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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옛 기억을 여는 열쇠

공태준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와 동시에 좋던 기분도 한순간 흩어져 버렸다.

이내 일어서 뒷걸음친 권하윤의 얼굴에는 경계가 가득했다.

“경성에는 언제 왔어? 왜 여기 있는 거지?”

“오늘 아침 도착했어요. 윤이 씨가 보고 싶어서 여기 왔고요.”

권하윤의 날 선 말투와 달리 공태준의 어조는 여전히 느릿느릿하고 여유로웠다.

하지만 예전에 너무나 많은 걸 겪은 터라 공태준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왠지 모를 공포감이 들었다.

물론 겪은 일 때문인 것도 있지만 지금껏 지내오면서 느낀 공태준이란 사람 자체가 두려웠다.

언제나 남의 약점을 찾아내 한 걸음 한 걸음 그 사람을 자기가 파놓은 함정에 빠트리는 위험한 사람이었으니.

“지금 봤으니 돌아가.”

말을 마친 권하윤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섰다.

그런데 그때.

“오빠 보고 싶지 않아요?”

공태준의 말에 권하윤은 순간 멈칫하더니 충격에 눈을 둥그렇게 뜬 채 고개를 홱 돌렸다.

“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 오빠를…….”

“오해했어요. 그냥 영상으로 보겠냐는 뜻이었어요. 저 윤이 씨 오빠한테 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겁먹을 거 없어요.”

권하윤은 공태준을 빤히 바라봤지만 가슴 속에는 여전히 공태준의 입에서 자기 오빠가 나왔다는 공포감이 남아 있었다.

결국 눈을 꾹 감으며 한참을 진정하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지금 당신 손에 우리 오빠가 있다고 나 경고하는 거야?”

“아니에요. 윤이 씨 가족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약속했잖아요. 전 한 입으로 두말 안 해요.”

공태준의 말 속에 섞인 위선적인 선의에 권하윤은 토가 쏠렸고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가족 때문에 공태준과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무슨 영상?”

공태준의 체온이 담긴 핸드폰 하나가 권하윤의 손에 건네졌다.

각도를 보니 몰래 찍은 것인 듯했다.

영상 속 이승우는 바이올린을 안고 있었다. 동생 이시영이 옆에서 자꾸만 재촉했지만 이승우는 끝내 바이올린을 켜지는 않았다.

오빠가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권하윤은 잘 알고 있다.

8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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