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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겹겹이 쌓인 원한

권하윤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강민정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미안해요. 전에 새언니라고 하도 불러대서 습관 됐나 봐요. 언니가 저보다 나이도 많으니 그냥 하윤 언니라고 해도 괜찮죠?”

강민정이 옆에서 한참을 떠드는 동안 권하윤은 드레스와 너울을 정리하면서 강민정의 말은 깡그리 무시했다.

“내가 말하잖아요…….”

강민정은 순간 자기의 신분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걸 자각했는지 이내 화를 가라앉히고 괴상야릇한 말투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하윤 언니, 언니가 우리 오빠한테 파혼당해서 욱하는 마음에 저 무시하는 건 이해하지만 분명 언니가 바람피운 거잖아요. 오빠가 그렇게 많이 참아줬는데 계속 버릇 고치지 않아 오빠도 실망한 것 뿐이에요. 저를 탓한다고 뭐가 달라져요?”

노골적인 말에 옆에 있던 직원들은 눈을 굴리며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강민정은 오히려 직원들을 빙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아, 이분이 바로 제가 아까 말한 그 여자예요. 민씨 가문에 파혼당한 권씨 집안 넷째 아가씨. 다들 전에 들어본 적 있죠?”

이 웨딩숍은 고급 드레스만 취급하는 데다 임대하지 않고 모두 판매만 하는 곳이라 당연히 경성의 재벌을 많이 접한다. 때문에 최근 크게 화제가 됐던 그 소문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주인공이 눈앞에 있다고 하니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놀라운 듯 자기를 훑어보는 직원들의 눈빛에 권하윤은 몸을 돌려 강민정을 향해 싱긋 웃었다.

“내가 바람을 피웠든 말든 그건 둘째 치고 민정 씨가 우리 오빠 거리는 사람이 사촌 오빠면서 다 큰 어른이 사촌 오빠 침대에 기어올라 결혼하는 건 당당한가 봐요?”

정보량이 너무 많은지라 직원들은 모두 강민정에게 눈길을 돌렸다.

순간 치부가 드러나자 강민정은 한껏 소리를 높였다.

“헛소리 그만 해요! 분명 언니가 바람을 피웠으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꾸며내 우리 오…… 승현 오빠를 모욕하지 마요!”

“제가 헛소리를 했다고요?”

권하윤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민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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