더해주었다.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자 태준은 하윤에게 이 정원을 기억하냐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마저 생겨났다.

2년 전, 하윤은 바로 이 정원에서 자꾸만 끊기는 하모니카 소리에 맞춰 춤을 췄었다.

이미 기둥까지 썩은 낡은 집을 모두 뜯어 고치고 하윤을 괴롭히던 사람에게 벌을 내렸으니 이제 다시 알아갈 수는 없는지 태준은 물어보고 싶었다.

너무 진하다 못해 흩어지지도 않고, 거의 30년 가까이 갇혀 있던 감정들을 껍데기 속에서 꺼내 하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온 정신이 다른데 팔려 있는 듯 허공에서 맴도는 하윤의 눈을 본 순간 파도처럼 몰려오던 감정도 점점 가라앉아 씁쓸함만 남았다.

결국 다시 여상스러운 미소를 지은 태준이 말했다.

“아니에요. 일찍 자요.”

하윤의 그림자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태준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아직 때가 아니야.’

……

다음날.

떠들썩한 창 밖의 소리에 깨어난 하윤은 눈을 뜬 순간 자신이 아직도 구치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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