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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침대 시트를 씻는 게 취미인가?

‘설마 도준 씨?’

‘에이, 아닐 거야. 도준 씨면 베개로 내 입과 코를 막아 숨통을 끊어놔도 모자랄 판인데 뭐 하러 약까지 먹여주겠어.’

권하윤은 스멀스멀 피어나는 희망을 스스로 짓밟아 버렸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민도준 외에 다른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눈꺼풀을 들어 상대를 보려 했지만 너무나 무거운 눈꺼풀은 좀처럼 떠지지 않았다.

겨우 가늘게 틈을 만들어 냈지만 천장의 등불 때문에 앞이 어지러워 눈물이 고였다.

더욱이 언제 다시 돌아온지 모를 이불 덕에 다시 따뜻해져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

그 때문에 침대 머리맡에 앉은 남자도, 복도에서 젖은 이불을 쓰고 오돌오돌 떨고 있는 조씨 아주머니와 다른 사용인들도 보지 못했다.

-

다음날.

권하윤이 깨어났을 때 여전히 머리가 무겁고 발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은연중에 어젯밤의 기억들이 흐릿한 조각으로 머릿속에 파고들었다.

그러던 그때.

“깨어났어요?”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쯤 뜨고 있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 지훈 씨?”

민지훈은 죽 한 그릇을 들고 싱긋 웃었다.

“네, 맞아요 저예요.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 아니죠?”

머쓱한 나머지 권하윤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 아무 일 없는 듯 주위를 살피며 슬쩍 물었다.

“혼자 왔어요? 어젯밤 그 사람도 지훈 씨예요?”

민지훈은 침대 옆 의자에 앉으며 싱긋 웃었다.

“네.”

“왜 그랬어요?”

“돈을 받았으니 일을 하는 거죠.”

“혹시 또 도준 씨 돈 받았어요?”

“에이, 저 그렇게 욕심 많은 사람 아니에요.”

민지훈은 권하윤이 죽을 먹으려 하지 않자 잠시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하윤 씨를 도와주기로 하고 돈을 받은 게 있잖아요. 그러니 끝까지 책임져야죠.”

장난기 섞인 말투로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A/S가 좋아야 단골손님이 생길 거 아니에요. 뭐 서비스 기한 늘리는 건 다른 얘기지만.”

민지훈의 말에 권하윤의 마음은 순간 차갑게 식어 억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저 샤워 좀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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