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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깊은 마음

권하윤은 허둥지둥 옷소매를 내렸지만 성은우의 표정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민 사장이겠네.”

“네가 생각한 그런 거 아니야.”

권하윤은 사고라도 날까 봐 얼른 소매를 내렸다.

“민 사장이 너를 이렇게 대하는 데도 그 사람 편을 들어?”

“내가 너무 많이 속여서 그래. 너도 나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윤아.”

성은우는 권하윤의 말을 끊었다.

“너 누구한테도 잘못한 거 없어.”

권하윤은 흠칫하더니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오롯이 자리를 바라보는 성은우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네 삶도 이렇지 않았어야 했어. 너를 괴롭히는 사람도 많은데 너 자신마저 자기를 편히 놔두지 않으면 어떡해?”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권하윤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뚫러 버린 것만 같았다.

애써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와 순간 권하윤을 잠식시키는 바람에 침대에 엎드린 채 서러움을 토해 내버릴 것처럼 서럽게 울어버렸다.

끝없이 떨리는 권하윤의 등을 보자 성은우는 손을 들고 잠깐 머뭇거리다 끝내 아무 말도 없이 등을 토닥였다. 평생 여자 한번 달래본 적 없는 것처럼 뻣뻣한 동작이었지만 권하윤에 대한 걱정이 묻어있었다.

병실에 있는 남자는 여자의 등을 한번 또 한 번 토닥였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힘으로.

너무 가볍게 두드리면 위로가 안 될까 봐, 너무 힘을 주면 놀라기라도 할까 봐 힘 조절하는 모습은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다정해 보였다.

“얼씨구, 하소연이라도 하는 건가?”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병실 안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권하윤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심지어 눈에는 아직 흘러내리지 못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전날의 기억이 눈앞에 또렷이 스쳐지나 권하윤은 민도준을 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두려움에 질린 얼굴과 표정은 성은우를 마주하고 있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가끔은 가까워졌다 멀리 도망가 버리는 눈앞의 여자를 두고 뭐라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민도준은 권하윤의 경계를 무시하고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가며 권하윤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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