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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내려와

짤막한 한마디에 권하윤의 마음에 큰 파도가 일었다.

‘공태준이 아니라면…… 도준 씨?’

이제 막 이렇게 생각했는데 시선 속에 무서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헬기 앞에서 담배를 문 채 세 사람이 있는 쪽을 빤히 쳐다봤다.

분명 이 거리에서 민도준의 표정이 보이지 않지만 권하윤은 폭풍우가 휘몰아칠 것 같은 으스스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옆에 있는 큰 산도 조금 전처럼 무게감을 주지 않았고 엔진 소리도 갑자기 작아진 것 같았다.

하지만 칸막이도 없는 차인지라, 짐칸에 앉아 있는 권하윤의 모습은 고스란히 민도준의 눈에 들어갔다.

똑같이 위기를 느낀 이남기는 자기도 모르게 차를 후퇴했다. 하지만 그러기 무섭게 뒤에 차 두 대가 멈춰 서며 퇴로를 막았다.

그와 동시에 민도준은 인내심이 바닥 난 것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만하지 그래?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실려 오자 권하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민도준의 얼굴이 시선 속에서 점점 또렷해지다가 턱밑에 난 검푸른 수염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겁이 덜컥 났다.

민도준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면 권하윤은 경성에서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그저 죄명만 하나 더 늘어난 셈이 된다.

권하윤은 목을 움츠린 채 당장 사람을 잡아먹을 것만 같은 민도준의 눈을 피했지만 그가 앞으로 내미는 손까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내려와.”

짤막한 한마디에 카리스마가 담겨 있었다.

권하윤은 본능적으로 움직였지만 미처 일어나기도 전에 공태준이 먼저 막아 나섰다.

“민 사장님, 우선 윤이 씨한테 같이 가겠는지 물어봐야 하는 게 순서 아닙니까?”

민도준은 그제야 공태준을 발견한 것처럼 시선을 돌리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아, 공 가주님이 내 결혼식에서 내 사람을 데려갔다는 걸 깜빡할 뻔했군.”

다음 순간 민도준은 공태준의 멱살을 꽉 잡아당겼다.

“다른 사람 걱정하기 전에 오늘 내 손에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생각하는 게 어때요? 공 가주님.”

공태준은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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