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87화 저를 좋아했을 수 있나요?

공태준도 권하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무덤덤한 사람이지만 권하윤을 바라볼 때만큼은 감정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만약 이 모든 일이 없었더라면 저를 좋아했을 수 있나요?”

권하윤은 공태준의 질문이 당황했다.

“이 모든 일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상관없는 사람이었을 텐데 좋아할 리가 있을까?”

“그럼 만약이라면요?”

공태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상황을 그려주었다.

“만약 제가 마침 권하윤 씨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첫눈에 반했다면, 저를 좋아했을 수 있어요?”

권하윤은 마치 정신 나간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공태준을 바라봤다.

“공태준, 머리가 어떻게 됐어? 그렇게 말 같지도 않은 소리가 나와?”

분명 혼났으면서도 권태준은 오히려 피식 웃으며 즐거운 표정을 내비쳤다.

“말 같지 않은 건 아니죠.”

어찌 됐든 그날 공태준은 정원에서 정말로 권하윤에게 첫눈에 반했으니까.

아름다운 몸짓과 요염한 웃음, 춤이 끝나자 얼굴을 손에 파묻던 모습은 마치 한 마리 백조 같았다.

하지만 권하윤은 백조보다도 더 아름다워 잊을 수가 없었다.

권하윤은 공태준이 왜 갑자기 기뻐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당신이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 해도 공씨 가문에서 권력도 없는 집안 자녀와 같이 있도록 허락했을까? 아마 진짜 그랬다면 내 꼴은 지금보다 더 비참했겠지.”

공태준 얼굴에 흔치 않게 드리운 웃음기도 그 한마디에 점점 사라졌다. 오랜만에 느낀 진심 어린 기쁨도 다시 흩어져 버렸다.

“하긴.”

29살인 지금도 가문에서 원하는 대로 자아를 잃은 기계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그때는 오죽했을까?

때문에 어떠한 가정에서도 공태준에게 주어진 행복한 결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주님? 권하윤 씨?”

그때 소리가 점차 멀리에서 들려왔다.

이남기는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두 사람이 아직 있는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 차 한 대를 빌렸는데 같이 마을로 가요.”

차라고는 말했지만 밖에 나가보니 세 바퀴짜리 농업용 오토바이였다.

이남기는 앞에서 운전하고 공태준과 권하윤은 뒤쪽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