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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양심을 개 먹이로 줬나?

창밖에서 싸늘한 바람이 안으로 불어드는 데다 민도준의 눈을 마주 보고 있으니 권하윤은 순간 몸이 떨려왔다.

낮의 따뜻함은 어느새 사라졌는지 밤이 되자 눈앞의 남자도 밖의 날씨와 함께 식어버렸다.

그렇듯 덮쳐온 압박에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지난날 민도준의 공포스러운 모습이 이미 머리에 박혀 있어 심장은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미친 듯이 뛰어댔다.

가족에 관한 일은 절대로 모험할 수 없으니까. 그건 예나 지금이나 권하윤이 지키는 철칙과도 같다.

이에 한참 동안 할 말을 생각하던 권하윤은 끝내 입을 열었다.

“사실 무서워서 그래요. 오늘 할머님이 하신 말을 듣고 나니 도준 씨한테 폐가 될까 봐요.”

불안한 목소리는 방문이 방 안에서 울려 퍼지더니 끝내 정적만 남겼다.

권하윤은 감히 고개를 들지조차 못하고 눈을 오롯이 민도준의 가슴에 고정했다.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있던 손가락은 긴 머리카락을 따라 끝까지 쓸어내리더니 마침 엉켜 있는 뭉치에 걸렸는지 두피를 잡아당겨 고통을 전해주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든 순간 시선 속에는 남자의 말아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정서를 알 수 없는 호를 그린 채로.

권하윤은 더욱 당황해 민도준의 손을 잡으며 입을 열었다.

“도준 씨, 혹시 화났어요?”

물기 촉촉한 눈에는 남자의 인영이 비쳐 있었다.

“내가 화내야 하나?”

되돌아온 물음에 권하윤은 당황한 나머지 민도준의 손에 자기 얼굴을 비벼댔다.

“화내지 마요. 저 무시하지 마요.”

민도준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눈을 내리깔고 자기 손에 얼굴을 비벼대는 권하윤의 얼굴을 바라봤다.

손의 온기는 권하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심지어 권하윤은 현재 자기의 심정을 어떻게 형용해야 할지도 몰랐다.

눈앞의 남자가 좋으면서도 무서웠다.

민도준이 가족을 대할 때의 태도에서 권하윤은 눈앞의 남자는 가족이고 뭐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남자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가장 친한 가족한테도 그러는데 남남인 자기한테는 오죽할까?

그러던 그때, 얼굴에 느껴지는 통증이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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