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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경사 

총총 걸음으로 침실로 달려가 휴지통을 확인한 권하윤은 순간 할 말을 잃고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민도준은 방금 하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면서도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애를 쓰는 하윤을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건 내 자유야. 도준 씨가 잘 못한 거야.”

하윤은 혼잣말로 중얼거렸지만 답답함은 줄곧 가슴 속에서 맴돌았다.

그런 답답함음 권희연의 집에 도착해서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

하윤이 집에 도착하자 희연은 그녀에게 슬리퍼를 건넸다.

“어서 와.”

하윤은 전에 로건의 집에 한번 와 본적이 있다. 그때의 집과 지금의 집은 별반 다를 게 없었지만 또 곳곳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의자 위에는 따뜻한 방석이 놓여 있었고 소파 커버도 예쁜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주방에 들어가 보니 로건이 냄비를 손에 들고 음식을 하고 있었는데 정상적인 크기의 냄비가 로건의 손에서 마치 장난감처럼 보였다.

그 옆에 있는 희연은 로건을 위해 소스를 만들고 있었는데 두 사람의 뒷모습은 여전히 커다란 빵과 그 위에 붙어 있는 참깨처럼 덩치 차이가 선명했다.

변한 게 있다면 두 사람 사이에 달콤한 분위기가 흘러 넘친다는 거였다.

그런 분위기에 물들었는지 식사를 할 때 하윤의 기분은 한결 가벼워졌다.

소파에 앉은 하윤은 행복한 희연의 모습에 대신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언니가 로건 씨랑 이렇게 알콩달콩 지내니 내가 다 기쁘네. 정말 잘 됐어.”

권희연은 그 말에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나를 권씨 가문에서 끌고 나오지 않았다면 아마 이런 생활은 꿈도 못 꿨을 거야.”

그런 말을 들으니 하윤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래도 언니가 용기 낸 거잖아.”

희연은 싱긋 웃으며 목을 축였다.

“그리고 사실 너한테 말해줄 게 있어.”

“뭔데?”

“나 임신했어.”

“정말? 언제 적 일인데?”

하윤이 놀란 듯 묻자 희연은 한결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자기 배를 문질렀다.

“한달 조금 넘었어. 사실을 알고 난 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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