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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똑같은 명함 

한 번은 로건이 또 포기하려고 할 때 권희연은 급한 마음에 자기는 아픈 것에 익숙하다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희연은 그때를 회상하며 권하윤을 바라봤다.

“그랬더니 로건 씨가 뭐라 했는 줄 알아?”

하윤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희연은 표정은 약간 슬픔이 담겨 있었지만 이내 온화하게 변했다.

“아픈 게 어떻게 익숙해질 수 있냐고 하더라고. 아픈 건 그냥 아픈 거라면서.”

희연은 눈시울이 붉어졋다.

“그 순간 알겠더라. 내가 지금껏 뭘 두려워했는지. 난 나의 과거 때문에 로건 씨가 나를 함부로 대할까 봐 두려웠던 거였어. 내가 그런 아픔을 겪었으니 자기가 주는 아픔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까 봐.”

“그런데 로건 씨가 그 말을 해주니까 내 마음 속의 매듭이 풀어지는 기분이었어. 로건 씨는 평생 나를 아프게 할 리 없다는 걸 아니까.”

……

희연의 집을 떠날 때는 벌써 오후 1시였다.

하윤은 뒷좌석에 멍하니 앉아 ‘곧 코너를 도니 몸이 조심하세요’, ‘앞에 방지 턱이 있으니 손잡이 꼭 잡으세요’라고 중얼거리는 로건의 말을 들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떠나기 전 희연이 해줬던 진심 어린 조언을 되새겼다.

“하윤아, 사실 어떤 일은 오해 때문에 놓지 못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는 매듭 때문에 쉽게 놓지 못하는 거야.”

“그때 나도 로건 씨가 나를 싫어한다고 오해하고 집을 나갔었잖아. 그거 사실 오해 같지만 따지고 보면 나 스스로 지난 일을 놓지 못한 것 때문이야.”

“네가 요즘 우울해하는 걸 보니 걱정돼서 하는 말이니 너도 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

‘마음의 소리?’

차에서 내린 뒤 하윤은 곧바로 올라가지 않고 동네를 천천히 산책하며 희연이 했던 말과 자기의 현재 상황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쉽게도 하윤과 희연의 상황은 달랐다.

가족이 없었다면 하윤은 자신을 놓을 수 있지만 가족이 있는 그녀는 혼자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딸이고, 동생이고 언니다…….

“웅.”

때마침 가방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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