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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누구를 위해 드레스를 입은 거야?

민승현은 권하윤이 죽도록 밉다.

권하윤만 아니었다면 자기가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너무 미워해서인지 자기를 버린 이 여자가 자꾸만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남자가 만약 남자를 미워한다면 그 사람을 죽이고 싶겠지만, 여자를 미워한다면 그 여자를 복종시키고 싶을 거다.

민승현이 권하윤에 대한 감정도 이러하다.

민승현은 솔직히 언젠가 권하윤이 자기 앞에 무릎 꿇고 우는 걸 지켜보고 싶었다.

때문에 권하윤이 바람을 피웠다는 소식을 퍼뜨렸고.

민승현은 권하윤이 자기한테 파혼당하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받길 바랐고, 자기를 버린 결과가 이러하다는 걸 똑똑히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눈앞의 권하윤은 민승현이 생각했던 것처럼 초라해지나 의기소침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반짝였다.

촉촉한 눈은 여전히 여성미가 흘러넘치고 윤기 있고 검은 머리카락에 붉은 입술, 매혹적인 분위기까지 모두 활짝 핀 장미를 연상케 했다.

이 모든 변화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생각하자 민승현은 이가 갈렸다.

증오의 눈초리가 권하윤이 입은 웨딩드레스에 옮겨지는 순간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설마 민도준이 권하윤과 결혼하려고 하나?’

‘설마. 지금 민도준이 박민주랑 결혼한다고 소문까지 났는데 그게 아닌가?’

물론 이런 생각이 어이없었지만 그렇다면 다른 쪽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권하윤이 민도준과 결혼하면 민승현은 당연히 비웃음을 받을 게 뻔하다. 그 생각만 하면 민승현은 눈앞의 여자를 죽이고 싶었다.

그때 권하윤이 드레스를 살짝 들어 올리며 거울 앞에서 빙글 돌더니 귀찮은 듯 입을 열었다.

“이 드레스에 액운이 묻은 것 같네요. 다른 거로 입어 볼게요.”

하지만 권하윤이 발걸음을 떼려던 찰나 손목이 잡히더니 민승현이 어두운 얼굴로 따져 물었다.

“지금 누구를 위해 드레스를 입는 거야?”

결혼식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권하윤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사실을 알게 될 거라는 생각에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누가 됐든 너는 아니야.”

권하윤은 말하면서 손을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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