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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이상한 길로 새다 

그 뒤 권하윤은 한참 동안 방 안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순간 욕실로 시선이 향했다.

그리고 얼마 뒤, 욕실에서 시작한 비명소리가 문을 뚫고 거실까지 전해졌다.

그 시각 소파에서 전화를 받고 있던 민도준은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약 2초간 멈칫하다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 지금 바빠서 시간 날때 전화해.”

그 말에 전화 건너편 사람은 이내 불만을 토로했다.

“집에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뭐가 그렇게 바빠?”

도준은 침실 쪽을 힐끗 바라봤다.

“네가 몰라서 그래. 집에서 할 게 얼마나 많은데. 밖에서 보다 할 게 많아.”

“쳇.”

전화 건너편에서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강원 별장 무료로 제공했는데 식사 대접도 안 해주고 전화로 대화하는 것마저 이렇게 귀찮아 한다고?”

도준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천천히 침실로 향했다.

“너랑 대화하는 게 뭐가 좋은데? 참, 너 요즘 백씨 가문을 홀랑 벗겨 먹어버렸더라? 이참에…….”

“뚜뚜뚜.”

도준의 말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전화는 그대로 끊어져 버렸다. 아마 전화를 끊지 않으면 도준에게 모든 걸 뺏겨 버릴까 봐 급한 마음에 줄행랑 친 듯하다.

그 시각 욕실.

하윤은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도 도준이 들어오지 않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무슨 상황이지?’

‘내 목소리가 너무 작았나? 아니면 일부러 못 들은 척 하나?’

‘남자는 결혼하면 귀머거리가 된다는데 설마 이렇게 빨리 귀가 먹었나?’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침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하윤은 눈을 반짝거리더니 또 다시 신음을 내며 도준을 자기가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도준은 하윤의 바람대로 바닥에 널브러진 트렁크를 지나 욕실로 들어섰다.

그랬더니 회색의 타일 위에 벌러덩 앉아 손으로 욕조를 잡은 채 잔뜩 불쌍한 표정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하윤을 보고 말았다.

도준은 자기 발 옆에 있는 화장품 뚜껑을 힐끗거리고는 이내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이윽고 산산조각 난 유리 파편을 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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