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77화 딜을 하다

권하윤은 나지막한 소리로 위로를 계속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만약 제가 나가면 언니 딸 꼭 보살펴 줄 테니까.”

똑 같은 처지인 하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솔직히 설득력이 없었다.

하지만 장옥분은 큰소리 치는 하윤을 비난하기는커녕 그녀의 손등을 두드렸다.

“자기도 인생이 고달팠을 텐데, 건강하게 버티고 있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 내가 도와줄게.”

그때, 옆에서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중년 여성이 슬쩍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저 며칠 뒤면 풀려 나는데 언니 딸애 전화 번호가 뭐예요? 제가 언니 대신 꼭 말 전해 줄게요.”

“저도 곧 있으면 나가요. 저도 언니 대신 딸애 돌봐 줄게요.”

장옥분의 처지를 알게 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떠는 대신 오히려 서로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러던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이시윤, 나와.”

“…….”

밖으로 나온 순간 하윤은 당연히 또 심문실로 끌려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면회실에 도착한 하윤은 외외로 낯익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윤은 의자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남자를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오랜만이네요, 아주버님.”

“오랜만이네, 다섯째 제수씨.”

민재혁은 증오의 눈빛을 한 채 태연한 척 인사했다.

“아, 이제는 둘째 제수시라고 해야겠네?”

이윽고 민재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축하주도 마시지 못했는데 과부가 된 것도 모자라 이 꼴이 되었다니 참 안 됐어.”

민재혁의 말도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음식도 제대로 먹지 않은 탓에 하윤의 낯빛은 창백하다 못해 거의 투명해질 지경이었고 옷 태가 살기는커녕 옷걸이에 옷을 걸어 둔 첫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하윤은 오히려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

“맞아요. 제가 어떻게 아주버님처럼 소탈한 태도를 취할 수 있겠어요? 저는 아버지의 죽음에 꿈쩍도 하지 않는 누구처럼 파렴치한이 아니거든요.”

하윤의 도발에 민재혁은 대수롭지 않은 듯 미소 지었다.

“제수씨, 충고까지 해준 사람한테 너무 쌀쌀맞은 거 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