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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1화 아직도 나와 결혼하고 싶어?

고요한 오후, 바람도 지쳤는지 불지 않아 거실 안 공기는 더욱 답답하고 끈적끈적해졌다.

하지만 그런 공기 속에서 한 사람은 소파에 앉고 한 사람은 옆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권하윤은 점점 더 당황했다.

너무 오랫동안 떠받들린 탓에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냉랭함을 견딜 수 없는 터라 권하윤은 애써 분위기를 녹이려 했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민도준의 팔을 잡은 권하윤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도준 씨, 앉으면 안 돼요?”

민도준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짙은 눈으로 권하윤을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민도준은 권하윤이 견디지 못하자 그제야 허리를 살짝 숙여 소파를 손으로 짚었다.

천지를 뒤덮는 듯한 압박감이 순간 덮쳐오자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소파에 기대 안전한 자세를 취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몸이 민도준과 멀어지자마자 손이 잡히고 말았다.

이토록 가깝고도 먼 듯한 자세는 마치 권하윤의 내면과 꼭 닮은 듯했다.

무섭지만 놓지 못하겠다는 느낌.

민도준은 담배를 끼운 손으로 권하윤의 얼굴을 쓰다듬더니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

심지어 두 가닥의 머리카락은 자꾸만 민도준의 손을 감더니 끝내 손에 든 담뱃불에 타 꼬불어들며 뒤로 움츠러들었다.

그동안 권하윤은 그저 왜 갑자기 웃는지 모를 민도준을 멍하니 바라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민도준은 마치 권하윤의 얼굴을 보물처럼 손에 쥐고 이리저리 감상하더니 좌우로 돌려보기까지 했다.

“자기야, 어쩜 점점 예뻐져? 어쩐지 공태준마저 공씨 가문을 버려두고 자기 보러 온다 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권하윤은 등이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그제야 공태준이 자기를 찾아왔다는 걸 민도준한테 들켰다는 걸 알고는 침을 꼴깍 삼켰다.

“도준 씨,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 공태준이 올 거라는 거 모르고 있었어요.”

“몰랐다고?”

민도준은 권하윤의 긴 머리카락을 점점 부드럽게 만지며 물었다.

“그렇다면 돌아와서 왜 아무 말도 안 했어? 나 속이려고 한 거야?”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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