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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마음을 좀먹다

집으로 가자는 말을 듣자 권하윤은 순간 멍해졌다.

그토록 자연스러운 말투는 마치 결혼한 신혼부부끼리 집에 가서 식사하자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심지어 잠깐의 착각을 불러일으켜 차가 한참을 달리고 나서야 권하윤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운전석에 앉아 있는 민도준을 빤히 바라봤다.

모든 감정 중에서 가장 억제하기 어렵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아마 사랑일 거다.

마치 지금의 권하윤처럼. 분명 빠지지 말자고 현혹되지 말자고 스스로를 달래봐도 민도준이 적색 신호등을 기다리며 권하윤의 손을 잡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때 민도준이 권하윤의 손을 주무르며 피식 웃었다.

“마른 것 봐. 손도 닭발 같네.”

순간 정신을 차린 권하윤은 화가 난 듯 손을 빼며 투덜거렸다.

“그래요. 그런데 당장 놓지 않고 뭐 해요? 긁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하지만 권하윤이 손을 빼기도 전에 민도준이 권하윤의 손등을 톡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장난이야.”

그제야 권하윤은 콧방귀를 뀌었다.

민도준은 권하윤의 손을 얼마나 오래 바라봤는지 모른다. 가는 손 위에 마침 차창으로 비쳐 든 햇빛이 드리워 희고 깨끗했다.

“예뻐.”

이윽고 손가락으로 권하윤의 손바닥을 살살 긁어댔다.

“게다가 여기가 부드럽잖아.”

분명 별말 아닌 것 같았지만 권하윤은 순간 민도준이 만졌던 곳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다는 게 느껴졌다.

그 때문에 민도준이 손을 놓은 뒤에도 자기 손바닥을 한참 동안 긁어댔다.

하지만 차 안의 온화하고 아름답던 분위기는 별장 주위에 서 있는 경호원들을 보는 순간 사라졌다.

아무리 아름다운 거라도 권하윤이 지금 새장 속에 갇힌 새라는 건 변함이 없었으니까.

민도준은 권하윤의 지친 듯한 표정을 보더니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손을 뻗어 권하윤을 자기 품 안에 끌어안았다.

그렇게 품에 안긴 채로 별장 안으로 들어간 권하윤은 문을 열자마자 음식 냄새를 맡게 되었다.

이윽고 탁자 위에 놓인 음식이 눈에 들어와 권하윤은 멍한 표정으로 민도준을 돌아봤다.

“배고프다며? 나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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