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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배짱이 없어 못 하겠어요

액정을 확인하니 모르는 번호였다.

하지만 권하윤은 수신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생각은 해 봤나?”

‘민용재잖아.’

이미 모든 걸 손에 쥐고 있다는 듯한 자신만만한 말투에 권하윤은 민용재가 여자를 불러 민도준의 시중을 들게 한 목적을 단번에 파악했다.

권하윤을 자극하고 싶었던 거겠지.

민용재와 같은 사람들 눈에는 진정한 사랑 같은 건 없을 테니까 권하윤이 민승현을 버리고 민도준에게 매달린 건 그저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싶어 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할 거라고 확신했을 테고.

권하윤도 민용재가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알기 위해 대충 얼버무렸다.

“생각했어요.”

“그래야지. 자기 주제를 아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거 잊지 마.”

권하윤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민용재는 곧바로 남쪽 별채와 매원 사이의 정자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전화를 끊은 권하윤은 문 앞에 있는 은찬을 불러왔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네?”

은찬은 낯빛이 여전히 창백한 권하윤이 걱정되는 듯 훑어보았다.

그 눈빛에 권하윤은 한참을 설득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변명을 생각했다. 하지만 은찬은 그저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밖으로 쌩 달려 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은찬은 휠체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왔다. 심지어 위에는 담요와 목도리가 놓여 있었다.

그걸 보니 권하윤은 순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고작 감기 걸린 거로 이럴 필요는 없지 않나?”

은찬은 씩 웃으며 휠체어를 권하윤의 앞으로 밀었다.

“그래도 안 돼요. 저 이미 하윤 누나 제대로 보살피라는 계약서에 지장도 찍었는걸요. 만약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

말하면서 은찬은 손날로 목을 베는 동작을 하며 눈을 까뒤집었다.

그 순간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피식” 소리 내어 웃어버렸다. 그 덕분인지 불편하던 마음도 어느새 편해졌다.

권하윤은 민지훈이 자기를 아무리 걱정한다고 해도 이런 일로 은찬에게 벌을 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이게 그저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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