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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사랑은 사치야

방 안의 어둠은 마치 모양이 생겨난 듯 권하윤의 코를 파고들어 숨이 막혔다. 이런 감각은 그날 강물에 빠졌을 때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

권하윤은 계속 이 방에 있다간 결국 질식해 죽을 것만 같았다.

끝내 이불을 걷고 침대 아래로 내려가려 했지만 발이 바닥에 닿기도 전데 언제 일어나 앉았는지 모를 남자에게 어깨가 붙잡히고 말았다.

“다리도 절뚝거리며 어딜 가려고 그래?”

뒤늦은 반응에 권하윤은 더 답답해 버둥대며 내려가려고 애썼다.

“제가 어딜 가든 도준 씨랑은 안 가요.”

그 말에 민도준은 마치 인내심을 잃은 듯 권하윤을 다시 원래 자리고 끌어오더니 얌전하지 못한 권하윤을 자기 아래에 가둬버렸다.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권하윤은 버둥대다가 헛수고라는 걸 인식하는 순간 아예 얼굴을 홱 돌려 포기하듯 투덜거렸다.

“하고 싶으면 빨리하기나 해요. 어차피 도준 씨한테 저는 그런 용도밖에 없을 테니까.”

민도준은 재밌는 듯 피식 웃으며 권하윤의 얼굴을 들어 윗몸을 일으켰다.

“나 요즘 잠도 못 잤는데 일을 시키려고? 날 아예 뽑아 먹을 생각인가?”

권하윤은 입을 입을 벌리며 억울한 듯 뭐라 말하려 했지만 또다시 자신감을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갓 화내고 바로 걱정하는 말을 하는 것도 웃기니까. 말을 하려다가 마는 듯한 권하윤의 모습은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이에 민도준은 권하윤의 얼굴을 꽉 잡았다.

“난 그저 잠만 자려고 했는데 옆에서 찡찡거리더니. 참 끝도 없지 아주? 한바탕 해야 얌전해 질 거야?”

그 시각 민도준은 아까의 포악함을 거두더니 여상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 말투에 권하윤은 조금 전 일이 환상인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마치 권하윤이 민도준을 거역하지만 않으면 얼마나 성깔을 부리든 모두 인내심 있게 받아줄 것처럼.

예전 같았으면 권하윤은 비 온 뒤의 무지개 같은 이 변화에 기뻐 헤어 나올 수 없었겠지만 정신을 차리고 난 뒤라 그런지 이런 걸 믿는 건 그저 스스로를 속이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된 아름다움 속에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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