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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나 진짜 최악이지?

다시 입을 여는 순간 권하윤의 목소리에는 막연함이 묻어있었다.

“오빠, 나 진짜 최악이지?”

권하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눈치챈 이승우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넌 그저 힘든 거야.”

집안에서 온갖 사랑을 다 받던 여동생이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빠진 데다 오빠라는 사람이 오히려 짐이 되었으니 마음이 안 아플 리가 없었다.

“아휴, 됐다. 그렇게 많은 걸 겪었으니 난 그저 네가 무사하기만을 바랄 뿐이야. 게다가 민도준은…….”

“도준 씨가 왜?”

“아니야. 오빠는 그저 네가 고생할까 봐 그게 걱정이야.”

이승우는 잠깐 숨을 돌리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네가 지금 민도준한테 단단히 잡혀 빠져나오기 힘들잖아. 그러니까 공은채의 일은 잘 생각해야 해. 너희 두 사람 사이에 이미 파열이 생겨났는데 민도준이 만약 네가 자기를 속였다는 걸 알게 되면 앞으로 네 생활은 더 힘들어질 거야. 나는 그저 네가 무사하길 바라.”

“…….”

전화를 끊은 지 한참이 지났지만 권하윤은 여전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오빠의 말이 맞았으니까. 그 사실을 고백하고 난 뒤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민도준이 사실을 알고도 결혼하려고 하고 앞으로 다시는 서로 속이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일 테지만, 만약 민도준이 화를 내 가족까지 피해를 보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만약 가족이 국내에 있다면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해외에 있어 민도준이 화를 낸다 해도 가족한테까지 손이 닿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한 느낌은 은찬이 식사를 하자고 권하윤을 부를 때까지 지속됐다.

점심 식사가 그럭저럭 끝난 뒤 권하윤은 민도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일이 있어 늦게 갈 테니 권하윤더러 먼저 웨딩숍에 가서 드레스를 고르라는 연락.

솔직히 민도준이 바쁘다는 건 권하윤도 알고 있었다.

“시간 없으면 저 은찬이랑 같이 가도 돼요.”

“털도 아직 안 난 애가 뭘 알겠어?”

순간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입에서 새어 나왔다.

“사람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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